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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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예상했어
그저 적을 뭉개기 위해서 무차별적으로 휘둘러지는 대도를 아슬아슬하게 받아넘기는 성훈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무너질듯이 위태위태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도망가던와중 성훈은 곧 발걸음을 멈추고 검마저 검집으로 되돌렸다. 당장이라도 목을 베어버릴듯이 휘둘러져오는 도객의 도를 보면서도 피하거나 막을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시선을 응시할뿐이었다.
후웅!
거친 바람소리와 함께 목 바로 앞에서 멈춘 대도를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낸후 손가락을 튕기자 도객은 몸을 지탱하던 힘이 빠져나간것처럼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스킬을 이용해서 공격하거나 제압한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지되고 있던 스킬을 해제한것이었다.
애니메이트 데드(Animate Dead)
방금전까지만 하더라도 열심히 무기를 휘두르던 남자는 다름아닌 성훈이 흑마법으로 되살린 도객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살린 시체에 강력한 전투력을 기대하는것은 무리였다. 가뜩이나 정식으로 익힌 마법도 아니고 이름없는 책을 얻게 되면서 얼떨결에 익히게 된 흑마법인데다가 되살려낸 시체를 강화하는 스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데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럼 어디 어떻게 싸우고 있나 볼까?”
도망가는척하면서 은근슬쩍 나무가 울창하고 거목이 많이 있는곳으로 이동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강무한과 최유재의 싸움을 최대한 관전할수 있는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싸움이 일어나는 장소를 찾는것은 그다지 어려운일도 아니었다.
태도와 장창이 만근거력을 담고 휘둘러지고 서로가 부딪힐때마다 피부까지 울리는 충격파를 형성해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있어도 그 힘이 느껴질정도인데 그 근원지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생각만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역시 거금 들여서 만든 값어치는 하는군. 게다가 걸치고 있는 장비도 하나같이 최상품인데 저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
탑랭커 둘을 상대로 대등한 전투를 펼치고 있는 자는 다름아닌 성훈이 만들어낸 엘더 데스 나이트, 우치다였다. 가진바 능력치로도 어지간한 탑랭커는 넘어설정도며 생전에 가지고있던 일본제이검의 실력을 그대로 활용할수 있는 비장의 한수!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강무한과 최유재를 동시에 상대하는건 불가능하다.
지금 우치다가 둘을 상대로 동수를 이룰수 있는 이유는 과거 엉겁결에 사기를 당해 가지게 됐던 멸망의 시작 세트에 값비싼 아이템을 입혀줬기 때문이었다.
부상을 입은것같았던 왼팔도 사실은 멀쩡했고 자신을 몰아치던 도객은 되살려낸 시체였다. 그리고 지금 강무한과 최유재를 몰아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소유물이나 다름없는 우치다. 그렇다. 한 마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은 성훈이 만들어낸 자작극이었던것이다.
게다가 현재 우치다의 싸움은 결코 설렁설렁하는게 아니라 기회만 있으면 바로 누구 하나 죽어나갈것만 같은 살기 넘치는 전투였다. 다 이겨놓은 전투에서 갑자기 아군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성훈은 누가보더라도 제정신이라고 생각할수는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성훈도 괜히 이유없이 이런 일을 벌이는것이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너무 잘 싸워버렸어.”
일곱명의 적 가운데 혼자서 무려 네명을 처리해버렸다. 물론 함정에 걸려서 어이없이 죽어나간 사람이 둘이고 나머지 두명은 괜히 경계하다가 엉겁결에 음양기에 당한것에 불과하지만 다른 사람이 볼때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게 분명했다.
‘미리내와 맞먹는, 혹은 그 이상가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강자로 여겨지는것은 좋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강자 중 한명으로 여겨지는것을 원했지 특출난 강자가 되는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네 명을 상대로 부상조차 입지 않고 제압해버리는 신위는 미리내정도가 되야 그나마 이해라도한다. 그런데 그런 위업을 자신이 덥썩 해내버리면 어떻게 될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신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마련이고 그만큼 경계하려고 할것이다. 특히 외적들이 사라지고 신시 안에 있는 사람들이 싸워야하는 상황이 찾아왔을때 특출난 강함을 가진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서 강무한과 김이현이 합공하는 일도 있을수 있었다.
“네명 중 완벽하게 죽어버린 놈도 있으니 정체야 나중에 적당히 조작하거나 모르쇠로 밀고 나가면 별문제는 없겠지. 게다가 부상을 입었다는것도 어필했으니 이제 남은건….”
