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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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진정한 승자.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를 올린다. 매일 아침마다 올리는 기도이지만 매번 할때마다 정갈하게 옷을 갈아입고 정심한 마음으로 행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눈물을 흘린다. 사람들을 위한 기도. 자신이 아닌 다른 모든 이들을 위해 올리는 기도이다.
“그 분의 뜻과 예정대로 모든것이 흘러갈지니. 아멘(amen).”
간략하게 성호를 긋고 방을 나왔다. 주님께 드리는 기도치고는 너무 간략하다고 생각되기도 했지만 중요한건 형식이 아니라 마음이다. 여기서 한시간동안 기도를 드리는것보다 한시간동안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는게 그 분의 뜻에 합당한 일이리라. 그러나 거리에 사람은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쌀쌀한 바람과 쓰레기만이 나뒹구는 황량한 거리.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 한명뿐이었다. 그러나 어쩔수 없었다. 독일인의 숫자는 극도로 줄어들어버렸다. 멸망하지 않은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해야할것이다. 현재 남은 숫자는 고작해야 3자리수를 간신히 넘는다. 프랑스와의 전쟁이 그 이유였다.
“이런, 원수조차 사랑하라 하셨거늘.”
그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자 볼프는 자신을 책망하고 걸음을 옮겼다. 본래대로라면 오늘은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을 도와주기위해 가려고했지만 왠지 모를 직감이 머리를 자극했다. 두 개의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던 볼프는 곧 고민하지 않고 직감을 따르기로 했다. 그가 익히고 있는 스킬 때문이었다.
신탁이라는 이름의 스킬은 신의 말씀을 직접 듣거나 예지를 받지는 못해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과 불행이 될만한 일을 알아차리고 경고해준다. 이 직감을 따라서 최소한 손해본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도착한 성문 앞에서 볼프는 무심코 감탄성을 내뱉었다.
“이건 또 장관이로군.”
그그그그긍!
두꺼운 성문이 마치 자동문이라도 된것마냥 서서히 열리고 있다. 이 도시안에 있는 독일인은 성밖으로 나가는게 불가능하다. 프랑스와의 치열한 전쟁을 치룬끝에 프랑스인들은 성문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시설의 이용을 금지시켜버렸다. 그런 문이 열리고 있다는 소리는….
“쀠땅(putain)!”
“모두 경계, 경계해!!!!!”
“제, 젠장!”
하필 문을 열자마자 있는게 그 신부녀석이라니. 사절로 파견된 남자는 모든 스킬을 바로 발동할 준비를 마치고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볼프는 그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만 있을뿐이었다.
“당신을 찾기위해서 상당한 소란을 일으킬 각오까지 했는데 이렇게 바로 만나게 되서 다행이군. 우리가 올걸 알고 있었나?”
“그럴리가 있나. 그저 우연히 만났을뿐이라네. 우리가 만난것은 신의 뜻이었겠지. 그보다 무슨 일로 온건가?”
볼프의 손가락 하나, 발끝의 움직임에 집중한 상태다. 차라리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게 낫지 실시간으로 수명이 깎여나가는듯한 기분이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오.”
“내 도움?”
“그렇소. 당신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그 대가로서 그동안 제한했던 시설들을 정상으로 돌리고 성 밖으로 나오는것도 가능하도록 만들어주겠소. 그 밖에도….”
“그보다 나에게 도움을 청하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로군. 분명 나를 무서워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소. 충분히 생각이 달라질수도 있지.”
솔직히 이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그는 생각했다. 서로 전쟁중이었다고 하지만 프랑스는 독일을 거의 멸망에 가깝게 몰고 가버렸다. 잔여 생존자 숫자가 겨우 100명을 넘어가는 현재 숫자로 보면 잘해야 두번, 아니면 한번만 더 강제미션만 있어도 이 도시는 멸망한다.
만약 프랑스가 독일에게 지금 같은 꼴을 당하고 협력을 해달라고 손을 내밀면 어떻게 할까? 당장 그 면상에 주먹을 꽂아넣고 손을 비틀어버릴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거래를 성사시켜야한다.
‘레오님은 그 어떠한 과한 조건이라도 일단은 거부하지 말라고 했다. 과연 어디까지 줘야하는건가?’
“좋네.”
“역시 그렇군. 그럼 대가로서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서 당신을 프랑스의…뭐?”
“좋다고 했네.”
볼프를 회유하기위해 실무진들이 하루나절동안 머리를 부여잡고 짜낸 제안은 단 하나도 꺼내지 못했다.
“나를 데려가려는 이유는 다른 도시와의 마찰때문이겠지? 어떤 나라지?”
“한국이오.”
“한국! 그 나라도 여러가지 아픔이 많은 나라지.”
