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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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파멸
“딱 나를 위한 무기군. 나말고 제대로 쓸수 있는 사람이 있을라나?”
행운 스탯을 천단위로 올린 사람은 아마 자신이 유일할것이다. 본래대로라면 절명이 요구하는 수치에는 살짝 미치지 못했지만 그건 아이템의 보너스 스탯을 더하면 충분히 해결할수 있다는 계산을 끝마친 성훈은 절명의 옵션을 하나하나 제대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먼저 눈에 띄이는 옵션으로는 마법적인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거의 극한까지 끌어올려준다는 점이었다. 방어구와 장신구를 조합한다면 평범한 마법은 성훈에게 영향을 끼치는것조차 불가능할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주목할만한것은 바로 죽음의 낙인이라는 스킬이었다.
핏!
절명이 손바닥을 살짝 파고들자 핏방울이 송골송골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눈깜짝할 사이에 상처는 다시 아물었지만 손바닥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통증이 욱씬욱씬 퍼지기 시작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만한 수준도 아닌 데미지. 그리고 꽤 시간이 흘러서야 통증이 사라지는것을 확인한 성훈은 질린다는 눈으로 절명을 바라봤다.
“이건 완전히 밸런스 파괴, 버그 아이템 급이잖아?”
프라가라흐를 봤을때 든 생각은 아이템의 성능이 좋다 나쁘다로 표현할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밸런스를 파괴한다는 생각이었다. 유니크 급 이하의 아이템은 무엇이든 일격에 절대절단, 그리고 상대방의 방패나 갑옷 위를 가격하면 최대 4배까지 올라가는 아이템은 일반적인 게임에는 나올수도 없고 나와서는 안되는 사기옵션이었다. 절명은 다른 의미로 프라가라흐보다 더 무시무시한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죽음의 낙인 자체의 데미지도 만만치 않은데 10번을 중첩시켜 가격하면 아무 조건없이 바로 체력과 마력 10%를 증발시켜버린다. 달리 말하면 100번만 검을 휘둘러 명중시키면 상대가 그 누구든 바로 즉사시키는게 가능한것이다. 어린아이가 들든, 노인이 들든 조건만 만족시키면 상대방을 무조건 죽음으로 인도하는게 가능한 검. 물론 상대가 탑랭커쯤되면 100번이나 유효타를 넣기전에 승부가 나겠지만 그래도 이 검의 사기성이 어디 가는건 아니다.
‘일단 한번만이라도 옵션을 발동시켜도 대박이고 상대가 골렘같은 대형 몬스터면 완전히 그냥 주워먹는거나 다름없어. 룬 블레이드가 주술 스킬을 쓰는데 더 특화되기는 했지만 이건 페널티를 감수하고 쓸 가치가 있군.’
“그리고 이것도 받아.”
“…이건 네거 아니야?”
절명 이외에도 미리내가 본인의 몫으로 뭔가 의복 종류의 아이템을 골랐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본인이 사용하려고했지 설마 자신에게 주려고 아이템을 골랐다고는 생각조차 할수 없었다.
“지금까지 검부터 시작해서 옷, 장신구 등 물질적인것부터 말로는 전할수 없는 깨달음까지 모든 것들을 당연한듯이 받아오기만 한게 항상 마음에 걸렸어. 물론 고작해야 이런 옷 한벌 따위로는 그 은혜의 천분지, 만분지 일도 값을수 없을테지만 그래도 이런거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견디지 못할것 같아. 그러니까 제발 받아줘.”
물론 성훈은 미리내한테 이런 대접을 받을만한 은혜를 베풀거나 뭘 해줬다는 기억은 없었다. 그러나 입안으로 굴러들어온 떡을 내뱉을만큼 바보도 아니었다. 진심을 담아서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하는데 미리내 본인을 위해서라도 특별히 받아줘야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런걸 받으면 내가 너무 속물처럼 보여서….”
“역시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조금 그런것 같았는데 그럼 이건 종원이에게나….”
“…보이기는 하는데 그거야 다른 사람이 볼때 그렇단거지. 네가 순수한 마음으로 선물해줬단건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한국인의 예절에 따라 그래도 세번은 다시 권할줄 알았건만 단 한번만에 의견을 굽히려하자 성훈은 자연스럽게 말을 돌리며 그녀의 손에 들린 옷을 낚아챘다. 마치 자신을 위해서 맞춤 제작된것만같은 정장. 아무런 무늬도 없었지만 어둠을 그대로 잘라내어 만든것같은 색감은 묘하게 시선을 잡아끌었으며 분명히 잡고 있는데도 전혀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필시 평범한 아이템이 아니라는것을 직감한 성훈은 마른침을 삼키고 옵션을 확인했다.
마족의 정장.
