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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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눈에는 눈, 이에는 이,
“김이현. 내가 너에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도 될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게. 마음에 담아두면 병이 되는 법이거든.”
“너 분명히 편히는 못 죽을거야. 내가 장담하지.”
“허허허. 그거 참 무서운 말이로구만. 어쨌든 내 덕분에 큰 피해가 없이 정리가 될듯 싶으니 이제 슬슬 움직일 준비를 하자고.”
김이현의 말에 유백우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명령을 내렸고 곧 작은 진동과 함께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성문이 열립니다!”
“역시 안 나오고 배길수는 없었던 모양이군요. 어느쪽이죠?”
“그레이 사제님이 있는곳입니다.”
“흐응.”
‘그레이가 있는 곳은 일본의 도시가 있는곳과는 반대쪽.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이건 단순히 시선을 끌기 위한 낚시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네.’
바이올렛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배배 꼬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미 상대방이 한국사람들이라는 것과 함께 반대쪽에서 발견한 도시가 일본의 것이라는건 알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좋지 않다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 협력할것은 당연한 일. 시간을 끌면 끌수록 좋을게 없기 때문에 한시바삐 저들과 접촉을 하려고 할것이다.
“저건 주의를 끌기 위한 미끼일 가능성이 커. 아마도 주공은 반대쪽이 될테니 그 쪽에 집중하라고 해.”
병력을 통솔할 권한이 있는 바이올렛의 명령은 대사제 바로 다음의 권한을 가진다. 다른 사제들이 조금 반발할지도 모르겠지만 전부 자신의 명령에 복종할수밖에 없으리라. 자신의 예측이 벗어날리 없다고 생각한 바이올렛이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나서 말을 타고 전력으로 달려온 사람이 전한 소식은 그녀의 예상에서 벗어난 말이었다.
“그레이 사제님께서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원? 적의 숫자는 어느정도나 되는데?”
“대략 5천가량이라고 합니다.”
“고작해야 5천을 못 막아서 지원을 요청해요? 뭐가 문제죠?”
“저, 저들의 돌파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워낙에 막무가내로 돌진하는터라 벌써 1열이 돌파당했습니다.”
“적들의 숫자가 5천이라고요?”
“예.”
단순히 미끼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예상과 뭔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바이올렛은 이마를 찡그렸다. 총 도시의 인구가 10만도 채 안되는 도시에서 5천의 숫자를 미끼로 쓴다는건 굉장히 과감한 전략이다. 아니, 설령 미끼라고 생각하더라도 뭔가 이상하다.
이쪽은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거의 없고 명령에 따라 일심으로 복종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는 부하들을 지니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전력을 다해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1열이 뚫리는게 과연 말이 될까?
‘그 녀석들이 말해준 정보는 분명히 믿을만해. 그런데 지금 이건 대체 뭐지?’
“사제님!”
“잠깐만, 잠깐만 기다리세요.”
예상밖의 상황이 닥치자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일단 지금 할수 있는 가정은 두 가지다. 처음 예상대로 단순한 미끼이거나, 아니면 저게 진짜 적의 주공이거나. 양동을 위한 미끼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들이 보이는 전투력이 너무 강하다. 그렇다고 진짜 적의 주공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아니, 오히려 이런 생각을 노리고 있을수도 있어. 신시에는 책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원거리에서 실시간으로 말을 주고 받을수 있다는걸 깜빡했어! 그 기능을 이용하면….’
“바이올렛 사제님! 큰 일입니다! 적이 예상보다 훨씬 더 거칩니다! 벌써 포위망이 뚫릴것 같다고 합니다!”
“큿, 어, 어쩔수 없군요. 전부 이동을 시작합니다! 훈련했던대로만 하면 되요!”
둥! 둥! 둥!
거대한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곧바로 포위망의 뒤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바보같이 전투가 일어나는 격전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포위망이 돌파될것이라는 예측하에 그 뒤에 더 큰 포위망을 구성하는게 목적인것이다.
물론 빠져나가는 전력들은 소수의 실력자들로 구성된 주력 전투집단이었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전투원들은 포위망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명령을 내려뒀다. 어중간한 전력으로는 이 인의 장막을 뚫는것이 불가능할것이다.
