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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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치킨런.
사냥에 성공한것은 단 한곳이 아니었다.
물론 단 한명의 사망자도 없이 무사하게 사냥을 끝마친것은 신시가 유일하기는 했으나 나머지 도시에서도 무시해도 될정도로 경미한 피해만 입은채 첫 전투를 마칠수 있었던것이다. 이정도면 해볼만하다,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
S급이라는 난이도를 듣고 겁먹었던 사람들은 그렇게 의지를 다지며 어서 공략에 참여시켜달라며 매일같이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보이는것처럼 상황이 간단한것은 아니었다.
“키에에에에엑!”
“루시아!”
“소울 드레인!”
드래곤, 아니 몸 곳곳이 썩어있는 좀비 드래곤이 느려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아르벤은 그대로 정면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곳곳의 비늘이 깨져있고 푸른색의 체액이 흘러내리기는 하지만 아직 이 녀석은 팔팔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여기서 승부를 걸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좀 더 공격을 이어가서 피해를 누적시키고 보다 확실한 기회를 잡아야했지만 지금 아르벤에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소울….”
“캬아아아아아!”
“번!”
아르벤의 몸이 푸른 불길에 휩싸인것은 고작해야 1초가 간신히 될까말까하는 찰나.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승부를 결정짓기에는 충분했다.
“그어어어어….”
콰아아아앙!
불을 뿜어내려던 입부터 목 뒤쪽까지 뻥 뚫려있는 구멍으로부터 진득한 체액을 흘려내던 좀비 드래곤은 그대로 입을 벌린채 옆으로 쓰러져버렸다.
“아르벤 오빠! 괘, 괜찮아요?!”
“…난 괜찮으니까 다른 사람들이나 치료해줘.”
“그, 그래도 오빠 먼저….”
“후우우, 어차피 소울번 스킬을 사용하면 회복도 안 듣잖아? 마음은 고마운데 정말 괜찮아.”
“…예.”
안절부절 못하던 루시아가 뒤로 물러나자 아르벤은 잠시 쓰러져있나 싶더니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력한 힘을 주지만 이름 그대로 영혼을 태우는듯한 고통도 함께 감내해야하는 스킬이 소울번이었다.
원래는 그 부작용이 꺼려저서 잘 사용하지 않았지만 유령과의 만남 이후로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것들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돌아보았고 그것들을 최고의 효율로 사용할수 있게끔 노력했다.
그렇다.
그 천재성으로 언제나 모든것을 할수 있었던 아르벤이 처음으로 ‘노력’이라는 것을 해본것이다. 눈으로 보이는 스탯이나 스킬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그것을 펼쳐내는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냈고 아마 과거의 자신이 눈 앞에 있다면 손쉽게 이겨낼수 있을거라고 자신할수 있었다.
“하지만….”
‘나 개인의 힘은 몰라도 단체로서의 우리의 힘은 너무나 약하다.’
아르벤이 세운 더 호프 길드는 소수정예를 지향하며 지금까지 토론토를 온갖 적으로부터 보호하고 승리를 안겨줬다. 그러나 이 비탄의 무덤이라고는 곳에서는 그 점이 오히려 역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다리가! 다리가아아아!”
“몬스터가 너무 강해!.”
“질도 질이지만 너무 숫자가 많아. 랭커들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할정도로.”
비탄의 무덤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나오는것은 언데드 종류의 몬스터에 숫자 또한 그 끝을 알수 없을정도로 어마어마했기에 소수정예가 아닌 일정이상의 실력을 갖춘 훈련된 사람들이 필요했던것이다. 방금전 또한 아르벤이 도박을 각오하고 속전속결로 좀비 드래곤을 처리하지 않았더라면 쓰러트렸던 언데드들이 다시 부활해서 난동을 부렸을것이다.
툭!
“괜찮냐?”
“깜짝 놀랐잖아요. 대체 언제 오신거에요?”