등급 : 레전드(中)
종류 : 의복
-마법적인 힘으로 가공해낸 어둠의 실, 암흑사(暗黑絲)로 짜내어 만들어낸 정장. 결코 쉽게 만들수 있는 옷이 아니었기에 몬스터의 가죽이나 미스릴 실을 같이 이용해서 만들어냈고 고위 마족만이 암흑사만으로 이루어진 옷을 입을수 있었습니다. 어둠 그 자체를 가공해서 만들었기에 최고의 착용감을 제공합니다.
-방열, 방한, 방수 기능.
-내구도 자동 회복.
-모든 종류의 데미지 10% 절대 감소.
-신성 속성에 10% 추가 피해.
-체력 +150, 민첩 +150, 마력 +150.
-어둠속에 몸을 숨길시 3분마다 체력과 마력이 1%씩 회복됩니다.
-마(魔), 사(邪) 속성에 피격할시 데미지 20% 절대 감소(암흑사 비율 100%에 따른 추가 옵션).
“이것도 좋은데?”
“빈말 아니지? 내가 볼때는 옵션이 너무나 딸려보이는데….”
“진심이야. 이런 옷은 어디가서 구하지도 못해.”
분명히 마족의 정장은 레전드 중급 치고는좀 부족해보이는 옵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단순하게 생각했을때다. 판금이나 중갑, 경갑같은 ‘갑옷’과는 달리 정장은 어디까지나 ‘의복’에 속한다. 전투에 도움이 될만한 옵션이 붙은건 그야말로 극소수였고 그중에서도 정장같이 매니악한 옷은 매물이 거의 없다시피했다.
당장 성훈이 걸치고 있는 정장도 거금을 주고 수제 제작한 물건이었지만 쓸만한 옵션은 고작해야 데미지 감소 5%가 전부인 상황에서 얻은 이 마족의 정장은 대박이라고는 말로밖에 표현할수 없었다.
“검뿐만 아니라 옷까지 새롭게 바꾸다니. 너무 일이 잘 풀려서 무서울정도야.”
“누가 하는 일인데 성공하는거야 당연하지.”
“아니, 이번 일은 미리내 네가 없었더라면 시도할수조차 없었어. 지금이야 이렇게 말밖에 할수 없지만 모든일이 끝나면 그 때 내가 할수 있는거라면 뭐든지 해줄게.”
“…해줄수 있는 모든것?”
“내 목숨을 달라는 황당한 부탁만 아니라면 무조건 들어줄게.”
목표를 초과달성했다는 생각에 흥분해서 진심과 립서비스가 반쯤 섞인 소리를 내뱉는 성훈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여러모로 도와준 미리내라면 조금 무리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떤 부탁이든 들어줄 마음이 있었다.
어떤 것이든 들어주겠다는 말에 미리내에게서 살짝 뜨거운 열기가 뿜어졌지만 절명과 마족의 정장에 정신이 팔려버린 성훈은 그녀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당당하게 어깨를 피고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신시로 돌아가기만 하면 끝이다. 나와 미리내, 사종원, 엘리, 그리고 볼프까지 합하면 최후의 무대에서 다른 세력을 상대로도 충분히 이길수있어. 아니, 혹시 모르니 가는대로 김이현에게도 서신을 보내볼까?’
“어서 가자. 최대한 빨리 행동한다고 행동했지만 다른 도시와 마주하고 있으면서 너무나 오랫동안 신시에서 빠져나와있었어. 물론 엘리가 어지간히 알아서 처리했겠지만 명색이 길드장인데 계속 일을 맡겨둘수만은 없지.”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부터 마음속 한구석에 언제나 불안함을 품고 사느라 가벼운 정신병까지 걸렸던 성훈이었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에 무겁게 내려앉은 돌덩이가 사라진 기분에 수많은 변수와 상황을 고려해야하는 복잡한 계산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잠재적인 적이나 다름없는 4개의 도시.
원래대로라면 쓸데없는 분쟁에 얽히지 않기 위해서 도시 밖으로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최후의 무대라는 미발견 지역 때문에 필드에는 예상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딱히 모습을 숨기지 않고 이동하다보면 한시간에 한두번은 사람들과 만날수 있을정도로 말이다. 탑랭커들중에서도 가장 쉽게 알아볼수 있는 가면을 착용하고 있기 때문인지 다른 도시의 사람들은 마주치는 족족 놀라움을 표하고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물론 원한다면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신시로 돌아가는것도 가능했지만 성훈은 일부러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고 당당하게 이동했다.
“그럼 이대로 B라인을 경유해서 신시로 귀환하실겁니까?”
“아마 그렇게 되겠지? 산책이나 할겸 느긋하게 움직일 생각이니 아마 삼일정도 걸릴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고생하십쇼!”
