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310
0310 / 0473 ———————————————-
36.다 여러분을 위해서 하는겁니다.
‘이 약을 내가 사용한다면….’
환락단을 사용할수 있는 방법만 당장 여러개를 떠올릴수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과연 이 약을 자신이 완벽하게 다룰수 있을것인가? 그게 문제였다. 약을 사용한다면 지금처럼 음지에서 활동할수는 없고 어떤식으로든 모습을 드러낼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깥에서 다가오는 인기척 때문에 성훈의 생각은 거기에서 그칠수밖에 없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를 만나자고 하셨던데요?”
“아, 예, 그런데 여자시군요.”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뇨, 그런건 아닙니다만 인식이라는게 있어서….”
“제 이름은 바이올렛. 유일무이하신 대사제님 다음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다섯 사제 중 하나에요. 당신이 무슨 정보를 가지고 있던지 충분히 그에 해당하는 대가를 줄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습니까?”
‘이 사람이 바로 이 미친 구조를 만들어낸 여자.’
실질적으로 이 집단을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자였다. 이대로 검을 휘둘러서 바이올렛을 죽일까하는 충동적인 생각도 들었으나 조심스럽게 다독여 마음속 한가운데로 밀어넣고 입을 열었다.
“장담컨데 제가 드릴 정보는 아주 엄청난 값어치를 가지고 있을겁니다. 이에 대한 충분한 값어치를 치뤄주실수있는지 일단 그 점부터 알고 싶은데요.”
“일단 정보를 듣고 얘기하죠. 정보가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야 원하시는건 무엇이라도 드릴테니까요.”
“뭘 원하든 전부 다 말입니까?”
“물론이죠.”
“그럼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상급 전사는 하루에 약을 한개씩 받고 최상급 전사는 환락단보다 훨씬 더 좋은 약을 지급받는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입니까?”
“물론이에요. 물론 최상급, 상급 전사의 수는 굉장히 적지만요.”
“제가 알고 싶은건 그게 아닙니다. 사제님은 대체 어느정도의 약을 받는지 그게 알고 싶어서 말이죠.”
‘…이 남자.’
설마 처음부터 사제 직을 요구하는건가?
야심이 크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멍청하다고 해야할지 당황스러운 바이올렛이었다. 일단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봐야 확신이 설것같았다.
“저를 비롯한 다섯 사제들은 천사의 피라는 대사제님이 직접 만든 성약을 지급받아요. 얼마마다 받는지는 말해줄수 없어요. 이 정도 말해줬으면 이제 그 쪽이 가진 정보를 밝혀야 할것 같은데요.”
“아, 그렇군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에 너무나 풀어져 버렸네요. 제가 드릴 정보는 몇개 안됩니다. 현재 골칫거리인 한국인과 일본인 탑랭커에 대한 개인정보와 스킬, 전투스타일 같은것들이죠.”
“그건 확실히 조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필요로 하는건 아니군요. 몇번 싸우다보니 대략적으로 알게 된게 있고 다른 사람들이 입에서 질리도록 많이 들었으니까요. 그게 다라면 이렇게 시간을 내서 당신을 만나게 된게 살짝 후회되기 시작하는데요.”
“무, 물론 이게 다가 아닙니다! 설마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흐흐흐.”
간사한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을 쓱쓱 비빈 성훈은 바이올렛과 두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말했다.
“현재 밖에 나와있는 한국 및 일본 연합군들의 병력 배치와 진형, 그리고 앞으로 삼일간 있을 작전 계획에 대해서 알려드리죠.”
“…….”
거절할수 없는, 거절해서는 안되는 제안이 들려왔다.
“흐음.”
일단 애매모호한 반응을 내비친 바이올렛은 남은 차를 마시면서 눈을 살짝 감았다. 이 남자가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걸 이해할수 있었다.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그건 값어치로 따질수 없는 엄청난 것이 된다.
자신들이야 이기든 지든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이길수 있다면 이기는게 낫기야 하다. 전체적인 손실을 휠씬 줄일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들어서 나쁠건 없다. 그것이 바이올렛이 내린 결정이었다.
“좋아요. 그럼 일단 들어는보죠.”
“현재 저희, 어이쿠 이제는 더 아니죠. 저들의 숫자는 대략 9만남짓한 수준입니다. 숫자로만 따지자면 약간 열세기는 하지만 그동안 겪은바로는 단순히 수로 밀어붙여서는 답이 없는 상대라는건 이해하셨겠죠?”
다른건 몰라도 체계적인 전략의 운용과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명령체계에서 오는 효율적인 움직임앞에서는 바이올렛도 감탄성을 내뱉을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싸웠던 나라들은 사람들을 중독자들로 만들고 내분을 일으키는 작전에 쉽게 무너졌지만 이들은 달랐다. 자신들이 우세한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우세한것도 아니고 이대로 가다가는 무승부가 될것으로 거의 확실한 상황이었다.
