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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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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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가 나가고 나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될무렵 성훈은 몰래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정신을 가다듬자 곧 자신이 감지할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당장 몇십미터 밖에 떨어져있는 사람의 호흡소리나 인기척, 존재감까지 알아차리는것은 그다지 어려운일이 아니다. 굳이 성훈이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실력이 있거나 센스가 뛰어난 사람이라면 쉽게 할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알아낸 성훈은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중얼거렸다.
“아예 없군.”
자신이 있는 이 집을 기점으로 반경 수십미터 안, 성훈이 감지할수 있는 그것보다 더 넓은 범위안에서 그 어떠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에 멍청한 사람이라면 좋다고 당장 움직일것이다. 하지만 성훈은 멍청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의심하고 누구도 믿지 못하는게 바로 그다.
“멍청하긴. 내가 첩자일거라고 의심한다면 아예 수상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사람을 쫙 깔아놔야 하는거 아니야?’
이렇게 사람들을 없애면 역으로 더 의심을 살거란걸 모르는걸까?
만약에 성훈이라면 이런식으로는 하지 않는다. 아예 인의 장막으로 확실하게 무슨 짓도 벌일수 없도록 막아놓거나 아니면 지금처럼 활동할수 있게끔 느슨하게 놓아주면서 일부러 들키기위한 목적으로 한 두명의 감시인을 세워놓을것이다.
루시아의 반응으로 이미 자신을 어느정도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수 있었다. 물론 모든게 착각일수도 있다. 실제로 아르벤과 루시아는 자신이 가져온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철썩같이 믿을수도 있을것이다. 물론 그건 그것 나름대로 이득이다. 이곳에서의 정보를 마음껏 다크 엘프 측에 전달할수 있으니 말이다.
끼이익.
조심스레 문을 연 성훈은 최대한 몸을 숙이고 신속하게 나무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감지할수 있는 범위 내에 사람이 없다는것뿐이지 훨씬 더 먼거리에서 감시할수도 있고 어쩌면 최유재같이 은신능력이 뛰어난 자가 숨어있을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성훈이 있는곳은 비교적 세계수에서 떨어진, 엘프들의 도시 외각에 있는 자그마한 통나무 집이었다. 그렇기에 수월하게 도시의 바깥으로 빠져나오는게 가능했다. 그리고 한밤중이라는 상황과 숲이라는 지형이 어우러져서 한치앞도 분간할수 없는 곳에 도착하자 성훈은 조용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소환.”
“하아암, 이번엔 또 무슨일로…헙?!”
보랑이가 쓸데없는 말을 내뱉기전에 성훈은 얼른 그녀의 입을 붙잡고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보랑이도 뒤늦게 성훈에게 받은 명령을 기억해내고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보랑이야말로 이번 작전의 핵심이다.’
언제 어디서든 소환해낼수 있는 사고가 가능한 소환물. 거기에 이번에는 인간의 모습이 아닌 보랏빛 피부와 이마에 뿔이 더 큰 역할을 할게 분명하다. 일본을 속여넘기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고 엘릭서를 구해오기도 하는등 알고보면 보랑이는 정말로 중요한 활약을 해왔다. 단지 주인이 성훈이라서 별다른 대접도 받지 못하고 매일 이리저리 굴려지는것뿐이지만 말이다.
잠깐 헛기침을 한 보랑이는 곧 냉막한 표정을 지으면서 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용케 제 시간에 맞춰서 나왔군.”
“예상보다 감시의 눈길이 적어서 수월하게 빠져나올수 있었습니다.”
둘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을만큼 가까운거리에서 보랑이는 모르더라도 자신에게 감지되지 않을 상대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만사는 모로지 대비해서 나쁠게 없었다. 딱 마족이라는것을 알아차릴수 있는 보랑이와 그런 그녀에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대응하는 성훈. 누가보더라도 여기서는 안 좋은쪽으로 상상을 할수밖에 없을것이다.
게다가 장소나 시간을 정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만날수 있는 연출 덕분에 기대한것 이상의 성과까지 거두는것이 가능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대화가 들리는쪽을 희망하지만 말이야.’
“지시하신대로 필요하신 정보는 전부 모았습니다.”
“고작해야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아주 친절한 협력자가 있기 때문이죠. 이것을….”
