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82
0282 / 0473 ———————————————-
33.용기? 만용?
처음에야 아무 생각없이 지혜의 관문을 골랐고 운 좋게도 친절한 NPC에게 많은 정보를 얻을수 있었지만 다른 관문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지혜 다음으로 높은건 마력, 행운, 민첩, 근력, 체력이었다. 단순히 능력치만 가지고 판단하면 마력의 관문에 도전하는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지만 막상 그러기도 애매했다.
‘지혜나 마력, 행운은 지금 내 능력으로 버프를 걸어서 힘을 끌어올리는건 거의 불가능해. 하지만 근력, 민첩, 체력은 꼭 그런것만도 아니야.’
1149에 해당하는 마력으로 기화(氣化)를 시전해 2:1의 비율로 세 가지 능력치 중 하나를 올리는게 가능하다. 즉 이 세가지 능력에 한해서는 최대 1500에 가깝게 능력치를 올릴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마력이나 행운의 관문에 도전하는것보다는 일단 몸을 쓰는 관문에 도전하는게 수월할것이다.
그럼 이제 문제는 근력과 민첩, 체력의 관문 중 어느것을 택할까 하는 것.
“근력…은 왠지 좀 꺼려져. 강무한이 떠올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힘 겨루기나 왠지 상처를 입을만한 그런 시험이 있을것 같다는 말이야. 마찬가지로 민첩도 패스.”
지혜에서야 패한다고 다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근력이나 민첩은 그러지 않을것 같았다. 반대로 가장 쉬워보이는건 체력.
‘체력이라면 최소한 근력이나 민첩의 관문보다는 좀 더 안전하다고 생각된다. 체력을 측정할수 있는 방법은 아마 오래달리기나 지구력을 측정할수 있는걸로 테스트하겠지?’
이거다. 두번째는 체력으로 한다고 결심한 성훈은 씩씩한 발걸음으로 통로 안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달은 넘게걸릴거라던 지혜의 관문을 4일만에 돌파했다, 이 페이스대로가면 이곳에서 오랜시간을 썩거나 하지는 않으리라.
‘너무 정석적으로만 생각하면 안돼. 꼼수든 뭐든 쓸수있는건 최대한 써야지. 여기서 써먹을법한건 뭐가 있으려나?’
어차피 싸우지는 않는다고 안심하고 느긋하게 통로를 통과한 성훈은 순간 달라진 주변의 광경 때문에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노인이 있었던 지혜의 관문은 꽤 넓기는 했지만 사방이 꽉 막힌 방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전혀 달랐다.
“숲 속, 아니 이건 산속인간?”
“다른데 정신을 팔 정도로 여유가 넘치나보군.”
“뭐 그렇다고 해두죠. 당신이 체력의 관문을 맡고 있는 사람입니까?”
“그래. 네 녀석에 관한건 노인에게 들었다.”
‘역시 정보가 공유되고 있군.’
섣불리 가지고 있는 능력을 모두 사용하지 않은것이 다행이었다. 뒤를 돌아본 성훈은 순간적으로 멈칫거릴수밖에 없었다. 2m는 넘어가는 거한이 묵빛으로 빛나는 갑옷을 팔짱을 낀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사라고 할수 있으려나.’
“흥. 네가 어떻게 노인을 이겼는지는 아주 잘 들었다. 아주 비겁한 수단을 써서 승리했더군.”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비겁한게 아니라 엄연한 책략입니다. 지헤의 관문이 아닙니까? 그래서 전 지혜를 써서 통과한것뿐인데요?”
“흥.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나는 그것이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관문을 맡았다면 그런 방법으로는 합격시켜주지 않았어!”
노인이 너그러운 성격이었다면 기사는 정정당당한것을 좋아하는듯한 성격으로 보였다. 일단 좋은점과 나쁜점을 동시에 알아낼수 있었다. 좋은점은 각 시험관들이 각각의 정보를 공유한다는것, 나쁜점은 이 기사는 자신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 자칫하면 통과하고도 합격이라고 인정해주지 않을수도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독을 사용하는것은 자제해야할것 같았다. 그 전에 사용할 독조차 부족했지만 말이다.
한참을 씩씩 거리던 기사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말했다.
“하지만 각 관문을 맡고 있는 시험관의 결정에는 거스를수 없는 법. 네가 사용했던것이 적어도 지혜의 범주에 들어갔기 때문에 인정받을수 있었겠지. 좋다, 더 이상 그 점은 꺼내지 않도록 하마.”
“그거 참 고맙군요. 독을 한번 사용했다고 이상한 선입견이 생길까봐 걱정했거든요. 그나저나 여기서는 어떤 방식으로 시험을 보는겁니까?”
“체력을 증명할수 있는것이라면 그 어떤것이라도 상관없다.”
“오래달리기나 철인삼종경기같은것도 가능합니까?”
“물론 안될건 없지.”