그 이유는 바로 신시의 사람들과 접촉하기 위해서였다. 수색대마다 책사가 포함되어 있는 신시의 수색대는 다른 도시의 수색대에 비해 정보전달의 속도가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빨랐다. 아무리 늦어도 최초의 수색대와 조우한 시점부터 한두시간 정도면 신시에 그 정보가 퍼져있을것이다.
‘그리고 그 정보는 엘리에게 가는거지.’
모든 정보는 당연히 정상적인 계통을 거쳐서 유백우에게 향한다. 그러나 몇몇 특정한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는 정보는 유백우를 향하지 않고 다른 루트를 거쳐서 엘리에게 전달된다. 연합에서 최종적으로 정보를 분류하는 몇몇 사람들에게 환락단과 뇌물을 먹이는것만으로도 쉽게 할수있는 일이었다.
그렇게해서 엘리에게 자신의 위치를 전달하는 이유는 성훈의 편집증적인 성향이 만들어낸 하나의 보험장치라고 할수있었다. 도시를 비운 사이에 자신에게 위험을 끼칠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것인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강무한과 김이현이 손을 잡고 자신을 적대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었고 그런 정보를 보다 안전한곳에서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건 너무 과한것 아닌가요?”
“물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돌다리를 두드려서 나쁠건 없잖아?”
“…뭐 그걸로 오빠가 편안해진다면야.”
과하다싶을정도로 안전에 집착하는 성훈을 엘리는 그다지 탐탁치않게 생각했지만 강력하게 주장한결과 결국은 이런 구조를 만들어낼수 있었다. 그리고 신시 사람들과 처음으로 조우하고 나서 반나절가량이 지날 무렵 성훈은 반가운 인물과 마주할수 있었다.
“성훈 혀어어어엉!”
“그래 그래, 어째 너는 갈때랑 변한게 하나도 없냐?”
“가서 어디 다친곳은 없어요? 미리내 누나만 데리고 가셔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봐 제대로 잠도 못 잤다고요!”
“미리내만 있으면 왠만한 랭커 수십명을 호위로 대동하는거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 그건 그렇지만. 어쨌든 저에게 말도 안하고 가는건 너무했어요. 제가 나중에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형은 좀 더 주위 사람들을 배려할줄 알아야해요.”
고맙기는 하지만 성훈에게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충고였다. 쓴웃음을 지으며 사종원의 머리를 휘저은 성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지나가는 어투로 말했다.
“…그래도 토론토 근처까지는 따로 호위대를 꾸려서 갔잖아?”
“고작해야 그런 화살받이들로는 안심할수 없어요. 어쨌든 지금이 정말로 중요한 시기니 제가 미리내 누나 대신 항상 옆에서 호위해드릴게요.”
“뭐 굳이 따지자면 네가 호위를 받는쪽이 되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뭐 내가 없는 사이에 특별한 사건이라도 있었어?”
“아! 아주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는데 엘리 누나가 아주 극비리에 획득한 정보라고 꼭 성훈 형에게 전달하래요.”
엘리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할정도면 필시 보통 정보가 아니다. 이야기를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도 괜시리 목소리를 낮춘 성훈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뭔데?”
“연합의 수색대가 얼마전에 최후의 무대를 발견했죠. 엘리 누나가 도시로 귀환하기전에 꼭 한번 그곳에 대해 조사해달래요.”
“잠깐, 최후의 무대가 발견됐다고? 아니, 그것보다….”
최후의 무대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그만큼 충격적이었지만 성훈은 사종원의 말에서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 조사를 나에게 부탁해? 굳이 내가 아니고서도 다른 사람들을 동원하면 충분할텐데.”
“그렇게 말할줄 알고 엘리 누나가 다 이유를 설명해줬어요. 일단 수색대가 한 자리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있으면 다른 도시 사람들의 의심을 사기 때문에 최후의 무대를 발견하고도 위치만 기록하고 바로 빠져나올수밖에 없었데요. 그리고 연합의 대응이 가장 큰 이유래요.”
“연합?”
“예. 지금 연합은 단숨에 최후의 무대를 공략 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다른 도시에 들키지 않기 위해서 겉으로는 계속해서 수색대를 보내고 신시바깥으로의 사람의 출입을 완전히 금했고 저는 그나마 마침 바깥에 나와있어서 운좋게 성훈 형을 만날수 있던거에요.”
“으으음.”
연합의 대응도 충분히 상식의 범주안이고 엘리가 이런 부탁을 한 이유도 충분했다. 뭔가 목에 가시가 걸린것처럼 석연찮은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일단 앞뒤는 다 들어맞았고 무엇보다 최후의 무대라는 거대한 추는 성훈의 마음을 한쪽으로 기울이기에 충분한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좋아. 그럼 신시로 가기전에 잠깐 그곳에 들러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