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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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이야기.
“흐음. 역시 예상한대로…라고 할수 있으려나?”
수많은 신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뜬금없이 튀어나온 로키의 말. 이곳에 모여있는 신들은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훤히 알고 있었다. 이 회의에 참가하면서도 의식의 일부를 떼어내 다른 곳을 바라볼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보고 있는건 하나, 아니 수많은 세계였다.
지금 로키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모든 신들이 잘 알고 있다. 딱히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가 흥미있어 하는 인간은 단 한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당한 숫자의 신들의 관심 역시 성훈을, 정확하게 말하자면 신시와 그 주변의 인물들에게 쏠려있었다.
“저 도시만 유난히 강한듯 하군.”
오딘의 중얼거림에 무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 도시가 아니라 소수의 인물들이 강한것이라고 할수 있겠지.”
“하긴, 그것도 그런가.”
“저 하나의 도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신만 무려 아홉명이 넘는다네. 그렇게 쟁쟁한 존재들이 있으니 다른 도시보다 더 잘 나갈수밖에 없지.”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던걸로 아는데.”
“사공도 사공 나름이지.”
무신이 그렇게 말할만큼 타 도시와 비교할때 신시에는 재능있는 자가 배는 많다고 할수 있었다. 왠만한 강자는 많이 있으나 그 수준을 뛰어넘어서 단신으로 모든 존재를 압도하고 그야말로 격이 다른 능력을 가진 자는 도시에 한명 많아도 두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고 아예 그런 사람이 없는 도시도 있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나 브라질의 카를로스처럼 말이다. 그러나 신시에는 대표적으로 신들의 관심을 받는 정도를 넘어서 진지하게 후계자로 점찍을만큼의 천재가 무려 3명이나 있었다. 강력한 힘과 호쾌한 성정을 타고난 강무한, 단순히 스킬로 마법을 사용하는 경지를 넘어서서 본질적으로 마나라는 것을 이해하고 다루는 유백우. 그리고 검(劍)에 대한 재능이 견줄 존재가 없는 미리내.
“그 아이라면 틀림없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내 후계자가 될거야.”
“어허, 형님. 그게 무슨 소리요? 그 아이는 내거란 말이오!”
“…얘는 왜 갑자기 쌩뚱맞은 소리를 하는거냐?”
“아니, 그 아이는 검사고 검에 대한 재능이 특출나오. 그럼 당연히 검신이라 불리는 내게 되는게 당연하잖소?”
“무슨 헛소리냐? 그 아이가 단순히 검을 사용해서 그쪽에 재능만 출중해보일뿐이지 주먹으로 싸웠으면 권신의 선택을 받을정도로 모든 면에 있어서 뛰어난 아이야! 어딜 감히 주제도 모르고 나대기는 나대?”
신학자들이 통곡을 할만큼 신으로서의 위엄은 내다버린채 다투고 있는 두 신을 바라보며 다른 존재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점점 그 싸움은 다른 신들마저 휩쓸리게 만들어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었다.
투신(鬪神), 전신(戰神), 아수라(阿修羅) 등 세 존재가 끼어들고 검이나 무(武)관련된 신 몇몇이 끼어들자 소란은 커져가기만 했다. 그 소란을 즐겁다는듯이 바라보던 로키는 뭔가를 뒤늦게 깨닫고 손바닥으로 볼을 문지르며 표정을 바꾼후 근처에 있던 신을 향해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형님.”
“뭐가 말이냐?”
“그, 제 장난감이 형님의 후계자를 죽여버리지 않았습니까?”
“…….”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달고 있는 신. 농업과 약을 관장하는 신인 신농(神農)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더 미션의 세계는 신들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이 참가한 존재들의 자율의지에 의해 완전히 무작위로 흘러간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으니 자존심이 강한 신이 이렇게 사과까지 하는 것은 굉장히 보기 드문 일이라고 할수 있었다.
로키의 이런 행동에 소소하게 놀람을 표하는 신도, 또는 그럴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신들도 있었다. 로키가 평소 벌이는 기행에 익숙해진 탓도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더 미션의 방식은 농업이나 의약, 음악, 대장장이, 항해 같이 전투와 관련없는 신들에게는 후계자를 거의 선택할수 없는 방식이었다.
고위신들의 비율로 보면 전투에 관련된 신들의 비율이 더 많았던탓에 이런 방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신들의 불만을 피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 그 점을 감안하고 다른 방식도 치뤄두기는 했지만….’
그런 신들을 배려해서 이곳과는 별개로 전혀 다른 세계에서 다른 방식의 경쟁이 이뤄지고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더 미션과는 다르게 좀 밋밋한것은 어쩔수 없었다. 그 가운데 대사제, 본명 알리니 웨블러는 약을 이용해서 투신의 관심을 사던 카를로스라는 인간까지 밑에 두고 그 영향력을 뻗쳐나가는, 그야말로 아무도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라고 할수 있었다.