볼프는 한국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알고 있었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 한 때 독일 역시 동독과 서독으로 나위어져있던만큼 한국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프랑스인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분의 뜻을 전파할수 있으니 참 다행이군. 내일부터는 불쌍한 한국의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를 드려야겠어.’
“그럼 이대로 우리와 같이 가줄수 있겠소?”
“물론일세. 그보다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는데 자네는 종교를 가지고 있나?”
“…나는 무신론자라.”
“허어.”
무신론자라는 말을 들은 볼프는 성호를 그으면서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대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빌어주겠네.”
“됐소. 나는 하느님따위는 믿지도 않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증오하면 증오했지 조금도 찬양할 마음따위는 없소.”
정말로 전능하신 그 분이 있다면 살아남기위해 투쟁해야해야 하는 이런 생지옥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구경을 하고 있겠는가? 지구에 있었을때는 독실하지는 않아도 그래도 교회에 다니던 청년은 이곳에서 완벽한 무신론자로 변해버렸다.
거기까지 말한 청년은 무심코 입을 다물었다. 볼프를 최대한 자극하지 말라는 상층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책을 저지르다니!
‘씨발! 저 미친 신부 앞에서 신의 욕을 하다니, 내가 미쳤지!’
평소에도 하도 이를 갈아서 미처 속마음을 감추지도 못하고 진심을 내뱉어버렸다. 볼프가 어떻게 나올지 노심초사하며 초긴장상태에 빠졌지만 볼프는 의외로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경계하지 말게. 자네가 하느님을 증오하고 싫어하며 부정한다고 해서 내가 자네를 고문하거나 죽이리라고 생각했는가? 맹세컨데 나는 단 한번도 그런 일을 저지른적이 없네.”
“소문으로 들은 당신은 우리와 전쟁을 할때 신의 이름으로 학살극을 저질렀다고 들었소.”
“관점의 차이지.”
볼프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장담컨데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고, 증오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인적이 없네. 개인의 가치관과 종교는 타인이 강제할수 없는것. 그런것으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것만큼 어리석은 행위가 또 어디에 있을까!”
‘뭐지? 내가 보기엔 진심으로 보이는데?’
눈물을 그렁거리며 기도문을 외워대는 볼프는 그야말로 독실한 신부의 모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소문으로는 볼프는 무슨 삼두육비의 괴물에 웃으면서 사람의 목을 따가는 괴물이었다. 소문과 현실이 조금도 일치하지 않았다.
‘혹시 소문이 이상하게 변질된건가? 독일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을 더 키우기위해 선전을 했을수도.’
그럴듯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괴물로만 보였던 볼프가 새삼스럽게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미안하오. 소문이 와전된것같군.”
“아닐세. 자네가 하느님을 원망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면 얼마든지 그래도 상관없네. 그분은 참회하고 뉘우치면 언제든지 용서하시고 품어주시니 말이야.”
“…당신같은 신부가 말하니 마음이 동하는군. 나중에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하겠소.”
“시간이 되면 고해성사라도 받으러 오게나. 후후.”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볼프의 모습은 백날 믿으라, 찬양하라 외치는 신부보다 훨씬 더 믿음이 간다. 이런 신부가 옆에서 함께한다면 다시 하느님을 믿는것도 나쁘지는 않을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상을 일단 접어둬야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그를 향해서 보다 정중한 어투를 구사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몇명 같이 갈수는 없겠습니까?”
“사람이라, 보다시피 이 곳은 이제 폐허나 다름없지.”
“그럼 아무도 없다는 말입니까?”
청년은 이해할수 없다는듯 이마를 찌푸렸다.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이 분명히 격하기는 했어도 어느 한쪽이 멸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생겼기에 이렇게 변했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그건 아닐세. 한 명정도 쓸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있기는 하지.”
“죄송하지만 그 사람의 직업이 뭡니까?”
“전사일세. 나도 하나 물어봐도 되겠는가?”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이제는 같은 편이니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뭐든지 답해드리겠습니다.”
독일이 아직 힘이 남아있으면 모를까 이 정도로 쇠락해있으면 그만큼 경계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이 정도 숫자는 흡수해서 프랑스의 힘을 강화시킬수도 있다.
“왜 내가 필요한지 물어볼수 있는가? 내 얼굴에 금칠을 하는것 같기는 하지만 나는 확실히 강하다네. 하지만 수천, 수만명이 동원되는 전쟁에서 나 하나의 힘이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거라고 생각할수는 없네만.”
“전쟁은 대규모로 치뤄지지 않습니다. 소규모로 치뤄지죠.”
“소규모? 100명 정도로 말인가?”
“더 적습니다. 아마 10명, 혹은 그보다 더 적은 숫자로도 치뤄질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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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부님을 만났으면 나도 교회에 다녔겠지….
팀전, 개인전. 뭘로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