“열나게 뛰어서 이제 막 도착했지. 그리고 어차피 다 알고 있었으면서 놀란척하지마라.”
“형 움직임은 주의하고 있어도 놓칠정도거든요? 자기 직업을 잊지 말아주실래요?”
토론토의 탑랭커 중 한명인 렉터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르벤의 머리를 헝클어트린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후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때?”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고위랭커들로 팀을 만들어서 차근하게 진행한다면 충분히 사냥할수 있어요.”
“본심은?”
“…사냥은 할수 있지만 공략은 불가능하겠죠.”
“역시 그렇지?”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현재 각 도시의 탑랭커들은 거의 3차각성자로 이루어져있다. 거기에 2차 각성자들 중에서도 특출나게 강한 사람들을 모으면 S급 미션이라고 하더라도 진행하지 못할것은 없다. 마왕 토벌 미션같은경우에도 그랬다.
그 당시에는 4차 각성자급의 힘을 가진 NPC가 도와주기는 했지만 그 힘이 미션을 완수하는것이 아닌 진행하는데는 꼭 필요한것만은 아니었기에 충분히 지금의 힘만으로도 진행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전투에 나선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오산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미션에 참가하는 사람의 숫자였다.
“그 때 미션을 진행할당시 모든 사람들이 참가했다는걸 무심코 간과하고 있었어요. 세 부류로 나뉘기는 했지만 십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부 참가했던 대규모 미션이었는데 그걸 잊어버리고 당시 같이 미션을 하던 사람들을 기준으로 잡아서 생각한게 실수였죠.”
“그럼 이 비탄의 무덤이라는 곳을 공략하는데 얼마정도가 걸릴거라고 보고 있어?”
“최소한 일년은 필요하겠죠.”
“그렇게나?!”
“단체전, 열명이나 수십명정도가 아닌 수백 그 이상의 연계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훈련시키고 3차 각성자급을 육성해야해요. 일년도 최대한 축소시켜서 잡은거에요.”
시간은 조금 걸릴수있지만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공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올려야한다는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아르벤의 주장은 그야말로 타당한것이었다. 평소라면 렉터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아르벤의 의견에 찬성했을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럴수없었다.
“그 일년. 더 축소시킬수 없냐?”
“무슨 의미에요?”
“미션에 참가하는 사람의 숫자를 최소한으로 놓지말고, 도시규모의 피해를 감수하고, 강제징발까지 해가면서 자금과 전력을 끌어올린다면 얼마나 걸리지?”
“형! 대체 무슨 말을….”
“얼마나 걸리는거야?”
의미를 알수 없는 말. 그것도 아르벤이 평상시 사람들을 위해서 얼마나 헌신해오고 노력해왔는지 알고 있었다면 절대로 꺼내지 않았을만한 조건이 걸려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렉터가 장난으로 하는 말인줄 알았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눈동자를 바라본 아르벤은 침착하게 계산을 시작했다.
“두달, 아니 한달정도면 어떻게든. 대체 그런 질문을 한 이유가 뭐죠?”
“…다른 도시에서 얻어온 소식들을 말해주지.”
“…말해보시죠.”
“붉은 폭풍의 세르게이라는 녀석은 일단 상호불가침 조약 자체는 받아들였어. 하지만 이상하게 우리, 정확하게 말하자면 너에게 적대적인것같더군. 대놓고 적대하는건 아니고 마음속으로 한줄기 선을 긋고 있는 느낌? 그리고 용족의 미궁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방침을 세우지 않고 그저 정찰만 시키고 있어.”
“딱히 그쪽과 척을 질만한 일은 없는걸로 아는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만 어쨌든 저쪽에서는 우리를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는 모양이야. 그리고 연합. 강무한은 예상외로 동맹도 받아들이고 유령에 대한 제안도 받아들이더군. 고신의 정원은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소수정예를 이용해서 일단 조금씩 건드려보고 있는 입장이야.”