‘5천이라는 숫자로 그렇게 강력한 전투력을 선보일수 있으면 분명히 배신자들이 말한 신화대나 화랑대라는 신시의 전투집단이 분명하다. 선봉에는 분명 탑랭커들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강한 돌파력이 가능한거겠지. 좋았어.;
“적을 단 한명도 놓쳐서는 안된다! 포위망을 촘촘하게 구성해!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반대쪽에 일반 전투원들을 집중시킬수 있도록!”
적의 주전력을 잡을수 있다면 승기는 이쪽으로 크게 기운다. 생각보다 대단한 상대는 아니었다고 생각한 바이올렛이었다. 듣기로는 유백우인가 뭔가 하는 남자가 최강의 마법사라고 하는데 최강의 마법사니 뭐니 해도 계략을 짜는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내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사람들 중 가장 시시한 상대였어.’
“크에에에에에!”
“히히히, 죽어, 죽어, 죽어어어엇!”
맨몸을 드러낸 수많은 사람들이 기괴한 괴성을 지르며 무기를 들고 달려오는 장면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없는건 아니지만 막상 전투에 들어가면 공포심 따위는 바로 사라져버린다.
주기적으로 지급받는 성약 이외에도 전투를 하기전에 먹는 광폭단이라는 약을 먹으면 투지와 흥분심이 샘솟고 고통과 두려움이 가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과 싸우는 자들은 언제나 공포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칼을 맞고도 배시시 웃으면서 반격을 하고 몸이 날아가도 금새 일어나서 다시 달려들기 때문이다.
전력으로는 모르지만 투지로는 이들을 당할 상대가 없을거라고 다섯 사제 중 한 명인 그레이는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그런 자신의 믿음에대해 심각하게 고민할수밖에 없었다.
“으와아아아!”
“죽여! 죽여! 죽여! 김이현님을 방해하는 악마의 무리다!!!!!”
“더러운 악의 종자들아! 너희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
“이 원숭이 새끼들이 감히!”
배에 가깝게 부푼 근육으로 사람들을 물리친 그레이는 자신의 무기인 거대한 그레이트 소드를 양손으로 단단하게 움켜잡았다.
“파성격!”
콰직!
검의 궤도에 있던 사람들은 검에 잘려나가는게 아니라 마치 둔기에 맞은것처럼 겹겹이 쌓이더니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레이는 거검의 날을 일부러 세우지 않고 둔기처럼 이용하는 전투방식을 구사했다.
마치 오우거를 연상시키는 그의 괴력과 천성적으로 타고난 거구 덕분에 지금까지는 이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 최대한 그와 멀어지기 위해서 급급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였다.
“저기다! 저 거대한 놈이 바로 악마의 대장이다!”
“저 녀석을 죽이면 내 죄가 사해진다!”
“천국에, 나도 천국에에에에!”
쿵!
주먹이 배에 명중했다. 이미 감촉으로 내장과 뼈가 곤죽이 됐다는것을 깨달았지만 그레이는 이마를 찌푸렸다.
“자, 잡았다…, 내가…내가 자바써어어어.”
무기를 놓친 사람들은 몸을 던져서라도 공격을 막고 하다못해 이빨을 세워서 살을 물어뜯는 놈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좀비가 따로없다. 자신에게 덤비는 사람들만 그런것도 아니었다. 용맹이라면 어디에 내놓아도 꿇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부하들이 지금은 명백하게 밀리고 있었다.
자신들은 약을 먹어서 전투 도중 흥분과 쾌락을 느낀다. 그러나 이들은 비슷한듯하면서도 달랐다. 이들의 표정에는 자신들과는 다르게 싸우는것이 마치 지상 과제라도 되는것마냥 절박함이 깃들어져 있었다. 둘 중 어느쪽이 더 적극적이냐면 고민할 가치도 없었다.
“나다, 나를 죽여라!”
“크헤헤헤, 죽음으로써 나는 더욱 더 그 분의 곁에 다가간다!!!”
“이, 이것들은 완전히 미쳤어!”
체력이 높아서 약의 효과를 덜 받는 전사가 내뱉은 말에 무심코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투에 대한 공포심은 분명히 느낀다. 행동 곳곳에 망설임이 있고 몸을 떠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막상 죽음의 위기 앞에서는 마치 자신을 죽여달라는듯이 몸을 던진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마치 죽음을 기꺼워하는듯한, 큭!’
질적, 양적 우세?