역시 다치지않고 안전하게 해결할수 있다. 두 번째로 체력의 관문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안전한 길로 가야겠어. 체력은 이걸로 넘긴거나 다름없고 그 다음으로는 행운이나 민첩에 도전하는게 나을라나?’
“오래달리기로 한다면 10일내에 목적지에 들어와야한다.”
“거리는 어느정도나 됩니까?”
“흠, 네가 알고있는 단위로 말하자면 10000km만 뛰면된다.”
“…예? 몇 킬로미터요?”
“1만킬로미터. 25,462리(理)쯤 나오는거리지.”
“아니 잠깐만요! 제가 묻고 싶은건 그게 아니라 지금 천이 아니라 만이라고 들은것 같은데요?”
기사는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겠다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래. 만킬로미터.”
“지금 그거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입니까?”
“그럼 내가 지금 너랑 농담따먹기나 한다고 생각하나? 내가 그렇게 한가해보이나?”
그렇다고 대답하려던 성훈은 간신히 입을 다물었다.
“시속 200km로 달려도 이틀하고도 2시간이 더 걸리는 거리를 열흘안에 들어오라고요?”
“별로 어려울것도 없지 않나? 대략 시속 42km 정도로 열흘 밤낮만 달리면 닿을수 있는거린데?”
“말은 쉽죠!”
시속 40km는 지구에서는 세계육상선수도 불가능한 기록이었지만 더 미션의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속도만도 아니었다. 당장 최하위에 있는 거지 한명만 현실세계로 내보내도 세계신기록을 경신할수 있을것이다. 40km? 80km, 아니 그 이상도 달릴수 있다. 문제는 그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수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42km라는건 꾸준하게, 잠이나 식사, 휴식도 없이 달릴때만 나오는 수치잖아요? 하루의 삼분지 일만 쉰다고 치더라도 도저히 불가능한 거리입니다!”
최대한도로 잠을 아끼고 식사도 빨리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중후반부부터는 피로가 누적되어서 급격하게 페이스가 저하될것이다.
“여기는 체력의 관문이다. 너는 달리기를 하겠다고 했고 나는 그에 맞는 시험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체력을 테스트 한다는게 그렇게 간단할줄 알았나?”
쿵!
다리로 땅을 강하게 구른 기사는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체력이라는건 아주 많은 것을 포함하는 말이다. 어떤것을 버티는 끈기, 참을성, 노력, 의지, 근성 등등을 말이야. 쉬면 시험을 통과할수 없다고? 그럼 간단한것 아닌가? 쉬지 않으면 되는거야.”
“안 쉬고 열흘동안요?”
“그래. 열흘동안 안자고 안쉰다고 죽지 않는것은 아니지 않나?”
“죽는다고 생각합니다만.”
“초인이라면 죽지 않겠지. 근성이 없다면 최대한 머리라도 굴려보던가. 체력을 온존히 보존할수 있는 요령, 몸의 피로를 최대한 낮출수 있는 요령등을 익히는것도 이 관문에서 얻어갈수 있는것이니까.”
아무래도 기사는 진심인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무리였다.
‘보랑이를 중간에 불러내서 자고 있는 날 업고 뛰게하면 적어도 아예 불가능한건 아니다. 뭐 체력을 보존하는것도 요령이라고 했으니 큰 상관은 없겠지.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야.’
열흘씩이나 허비할수는 없다. 거기에 달리고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더 억울하고 정작 시험해도 회복하는 시간까지 감안해본다면 여기서는 다른 시험을 선택해야한다.
“다른걸로 바꿀수 있습니까?”
“물론이지.”
“체력에는 끈기나 참을성, 노력같은것도 포함된다고 했는데 그러면 물속에서 오래 버티기도 되겠죠?”
“가능하지. 적어도 1시간은 버텨야하네만.”
공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싸우기위해서 무호흡 스킬은 보유하고 있지만 1시간은 무리다.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는건요?”
“무술을 수련할 생각인가? 그것도 나쁘지 않군. 초당 1회씩 시간당 3600회. 삼일밤낮동안 끊이지 않고하면 된다.”
체력의 관문은 지혜의 관문보다 더 지독했다.
‘잘못 생각했어!’
지혜의 관문은 패배하더라도 별다른 페널티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뭘하든 실패하는것만으로도 큰 손해를 본다. 체력을 테스트하는 관문답게 기본적으로 시험들이 이삼일은 잡아먹는다. 물론 강제성이 있는건 아니어서 중간에 포기하는건 가능했지만 말이다.
기사가 체력을 테스트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테스트라는 명목하에 합법적인 괴롭힘을 주고 싶어하는건지 구분이 안될무렵 성훈은 이런 방법으로는 끝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전투도 됩니까?”
“지혜의 관문에서 듣지 못했나? 전투를 하는건 훨씬 더 가혹하고 어려울텐데.”
