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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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예상치 못한 파티.
볼프같은 이들의 사고방식은 극한으로 치달아 있어서 그 사고의 편린을 읽어낼수만 있다면 어느정도 간섭하거나 끼어드는게 가능하다. 그러나 미리내의 사고는 도저히 읽어낼수 없다. 그저 검을 더 휘두르고 강해지는게 목표? 차라리 돈을 더 번다는게 목표라면 그러려니하고 이해했을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던 성훈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뒤에서 따라오던 미리내도 마치 물리법칙을 무시한듯한 움직임으로 그대로 멈춰서더니 숨을 죽였다.
“…우크챠!”
“원시인…읍!”
미리내가 작게 중얼거리자 성훈은 급하게 미리내의 옆으로 가 입을 틀어막았다. 갑작스런 접촉에 당황하던 미리내였지만 곧 움직임을 그만뒀다. 근처에서 들려오던 원시인의 소리가 멈춘것이다.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진흙을 밟는 소리가 들리더니 인기척이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툭툭.
“조금만 더.”
원시인이 사라지고도 성훈은 잠시 시간이 더 흐르고 지나서야 미리내의 입에서 손을 땠다. 다소 발그레진 얼굴이었지만 부끄러움을 느껴서 그런건 아니고 말을 못하게 한다고 입을 막은게 호흡까지 막아버려서 그런것 같았다.
“아, 미안.”
“후우, 아, 아니요, 긴급상황이었으니. 그런데 저 녀석들 의외로 민감하군요.”
“신체능력도 뛰어나지만 청각도 상당히 예민해. 조심해야하지.”
“성훈님은 이 녀석들을 상대해본적이 있으십니까?”
“응? 이번이 처음인데?”
“그런데 어떻게 그런걸 아시는 겁니까?”
“조금만 싸워보면 그 정도는 아는거 아니야?”
미리내의 입장에서는 그런걸 알 필요성이 없다. 검만 조금 휘두르면 죽어나자빠지는 약자들의 무엇을 관찰하고 무엇을 주의해야할까. 사자가 토끼를 경계할 필요가 없는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성훈은 상대가 아무리 약자더라도 관찰을 빼먹지 않았다.
성훈은 자기자신이 강자라는 오만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항상 일이 틀어질 가능성을 생각해 2번째, 3번째의 계획까지 전부 세워둔다. 준비성이 철저하다기보다는 자신이 약자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을 관찰한다. 주변의 지형을 파악하고 머리를 굴린다. 게다가 전사의 파악, 도적의 관찰, 마법사의 조사 등 이름은 다르지만 효과는 비슷한 여러가지 스킬들의 상승효과로 객관적인 정보 또한 빠르고 정확하게 알수 있다.
성훈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미리내는 또 뭔가를 착각했는지 두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약자를 사냥할때도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
“…그렇다치자.”
“그런데 적은 고작 2마리입니다. 쉽게 처리할수 있는데 왜 말리신겁니까?”
“우리가 몬스터를 사냥하러 온건 아니잖아? 최종 목적은 그 신물이라는걸 찾는것. 이 넓은 밀림에서 신물을 어떻게 찾을거야?”
“몬스터를 사냥하다보면 나오지 않을까요?”
“…….”
“…농담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넓은 밀림에서 그 신물이라는걸 찾는건 모래사장에 있는 바늘을 찾는거랑 다를바가 없어. 그나마 현 상황에서 그 물건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곳은 원시인들의 마을이나 숭배한다는 제단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
서울에서 김서방을 찾는것도 아닌이상 당연히 머리를 써서 접근해야한다.
“그럼 이곳에서 조금 기다리다가 추적을 시작하자.”
“바로 추적해야하지 않습니까? 제 기감에도 걸리지 않을정도로 벌써 멀어지고 있는데 시간을 끌다가는 놓쳐버릴겁니다.”
“걱정 마. 지나간 흔적을 보고 따라가면 되니까. 이 녀석들이 어떤식으로 움직일지 모르니까 미리 충분히 쉬어두라고. 아 그리고 이것도 뿌려.”
“이건?”
“벌레가 접근하지 않는 스프레이야.”
이런건 또 어느틈에 챙긴것일까?
미리내가 성훈을 꼬셔서 미션을 시작하자고 한 이후 준비를 할 시간이나 미션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안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딱 맞춘듯한 이런 준비성이라니. 대충 스프레이를 뿌리고 육포를 입에 문 순간 성훈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추적을 시작해보자고.”
밀림은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는 장소였다.
손바닥만한 거미부터 맹독을 품고 있는 곤충, 주변의 환경과 동화해 기습을 가해오는 뱀이나 독침을 뿌려대는 고블린무리, 그리고 축축하고 수풀이 우거진 환경은 10분만 걸어다니면 바로 짜증지수가 맥스를 찍을정도로 좋지 않았다.
하필 쌍검이라는 보상에 혹해서 하필 밀림에 온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차라리 사막이 나았다. 최소한 사막은 이렇게 긴장을 유지하지 않아도 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짜증과 동시에 묘한 경외심과 존경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정면에서 달려가고 있는 성훈이었다.
“흠, 진흙의 마른 상태나 주변 나뭇가지의 꺾인 방향으로 볼때 이 쪽으로 갔군.”
“멈춰. 여기서부터 흔적이 묘한데 발자국이 겹쳐있어. 아마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되돌아온거겠지. 옆으로 가자.”
“가급적 밖에 노출하는 부분을 가려. 독충한테 물려도 이상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물리는게 기분 좋을리는 없을테니까.”
성훈이라는 존재의 끝은 대체 어디일까?
검, 아니 무술이라는 한 분야 뿐만 아니라 지략, 인망, 그외의 여러가지 잡학까지 도저히 그 한계가 보이지 않는다. 성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고 있었지만 미리내는 성훈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배우며 익히고 있었다.