신시와 모스크바.
두 도시의 움직임은 아르벤이 생각한것과 크게 다를것이 없었다. 다만 주목할만한점은 세르게이란 자가 왜 자신을 꺼림직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강무한이 유령에 대한 정보제공을 기쁘게 받아들였다는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정보는 렉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마지막 이야기를 듣는순간 머리 한구석으로 밀려날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최고 경계대상 잭 애프론이 있는 유토피아. 이곳은 상호불가침 조약은 승낙하고 오히려 역으로 그 유령이라는 녀석을 처리하는데 힘을 빌려달라고 제의를 해오더군. 그리고 이 녀석들이 바로 나를 초조하게 만든 주범이다.”
“단체로 전쟁을 벌일 준비라도 하고 있습니까?”
“비슷해.”
“…진짜로요?”
소문으로 들은 잭이라면 진짜 미친척하고 처들어올 가능성도 없는건 아닐것이다. 그러나 아르벤의 걱정은 절반만 맞았다.
“유토피아, 아니 로스앤젤레스의 모든 전력 및 자원을 끌어모아서 전쟁을 벌이려고하고 있다. 전쟁을 거는 대상은….”
“로스앤젤레스뿐만 아니라 속해있는 도시 전부까지 포함….”
“움직일수 있는 사람은 그 실력에 상관없이 모두 동원했다고?”
“목표는 패황의 군영?!”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잭 애프론의 전략을 들은 나머지 도시의 사람들은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비명을 내지를수밖에 없었다.
“미션을 수행하던 사람들은 복귀하는대로 바로 부대에 편성, 도시 내의 모든것은 명령이 내려진 시점에서 바로 의회 주관하에 모든것을 관리해서 운용하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특별 의원이신 탑랭커님들과 3차 각성자 열명으로 이루어진 노예기사단 역시….”
“지루한 보고는 됐어. ‘그냥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할수 있는걸 왜 그렇게 질질 끌어서 말하는거야?”
“그래도 의장으로서 이런것들은 전부 알고 계셔야합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부의장이 이런 소소한 사실들로 트집을 잡으면.”
“잡으면 뭐? 뭐가 달라지기라도 하나?”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레이첼을 잠시 바라보던 잭은 지루하다는듯이 팔을 흔들어 레이첼을 뒤로 물렸다. 평소라면 고르고 고른 미녀들과 반항하는 맛이 있는 다른 도시의 탑랭커들을 가지고 놀면서 시간을 보냈겠지만 지금의 잭은 천막안에 단 한명도 들이지 않고 혼자서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백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공평하게 하나당 한개씩, 요청이 있기전까지는 다른 도시의 개입은 절대로 불가하다. 아주, 아주 공평한 계책이야. 하지만 진행과정까지 공평할수는 없는 노릇이지.’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잠시 생각을 거듭한 잭은 곧 이 조건이 자신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을수 있었다. 이 조건의 진짜 숨겨진 의미는 공략에 대한 절대적인 자주권을 보장받을수 있다는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이 미션을 깨는데는 적어도 몇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소극적으로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놈들의 경우, 나는 다르지!”
도시 전체를 자신의 뜻대로, 다수의 의견을 통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움직여 도시 전체를 미션 공략에 참여시킨다. 물론 반대의견도 없는건 아니지만 그런것따위는 어디까지나 소수에 불과했고 거대한 흐름을 바꿔놓는것은 불가능했다.
절대적인 통치권을 바탕으로 모두가 한 약속을 방패삼아 한점의 망설임없이 도시 전체의 힘을 공략에 집중한다.
‘굳이 네곳의 공략을 모두 성공하지 않고 단 한곳만 공략에 성공해도 최후의 무대라는곳에 입장할수 있을거다. 그렇다면 다른 도시가 어물쩍거리는 사이에 기세를 타고 단번에 공략을 끝마친다.’
