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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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성자.
강기를 일으키며 최적의 경로를 따라 검을 휘두른다. 속도, 힘, 타이밍, 그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진 일격을 볼프는 단검을 기울이는것만으로 완벽하게 막아내버렸다. 물론 뒤로 물러나면서 휘두른 검을 막아냈음에도 볼프는 세 발자국가량 뒤로 물러났고 미리내는 조금도 균형을 흐트리지 않고 다시금 볼프를 노리고 달려들고 있었다.
까가가가가강!
순백색의 기운이 어린 단검과 옅은 푸른빛의 강기가 어린 쌍검이 서로 한치도 밀리지 않고 부딪히고 있었다.
단순 스탯의 수치만 따지면 버프까지 받은 지금 볼프가 모든 면에서 미리내보다 2배가량 강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볼프가 딱히 우세한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미리내는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볼프는 단검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왼손으로 신성력을 뿜어대면서 간신히 방어만을 하고 있었다.
“보통 검이 아니군요.”
“알겠는가? 물욕을 가지면 안되지만 이 단검은 내가 가지고 있는것중 가장 아끼는 물건일세.”
어설픈 움직임으로 자신의 검을 받아내면서도 흠집하나 생기지 않는 단검.
아니,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훨씬 더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미리내는 충분히 이길수 있다. 단순히 한번 보는것만으로도 빈틈을 찾아내고 역습을 가해 확실하게 무너트릴수 있다. 빈틈이 없어도 만들어낼수 있다. 그러나 볼프를 상대로는 그게 불가능했다.
신성력을 이용해 공격 자체를 면으로 막아버리는 방어막. 몸 상태가 좋을때라면 충분히 부술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강기로 후려쳐도 약간 흔들리는게 전부였다. 그렇다고 속도로 제압하는것도 불가능했다. 자신의 속도가 볼프보다 훨씬 느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히려 1/2밖에 안되는 능력으로 볼프를 몰아치고 있는 미리내를 칭찬해줘야하는 시점이었다.
“정말 대단하군! 분명히 약해졌는데도 여전히 빠른것 같아!”
“계속 버티실겁니까?”
“못 버틸것도 없지.”
슬쩍 단검을 휘둘러서 미리내의 검을 쳐낸 볼프가 웃으면서 말했다.
“결과는 뻔하다고 생각하는데 서로 좋게좋게 물러나는건 어떤가? 이쯤해서 싸움을 끝내는건?”
“공격은 하실수 있으십니까?’
“이렇게 하면 되지.”
왼손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나왔다. 버프를 걸때나 방어막을 만들때와는 다르게 밀려오는 불길한 느낌에 미리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앞으로 숙였다. 손가락 길이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가 허공에 흩날리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생겨난것은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화살이었다.
“홀리 애로우.”
미리내의 몸을 관통한 수십발의 화살들. 그러나 볼프는 이마를 찌푸렸다. 눈 앞에 있던 미리내는 희미하게 변하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린것이다. 진짜 미리내는 열 걸음 가량 떨어진 곳에서 눈을 반개한채 검을 겨누고 있었다.
“어느틈에 또 거기까지 빠져나간건가? 정말 별의 별 기술을 다 사용하는구만. 일반적인 전사나 마법사와 다르게 자네같이 싸우는 상대는 처음이라서 더 당황스럽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전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시는군요.”
“자네를 상대로 이기려면 그 방법 말고는 없을것 같아서 그럴 생각이네만.”
“그렇군요.”
미리내는 목구멍까지 치솟아오른 피를 되삼키면서 검을 든 팔에 힘을 불어넣었다. 검을 부딪힐때마다 속이 뒤집혔다. 평소보다 줄어든 체력과 내공 수치 때문에 대등하게 검격을 나누는것도 무리였다.
아까 강무한처럼 제 풀에 지쳐 쓰러질수도 있다.
“나는 정말로 자네를 죽이기 싫네.”
“상처를 입히기 싫은 사람이 지금까지 한 공격이 어떻죠?”
“그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당했을게 분명할테니 어쩔수 없었지. 그러니 진심으로 말하겠네. 불필요한 싸움은 그만두게나.”
우우우웅!
은은하게 빛나는 백색 후광이 뒤에 맺혀있고 오른손에 잡혀있는 단검은 작은 종소리를 내며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왼손에 맺힌 십자가의 형상. 그 모습을 바깥에서 바라보고 있던 김이현이 작게 중얼거렸다.
“허허, 저런 사이비를 봤나.”
“사이비요?”
성훈의 무심한 눈동자에 김이현은 양심에 전혀 꺼릴게 없다는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다.
“사이비지. 저런식으로 상대방을 현혹시키려고 하는게 사이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진정한 성자라면 저렇게 빛같은걸로 사람들의 정신을 흐트리지 않고 행동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법이라네.”
물론 김이현도 직접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는 했지만 그 행동도 죄다 꾸며낸게 아니던가?
“어쨌든 지금 상황이 꽤나 위급해보이는데 어떻게 될것 같은가? 아무리 마검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미리내의 진짜 무서움이 뭔지 모르시나보군요.”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성훈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다. 미리내는 아직 절반의 실력도 채 내지 않았다. 그리고 미리내가 검을 비스듬하게 늘어트리기 시작했다.
