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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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뛰는 놈.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화염을 조명삼아 걷자 얼마지나지 않아 확 넓어지는 공간이 나왔다. 스태프를 앞으로 겨눈 엘리는 드디어 시동주문을 외쳤다.
“파이어볼!”
소설속에 등장하는 개나소나 익히는 마법이라고해서 우습게 볼게 아니었다. 그 정도로 파이어볼이 품고 있는 열기와 속도는 위험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건 동공안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웨어울프들 역시 본능적으로 느꼈다.
나름대로 최대한 정확하게 맞추겠다고 날렸지만 파이어볼은 목적으로 했던 웨어울프가 움직이는 바람에 지면에 명중하고 말았다.
퍼어어엉!
“끼에에에엑!”
“컹! 커엉!”
“젠장! 계획대로 간다!”
그래도 아예 피해가 없었던것은 아니다. 털에 불이 옮겨붙은 웨어울프는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고 아연이 화살을 선사해주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마무리는 성훈의 깔끔한 찌르기였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웨어울프따위는 오크와 다를게 없었다. 그 기세를 이어가듯이 바로 블랙웨어울프를 향해 검을 휘두른 성훈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게 대체 몇번째냐?”
“크르릉!”
“그래그래. 나도 반갑다 임마!”
좌우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블랙웨어울프의 공격을 능숙하게 받아내면서 녀석을 묶어놓기 시작했다. 능력치가 뛰어나다지만 그것 이상으로 성훈이 훌륭한점은 바로 싸움실력이 뛰어나다는데 있었다. 기본적인 실력은 무술스킬을 익히면 올라갈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차이가 갈린다.
스킬에 의지만 하고 제대로 노력하고 검을 휘두르려지 않는 녀석은 중급검술을 익히고도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수십번 생사를 넘나드는 결전을 펼치고 경험과 노력을 반복하는 사람은 설령 하급검술을 익히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급검술을 익힌자보다 강한게 당연한 이치였다. 어디까지나 주가 아닌 보조를 해주는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이제 일대일로도 블랙웨어울프는 무난하다.’
검면으로 손톱을 후려쳐 빈틈을 만들고 검을 휘두른다. 재빠르게 다른 팔이 공격을 막아냈지만 얇은 자상이 생기고 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정면승부로 블랙웨어울프를 밀어내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 모습은 엘리의 눈에 명확히 들어왔다.
전부 제각각의 역할을 하느라 바쁠때 랭커라는 소리를 들을정도로 강력하고 마법주문을 외우느라 다소 여유가 있던 엘리는 성훈의 전투를 객관적으로 볼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준보스급몬스터를 혼자서 상대한다는 생각에 도움이라도 줘야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그녀의 걱정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
만약 성훈이 공격력을 증가시켜주는 액티브 스킬 한두개만 익히고 있었더라면, 혹은 무구가 조금만 더 뛰어났었더라면 벌써 싸움은 끝났을것이다.
‘기연으로 강해진것치고는 기초가 탄탄한데?’
자신이 아는 몇몇 랭커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성훈에게 더욱 관심이 가는것을 느끼며 엘리는 주문을 끝마쳤다.
“바인딩!”
순간 일우의 빈틈을 노리고 뛰어들던 웨어울프의 움직임이 멈칫거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아연의 화살이 목을 파고들어 갔다. 물론 그걸로 죽지는 않았다. 웨어울프의 가죽은 튼튼하고 생명력 역시 질기기 그지 없었으니. 그래도 관심을 다른데로 돌릴수는 있었고 일우는 단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면 웨어울프와 대등하게 겨루고 있었다.
전투는 어느 누구에게도 우세가 기울어지지 않는 대등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점점 엘리가 있는쪽부터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연신 마법과 화살 세례를 받던 웨어울프는 눈에 화살이 박히고 바로 그 뒤를 이어서 나랑온 아이스 스피어에 입이 꿰뚫리며 모래성처럼 허물어져버렸다.
“바로 그거지! 배쉬!”
동철도 신난듯이 연신 웨어울프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묵직한 도끼와 스킬의 위력에 웨어울프 두 마리는 수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특히 그들의 무기라고 할만한 손톱은 대부분 부러져있어 승부는 이미 난듯보였다. 생각외로 강력한 파티의 실력에 성훈은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개개인의 실력도 나쁘지 않고 조합도 훌륭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방심한 사이 블랙웨어울프가 괴성을 내면서 안으로 파고들어왔다.
“커헝!”
“헛?”
방심의 댓가는 생명의 위기였다. 옆으로 튕겨져나간 검과 어느새 안쪽까지 파고든 웨어울프를 바라보면서 성훈은 팔을 내밀었다.
‘쇼크.’
이제는 숙련도가 S에 다다르고 등급도 매직(下)에서 빛나고 있는 쇼크였다. 숙련도가 A이상이 되면 입을 열지 않고도 스킬을 사용할수 있다. 손에서 튀어나온 번개에 얻어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두 번째 공격이 들어갔다.
검을 이용한 공격은 아니었다. 그 때쯤이면 녀석이 제정신을 차릴것이다. 성훈은 오히려 앞으로 한걸음 내딛으며 왼팔을 앞으로 내밀어 넥스냅을 성공시켰다.
