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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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진정한 승자.
선동은 한 문장이면 된다. 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는 데는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마침내 반박하려고 할 때 사람들은 이미 선동되어 있다. 괴벨스의 말이다. 김이현은 그리고 이 격언의 의미를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부하들이 선동하기는 했어도 이렇게까지 쉽게 따라올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명백히 아니라는것을 알수 있다. 그러나 단체에 휩쓸린 순간 사람들은 단체의 생각을 마치 자신의 것인것 마냥 받아들이고 분노한다.
‘물론 이렇게까지 과격해지도록 약간 손을 쓰기는 했지만 말이야.’
김이현은 바보가 아니다. 왜 그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겠는가? 바로 일부러 연합의 사람들을 유도하기 위해서 나온것이었다. 그들은 자신을 죽이거나 공격할 의도가 없었을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자네들밖에 할수 없는 일이 있네. 부디 나를 위해서 일을 해줄수 있겠는가?’
‘김이현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수 있습니다. 제 믿음을 시험하지 말아주십시오!’
‘고맙네. 정말로 고마워. 자네들의 희생으로 보다 많은 어리석은 사람들을 일깨워줄수 있을걸세. 의심할여지 없이 그대들은 낙원으로 갈수 있을거라네.’
김이현을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아까워하지 않고 바칠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된 사람들은 자신을 잡으러오는 연합의 사람들을 몸을 던져 막았다. 특별히 미리 준비를 마친 부하들은 아주 약간의 몸싸움만으로도 그대로 쓰러졌고 곧 빛의 입자로 변해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연합 새끼들이 진실을 감추려고 한다!”
“성자님을 지켜라! 저 더러운 녀석들을 막아!”
“자, 잠깐! 이건 오해야! 못 봤어? 내가 살짝 쳤는데….”
얼떨결에 살인자가 되버린 남자는 당황하면서 양팔을 들어올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그가 해명을 시작하기도전에 이미 불은 지펴져버렸다.
“죽어어어어어!”
아직 앳되보이는 얼굴을 한 소녀가 품에서 석궁을 꺼내들더니 김이현을 향해 겨누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너무나 뜬금없이 일어난일에 누구도 말릴생각을 하지 못했고 날아간 쿼렐은 그대로 김이현의 어깨에 명중했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뒤로 쓰러지는 김이현, 솟구치는 선혈을 보고 두려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김이현을 향해서 쿼렐을 쏘아보낸 소녀의 목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소녀의 목을 잘라낸것은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해보이는 청년이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뭘 더 부추기거나 일을 벌일 필요조차 없었다. 처음에 목숨을 잃은 사람, 자신을 향해 화살을 쏜 소녀, 그 소녀의 목을 잘라낸 청년. 셋 모두 자신의 신도들이었지만 그 다음으로 움직인것은 자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
“파이어 애로우!”
근처에 있던 마법사가 청년을 향해 마법을 쏘아보냈고 동시에 광장은 혼란으로 가득찼다. 공포에 휩싸인채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려는 사람, 무기를 들고 자기 몸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 싸움을 말리기 위해 무기를 드는 사람,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 종류는 제각각이었지만 혼란은 가중되기 시작했다.
“조장! 어떻게 하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마법을 쳐낸 남자는 그 짧은 순간 머리를 굴려서 최적의 결론을 도출해냈다. 지금 이곳에서 도망치는건 최악의 선택이다. 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혼란을 일으키고 빠져나가면 그 분노의 화살이 연합을 향해서 흘러갈수도 있는것이다. 지금은 버텨야 한다. 모든 능력을 이용해서 이 혼란을 잠재워야한다. 그러나 남자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수 없었다.
스릉!
갑자기 인파속에서 튀어나온 왜소해보이는 체격의 소년이 자기를 향해서 뛰어든것이다. 무의식적으로 검을 뽑아서 방어하려고 했지만 그 소년의 속도는 너무나 빨랐다.
“커…컥! 그르르륵!”
목젖에 꽂힌 소드 브레이커를 가볍게 비틀고 잡아당기자 문자 그대로 살이 뜯겨져 나왔다. 입으로는 피거품을 뿜어내던 남자는 목을 부여잡고 쇼크 상태에 빠지듯 그대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쓰러졌다. 정상적으로는 죽어도 이상할게 없었지만 높은 체력 수치를 지닌덕에 끈질기게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이해했다는듯이 소년이 사커킥을 날리자 비정상적인 각도로 목이 돌아가면서 그대로 움직임이 멈추고 말았다.
“조장!”
“이 새끼가! 우리가 누군줄 알고!”
“연합 직속 신화대 아닌가요?”
“그걸 알면서 감히!”
실제로 이 혼잡한 난전속에서도 사람들은 가급적이면 그들이 있는곳으로는 다가오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연합은 쉽게 건드릴만한 대상이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소년은 망설임없이 칼을 휘둘렀다.
“길게 이야기 할 마음은 없어요. 살고 싶으시면 지금 당장 이 혼란을 틈타서 도망치는게 유일한 기회인데 어떻게 하실래요?”
“죽여!”
“우웅, 전 분명히 기회를 드렸어요.”
버서커 마법을 받지 않았다지만 현재 사종원의 능력은 평소와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올라가 있었다. 김이현이 작정하고 걸어준 버프덕분이었다.
‘역시 엘리 누나가 도와주고 있는건가?’
연합의 사람들이 필요이상으로 흥분하며 대응하는것을 볼때 아마 정신마법에 걸려있을 가능성이 높은것같았다. 멀쩡한 사람을 갑자기 살인마로 만들수는 없지만 폭발과 피가 흩날리는 전장에서 자제심을 약화시키고 폭력성을 증폭시키는건 식은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카가가가강!