‘역시 나는….’
“미리내.”
“예, 옛!”
“미안하지만 이곳에서 잠시 쉬다 가야할것 같은데.”
“예? 아직 그다지 멀리 오지도 않은것 같습니다만?”
“하늘을 봐봐.”
울창한 나뭇잎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환하게 밝아있던 하늘이 검게 변해있었다.
“비가 한바탕 쏟아질것 같아. 여기서 임시 숙영지를 마련하고 하루밤정도 쉬고 가자.”
“알겠습니다. 해먹이라도 치고 자실겁니까?”
“비가 온다니까 무슨 소리야? 기다려봐.”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성훈은 룬 블레이드를 뽑아들더니 적당한 크기의 나무를 베어내고 일정한 크기의 목재로 가공하기 시작했다. 한 쪽에 떠오른 불덩이로 적당하게 목재를 그슬려주고 바람을 일으켜 커다란 나무의 밑둥을 깨끗하게 비워버렸다. 그 다음은 주변의 흙을 퍼서 그 부분을 평평하게 다진 이후에 목재와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짜맞춰 움막을 만들기 시작했다.
말이 움막이지 도저히 눈 깜짝할 시간에 만들었다고는 믿을수 없을만큼 훌륭한 모양새였다. 커다란 방수포를 씌워서 지붕과 옆면을 가리고 있었고 삽으로 주변에 푹 빠져버릴정도로 깊은 수로까지 파놨다.
‘이런 신변잡기만 나날이 늘어가는구나.’
함정을 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설치하고, 성훈의 비밀병기라고 할수 있는 킷(kit)의 성능 개량을 위해서 제작, 목공에 관련된 스킬들도 익혀서 이제 이런 작업은 눈 감고도 할수 있었다.
어어 하는 사이에 자신이 생각하던것과는 천지차이의, 한번 자고 버리는게 아까울정도로 훌륭한 은신처가 만들어져버리자 방수포 하나만 들고 서 있던 미리내는 우물쭈물거리다가 곧 뭔가를 떠올린듯이 손바닥을 마주치며 말했다.
“저, 저기 제가 뭐라도 도울건 없습니까?”
“응? 도와줄거 없는데? 수로도 팠고 이 나무도 상당히 커서 비가 그렇게 심하게 내릴것 같지도 않아.”
“그럼 주변 정찰이라도!”
“걱정마. 내가 나서서 경보장치나 함정을 설치하고 올테니까 우리 둘의 감지력이라면 따로 보초를 세워두지 않아도 함정만 깔아놔도 충분할거야.”
“으으음, 그, 그럼 저녁 사냥감은 어떻습니까?”
“…식량이 없는것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요리하려면 꽤 귀찮고 슬슬 빗방울도 떨어지고 있는데 그냥 들어가서 쉬어.”
“…예.”
움막안은 꽤 쾌적했다.
마법으로 중앙에 불을 붙여놔 안은 훈훈한 공기가 맴돌고 있었고 허리를 필수는 없어지만 둘이서 누워자기에는 지나칠정도로 넓었다. 항상 나무 밑이나 맨땅에 침낭이나 방수포를 덮고 자는 생활에 익숙해져있던 미리내에게는 어색할정도였다.
게다가 땅도 탄탄하게 다져져 누워도 별로 불편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잠시 멍하니 있던 미리내는 한쪽에 자리를 펴고 그대로 누웠다.
“정말로 멀었구나.”
미리내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눈가를 매만졌다.
가슴속에서 치켜올라오는 까닭모를 불안함때문에 무심코 성훈에게 같이 와달라고 부탁을 하기는 했지만 고작 반나절에 걸친 동행만으로도 미리내는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에 머리가 터질것만 같았다. 그러던 도중 밖에서 발자국 소리에 미리내는 급하게 눈을 감고 벽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 이러면 안되는데.’
전투부터 사소한 잡일까지 전부 떠맡긴것도 모자라서 먼저 자기까지 하다니. 자기가 이렇게 경우가 없는 사람이었는가하는 자괴감에 정신이 아찔해질정도였다.
저벅, 저벅.
보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발자국 소리와 호흡 소리만으로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파악하는건 쉽다. 천막안으로 들어온 성훈은 잠시 가만히 있는듯 싶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역시! 대체 왜 그런거지!’
마음속은 복잡하기 그지 없었지만 미리내의 겉모습은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숨소리와 표정하나조차 일그러지지 않은 평온함의 극치. 한편 성훈은 성훈 나름대로 필사적이었다.
“에휴.”
‘다행히 자는구나. 깨있었으면 진짜 어색할뻔했어.’
성훈이 미리내의 강함을 알고 있으면서 같이 데리고 다니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에 대해 착각하고 있다는걸 금방이라도 알아차릴까봐 불안한 마음에 최대한 필요 이상의 접촉을 금지하려는 것이다.
당장 방금전만 하더라도 원시인들 상대할때 성훈은 2마리, 미리내는 5마리를 처치했다. 그래서 성훈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최대한 머리를 굴려서 전투를 피하고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래도 너무나 불안해서 미리내가 나서기전에 손수 모든 잡일을 처리하고 최대한 미리내가 나설일이 없게끔, 편안하게 만들기 작전에 전념을 다했다. 이런식으로 열심히 호감도를 쌓으면 만약 뭔가 잘못되도 어떻게든 넘어가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였다.
미리내가 자고있는것을 확인한 성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반대쪽에 가서 누웠다.
‘이대로는 부족해, 조금 더 노력해야겠어.’
‘오늘 하루종일 표정이 굳어있던게 이 정도로는 부족했나? 좀 더 열심히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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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