“사제의 직위는 불가능해요.”
“전 아직 그 직위를 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런가요? 대신 앞으로 몇 가지 일을 잘 처리해주면 사제의 직위를….”
“아, 말을 안 했다 뿐이지 그렇다고 하기 싫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능글맞네요. 당신.”
이런 타입의 남자는 처음, 아니 상당히 오랜만에 겪어본다. 일종의 종교집단으로 변신한 이후에는 사제라는 이름에 어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그녀 앞에서 연신 고개를 숙이기 마련이었고 같은 사제들은 그녀의 지략을 두려워해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성훈은 꽤 신선한 타입의 남자였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놀아보는것도 나쁘지는 않은것 같은걸? 얼굴도 이 정도면 꽤나 반반한 편이고 기분전환 삼아서 만나기에는 나쁘지 않을지도.’
“대신 일단 임시로 당신을 상급 전사의 직위에 임명해주죠. 옆에 있는 동생분의 몫까지해서 약은 충분히 지급될겁니다. 정보가 확실한지 확인해보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승리가 확실시된다면 그 때 최상급 전사로 올려주겠어요. 물론 사제가 될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주죠.”
“역시 인생은 한방이군요. 크크큭.”
“인생은 한방이라, 심오한 말이네요. 어쨌든 그동안은 특별히 머물수 있는 숙소를 제공해드리겠어요. 약은 제한되어 있지만 술, 진미, 여자, 뭐든지 원하시는대로 즐기실수 있을거에요. 특별히 호위까지 붙여드리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의례적인 대화를 몇번 나눈뒤 성훈은 사종원과 함께 웃는 얼굴로 막사를 나갔다. 다만 돌아가는 방향은 달랐다. 원래대로라면 최하급 전사나 입문생으로 구분되어 있는 중독자들이 들어가야 할 막사가 아닌 비교적 중심부에 있는 막사로 안내하기 시작한것이다. 그만큼 성훈이 가져온 정보를 높이 산다는 의미였다.
그 날 이후 얻은 정보를 이용해서 바이올렛은 바로 병력들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멍청하게 그 정보를 그대로 활용해서 약점을 찌르는등의 멍청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정보가 유출된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작전을 바꿀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경계가 삼엄한곳이나 여러곳을 동시에 치는 방법을 이용해서 조금씩 정보를 조합하기 시작했고 성훈이 가져온 정보가 사실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동안 입힌 사상자랑 포로의 숫자가 7천이 넘어가. 이건 절대로 미끼로 던져줄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
“그 남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지?”
“그 한국인 말입니까? 여전히 평소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성격은 괴팍하고 조금이라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뒤엎고 하루에도 몇번이나 여자를 바꾸고 있죠.”
“그 모든것이 연기일 가능성은?”
전사들의 수청을 드는 여자들은 단순한 시비가 아니다. 어떤 의미로는 바이올렛은 그녀들을 전사들보다 더 신뢰하고 있었다. 남자가 유일하게 약해지고 본심을 드러내는 순간이 바로 술에 취했을때와 여자들과 같이 있을때니 말이다. 수많은 남자를 보아온 시비들이라면 분명히 단순한 연기인지, 아니면 그게 진짜 성격인지 분간하는건 쉬운 일일것이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그는 연기따위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눈앞의 쾌락을 쫒고 그것에 취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저열한 악당입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믿을수 있겠지. 좋아. 그렇다면 오늘 저녁 이 정보를 이용해서 확실히 마무리를 짓겠어.”
“…….”
드물게 보이는 바이올렛의 흥분된 모습이었다. 유백우라는 자신과 비슷한 존재를 꺾을수 있다는것이 기쁜 모양이었다. 그래서 시녀는 뒤에 덧붙이려던 말을 되삼켰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적이 없을정도로 너무나 전형적인 악당인게 조금은 마음에 걸리네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삼류 악당을 그대로 쏙 빼와서 옮긴듯한 성훈을 떠올린 시비는 자신의 쓸데없는 과대망상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잉! 자꾸 어딜 만지시는 거에요?”
“크흠. 아니 내 손이 왜 거기 가있는거지?”
“응큼하시기도 하셔라. 조금 더 분위기가 무르익으시면 하는건 어떠신지?”
“그것도 그런가? 크하하하하! 좋아 좋아! 더 마셔, 마시라구!”
여러명의 여자들을 끼고 신나게 놀고 있는 성훈은 그야말로 완벽한 양아치의 표본이었다. 은근슬쩍 여자들을 건드리고 몸에 술을 따라 흘러내리는 술을 받아먹는, 그를 아는 사람들이 본다면 그야말로 두 눈을 의심할만한 모습을 한 성훈은 눈을 빛내며 여인들의 시선이 돌아간 틈을 타 술잔속에 작은 환약을 떨어트렸다.
