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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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뿌린대로 거둔다.
결국 그에게 남은길은 이렇게 추락하는것밖에 없었다. 약을 끊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봤다. 환락단의 약효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더 강력한 마약을 찾아보려하기도 했고 비슷한 약을 제조해보려고도 했지만 전부 효과는 없었고 결국 마지막에는 굽힐수밖에 없었다. 대사제가 만드는 약은 그야말로 악마의 약이었다.
“유령. 지금부터 최대한 발버둥 쳐봐라. 나를 조금이라도 즐겁게 만들어줄수 있도록.”
그나마 강자와의 싸움을 벌일때는 예전의 자신으로 조금이라도 돌아간것 같아서 흥이 났다. 부디 이 유령이라는 녀석이 최대한 오랫동안 버텨주기를 바라면서 카를로스는 창에 오러를 생성시키기 시작했다.
“제가 약을 준다고해도 싫나요?”
“흥. 그 약은 오로지 대사제만이 만들수있는것이다. 그런 사탕발림에 넘어갈것 같으냐.”
바보가 아닌 이상 그도 약의 제조법을 알아내 카피를 만드려는 시도는 당연히 해봤다. 하지만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똑같은 공정을 거쳐 만들어내도 효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바로 스킬의 유무가 그런 결과를 만들어낸것이다.
“흐으음.”
한 사람에게 사용할거라면 환락단은 넘치게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최상급 전사정도되면 환락단보다 효과가 좋은 천사의 피라는 마약을, 사제들은 그보다 더 강력한 마약을 사용한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 마약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줄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성훈은 카를로스를 끌어들일 생각을 단념할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같은 도시 사람이라서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는것도 아니었고 실력이 쓸만해서 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권했을뿐이었다. 미리내라는 충성도 맥스의, 치트라도 사용하는듯한 검사를 부하로 두고 있는 마당에 카를로스에게 목을 매달 정도로 집착할 필요도 없었다.
“그럼 어쩔수 없죠. 아쉽지만 방금전의 거절로 당신의 운명은 정해졌습니다. 당신은….”
“당신은 뭐?”
까앙!
“성격이 급하신 분이로군요. 아직 말도 안 끝났는데.”
“수다스러워서 참 다행이군. 죽기전에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죽을수 있을텐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왼손을 휘둘러 팔꿈치를 살짝 빗겨치자 창의 궤도가 아주 미세하게 틀어졌다. 아슬아슬하게 머리위를 스쳐지가나는 창대를 바라보지도 않은채 성훈은 검을 역수로 쥔채 손잡이로 부분으로 명치를 후려치려했다. 근력을 생각해본다면 랭커급의 격투가의 공격이 먹힌것과 다름이 없을것이다.
그러나 성훈은 주먹을 완벽히 뻗지 못하고 급하게 거둘수밖에 없었다. 빗나간줄 알았던 창날이 반원을 그리며 손목을 베어내려했던 탓이다. 급하게 백덤블링으로 뒤로 물러나던 성훈은 어떻게 상대가 자신의 공격에 반응했는지 알수 있었다.
‘쌍창!’
한개의 장창인줄로만 알았는데 중간이 분리되더니 왼손과 오른손 각각에 두 개의 창이 들렸다. 아까처럼 넓은 리치를 활용하는 공격은 불가능했지만 오히려 무기가 짧아진만큼 근접전에서는 그만큼 더 이득을 볼수 있으리라. 한편 카를로스도 성훈을 바라보면서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다.
‘오랜만이군.’
자신의 쌍창은 일종의 비밀병기로써 평소에는 거의 꺼낼일이 없다. 지금까지 쌍창을 꺼내든 일은 손가락으로 꼽을만큼 적었고 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령을 상대로는 그럴수가 없었다.
“재빠르군.”
“적에게 칭찬을 하셔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만, 후후후.”
단순히 재빠른게 아니라 몇번 공방을 나눈것으로 짐작컨데 근력도 뛰어나고 몸의 움직임이나 유연성, 탄력성도 매우 뛰어나다. 순수하게 능력치만으로만 따지자면 유령은 자신을 훨씬 뛰어넘으리라. 그나마 다행인건 상대방이 인간형이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너를 B급 미션 레이드 보스 몬스터급로 간주. 전력을 다해서 상대하도록 하지.”
“아까부터 진심으로 상대한다고 말한건 잊은겁니까? 아니면 당신이 말하는 진심과 전력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겁니까?”
성훈의 비아냥거림에도 카를로스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왼손에 들린 창은 상체에, 오른손에 들린 창은 하체에 위치시킨채 성훈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춤을 추는것처럼 머리속으로 박자를 타면서 접근하고 디스퍼시브 누보라의 검술을 펼쳐낸다. 마치 처음부터 서로를 위해 만들어진듯이 아주 궁합이 잘맞았다.
‘빈틈투성이로군. 전력으로 싸운다느니 뭐라느니 말해도 역시 별거 없잖아.’