물론 이 방법은 상당히 위험을 감수하는 방법이었다. 만약 연합, 붉은 폭풍, 더 호프가 순식간에 입장을 바꾸고 유토피아를 공격해온다면 패황의 군영 공략에 힘을 쏟아버린 입장에서 대항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럴 가능성은 한없이 낮기는 했지만 결코 0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점 역시 유령이 제시한 조건을 파고들면 충분히 무마할수있다.
“유령. 네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이런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내 예측을 벗어날정도로 거대한 일을 꾸며줬으면 좋겠군. 그러지 않으면….”
‘내가 아주 실망할수도 있거든.’
부르르!
“왜 그러세요?”
“아니, 잠깐 오한이 느껴져서….”
“오빠가 오한은 무슨 오한이에요? 빙계 마법에 정면으로 맞아도 끄덕없을텐데. 그보다 이거에 대해서나 말해보시죠?”
엘리가 흔들고 있는 종이를 바라본 성훈은 양손으로 얼굴을 마구 문지르면서 말했다.
“그래. 도시 하나를 완벽하게 전시체제로 돌리고 자기 마음대로 전장으로 내몰아도 큰 불만이 없다 이거지?”
“유토피아에 대한 잭의 지배력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단단해요. 무엇보다 무서운건 잭은 오빠같이 순간적인 기지를 이용하거나 강무한같이 사람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방식으로 도시를 운용해온게 아니라 사람들의 사상, 근본적인 의식 자체를 완전히 바꿔버렸어요. 도시 전체가 자발적으로 세뇌당한 셈이죠.”
“진짜 미친놈이군.”
“대단한거죠. 결과적으로 적만 좋은꼴을 시켜줬는데 그래서 어쩔 생각이에요?”
한 세력당 한 지역에 대한 권한을 가지게 되면 책사를 이용한 대규모 집단전과 연계에 능숙한 신시가 가장 유리할거라고 생각했고 다른 도시들의 상태를 들은순간 거의 100%확신했다. 그러나 변수는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법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녀석의 전력이 확연히 줄어들었을때 뒷치기를 하는건데 말이야.”
“그거 안되는거 아시죠? 설령 어떻게든 나머지 두 세력을 끌어들인다 하더라도 그렇게 유토피아를 없애버리면 자연스럽게 연합은 신의없는 세력으로 낙인찍혀서 토사구팽 당할거에요.”
“그래도 나는 딱히 상관없는데? 정 그러면 세르게이쪽에 붙던가 아니면 안면에 철판이라도 깔고서 아르벤쪽으로 가면되지.”
“…진심으로 하는 소리에요?”
“진심으로 하는 소린데.”
“…….”
이걸 보고 대담하다고 해야하는건지 아니면 멍청하다고 해야하는건지 순간적으로 감이 잡히지 않은 엘리는 그저 입만 달싹였다.
‘대체 오빠는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성훈이다. 그리고 성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다.
엘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성훈이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부에서 분쟁을 유도하려는줄 알았어.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르게이와 손을 잡고 아르벤과 잭을 치려는것 같기도하고, 아니면 그냥 모든 세력을 싸움붙이려는것 같기도해.’
툭툭!
“…….”
일말의 조급함 없이 일정한 박자로 손가락으로 가볍게 탁자를 내리치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성훈의 모습은 묘하게 흥분해있던 사람들을 침착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것과 달리 성훈의 머리속은 패닉 그 자체였다.
‘나도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일이 굴러가고 있다.’
모든 방향으로 물을 터놓는것. 그것이 바로 성훈의 목적이었다.
스스로가 약하다고 생각하며 가벼운 편집증을 앓고 있는 성훈이 딱 하나로 목적을 정해두고 움직일리가 없었다. 유토피아의 내분을 유도한다. 주요 도시에 속한 부도시들의 움직임을 방관한다. 단체가 아닌 탑랭커 개인에게 동맹을 요청한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라도 다른 길로 갈아탈수 있게끔 문어발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던것이다.
