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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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성자.
뭔가 잘못됐다는걸 깨달은건 볼프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려들어 휘두른 단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순간이었다. 미리내와 싸울때까지만 하더라도 볼프는 방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갑자기 180도 태도가 바뀌어서 공세에 나온 이유를 알수 없었다.
까가가가가강!
“자, 잠깐! 너무 격한거….”
“역시 강하군. 괜히 마지막으로 나온게 아니었어. 그럼 그만큼 더 대접을 해줘야겠지?”
볼프의 왼손이 빛나기 시작하자 성훈은 더 생각할것도 없이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아슬아슬하게 턱을 스치고 지나가는 신성력의 화살들을 바라보면서 그대로 백덤블링을 해서 간신히 균형을 되찾을수있었다. 물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볼프가 단검을 앞으로 뻗었지만 성훈은 발을 살짝 움직이는것만으로 물리법칙에서 벗어난 가속력을 선보이며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났다.
‘벌써부터 점프 킷을 쓸줄이야.’
신발에 부착해놨던 점프 킷을 떼어내면서 성훈은 이마를 찌푸렸다. 자신의 100%의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곳곳에 함정을 파두고 지형을 파악하고 전투를 자신이 계획한대로 이끌어나간다. 그래야만 탑랭커들과 싸울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준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도 아직 완벽하지 못하고 주변의 환경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볼프와의 상성 또한 그닥 좋지 않았다. 미리내와 같이 기량을 극한으로 단련한, 아니면 그와 비교되지 못하더라도 어느정도의 실력이 있는 랭커정도되면 성훈을 향해서 함부로 덤벼들지 않는다.
춤을 그대로 전투에 녹여낸 성훈의 싸우는 방식은 그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생소한것이다. 예측을 벗어나는 움직임과 상황에 따라서 화려하게, 절제된, 과감하거나 상상을 벗어나는 동작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어느정도 전투에 대한 경험이나 감각이 있을수록 지레짐작해서 쉽게 달려들지 않는다. 그러나 성훈처럼, 잭처럼, 볼프처럼 스탯으로 싸우는 사람일수록 성훈을 보다 쉽게 제압할수 있다.
잭도 함정에 빠트리고 도망치는 성훈을 쫒느라 고생한거지 실제로 부딪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버로 성훈을 제압해버렸다. 볼프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은 행복해져야하네!”
“지금 이건 절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게 아닌것 같은데요? 크큭.”
“두려워하지 말게!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보내줄테니!”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군.’
더없이 단순한 전투법.
방어는 왼손에서 만들어낸 실드로, 공격은 오른손의 단검과 왼손에서 뿜어내는 공격스킬로 한다. 문제는 그 단순한 전투법이 성훈에게 더 없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실드를 앞세워서 돌진하고 화려한 동작 따위는 신경 안쓴다는듯이 급소만을 우직하게 찔러대는 단검.
촤르르륵!
손바닥에 접착제라도 바른듯이 철썩 붙어있는 두꺼운 책을 세워서 모서리로 방어막을 후려치자 볼프는 뒤로 밀려났다. 들고 싸우는 무기로 분류할수 있을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방어막을 두르고 있는 볼프에게는 세검보다는 둔기로 분류할수 있는 책이 조금이나마 더 효과적이었다.
“그 분의 자비가 이 몸에 임할지니! 홀리 오러!”
탭댄스+자진걸음.
급하게 몸을 뒤로 뺴서 공격범위밖으로 벗어난 성훈은 무작위로 주변을 향해 공격스킬들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자욱하게 일어나는 흙먼지 너머로 볼프가 왼손을 눈까지 들어올린 다음 아래로 내리자 마치 중력이 몇배로 높아진듯 금새 흙먼지가 가라앉아버렸다.
그러나 성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다 알고 있네. 처음에는 모두 그렇게 반항하고들 하지.”
저벅저벅.
볼프가 왼손을 들어올리자 허공에서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깃털들이 나풀나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팔을 들어올린채로 볼프는 느릿하게 주변을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저걸 대체 어떻게 잡아야지?’
헬 파이어는 쓸수없지만 중첩부여를 사용하면 방어막을 뚫을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볼프의 신체능력은 자신과 맞먹는다. 아니 버프까지 더하면 자기보다 훨씬 더 강하다. 미리내는 근접전으로 끌고 들어갔다가 잽 한번에 의식을 잃고 기절하고 말았다.