무색, 무미, 무취의 약이 타져있는 술을 마셔버린 여인들은 잠시 버티는듯 하다가 이내 정신을 잃고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어우, 독한것들. 술 되게 강하네 진짜.”
1000이 넘는 자신이 취할때까지 무너지지 않고 붙은 여인들이었지만 특별히 제조한 약을 사용하자 금새 쓰러져버렸다. 마력을 운용해서 취기를 날리자 구석에서 홀짝홀짝 술잔을 비우고 있던 사종원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일어났다.
“드디어 움직이시게요?”
“그래야할것 같아. 건네중 정보를 진짜 믿는다면 아마 오늘 저녁에 병력을 동원해서 사람들을 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는것 정도는 알고 있을테니까. 어쨌든 요 이틀간 아주 거하게 놀았네.”
“그게 논거에요? 저는 피곤하기만하고 재미도 없던데. 그리고 술은 쓰기만 하지 대체 왜 좋은건지도 모르겠어요.”
감시받는다면서 최선을 다해 자신을 따라 노는척을 하라는 말에 사종원은 성훈의 모습을 따라 움직였다. 자신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여기 처음 들어올때 그랬던것처럼 성훈이 치욕을 겪는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행동했다.
생전 처음 마셔보는 술은 그렇다치더라도 대체 왜 하는지 모를 이상한 놀이들과 웃기지도 않은데 시시콜콜 웃는 연기를 해야했고 여자들은 대체 왜 끈덕지게 달라붙는지 나중에는 성훈 몰래 스킬을 사용해서 자신들에게는 일부러 관심을 주지 않도록 했다.
“나도 이런거 별로 안좋아하는건 마찬가지야. 그냥 나는 방구석에 처박혀서 혼자서 게임이나 하거나 책을 보는 타입이지 이렇게 여러명이서 어울리는건 영….”
허장성세 스킬과 그동안 갈고닦은 연기 덕분에 아주 제대로 망나니 연기를 할수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노는것도 사람마다 취향이 갈리는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네가 할 일을 해야겠지? 사종원. 네가 할 일은 암살이다.”
“암살이요?”
“여기 부대 내부에서 네가 처리해야할 사람들의 천막의 위치와 명단을 적어놨어. 할수 있겠어?”
“아, 잠깐만요! 이왕 하는거 조금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이 있는데 그 녀석도 처리하면 안되나요?”
“응? 그럴만한 시간이 없을텐데?”
성훈이 처리해야할 대상으로 적은 사람들의 숫자는 100명이 넘어갔고 적진 한복판에서 남들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 처리해야 한다는것까지 감안한다면 그 반수나 죽일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제발요오. 네? 여기 있는 사람들을 다 처리하고 시간이 남으면 할테니까요.”
“작전에 방해가 되지 않을정도라면야 좋아. 대신 소란이 일어난다 싶으면 여기 적혀잇는 집결지로 모여. 나도 그곳으로 갈테니까.”
“아싸아! 그, 그럼 지금 바로 갈게요!”
저 귀여운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연쇄살인마의 스킬을 사용해 사람들의 사각을 노려 금새 천막 사이사이를 빠져나가는 사종원을 바라보며 짧게 혀를 찬 성훈은 서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보를 믿고 빠져나간 덕분에 지금 이 진지 안에는 대부분의 주력이 빠져있었다. 즉 지금이야말로 일을 벌이기에 적합한 때였다.
“그럼 어디 내 충실스러운 부하 1호를 꺼내볼까.”
요 근래 성훈이 정보를 얻을수 있었던것은 받기만하고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환락단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끌어모은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확실한 정보담당원이 있었다. 2명밖에 없을거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날수 있는 제 3의 인물.
“소환.”
“…….”
어둠이 뭉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보랑이의 모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은 한 마디로 무표정이라고 할수 있었다. 평범한 무표정이 아니라 벌레나 혐오물을 보는듯한 시선이 어우러진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것을 알아챈 성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야야, 이제 슬슬 화를 풀때도 되지 않았어? 그 때 일은 내가 미안하다니까?”
“미안? 그게 미안하다는 말 하나로 끝나는 일이냐!”
이 녀석은 자신보다도 더 사악하고 악마보다도 더 악마같은 녀석이다. 이미 그에게 한번 속아넘어가 어처구니없게 역소환당한 보랑이는 성훈을 더 이상 평범한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저 녀석은 자신처럼 순수한(?) 책을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악마가 분명하다.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저렇게 뻔뻔한 얼굴을 할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