“켁!”
블랙웨어울프는 모르고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성훈은 격투술도 중급의 경지까지 익히고 있었다. 비록 실전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런식으로 긴급한 상황에서 비장의 한수가 되어줄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만한 것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쓰러진 놈을 향해 사커킥을 먹여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자연스럽게 검을 내리꽂자 몇번 움찔거리던 녀석은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쉬지말고 여기 좀 도와줘!”
“예, 지금 갑니다!”
스릉!
전투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성훈이 합세하자 나머지 놈들은 얼마 저항하지도 못하고 전부 무너진것이다. 한편 전투가 끝나자 동철은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성훈을 바라봤다.
뛰어난 능력치는 둘째치고서라도 준보스를 혼자서 잡아낸게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스 시선은 성훈도 느끼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주목받아선 안된다.
“우와, 블랙웨어울프를 혼자서 잡으신거에요?”
“아, 네. 그다지 대단한건 아니에요.”
“대단한게 아니긴 뭐가요! 저희 동철오빠도 그 녀석은 잠시 붙잡아두는게 한곈데 그걸 그냥 잡는게 다가 아니라 우리들중에서 가장 먼저 잡았잖아요. 혹시 진짜 랭커 아니에요?”
“그, 그건 아닙니다. 이 블랙웨어울프 녀석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것 같습니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성훈은 이 따가운 시선을 엘리에게 넘기기로 했다.
“예. 엘리양이 처음에 날리신 파이어볼. 그게 녀석에게 간접적인 타격을 줬나봐요.”
“제가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어떻게 저 녀석을 잡았겠어요. 정말 엄청난 위력이셨어요. 직격하지 않았는데도 웨어울프 하나를 빈사상태로 만들고 준보스도 충격을 주다니.”
“그, 그런가? 그래도 그 녀석은 좀 떨어져있지 않았어요?”
“아니에요. 충격을 받아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던걸요. 그 빈틈덕분에 이길수 있었죠. 대단한 마법이었어요.”
처음에는 ‘그런가?’였던 시선이 성훈이 계속해서 주장하자 ‘확실히’라는 시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확실히 마력강화까지 거친 엘리의 파이어볼은 그들이 듣도보도 못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엘리에게 모두 대단하다는 칭찬을 한두번 해준걸로 정비는 어영부영 끝났다. 성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한번 실력을 감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무조건 실력을 감출 마음은 없었다. 만약 그럴만한 상황이 찾아온다면 전실력을 드러낼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야.’
“저기 좀 배고프지 않으세요?”
일우가 배고프지 않냐는 얘기를 꺼내자 사람들은 서로의 시선을 교환하더니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배가 조금 고프기는 했다. 전투를 하게되면 그만큼 배가 고파오기 마련이다.
특히 생각지도 못하게 학살자 모드를 시도하게 되자 더더욱 허기질수밖에 없었다. 다만 한참 던전을 공략하는 와중이라서 모두들 입밖에 꺼내지 않았을뿐이지.
“좀 배고프긴한데 간식거리라도 있냐?”
“하하. 사실 제가 식도락을 즐기는 타입이어서 먹을걸 인벤토리에 넣고 다니거든요. 여기서 간단하게 식사하시고 가실래요?”
“인벤토리에 음식재료를 넣고 다녀? 대단하네.”
미션도중 식사를 하는것은 그다지 대단한게 아니었지만 일우가 꺼내기 시작한것은 단순히 육포나 빵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냄비와 그릇까지 꺼내드는게 본격적으로 요리를 할듯한 기세였다.
“뭐 간단한 수프지만 그래도 그냥 맨빵만 먹는것보다는 따듯한 수프에 빵이라도 곁들여먹으면 더 낫지 않을까요?”
“와! 일우님은 대단하시네요!”
“야, 이거 뜻하지 않게 호강을 하겠는데?”
사람들은 일우를 치켜세워주기 시작했다. 성훈도 딱히 불만은 없었다. 배가고파오기는 했지만 자기혼자 꺼내먹기도 좀 그래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우가 자기돈들여서 요리를 해준다면 양팔벌려 환영이었다.
실력도 뛰어나고 매너도 있다. 이런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편이어서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깃들었다.
“2개조로 나눠서 식사를 하죠. 저랑 같이 경계를 서실분 계십니까?”
성훈이 손을 들자 바로 그 뒤를 잇듯이 엘리도 손을 들었다.
“오오오, 뭐야.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둘이 그런사이…끄엑!”
“이 인간은 없는셈치고 부탁드려요. 호호.”
방긋웃는 아연의 손등에는 힘줄이 돋아있었고 그 옆에서는 동철이 차마 말은 하지 못하고 오징어마냥 이리저리 몸을 뒤틀고 있었다. 가볍게 웃어준 성훈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웨어울프들은 코가 매우 좋다.
음식냄새를 풍긴다면 몇몇 웨어울프가 냄새를 맡고 달려올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준보스가 있는장소고 일종의 세이브존에 해당했으니 전투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으리라.
“저…성훈씨.”
“아, 네.”
갑자기 엘리가 자신을 부르자 가볍게 웃어주며 고개를 돌렸다. 엘리는 조금 고민된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혹시 성훈씨는 실력을 감추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