그것도 미리내는 살려두는것을 염두에 두고 싸워서 그 정도지 지금처럼 죽이려고 덤비면 아마 방어막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쉽게 이길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건 뭐야?’
허공에서 나풀나풀 떨어지는 깃털들.
왠지 모를 불안한 느낌에 일단 몸을 기울여서 깃털들을 피한 성훈은 영웅의 망토를 최대한 눌러쓰고 바닥에 킷을 내려놓았다. 조금이라도 더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야한다. 다행히 볼프는 별다른 탐지 스킬은 없는 모양인지 그저 무작위로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을뿐이었다.
“전사인줄 알았는데 꼭 그런것도 아니군. 대체 어디에 숨어있는겐가?”
“…….”
“천사의 깃털에도 닿지 않고, 흠. 유령이라고 했던가? 마치 귀신같군.”
유령은 곧 귀신이라는 의미였지만 성훈이 말한 유령이라는 말은 볼프에게는 그저 단순히 이름처럼 들렸을뿐이었다.
“맞아! 이렇게 찾으면 되겠군!”
힐링 웨이브(healing wave).
볼프를 중심으로 하얀 파동이 퍼져나갔다. 그 파동은 앞썬 싸움의 여파로 부숴진 잔해를 통과해 주변을 휩쓸었다. 갑작스런 이상현상에 당황한 성훈은 일단 최대한 마력을 끌어올리면서 저항력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예상했던 디버프같은 효과가 찾아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잘하게 긁힌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성훈은 웃을수 없었다. 지금까지 이곳저곳을 둘러보고만 있었던 볼프가 정확하게 성훈이 있던 장소를 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로군!”
“회복계열스킬로 탐지를?”
“일정 범위안의 사람들을 전부 회복시키는 스킬이지. 이 넓은 공간에서 다친 사람이 자네밖에 없어서 더 찾기 쉬웠지.”
‘젠장! 버티려면 강기를 써야한다!’
볼프의 홀리 오러에 버티기 위해서는 강기를 써야한다. 지금까지 견제용으로 써왔던 검기 대신 검강을 일으키자 볼프와 무기를 마주하고도 밀리지 않을수 있었다. 물론 밀리지 않는다뿐이지 조금이라도 힘을 풀었다가는 그대로 썰려나갈것만 같은 압박감에 긴장을 풀수조차 없었다.
“대체 신관이 왜 이렇게 강한거야!”
사제가 전사를 근접전에서 힘으로 억누른다?
듣도보도 못한 괴사다. 성훈 역시 만만찮은 잡캐이기는 하지만 볼프처럼 압도적이지는 않다. 얼마전 대대적으로 스킬들을 업그레이드 한 성훈의 능력치는 가장 높은 능력치는 민첩으로 현재 800이 넘어간다. 그 민첩을 따라오고 오히려 힘은 더 강하다.
이렇게 계속 당하고만 있을수는 없다. 어떻게든 저항하기 위해 성훈은 기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신체능력을 올려주는 기화도 카피 스킬로 여러가지 비슷한 스킬들을 하나로 흡수하면서 강화비율도 상당히 올라갔다. 이제는 2의 마력으로 능력치 하나를 1 올릴수 있다.
‘밸런스를 생각한다면….’
일단은 민첩을 200정도 올리기로 했다. 그 이상 올렸다가는 자신의 움직임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기화를 사용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메세지 창이 떠올랐다.
-민첩이 1000을 돌파했습니다.
-사고 가속 스킬이 생성됩니다.
그 순간 세상이 느려졌다.
진짜로 세상이 느려진게 아니다. 조금 이상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위험한 약을 하기라도 한것처럼 머리가 핑핑 돌아가고 있었다. 사고가 빨라지면서 그만큼 주변이 느리게 인식되기 시작한것이다.
‘저…건.’
룬 블레이드와 부딪히고 있는 단검이 궤도를 틀더니 그대로 검신을 타고 폭포를 거슬러 올라오는 것처럼 성훈을 향해 닥쳐오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이상하게 사고가 빨라진 상황이 아니었다면 대처가 늦어서 상처를 입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어림도 없다.