순교라는 명목 하에 눈이 완전히 돌아가버린 5천명의 결사대 앞에서는 순간적으로 그 모든게 무너져버렸다. 그레이마저도 좀비처럼 몸 곳곳에 달라붙어서 악을 쓰는 사람들 때문에 공격을 놓칠수밖에 없었다.
“익스플로젼(explosion)!”
뚫릴듯 말듯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마지막 포위망에 한 여자가 시전한 고위 폭발 마법이 명중했다. 그 근처에는 같은 아군도 있었는데 손속에는 조금의 망설임조차 없었고 그 덕분에 포위망이 순간적으로 무너졌다.
“모두 달려, 달려!”
한번 무너진 포위망은 더 이상 사람들을 막아내지 못했다. 구멍이 뚫린 그릇처럼 사람들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막상 포위망을 돌파했지만 이들은 다음에 해야 무엇을 해야할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일심으로 믿고 따르는 김이현이 내린 명령은 단 하나였다.
‘동문으로 나서서 적들을 치십시오. 죽인 악마들의 숫자만큼 더욱 더 그 분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용감히 싸우다 죽는분의 죄는 전부 사해질겁니다. 해주실수 있겠습니까?’
명령할 필요도 없었다.
그의 명령이라면 언제든지,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포위망을 돌파한 한 책사는 인파속에 휩싸여 스킬을 사용했다.
“성공했다고 합니다.”
“성공? 어느정도로?”
“그게 포, 포위망을 아예 돌파해버렸다고 합니다.”
“…와우.”
설마하니 5천밖에 안되는 숫자로 그 포위망을 돌파해버렸을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누군가가 내지른 감탄성과 함께 모두의 시선이 김이현에게 집중되었다. 그가 동원한 성군(聖軍)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지금같은 일회성 작전에 희생하는게 아까울 정도로 말이다.
“아주 대~단하군. 안 그래? 명령이라면 사지로 몸을 던지는 충성스러운 부하가 5천씩이나 있어서?”
“설마 고작해야 그 정도밖에 있을리가.”
은연중에 뼈를 담은 대화를 주고 받은 강무한과 김이현은 서로를 한번 바라보더니 곧 짧게 혀를 차며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말에 탑승한채로 조용히 마력을 모으고 있던 유백우는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낼 생각도 하지 못한채 말했다.
“상대방측에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 책사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일겁니다. 단순히 문이 열리는순간 지원병력을 보냈더라면 이렇게 돌파까지는 하지 못했겠죠.”
양동작전이라는것을 의심하고 있기에 생겨난 빈틈이었다. 이 쪽의 정보가 건너간것은 상당히 뼈아픈 일이기는 했지만 유백우는 오히려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함정을 팠다. 5천이라는 숫자로 저런 돌파력을 선보이면 분명히 빠져나간 화랑대나 신화대로 구성된 병력이라고 생각할것이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김이현이 동원한 성군이 잘 싸워준 것도 한 몫했군. 그럼 이제부터는….’
“저희도 지금 바로 나갑니다. 명심하십쇼. 마력을 아낄 생각은 하지 말고 가진걸 모두 퍼부어주시기 바랍니다. 한순간에 강력한 화력으로 구멍을 내서 차마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는겁니다.”
“오랜만에 힘 좀 쓰겠군.”
“빨리 가지. 아까부터 큰거 한방을 자꾸 모아놓기만해서 힘들거든.”
강무한, 최철형, 미리내.
3명의 탑랭커로 구성된 선봉이 앞으로 돌진함과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서 질서정연하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기합이나 고함도 들리지 않는 너무나 조용한 진격에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와도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는 적군들은 잠시동안 반응하지 못할정도였다.
‘큰거 한방으로 간다.’
우우우우웅!
떨리는 지팡이를 하늘 높이 들어올린 유백우는 마법을 사용할 곳의 계산을 이미 끝마쳐놨다. 정면은 아니다. 정면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면 된다. 오히려 중간이 잘려나가 병력이 끊기는것을 막기 위해서 자신이 마법을 사용해야할곳은 돌파하려는 지점의 양 옆 부분이었다.
남아있는 마력을 남김없이 쏟아낸 유백우는 자신이 익힌 최강의 스킬명을 외쳤다.
“허리케인(hurricane)…더블!”
그 순간 적진 사이에 두 개의 거대한 회오리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