콰아앙! 콰앙!
품에서 꺼낸 육포를 입에 문 성훈은 바쁘게 움직이는 세명의 인영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싸움 구경이로군.”
우치다에게 멸망의 시작 세트까지 입힌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얼굴을 감추기 위함이 첫번째 목적이었고 두번째 목적은 바로 가능하다면 둘 중 한명을 죽이기위해, 정확하게 말하자면 최유재를 죽이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아군이라지만 마지막까지 그러리라는 법은 없지. 강무한은 써먹을데가 많으니 괜찮지만 최유재, 저 녀석은 가급적이면 죽여야한다.’
최고의 암살자라 불리는 최유재의 능력은 몬스터를 상대할때가 아닌 첩보 및 암살전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그런데 그런 자가 강무한과 최유재의 밑에서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불안하게 느껴질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적의 동향을 파악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최유재가 아니더라도 할 사람은 널렸다. 필요 이상의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눈엣가시가 될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성훈이 우치다에게 간단한 명령을 내렸다.
‘비장의 한수든 뭐든 전부 꺼내놓을정도로 인정사정보지 말고 몰아쳐. 위험에 몰아넣는게 주목적이기는 하지만 만약 기회가 온다면 망설임없이…알겠지?’
콰앙! 까아아앙! 끼기기기긱!
태도에 실린 검붉은색의 강기와 장창에 실린 녹색의 강기가 부딪힐때마다 옷자락을 휘날리게 하는 일진광풍이 휘몰아쳤다. 강기가 강력한 스킬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 이 현상을 설명할수 없었다. 무기와 무기가 부딪힐때마다 일어나는 이 충격파는 서로 양립할수 없는 거대한 거력에서 생겨나는 현상이었던것이다.
“확실히 평범한 녀석은 아니군. 큭!”
팔뚝에서 전해져오는 미미한 통증을 감추기위해 살짝 인상을 쓴 강무한은 창대를 휘둘러 안으로 파고들어오려는 태도를 쳐냈다. 견제삼아 내지른 일수였지만 그 공격을 마주한 태도는 금방이라도 부러질것처럼 출렁였고 우치다는 충격을 흘려내기위해 몇발자국 뒤로 물러난후 서서히 주위를 멤돌기 시작했다.
“이봐, 통성명이라도 하지 않겠어? 네가 어떤 놈인지 꽤나 궁금한데 말이야.”
“…….”
“아까부터 말은 커녕 신음, 숨소리도 내뱉지 않고 있는것같은데 정말로 과묵하군. 아니면 말을 못하는건가? 응?”
“…….”
그저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검을 겨누는 우치다에게는 강무한의 질문에 대답할 이유도 없었고 대답해서도 안됐다. 그저 검을 들고 최대한 빈틈을 노리기위해 눈을 빛낼뿐이었다. 상대가 아예 대화를 나눌 생각도 없다는것을 깨달은 강무한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창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냥 부딪힐때는 백중지세지만 스킬을 사용하면 힘으로는 분명히 자신이 앞선다. 그러나 이 녀석은 태도를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며 태도를 타고 흘러오는 거대한 충격을 중간에 흘려내버린다. 게다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검술도 뛰어나지만 그것보다 더 신경쓰이는건 몸이 단단하다는거다.’
분명히 힘으로 밀려도 저 녀석의 몸은 마치 전부 강철로 만들어지기라도 한것처럼 그다지 충격을 받고 있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이유는 그만한 체력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전력을 다해서 주먹을 휘두르면 어깨가 탈골되고 스스로의 힘조차 이기지 못해 뼈에 금이 가는 일도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정반대다.’
“최유재!”
핏!
숲속에서 튀어나온 단검 두자루가 우치다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물론 그 정도쯤은 굳이 쳐낼 필요도 없다는듯이 어깨를 살짝 들어서 어깨의 갑주로 받아냈지만 애초에 그건 함정이었다.
스르륵!
바닥을 타고 쾌속하게 뻗어온 은사가 마치 거미줄처럼 우치다의 발목을 묶어버렸던것이다.
‘걸렸다!’
합금조차 썽둥썽둥 잘라내는 특제은사가 그대로 발목을 잘라낼것이라 기대했지만 우치다가 신고 있는 부츠 역시 멸망의 시작 세트 아이템 중 하나로써 충분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고 최유재의 손놀림은 헛되이 표면에 살짝 긁힌 상처를 냈을뿐이었다. 오히려 그 다음이 문제였다.