“계속 해볼 생각인가?”
“그럴것 같습니다. 대충 파악은 끝났고요.”
“파악?”
대답없이 앞으로 달려들면서 검을 휘두르는 모습에 볼프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결과는 방금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서걱!
속절없이 튕겨져나오던 검이 방어막을 잘라내버린것이다. 방어막을 믿고 안심하고 있었던 볼프의 두 눈이 순식간에 커져버렸다. 십자무늬로 갈라지며 사라지는 방어막을 믿을수 없다는듯 바라보더니 순식간에 다시 방어막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결 더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검을 막을때의 속도가 느려지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마치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것 마냥 방어막을 가르고 자신의 몸을 향해서 검을 휘두르는것이었다.
“쓸만하지요?”
별로 대단한 기술은 아니다. 흘러가는 물처럼 모든 기운에는 흐름이라는게 존재한다. 그흐름을 읽고 거기에 동화될수만 있다면 누구나 할수 있는 잔재주다. 물론 그 별거 아닌 잔재주는 어디까지나 미리내의 입장에서 바라볼때 뿐이었다.
‘내가 저거 때문에 죽을뻔했지.’
대련을 하면서 마법을 쏟아부어도 미리내가 검을 휘두르면 마치 바람 앞의 촛불처럼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흐름을 읽는 검술과 강기의 위력이 하나로 합쳐진 결과다. 더 이상 방어막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것을 깨달은 볼프는 단검을 강하게 움켜쥐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쌍검을 쳐내기 시작했다.
목, 어깨, 팔목, 가슴, 팔꿈치, 옆구리, 허벅지, 머리, 목….
수십번이 넘게 공격을 쳐내던 볼프는 점점 자신이 말리고 있다고 느꼈다. 자신은 이 여자보다 힘도 세고 훨씬 더 빠르다. 신성력도 훨씬 더 높고 체력도 비교할수 없을텐데 이상하게 자신이 수세에 몰리는것이다.
‘속도는 내가 더 빠르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느리게 움직이는것 같아.’
‘나름대로 전투에 대한 경험은 있는것 같지만 본격적으로 검술을 수련한건 아니군요.’
힘, 민첩, 체력 등이 강한 사람이 최고로 강하다면 무술을 뭐하러 익히는가?
무술이 만들어진것은 약자가 강자를 사냥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자신의 움직임은 최소로, 상대방의 움직임은 최대로 만들고 최소의 노력을 기울여서 최대의 효과를 낳는다.
미리내는 이미 오수, 아니 십수 앞까지의 일을 머리속에 그려놓고 있었다.
‘막고, 찌르고, 흘려내고, 벤다. 24합.’
24번이면 볼프를 죽이거나 못해도 중상을 입힐수 있다. 별다른 이상이 없는 이상 자신이 예상한대로 흘려갈것이다. 볼프도 바보는 아니었다. 점점 자신이 밀려간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정말로 대단하네!”
이처럼 압도적인 능력치상의 차이가 있음에도 승기를 잡을수 있는게 믿기지 않았다. 독일의 사람들은 스탯을 최대한 올려서 강해졌다. 그래서 스탯 상으로 우위를 점할수 있다면 충분히 이길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판을 뒤집어보니 꼭 그렇지 않은것 같았다.
‘하지만 나도 질수는 없지. 한가하게 포교를 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죽일수는 없지만….’
볼프는 환하게 웃으면서 양 팔을 내리면서 팔을 벌렸다.
콰직! 푸욱!
“…무슨?!”
자신의 예상에서 벗어난 볼프의 행동. 무기를 놓아버리고 전투를 포기했다. 머리속으로 생각을 하기전에 몸이 먼저 빈틈을 노려서 검을 움직여 급소를 꿰뚫어버렸다. 좌검은 심장을, 우검은 목을 삼분의 일쯤 잘라낸채 박혀있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확실한 ‘죽음’이다. 검으로 전해지는 느낌으로 알수 있었다. 심장을 확실히 관통했다. 신관이고 자시고 이런 상처는 김이현이라도 치료할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바람에 미리내는 순간적으로 긴장을 풀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볼프가 노리던것이었다.
“끄르르륵!”
상처와 입에서 피거품을 게워낸 볼프가 그대로 앞으로 전진하면서 미리내를 향해 전진한것이다. 좀비, 죽기전의 발악, 환각 여러가지 가능성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지금 중요한건 위험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심장을 꿰뚫은 검을 비틀어 어깨위로 베어내고 우검으로 목을 완벽하게 잘라내려했다.
그러나 검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몸 안에서 붙잡아놓고 있어!’
단순히 힘을 줘서 검을 잡아놓는 수준이 아니라 신성력까지 이용한듯 검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 그리고 볼프가 주먹을 날려왔다. 검만 휘두를수 있으면 충분히 흘려낼수 있다. 막아낼수 있다. 쳐낼수 있다.
그러나 검을 휘두를수 없었다.
이 거리는 미리내의 기량이 효과를 발휘할수 없는 거리였다. 볼프의 역량이 제 효과를 발휘할수 있는 거리. 볼프의 잽이 휘둘러짐과 동시에 미리내가 그대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