하나의 검으로 두 자루의 쌍창의 난무를 쳐내면서도 카를로스의 빈틈을 차근차근 파악한 성훈은 눈을 빛내며 옆구리를 향해 검을 찔러들어갔다. 그러나 검이 명중한순간 느껴지는 반탄력에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자신처럼 내갑이라도 걸치고 있는줄 알았다. 그러나 그 외의 여러곳의 틈에 검을 찔러넣어도 느껴지는 똑같은 느낌은 갑옷을 입어서 생기는게 아니었다.
아마 미리내의 호신강기처럼 뭔가의 스킬로 보호하는것이 분명하리라.
‘그러고보니 쌍창을 든 순간부터 자세가 너무나 허술해보인다 싶었는데…. 이 자식이.’
깡!
두개의 창으로 검을 상쇄시킨 카를로스는 성훈의 굳은 표정을 보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알아차렸나보군.”
카를로스의 전법은 간단했다. 신체 능력에서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 그가 성훈의 공격에서 전신을 보호하면서 싸우는것은 사실상 힘든일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방어할곳을 몇군데로 한정하면 되는것이다. 미간이나 관절, 심장, 고간 같은 급소 부위만 철저하게 방어하고 나머지 부위는 아예 가드를 풀어버린다.
그리고 그 부분의 방어는 오러 실드 스킬을 이용해서 몸으로 버티는것이다. 일부러 약점을 몇군데 노출시키고 치명적인 급소만 방어하면 성훈같이 월등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상대라고 하더라도 어느정도 대등하게 맞서 싸우는게 가능하다. 물론 오러 실드를 꺨 정도의 강력한 공격은 당연히 날릴수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그럴만한 틈을 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큭! 어, 어쭈?!”
“말을 더듬기 시작했군. 슬슬 당황스럽나?”
“당황? 제가요?!”
스릉!
“제법 감춰둔 수가 있는것 같은데 그 정도로는 어림없습니다. 후후후.”
“어림없을지 어떨지는 계속 두고보면 알겠지.”
‘한방만, 딱 한방만 만들어낼수 있으면….’
보통의 전사나 무인이 전력의 공격을 순식간에 펼쳐낼수 있다면 성훈은 그 부분을 주술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할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조금의 여유조차주지 않는 싸움에서는 어느정도 약점을 드러낼수밖에 없었다.
철저하게 댄싱과 이번에 새로 익힌 디스퍼시브 누보라를 이용해서밖에 싸우는 방법밖에 없는것이다. 한편시간이 지날수록 카를로스의 전투 방식은 점점 더 가관이 되어가고 있었다.
난전이야 그렇다쳤지만 일부러 의미없이 발로 땅을 끌거나 강하게 진각을 밟아서 흙먼지를 일으켜 시야를 흐리기 시작했고 고함을 친다던가 심지어는 침을 뱉는, 뒷골목 깡패들이나 할법한 치졸한 방법까지 사용해서 성훈을 상대한것이다. 침은 맞아도 아무런 피해가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면 무심코 피하는 법이다.
‘얼씨구?’
마치 보란듯이 대놓고 오른손에 들린 창을 떨어트리는 장면에서는 감탄성을 토해낼정도였다. 저 빈틈을 노린다면 분명히 팔 하나는 날려버릴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몸은 다른 손에 들린 창에 의해 두 동강으로 잘려나갈것이다.
“참 별짓을 다하는군요. 크큭.”
“안 오나? 팔 하나 정도는 가져갈수 있는 찬스였는데 말이지.”
“함정이 아니고요?”
“그럴수도 있겠지.”
떨어지는 창을 바로 차 올려서 다시 되잡은 카를로스는 애매모한 말투로 대답하며 웃었다
한편 차원을 달리하는 두 사람의 싸움에 주변에 있는 그 누구도 끼어들수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끼어드는게 불가능했다. 지원을 하고싶어도 실시간으로 위치가 바뀌는탓에 정확한 타겟을 노리는것도 불가능했고 어설프게 지원을 하려고해봤자 카를로스의 방해밖에 되지 않을거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계를 뛰어넘은 초인끼리의 대결에 평범한 사람이 도움이 될수있을리가 없는것이다. 전투는 나름대로 박빙으로 흘러가는것 같았지만 이내 어처구니 없는 계기로 성훈이 먼저 한 방을 먹고 말았다.
“어?!”
빙그르르 돌아서 카를로스의 공격을 자연스럽게 흘려내던 성훈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카를로스의 팔이나 다리가 방해를 한건 아니었다. 카를로스는 성훈의 스쳐지나가는 성훈의 옷깃을 무려 입으로 물고 당겨버린것이다.
콰직!
“아깝군.”
“허억…허억.”
도저히 믿기지 않을 유연함으로 창의 궤도에서 빠져나온 성훈을 보며 카를로스는 입맛을 다셨다.
주르륵.