성훈은 무언가를 보랑이의 손에 넘겨주는척 행동했다. 원체 교묘한 동작이기도 했고 빛도 없는 어두운 숲속이었기 때문에 만약 눈이 밝은 누군가가 보더라도 성훈이 보랑이에게 뭔가를 쥐어준것처럼 보일것이다. 보랑이 역시 잠시 손바닥을 바라보는척 연기하더니 비열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외로 능숙한 보랑이의 연기에 잠깐 놀란 성훈이었지만 이내 다시금 비굴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몰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동안 꽤 멀리 떨어져있는 나무위에서는 한 쌍의 눈동자가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족! 이건 의심할 여지도 없다!’
처음에 왠 인간을 감시하라고 했을때는 솔직히 탐탁치 않았다. 그러나 고작해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을 보자 그런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질수밖에 없었다.
‘무슨 대화를 나눠보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기는 하지만….’
이번 일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첫째도 경계, 둘째도 경계라고 들었다. 그래서 엘프들의 시력으로도 간신히 위치만 확인할수 있을정도로 먼거리에서 그저 감시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대한 시력을 올려서 입모양을 확인하던 엘프는 간신히 몇몇 단어를 알아볼수 있었다.
“…기습, 병력, 첩자. 젠장, 더 가까이 가야하나?”
잠시 고민하던 엘프는 괜한 욕심은 부리지 않기로하고 그대로 자세를 낮추고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족과 접촉했다고?!”
“예. 제 눈이 잘못된게 아니라면 분명합니다. 게다가 정확한 대화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분명히 병력이라던지 기습같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르벤. 당신이 가져온 정보가 정확했군요.”
크리스티나는 아르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찾아와서 이 상황을 역전시킬수 있는 작전이 있다고 말할때는 당황했지만 차근차근 이어진 그의 설명을 듣고 아르벤의 말에 따라 움직이기로했다. 사실 꽤 도박성이 짙은 계책이었지만 지금 엘프들에게는 그런걸 따질수 있을정도로 여유가 넘치는 상황이 아니었다.
“고작해야 3명으로는 확실한 감시가 힘듭니다. 조금만 더 감시자를 늘이는게 어떻습니까?”
“그건 안됩니다.”
“…….”
자신이 말을 꺼낸건 공주인 크리스티나인데 전혀 상관없는 인간이 끼어들자 엘프전사는 입을 다물고 아르벤을 지긋이 응시하기 시작했다. 요 근래 상당한 공을 세우고 추앙받기는 하더라도 일반 엘프 전사면 몰라도 자신같은 고위 계급의 전사에게 명령을 내릴정도는 아니다. 아르벤은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알아차린듯이 바로 부연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섣부르게 감시자를 늘렸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라도 하면 더 이상 그를 써먹기 힘들어집니다.”
“써먹기 힘들어진다는게 무슨 뜻입니까?”
“아르벤님은 그 인간을 오히려 역으로 이용하기로 생각했어요.”
대화에 끼어든것은 크리스티나였다.
“그 인간의 목적은 거짓정보를 전달하고 신뢰를 얻어서 저희들의 정보를 다크 엘프들에게 빼내주는것이죠. 유성이라는 자를 붙잡는다면 정보가 새어나가는것을 막을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상황을 호전시킬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인간이 저희들에게 거짓정보를 전해준것처럼 저희들도 역으로 그 인간을 통해서 다크 엘프들에게 거짓정보를 유출해주는거죠.”
“아!”
그제서야 왜 그 인간을 놓아두라고 한것인지 이해한 엘프는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존경의 시선을 담아 아르벤을 바라보았다. 크리스티나와 엘프의 시선을 받은 아르벤은 살짝 쑥쓰러운지 시선을 피하며 헛기침을 했다.
안쪽에 심어진 첩자를 이용해서 오히려 역정보를 퍼트리는건 현대에서 첩보나 수사 영화를 몇번만 봤어도 쉽게 해낼수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엘프들에게는 아르벤이 기상천외한 전략을 떠올릴줄 아는 책략가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거짓정보를 유출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이용할겁니까?”
“간단합니다. 유성이 저희에게 전해준 정보를 냉철하게 분석하면 진짜 정보를 가려낼수 있죠.”
일단 총 공격을 가할거라는건 사실이 틀림없다. 거짓말은 바로 시간.
‘4일후에 공격을 가해온다고 했다. 기습을 한다는 정보를 미리 알려준 이상 더 일찍 공격하는건 있을수 있어도 오히려 시간을 늦추는건 있을수 없지. 4일보다 더 빨리 이뤄진다.’
“유성이 빼낸 정보를 전달받고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빨라도 사흘은 걸리겠군요.”
“얘상보다 하루 더 빠르게 기습을 가해온다는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요. 하루 후에 벌어질 전투에 대비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엘프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수 있는 시간입니다. 물론 확실하지는 않으니 이 부분에 있어서도 미리 대비를 해놔야겠군요. 모험가들에게는 아무것도 밝히지 않으셨죠?”