“흐읍!”
우치다는 짧게 숨을 내뱉으면서 함께 마치 축구공을 차는것만같은 호쾌한 동작으로 발을 휘둘러버렸고 당연히 은사를 잡고 있던 최유재는 그대로 숲속에서 끌려나와버렸다. 자신의 몸이 앞으로 끌려간다는것을 깨닫자마자 즉시 은사를 풀어버렸지만 이미 몸은 앞으로 쏘아지고 있는 와중이었고 우치다는 태도를 다시 납도하고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적당한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위, 위험!’
콰앙!
스릉.
위험에 처한 최유재를 구해준것은 바로 강무한이었다. 강무한이 급한김에 옆구리를 후려갈겼고 그 결과 발도술의 스피드와 위력을 그대로 담은 반월형의 검강은 수평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기울어져서 쏘아진것이다.
살짝 베여나간 코끝을 매만지면서 슬쩍 뒤를 바라본 최유재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릴수밖에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듯이 수십그루의 나무들이 잘려나간채 쓰러지고 있었다. 만약 강무한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는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아직 놀라기에는 일렀다.
“뭐 저런 무식한!”
“이야, 너 진짜 맷집만은 대단하다? 아니, 근성이 대단하다고 해야하는건가?”
말이 좋아서 견제로 날린 공격이지 강무한이 휘두른 창대에 맞는 순간 이미 전투는 끝난것이나 다름없다. 근력을 가장 잘 활용할수있는 공격은 베기나 찌르기가 아닌 다름아닌 치기였으니 말이다. 강무한의 근력으로 펼쳐진, 막아도 그대로 충격을 전달할수 있는 치기를 옆구리에 그대로 명중당하고 전투를 속행할수 있는 사람은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우치다는 사람이 아니라 언데드였다.
늑골이 부러지고 근처의 뼈에 살짝 금이 간 상처. 만약 그가 감각을 느낄수 있었다면 움직일때마다 전해져오는 통증에 미약하게 신음이라도 흘렸겠지만 우치다는 아무런 말도 없이 검을 잡고 다시 자세를 잡을뿐이었고 그 모습은 강무한에게도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손맛으로 보면 분명히 늑골 한두개는 나간게 분명한데 신음도 흘리지 않다니. 진짜진짜 독한놈이로군.”
“…….”
“아아, 그래. 그렇게 계속 닥치고 있으라고. 내가 곧 그 입을 억지로 벌려서 아무 말이나 하게 만들어줄테니 말이야.”
‘정황을 보자면 유령이 이 녀석이랑 싸운것같은데. 정말 독한 녀석이랑 싸웠군. 대체 어떻게 싸운거지? 그 녀석은 가볍게 마법이라도 쓸수 있었는데 이 녀석 의외로 마법에 약한건 아닐까?’
어떻게든 상대를 쓰러트리기위해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강무한과 은사를 버리고 단검을 꺼내드는 최유재, 그리고 조용히 태도를 들고 있는 우치다 사이에서 긴장감은 점점 커져만갔다. 그리고 영원과도 같던 찰나가 흐른 순간 먼저 움직인것은 바로 우치다였다.
쿠웅!
땅을 울리는 강렬한 발구름!
처음에는 강력한 공격을 위한 진각정도로 생각했지만 곧 강무한은 그런 생각을 취소할수밖에 없었다. 한 눈에 보더라도 이상할정도로 과도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는 분명 어떠한 스킬의 영향을 받은것이 분명해보였다.
‘이따위 흙먼지 따위!’
창을 잡고 크게 휘두르자 생겨난 회오리바람이 흙먼지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흙먼지가 시야를 가린 시간은 아주 찰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찰나 사이에 우치다는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도망간건가? 옆? 뒤? 아니면….’
“위?!”
불현듯 고개를 들자 하늘 높이 떠오른채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검사를 보였다. 잠시 당황했지만 강무한은 곧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등에 매인 창을 꺼내쥐고 목표를 조준할 필요도 없이 바로 내던졌다.
‘스스로 움직일수있는 방향을 제한하다니, 멍청한 놈!’
마치 죽여달라는듯 허점을 뻔히 노출하고 있는데 이 기회를 그냥 놓칠만큼 강무한은 너그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