한편 완벽히 공격을 피한줄 알고 안심하고 있었던 성훈은 얼굴에서 느껴지는 뜨듯미지근한 느낌에 무심코 가면과 입가를 만졌다. 손바닥에 흥건히 묻어있는것은 자신의 피였다. 창에 서린 오러가 성훈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베어낸것이다.
“크으으으으, 이…, 이 새끼가! 어딜 감히!”
“후후후후, 방금 전보다는 훨씬 더 보기 좋은 모습이 됐군. 가면과 더불어서 연기라도 하고있는듯한 그 어색함이 자꾸 걸렸는데 말이야.”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런 식으로 싸우는게 부끄럽지도 않냐?”
성훈이 비겁한 수단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그건 엄밀히 따져보면 왠만큼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사용할수 없는 수단들이다. 자신이 움직일 방향과 전투에 맞춰 활용할수 있도록 적절한 킷을 깔아두거나 미리 설치한 함정들을 실전에서 전투에서 유기적으로 응용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당하는 입장에서야 비겁하다고밖에 말할수 없지만 어떻게보면 하나의 예술적인 경지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에 반해 카를로스는 같은 비겁한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성훈의 것보다 훨씬 더 치졸하고 격이 낮았다. 뒷골목 양아치도 쓰지 않을법한 침뱉기나 옷을 물어서 균형을 흐트러트리기, 흙먼지를 일으키기 등등, 강무한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이런식으로 추잡하게 싸우는것이다. 게다가 더 까다로운것은 그렇게 추잡하게 싸우면서도 기본기와 응용기가 탄탄했다.
“부끄러워? 뭐가 부끄럽단 말인가?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이 강한것이다. 나는 나의 전투 방식에 부끄러움이 없다. 오히려 그 치졸한 방식에 당한 네가 내가 싸우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가장 잘 증명해준게 아닌가?”
“그런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고?”
“그렇다. 당한 놈이 바보가 아닌가?”
대화도 심리전의 일종이다. 이 대화로 유령의 평정심을 조금이라도 흐트려놓는다면 승기는 자신에게 더욱 기운다.
“뭐하나? 난 계속 치졸하게 싸워볼테니 어서 덤벼라. 억울하면 네가 한번 정면으로 꺾어보던지.”
부르르르.
‘걸려들었군.’
살짝 입술을 깨물고 몸을 떨고 있는 유령을 바라보며 카를로스는 창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이제 곧 투우사를 향해 덤벼드는 숫소처럼 성훈이 돌진할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유령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천천히 내뱉기 시작했다. 흥분이 가라앉은거라고 생각했지만 목소리를 들은 카를로스는 그게 아니라는것을 깨달았다.
“생긴거랑 다르게 너 참 말 잘하네. 그래. 네 말이 사실이지. 치졸한게 어디있고 정당한게 어디있겠어. 결과적으로 살아남으면 장땡이고 죽은놈만 병신인데. 그치?”
목소리에서 드러나는 은은한 분노. 그러나 목소리와는 정반대로 성훈은 가면을 쓰고서도 확실히 알수 있을정도로 입꼬리를 잔뜩 들어올리며 웃고 있었다. 너무나 과하게 웃어서 역으로 거부감이 들만큼 말이다.
스윽.
성훈이 뒤로 한 발자국 움직이자 카를로스가 전력을 다해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가만히 놓아둬서는 안된다고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대로 창을 찔러들어가려던 카를로스는 유령의 살짝 틀어진 몸과 비스듬하게 검을 잡고 있는 자세를 보고는 급격하게 속도를 늦췄다.
‘역시 통하는군.’
카를로스는 그가 말하는것처럼 치졸한 싸움꾼이 아니었다. 성훈이 취한 허허실실의 자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확실하게 반응한것을 보면 분명했다. 철저한 기본기, 팔 하나정도는 내주겠다는 독심, 저급한 수단도 망설이지 않는 마음가짐과 전투센스, 재능. 그 모든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주 까다로운 상대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면으로 싸울 경우의 일이었다.
성훈이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다대는것을 확인한 카를로스는 순식간에 양손에 들린 쌍창을 다시 하나의 장창으로 변환시키며서 깊숙한 찌르기를 시전했다. 그러나 그 찌르기는 성훈이 꺼내든 책에 의해서 완벽하게 막혔다. 오히려 그 찌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뒤로 뛰어나가는 바람에 반발력과 도약력이 하나로 합쳐져 무시무시한 속도로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켁?!”
멍하니 싸움을 바라보다가 엉겁결에 멱살이 잡힌 남자는 성훈의 손에 단단히 잡힌채 연신 눈알만을 굴리고 있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하는지 이해할수 없다는 시선의 카를로스를 바라보면서 성훈은 턱까지 흘러내리는 피를 닦을생각도 하지 않은채 흥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전투방식에 부끄러움이 없다고?”
콰직!
망설임없이 남자의 목줄을 베어버린 성훈은 그대로 검을 들고 있는 손으로 카를로스를 향해 엿을 날리면서 말했다.
“나도 그래. 뜻하지 않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서 참 기쁜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