순식간에 궤도를 비틀며 날아오던 검을 소드 브레이커로 받아내고 그대로 잡아당기자 너무나도 허무하게 가드가 열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사종원은 왼손으로 메이스를 잡고 남자의 무릎을 후려갈겼다.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덕분에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도 재빠르게 상대의 하체를 공격할수 있었던 것이다.
“끄아아…컥?!”
무릎이 부서지며 바닥으로 쓰러지는 남자의 입을 향해서 소드 브레이커를 꽂아넣고 곧바로 그 옆에 있던 여마법사의 무릎을 밟아 공중으로 도약했다. 공중무릎차기에 턱을 가격당해 의식을 잃은덕에 캐스팅을 하던 마법은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허공에서 터지고 말았다.
‘운이 좋네.’
단순히 마법이 사라질수도 있는데 마법이 폭발했다. 반반의 확률에 걸고 한 행동이었지만 덕분에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놓쳐버렸다.
‘블러드 오러.’
연쇄 살인범(Serial Killer)의 직업 스킬인 블러드 오러(blood aura).
성의 없어 보이는 이름이지만 그 효과까지 성의가 없는건 아니었다. 블러드 오러는 일반적인 오러와 비교해도 훨씬 위력이 약하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무언가를 죽일때 마다, 정확히는 피를 흡수하면서 점점 위력이 강해지는것이다.
처음 위력은 보잘것 없지만 최대로 축적하면 강기조차 뛰어넘는 위력을 낼수 있다. 이미 두 명의 피를 머금은 오러는 더더욱 피를 갈구하는것처럼 떨리기 시작했고 사종원은 그 기대에 충분히 보답했다.
“끄아아아아아!”
“다리가, 다리가!”
작은 체구를 이용해서 몸을 숙이고 사람들 사이를 달려간다. 그러면서 동시에 왼손에 잡힌 메이스로 무릎과 허벅지를 가격해 뼈를 부수고 오른손에 들린 소드브레이커로 살점을 뜯어내고 힘줄을 잘라낸다.
그들이 다시 사종원을 발견했을때는 이미 열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진후였다.
“으리야아아아!”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롱소드를 바라보면서 사종원은 웃었다.
단순히 살상적인 면에서, 약자들을 도륙하는 면에서 따져보자면 미리내보나도 훨씬 우위에 있는것이다. 그 의미를 가르쳐줄때가 되었다. 성훈과 한번 일본인들을 상대한적 이후로는 제대로 된 인간을 베어본적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부 죽어주세요.”
“괴물이군.”
김이현은 공중으로 뛰어올라 목을 180도로 꺾어버리는 소년을 바라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구원길드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강자를 보충하기 위해서 유령에게 지원을 요청할때만 하더라도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저 소년이 보여주는 활약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혼자서 훌륭하게 수십명의 연합원들을 유린하고 있는것이다.
‘이것으로 사태를 조기진압하는건 물건너갔다.’
이 불을 곧 도시 전체로 확산될것이다. 하지만 그저 아무런 의미없이 퍼져서야 어떠한 이득도 거둘수 없는법이다. 불을 놓았으면 그걸 적절하게 조절해줘야 하는법 아니겠는가?
연합은 불이 번지는 쪽에, 자신은 불 뒤에 있으면 된다.
“큭!”
“괘, 괜찮으십니까?”
“쉬고 계십쇼! 저희가 보호해드리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피가 꽤 많이 번져 위험해보였지만 사실은 피부가 살짝 찢어진것에 불과했다. 일부러 저주 마법으로 상처를 벌려서 피가 많이 나오도록 위장한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열심히 자기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바로 전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듣는순간 일단 경계심을 가졌을 사람들이 지금은 동정심을 가지고 도와주고 있다. 어떻게 보더라도 자신은 무고한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본 김이현은 곧 무언가 결심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연합의 강무한을 찾아가 직접 이야기를 해봐야할것 같습니다.”
“그런! 방금전에 화살을 맞지 않았습니까? 가셨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시면….”
“제 안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정말로 중요한것은 이 혼란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는것이지요.”
쿵!
신성력으로 후광을 뿜어내며 완드 모서리로 지면을 내리치자 흥분에 빠져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마치 극심한 부상이라는듯이 어깨를 잡고 비틀거리며 일어난 김이현은 크지는 않지만 모두의 귀에 들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들 진정하십시오. 폭력은 서로 불행해질뿐입니다. 일단 대화를 먼저 해봐야합니다.”
“대화? 당신도 봤잖아! 저 새끼들이 먼저 화살을 쏴댄거!”
“광장에서 마법도 터트렸다고!”
“그래도! 그래도 대화를 해야합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연합이 진실로 떳떳하다면 바로 제 만남에 응해주겠지요. 설마 정말로 일반인들에게는 비밀로하고 다른 나라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겠습니까?”
분명 그 사실 자체가 가벼운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김이현의 입으로 들으니 어째 연합에서 자신들을 무시하고 뭔가 엄청난 일을 저지른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거기까지 말한 김이현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연합이 설마 이곳에 있는 모두의 목숨이 걸린 문제를 그렇게 가볍게 처리하지 않았을걸로 저는 생각합니다.”
“진짜 그랬으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부디 그러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김이현은 터덜터덜 걸어가기 시작했고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한편 그 모습을 사람들 사이에서 바라보던 사종원은 구역질이 난다는듯 혀를 내밀고 몸을 돌렸다.
도시는 넓고 자신이 해야할 일은 많았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에서 연합의 부대를 타격하고 혼란을 가중시키는것이 바로 자신의 역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