그런데 비전투계열의 신들의 다크호스라고 부를수 있는 알리니가 유성훈에 의해 너무나 허무하게 명을 달리하고 만것이다. 물론 아직 남아있는 목숨이 있기는 하지만 재기는 힘들다고 볼수 있었다. 로키의 사과에 신농은 잠시 침묵하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어쩔수 없는 일이지. 우리의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것 아니겠나.”
“이해해주시니 저로써는 고마울따름입니다.”
“하아,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다면….”
금단의 지식의 마지막장에 기록되어 있는 금단술(金丹術).
거기에 나와있는 형식에 맞추어 신선이 될수 있다고 알려진 금단을 만들어 장복한다면 알리니는 연금술사이면서도 순식간에 다른 탑랭커들과 맞먹는 강력한 육체를 손에 넣을수 있었을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거기에 엘릭시르(elixir)까지 만든다면 충분히 최후의 승자를 노려볼만 했다. 그러나 알리니는 그 두 약중 하나를 만들어내고도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허무하게 죽고 말았다.
“어쨌든 이 점에 대해서는 자네가 나에게 사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네. 오히려 나도 그 유성훈이라는 아이에게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할까나.”
“예? 신농형님이 왜?”
성훈이 독이나 약을 만들어서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건 신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극히 조잡한, 관심을 끌 정도도 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래셔 신농이 왜 성훈에게 관심을 가지는지 로키도 순간 이해할수 없었다.
“응? 너는 못 본게냐? 그 녀석이 만들어낸 엘릭….”
“소란은 그쯤했으면 좋겠군.”
약간 갈라진듯한 목소리에 주변은 순식간에 침묵에 휩싸여버렸다. 루시퍼가 등장했다는건 루시퍼가 모시는 존재 역시 등장했다는 말이니 말이다. 그리고 각각 개성이 넘치는 신들과는 다르게 어느것 하나 주목할만한 점이 없어보이는 노인이 등장했다.
“모두들 바쁜 가운데 이렇게 모여줘서 고맙기 그지 없네.”
“바쁘긴 뭐가 바뻐? 여기 있는 신들 모두 게임중독자들마냥 한시도 쉬지 않고 더 미션의 세계를 구경하느라 바쁘기 그지 없는데.”
창조신에게 저렇게 격의없이 말할수 있는 존재는 아마 로키밖에 없을것이다. 그는 권위적이지 않았고 가진 힘을 남용하지 않았다. 손짓 한번만으로도 우주 전체를 갈아엎고 새롭게 만들어낼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하위의 신, 아니 보잘것없는 인간의 의사를 존중할줄 아는 존재다.
그러나 그걸 알고 있다 하더라도 역시 로키처럼 행동하는건 무리다. 만약 그가 한순간이라도 마음이 바뀐다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키의 태도에 노인은 즐겁다는듯이 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런가? 하하하하. 모두들 그렇게 관심이 있는지는 몰랐군. 자, 오늘 여기에 모두들 모이게 한건 별다른 이유는 아닐세. 그저 중간결산이나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부른거지. 그 세계의 일은 어떤가? 재밌지 않나?”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신들의 능력이 미치지 않는 세계. 자신들이 차마 뭘 어떻게 할수 없는 존재들의 활약하나하나에 가슴이 뛰고 실망하고 흥분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왜 굳이 번거롭게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지 이해할수 없었지만 이제는 모든 신들이 창조신의 아이디어를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모두들 만족한것 같아서 다행이군. 자 그럼 뭐부터 시작할까. 그래, 이제 슬슬 도시간의 강제 병합이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지? 앞으로 한번이 남았던가 두번이 남았던가?”
“이제 막 병합이 끝났으니 한번이 남았습니다.”
“흐음. 그러면 최종적으로 남는 도시, 아니 집단은 몇개가 될것 같은가?”
“네 곳입니다.”
“네 곳밖에 안돼? 허어, 시작할때는 거의 200개 가량 됐던걸로 기억하는데?”
도시간의 전투는 처음에 한번, 그 다음에 이어진 라스트 원의 미션까지 더해서 총 네번이 치뤄진다. 단순히 계산해보자면 200개씩이나 되는 도시가 네 번의 전투를 거치면 최소 13개의 도시는 남아야한다. 그러나 현실이 계산대로 돌아가는것만은 아니었다.