캉!
손을 살짝 흔들어서 단검을 튕겨내고 심장을 향해 뻗어져나오는 관수를 책을 들어서 막는다. 책과 손이 충돌했는데 들리는 소리는 무슨 폭탄이라도 터지는 듯한 소리다. 뒤로 튕겨나오면서 기화의 유지를 풀자 다시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방금전건 뭐지?’
요번에 대거 스킬을 업그레이드 한 이후로 따로 기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공격 스킬들을 하나로 녹여내는것만으로도 큰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방금전같은 일이 있을줄 알았더라면 실험을 미리 해봤어야했다.
‘분명히 민첩이 1000을 넘어서서 스킬이 생겨났다고 했지?’
볼프와 미친듯이 난전을 벌이며 거리를 벌린 성훈은 일단 최대한 도주를 하면서 급하게 스킬창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새로운 스킬은 생겨나지 않았다. 가정은 할수 있었다.
“일정 수치를 돌파하는순간 생겨나는 스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겐가?”
이번에는 위험했다. 깔끔하게 수리된 화룡갑이 없었더라면 큰 상처를 입었을정도로 말이다. 이것저것 생각할때가 아니었다.
“강격(强擊)!”
콰아앙!
평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력을 가지는 강격으로 잠시 볼프의 발을 묶은 성훈은 다시 기화를 운용했다.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면 이 싸움, 어쩌면 이길수도 있다.
-민첩이 1000을 돌파했습니다.
-사고 가속 스킬이 생성됩니다.
-근력이 1000을 돌파했습니다.
-합력(合力) 스킬이 생성됩니다.
“호오?”
볼프가 두 눈을 빛냈다. 처음으로 자신의 검격을 받고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약간이나마 뒤로 밀려나는 감이 있었다.
“제가 바보였군요, 크큭.”
가면에 가려져서 자세히 볼수는 없었지만 자조하는 듯한 어투의 유령을 바라보면서 볼프는 홀리 애로우를 생성시켜서 유령을 노리려했다. 그러나 마치 미리내가 그랬던것처럼 성훈은 그 화살들을 최소거리에서 전부 흘려내고 검으로 쳐내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 볼프가 입을 쩌억 벌리고 있을때 성훈은 이미 안으로 파고들어와 있었다. 책으로 팔을 밀어내 가드를 풀어낸 성훈은 그대로 볼프의 턱을 향해 플라잉니킥을 날렸다.
뻐억!
인간을 향해서 날렸다면 머리가 폭죽처럼 터져나갔을 압도적인 위력의 무릎 차기! 그러나 턱 밑에서 생겨난 희미한 빛이 자신의 공격을 중화시킨것을 알수 있었다. 뒤로 튕겨나가면서도 볼프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듯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렇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자네 벽을 넘었구만?”
“…벽이요?”
입으로는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지만 머리 아래로는 치열한 살수가 미친듯이 전개되고 있었다. 바로 코앞에서 생겨난 신성스킬들을 성훈은 부적을 태우면서 영거리로 요격하고 있었고 단검과 세검이 부딪히면서 불똥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렇다네. 방금전과는 격을 달리하는 이 능력! 한 능력치가 1000을 돌파할때마다 그 전보다 훨씬 강해지지.”
강무한, 세르게이.
두 사람은 각각 힘과 체력에서 그 벽을 넘어선 사람들이었다. 모든 능력치를 고루고루 올리고 그 전까지는 기화스킬의 능력치가 상당히 낮아서 능력치 상승폭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대대적으로 한번 재정비를 마치고 난 지금 성훈의 능력치는 1000의 고지를 돌파할수 있었다.
하지만 성훈은 순수하게 기뻐할수 없었다.
“잠깐, 그 사실을 알고있단 말은….”
“그렇다네. 나도 당연히 그 벽을 넘을수 있지. 그 분이 이 몸에 임하실지니.”
성령강림(聖靈降臨)
“자네에게는 솔직히 감탄했네. 이 스킬까지 사용하게 될줄은 몰랐어. 하긴 그러니 신탁이 계속 경고를 전달해줬겠지.”
빛나는 휘광을 몸에 감싼채로 볼프는 팔을 휘저었다. 그리고 차마 말릴틈도 없이 거대한 폭발이 주변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