“예. 이 사실을 아는것은 전사장이나 원로회 중 극소수 뿐이에요.”
“모험가들중에서도 첩자가 섞여있을수 있습니다. 같은 도시 사람인 한국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감시해야겠지만 국적은 얼마든지 속일수 있으니 황인들 전체를 경계하는게 훨씬 더 바람직하겠죠. 가급적이면 이런 정보는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습니다.”
“그런데 아르벤님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뭡니까?”
“어떻게 그 유성이라는 인간이 첩자라는걸 알았죠?”
다수의 엘프들을 구해왔다는 사실때문에 엘프들은 유성을 극진히 대접했고 의심할 생각따위는 하지조차 못했다. 그런데 아르벤은 도저히 의심할수 없는 상황에서 유성이 첩자라고 확신하고 반나절도 되지 않아서 그게 사실이라는것을 증명해냈다. 크리스티나가 볼때는 아르벤이 어떻게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이해할수 없을만도 했다.
물론 그 질문에 대한 이유로 루시아를 들수는 없었다. 누구라도 거짓말을 알아차릴수 말을 쉽게 믿을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잠시 생각하던 아르벤은 곧 누군가를 떠올리고는 차분하게 말했다.
“반대로 생각해봤습니다.”
“반대로요?”
“예. 제가 만약 유령이라면 어떤 방법으로 엘프들을 공격할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감이 잡히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령이 그렇게 허술할리가 없습니다.”
최근 일어난 기습작전과 교묘한 심리전으로 유령의 악독함에 대해서는 지긋지긋하게 몸으로 겪어왔다. 그런 유령이 포로 관리를 허술하게 해서 사로잡은 유저와 엘프들을 대거 탈출시켜줬다? 절대로 있을수 없는 이야기다. 즉 이것은 함정이다. 게다가 엘프들은 생각할수 없는 도시와 추가 생명까지 근거로 삼으면 이정도는 식은죽 먹기로 알아낼수 있다.
“당분간은 잠도 자지 못하겠군요.”
역습작전과 정보 관리, 신속한 작전 진행까지 감안하면 해야할 일이 한두개가 아니다. 하지만 유령에게 한 방 먹일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마구마구 의욕이 샘솟고 있었다. 꼭 이겨서 유령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현재 전력만으로는 솔직히 이기기 힘들다. 하지만 루 교단에서 온다는 성기사단을 즉각적으로 써먹을수만 있다면….’
“아! 가장 중요한걸 잊을뻔했군요!”
“뭘 말이죠?”
“최철형님에 대해서입니다. 제가 말한대로 했습니까?”
“예. 평소와는 다른 순찰루트를 지정했습니다. 특급전사 다섯을 더 붙여서 일거수 일투족에 감시를 쏟아붓고 있지요. 역시 그 분도 첩자인가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거의 9할 정도로 그렇다고 볼수 있습니다.”
유령과 같은 도시의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의심할만하다. 이 지랄맞은 세계에서는 그 누구도 믿을수 없지만 그래도 한때 지구에서 같은 나라의 사람, 그리고 현재 같은 도시의 사람이라는건 크나큰 요인이 될수밖에 없다. 물론 아르벤이 고작해야 이런것만을 가지고 그를 첩자로 몰아세우는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유성과 최철형의 사이가 필요 이상으로 너무나 친해보였기 때문이다.
더 미션의 세계에서 기억 상실증 환자와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형님, 동생 하면서 스스럼없이 지낸다고? 게다가 유성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행동이 너무나 결정적이라고 할수 있었다. 루시아에게서 유성과 최철형이 뭔가 모종의 약속을 한것 같다는 말은 들었다.
‘이곳에 들어와서 특별히 돌아다닌것도 아니고 만난 사람은 오로지 나와 루시아, 최철형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고작해야 반나절만에 엘프들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서 다크 엘프들에게 빼내? 게다가 그 마족의 존재도 그렇다.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만날 장소를 정하고 접선한다는건 필시 조력자가 있었다는 뜻.’
내부의 사정에 능통하고 현재 엘프들 사이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으며 유성과 스스럼없이 접촉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단 한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일단 확실한건 아니니 속단하지는 말아주십시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충분히 주의는 해주시기 바립니다.”
다른 쟁쟁한 실력자들에게 밀리기는 하지만 최철형은 엄연한 탑랭커다. 그런만큼 그를 상대하는데는 최대한 주의에 주의를 거듭하고 움직여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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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느냐, 살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