가장 처음에 있었던 강제미션에서 도시가 단체로 실패한곳부터 양 도시가 전투를 벌이면서 공멸한 적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도태한 도시와 이어지는 강제미션에서 차례차례 무너진 도시도 있었다. 오히려 이런 세계에서 4곳이나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잘했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어쨌든 4곳밖에 되지 않는다니 의외로구만. 그럼 그 중에서 승자가 나오는건가?”
거기까지 말한 노인은 갑자기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들,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거라고 생각하는가?”
굉장히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었지만 의외로 그 질문은 자존심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신들에게 있어서는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미리내라는 아이가 승리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소립니까, 고작해야 검 한 자루들고 설치는 여자아이가 해봐야 어디까지 하겠습니까? 제가 밀고 있는 아이는….”
“크흐흠, 제 아이가 우승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서로 자신이 밀고 있는 아이가 잘 났다고 자랑하느라 난장판이 된 신들을 바라보면서 노인은 로키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회의에는 흥미를 잃은 모양인지 큐브를 돌려가며 맞추고 있었다.
“로키. 너는 누가 우승할것 같으냐?”
“글쎄, 내 마음은 아무래도 유성훈이라는 아이가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지.”
“유성훈이라, 나도 그 아이는 잘 보고 있다네. 재능도 없으면서 매번 어떻게든 요리조리 빠져나가는걸 보면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게 되거든! 허허허허!”
노인은 진정으로 즐겁다는듯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러나 로키의 말은 아직 끝난게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능력으로 본다면 사탄 형님이 밀고있는 잭 애프론이라는 아이랄까. 지난번에는 어떻게든 운이 따라줘서 이기기는 했어도 모든 면에서 그 아이가 밀리기는 하거든. 다행히 인재만큼은 앞서기는 하지만 말이야.”
“호오, 그렇다면 잭 애프론이 이길거라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것도 아니기는해.”
“이 늙은이를 초조하게 만들지 말고 어서 말해주게나.”
“냉정하게 보자면 아르벤이라는 녀석이 될거같긴해.”
“아르벤? 그건 누군가?”
로키는 순간 이해할수 없다는 눈으로 노인을 바라봤다. 노인은 문자 그대로 전지전능, 모든것을 알고 모든것을 할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왜 자신도 아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나는 아무래도 다른 신들처럼 그 세계를 곳곳이 확인하기에는 힘들어서 말이지. 허허허. 몇몇 관심있는 아이들 말고는 보고 있지 않다네.”
“그래? 흠 아르벤이라는 녀석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던 로키는 곧 적당한 표현을 찾아냈는지 손바닥을 마주치면서 말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엄친아라고 할수 있겠네.”
“엄친아?”
“다른 말로는 주인공, 기연덩어리, 먼치킨, 하렘, 여러가지 표현이 가능하지. 솔직히 말하자면 잭 애프론도 강하고 유성훈도 강하지만 아르벤이라는 녀석 보다는 조금 떨어진다고 할수밖에 없으려나?”
로키의 말을 들은 노인은 잠시나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그 아르벤이라는 아이, 착하지 않나?”
“착하기는 하지. 하지만 무작정 착한건 아니고 선은 확실하게 긋는달까? 결단력도 있고 적에게는 냉정하고 머리도 제법 돌아가는것 같아.”
“재능은?”
“이런 말을 하기는 뭣하지만 재능만큼은 저기서 한창 싸우고 있는 신들이 추켜세우는 미리내라는 아이와 비슷해. 다만 그 인간은 검에만 집중하는게 아니라 다른 여러 부분에 관심을 두느라 비교적 관심을 적게 받는것 같지만 말이야.”
“얼굴도 잘 생겼겠지?”
“그렇지 뭐. 아마 지금 곁에 있는 여자가 세 명이던가 네 명이던가.”
그렇게 대답한 로키는 순간 미묘하게 이마를 찌푸리고 있는 노인을 확인할수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노인은 명백하게 불만어린 감정을 표시하고 있었다.
‘아니, 저건 불만이 아니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불안’인가?’
대체 왜 노인이 불안해하는건지 이해할수 없었다. 방금전의 이야기 어디에서 불안함을 느낄 구석이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그에 대한 사정을 캐묻기도 전에 노인은 화제를 돌렸다.
“흠흠,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 쯤하고 본제로 넘어오도록 하지. 인간 이외의 다른 종족들중 엘프들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노인은 언제 그랬냐는듯 허허로운 표정으로 바뀌었지만 로키는 그가 한순간 내보인 표정을 잊을수 없었다. 세상 모든걸 마음대로 할수 있는 창조신이 불안을 느꼈다는건 그만큼 놀랄만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 후로 번개불에 콩볶듯 금방 회의는 끝나버렸지만 로키는 성훈 말고도 아르벤이라는 인간에게도 관심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계속해서 본다면 창조신이 불안을 느낀 이유를 언젠가는 알수 있을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