그러나 세상사가 그렇게 생각한대로 쉽게 돌아갈리가 없었다. 지금처럼 한두개의 세력만 있다면 모를까 무려 네개의 세력이, 그것도 신시와 똑같은 수라장을 해쳐온 역전의 용사들이 모여있었고 성훈이 양지에서 음지에서 벌이는 일과 그들이 양지와 음지에서 벌이는 일이 얽혀서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고 있었다.
자칫 한발 잘못 내딛으면 그대로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질수도 있는 복마전같은 상황.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성훈은 웃었다.
씨익!
“왜 웃는거에요?”
“난 웃으면 안되냐?”
‘내가 생각해도 난 참 삐뚤어진 녀석이야.’
여유가 있을때, 통제와 간섭이 가능했을때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고 여유가 없어지자 마음이 가라앉고 한편으로는 편안함마저 느껴졌다. 이 혼란을 더 키우고 싶다. 자신에게 대처불가능한 혼란이라면 모두가 대처할수 없게끔 더더욱 바람을 넣어버리고 싶은 청개구리같은 심정이 밀려올라온것이다.
“예측할수 없다면 그때 그때 맞춰서 임기응변으로 움직이는것도 괜찮겠지.”
“…….”
“왜 그런 눈으로 바라봐? 난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해왔다고. 오히려 지금처럼 장대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맞춰 움직이는건 내 스타일이 아니지.”
“지금까지는 그게 통했을지 몰라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방식으로 싸워가겠다면….”
쾅!
“형! 어, 어라? 엘리 누나까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는데? 그만큼 중요한 정보가 얻은거야?”
잠시 엘리의 눈치를 보던 사종원은 성훈이 괜찮다는듯 손짓하자 잠시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유토피아에서 더 호프와 붉은 폭풍을 향해서 3천정도의 병력을 보냈어요.”
“많다면 많은 숫자지만 고작해야 그 정도 숫자를 전쟁을 벌인다고 보낼리는 없을텐데?”
“예. 그 놈들은 지원군이에요.”
“세르게이와 아르벤이 지원을 요청했다는건가?”
“아니요.”
“그럼 뭔 놈의 지원군이야?”
“토론토와 모스크바에 속하는 하위 세력, 저희쪽으로 말하자면 카미카제나 구파에 해당하는 세력과 비밀리에 접촉해서 지원요청을 받아낸 모양이에요. 그걸 빌미로 지원군을 보낸거죠.”
“…멋진 한수네요.”
“내가 미리 구상한거긴 하지만 설마 잭이 알아차리고 사용할줄이야.”
붉은 폭풍이나 더 호프같은 세력의 지원 요청이 아닌 패잔병으로 전락한 타도시의 세력들을 이용한 지원요청! 물론 당연히 이런걸 그쪽에서 받아들일리가 없다. 그러나 지원군을 보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요 세력과 하위 세력의 반발을 유도해 당분간 바깥으로 눈을 돌릴수 없게끔 만들고 이미 보내버린 3천의 병력은 이빨에 걸린 가시처럼 신경을 자극할테니 말이다.
“잭이 이미 이렇게 일을 벌여버린 이상 힘을 합쳐서 뒤를 치려해봤자 명분도 없고 시간으로도 늦어버려.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그게 뭔데요?”
사종원의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응시하며 성훈은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우리도 똑같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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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재를 쉰 대신 오늘 용량은 빵빵하게 올렸습니다.
그동안 너무 루즈하게 진행한것같아 최대한 빠르게 완결을 향해 진행하면서도 ‘사실 나는 한번만 찔러도 죽는다!’ ‘우리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같은 느낌이 들지 않게끔 말이 되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쓰다보니 머리가 터질것 같습니다 ㅠㅠ
선추코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