“상관없습니다. 기사님의 실력은 어떤지 궁금해서 그런데 한번만 싸워보고 싶어서 말이죠.”
“그렇다면야.”
마치 복싱을 하는것처럼 양 팔을 들어올려 안면을 가드하는 기사. 성훈이 지금까지 봐왔던 체력형 전사라고 생각됐던 세르게이와 레온 둘의 스타일을 적당하게 섞어놓은듯한 모습이었다. 방패는 들지 않고 몸을 이용한 체술로 싸우는것 같았고 그렇다고 아예 맨몸을 노출시키는것도 아닌 갑옷을 걸쳐서 일정이상의 방어력은 확보하고 있었다.
“덤비게.”
‘역시 그렇군.’
노인이 지혜를 활용해서 싸운것처럼 기사는 체력을 활용해서 싸운다. 레온처럼 최대한 공격을 막아내고 흘려내면서 우직하게 접근해 세르게이처럼 일거에 상황을 역전시킬것이다. 그 정도야 예상하고 있었다. 성훈이 궁금했던건 기사가 먼저 공격할지 일단 방어를 하고 상황을 지켜볼지였다.
“화(火), 수(水), 뇌(雷), 성(聖), 마(魔).”
예전에는 서로 다른속성은 세개를 부여하는것이 한계였지만 이제는 다섯개까지 부여하는것도 가능하다.
“입(入).”
우우우우웅!
“그게 자네가 할수 있는 최고의 공격인가?”
“그런셈이죠.”
불길한 보랏빛으로 일렁이고 있는 검신을 바라본 기사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어디 한번 와보게.”
“미리 경고해드리지만 이건 맞으면 그저 아프다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가급적이면 흘리거나 피하시라고 권장해드리고 싶군요.”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달려들었지만 기사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팔의 틈 사이로 성훈을 놀려보고 있었다.
핏!
이제는 의식하지 않아도 펼쳐지는 초고속의 찌르기! 기사의 목젖을 노리며 쏘아져나간 룬 블레이드는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했다. 찌르기가 최고의 힘을 얻기전에 기사가 팔을 딱 붙여서 룬 블레이드를 멈춰세운것이다.
까가가가강!
쇠가 긁히는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룬 블레이드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검에 어려있는 보랏빛 기운이 불길하게 일그러지는것을 확인한 기사는 급하게 팔을 비틀어서 검극이 향하는 방향을 옆으로 틀고 앞으로 달려들면서 어깨로 성훈을 강력하게 들이받아버렸다.
“큭!”
단순히 기사가 뒤로 물러나려고만 했으면 강제융합의 폭발력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게 불가능했을것이다. 그러나 극한의 상황에서 오히려 앞으로 나와 성훈을 가격해 거리를 벌림으로써 충분한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지만 폭발의 근원지에서 떨어져있던 기사는 가드를 올리는것만으로 여파를 충분히 막아낼수 있었다. 오히려 예상치못한 공격에 가슴팍을 명중당한 성훈은 입가에서 가는 실핏줄을 흘리고 있었다.
“긴급한 상황에서 최대한 충격을 줄이도록,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충격을 완화하도록 하는것도 몸을 쓰는 요령이다. 물론 그 공격을 정면으로 받았어도 내게 큰 충격은 줄수 없었겠지만 말이야.”
“쿠, 쿨럭! 그걸 명중당하고도 버틸수 있다는 말입니까?”
“충분히 버티지. 체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 이제 내 차례로군.”
“아뇨, 공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응?”
“졌습니다. 뭐 어차피 싸워봤자 이길 가능성은 없어보이네요.”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어째 내가 굉장히 손해 본 기분이로군.”
어차피 성훈이 알아보고자 했던건 저 기사의 능력이었다.
‘강제융합의 힘이 담긴 찌르기에서도 버텨낼수있다. 이것보다 강한건 헬 파이어밖에 없어. 아무리 그래도 헬 파이어에도 견뎌낸다고 생각할수는 없지만…이건 아껴놔야 해.’
각 관문에 대한 시험에 대해 대충이나마 추측한바에 따르면 헬 파이어는 최후까지 아껴놓아야만 했다. 싸움으로도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성훈은 가슴팍을 문지르면서 말했다.
“시험 종목을 바꾸죠.”
“뭘로 할텐가?”
“체력의 요소에는 방어력이나 의지도 포함되겠죠?”
성훈의 말에서 무언가를 짐작한 기사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차가운 태도와는 다르게 입꼬리를 쓱 들어올리며 웃었다.
“그럼 공격을 버티는 시험도 가능할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안될리가 있나. 그게 바로 내가 가장 추천하는 시험방법이거든.”
우득.
기사가 양손을 풀기 시작한걸 본 성훈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킬수밖에 없었다.
———————————————————–
연말이 가까워져 옵니다. 그럼 뭘 해야하죠?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