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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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궁여지책.
“몰래 들어온다고 고생 좀 했습니다. 그나마 모스크바는 감시의 눈길이 희미해서 다행이었어요.”
“너에게는 호의를 가지고 있고 지금까지 도움을 준적도, 받은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라는 개인적인 관계 하에서 이루어진것. 붉은 폭풍, 더 나아가서 모스크바의 대표 세르게이로써 지금 너를 도와줄수없어.”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그럼 다른 말을 할거였나? 만약 그저 몸 하나 지키자고 온거라면 새로운 신분이야 만들어주지 못할것도 없긴하지.”
시작하기도전에 미리 매듭을 지어버리는 세르게이였다.
“…그것보다는 더 과한 요구를 할것같군요.”
“그럴거라고 짐작했지. 하지만 이건 미리 알아뒀으면 하는군. 몇일전 유토피아에서 4개 도시의 대동맹을 제안했다. 4개 도시의 탑랭커와 최상위 전력을 한군데로 모아서 최후의 무대 공략에 도전하자는 제안이지.”
“그럼 지금 당장 저를 잡아야하지 않나요? 잭이나 강무한이 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리가 없을텐데요.”
“사실 그런 제안을 하기는 했지. 너를 생포하거나 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사례를 하겠다고 하더군. 사실 네가 온것을 알면 가만있지 않을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전에 개인적으로 너에게 하나만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
“뭐든지 물어보시죠.”
“너에 대해 돌고 있는 소문. 전부 사실이냐?”
세르게이는 특별히 위협이나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무심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뿐이었다. 하지만 그 무심한 시선이 잭의 광기어린 눈동자나 강무한의 강렬한 시선보다 훨씬 더 마음속을 꿰뚫어보는것처럼만 느껴졌다. 거짓을 말했다가는 바로 들통나버릴것만같은 그런 불안한 기분.
“반은 사실, 그리고 반은 거짓입니다. 연합이 밝힌 죄목중에 사실여부만 놓고보자면 정말로 제가 저지른 일도 있긴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한 거짓도 분명히 존재하긴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선동, 조작, 살인, 횡령, 사기, 감금. 이런 중범죄 중 몇개는 저질렀다는 말이로군. 누명을 쓴거야 억울하다 하더라도 연합이 밝힌 내용 중 반만, 아니 반의 반만 사실이라 치더라도 이렇게 쫒기는건 당연한 일이야. 자수해서 광명찾자는 말처럼 네가 저지른 죄에 대해 죗값을 치를 마음은 없는거냐?”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벌인 일들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저는 망설이지 않고 똑같은 일을 저지를겁니다. 제 나름대로 질서를 지키고 사람들을 위해서 행한 필요악(必要惡)이니까요.”
과거처럼 완전무결한 가면을 쓰고 있었을때라면 몰라도 더렵혀지고 흠집난 가면을 쓴채 결백을 주장하는건 바보같은 일이다. 상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산전수전 다 겪은 탑랭커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렇기에 성훈은 1할의 거짓을 섞었을지언정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내 진심을 담아 말했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후에야 세르게이가 입을 열었다.
“나는 바보가 아니야. 착한 사람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건 아니야. 반대의 경우도 성립해. 나쁜 사람을 싫어하지만 나에게 이득이 된다면 얼마든지 손을 잡을수 있지.”
“…….”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너를 잡아서 잭에게 가져다주는게 가장 좋겠지만…아직 대동맹을 본격적으로 수락한것도 아닌데 꼭 그럴 이유가 없겠지. 그럼 이제 긴장 풀고 천천히 대화를 나눠보자고.”
‘역시 만만찮군. 세르게이.’
솔직히 말하자면 세르게이의 존재는 있어고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계책대로만 돌아간다면 세르게이가 합류하지 않아도 대동맹을 상대로 승리할수있는 가능성은 최소 7할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렇게 찾아와 제안을 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보다 확실한 승리를 얻기 위한 보험의 차원일뿐이었던것이다. 아군이 되면 좋고 거절해도 딱히 상관없는, 지금 성훈에게 있어서 세르게이의 가치는 딱 그정도일뿐이었다.
“그렇다면 세르게이님.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전에 딱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뭐지?”
“세르게이님이 진짜로 원하는건 뭡니까?”
어찌보면 뜬금없기까지한 질문에 세르게이는 대체 성훈이 무슨 의미로 이런 질문을 던진건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는 세르게이와 달리 성훈은 여유만만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애초에 세르게이가 자신의 편에 설까 말까는 고민의 대상조차 아니었다. 왜냐하면….
‘애초에 너에게는 선택지가 없었거든.’
이미 정해진 결과를 확인하기위해 나누는 대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세르게이를 향해 성훈은 가면 너머로 작은 조소를 보냈다.
성훈이라는 초대형 시한폭탄이 서서히 카운트다운을 해가고 있는것과는 상관없이 4개의 도시는 전혀 생각지도못한 사건 떄문에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강제 미션도, 신지역도, 전쟁에 관한것도 아닌 바로 대동맹의 결성에 대한 충격 때문이었다.
“4개의 도시가 전부 동맹을 맺는다고? 그럼 누구랑 싸운다는거야?”
“하여간 머리속에 싸움밖에 없지? 멍청아, 싸우려고 동맹을 맺는게 아니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동맹을 맺는다는거잖아!”
“아, 그, 그런건가?”
지금까지 수많은 도시간의 전쟁이 치뤄진 이유는 사람들이 무슨 싸움에 미친 전쟁광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어느 방법으로든 승패가 갈리지 않으면 모두가 죽기 때문에 어쩔수없이 싸워왔을뿐이다. 그런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다보니 사람들은 어느새 다른 도시와 싸우는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지막 통합 이후로는 굳이 전쟁을 벌여서 승패가 갈리지 않아도 죽는등의 페널티가 주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수행해야했던 강제 미션 또한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죽음을 무릅쓰고 강함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할 필요가 사라져버린것이다.
‘신시, 토론토, 로스앤젤레스, 모스크바 4개의 도시가 참여한 대동맹은 분쟁과 다툼을 막아 영원한 평화를 이룩하기위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다소 반발을 가졌던 사람들도 정말로 각 도시의 탑랭커들이 몸소 나서서 협상을 하고 굳게 닫혀있던 문도 열기 시작하자 점점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일부러 평화를 만들수없게끔 만들어진 규칙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런 당연한 사실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저희 대동맹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 더 미션이라는 세계의 끝을 보는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힘없는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희생시키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최후의 무대를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4개 도시의 탑랭커들과 최상위랭커들로만 이루어진 공격대.
신지역을 공략할때처럼 자격이 안되는 사람이나 약자까지 동원해 쓸데없는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하기 위한 인원선별이었고 이런 발표는 무리한 도전으로 본인이나 지인들의 피해를 겪은 일반인들에게는 큰 환호를 얻었다.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의로 그런 선택을 했던만큼 악화되었던 민심이 순식간에 반등되었음은 물론이고 일각에서는 고귀한 의무를 행한다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까지 나오고있었다. 대의와 민심을 모두 잡는다면 어떤 일이든 성공할수밖에 없는법. 결국 대동맹은 무사히 결성되어 곧 4개의 도시에 제한적인 교류까지 이루어지는 경지에 다다렀다.
“하, 내가 만약 지구에 있었더라면 분명히 노벨평화상쯤은 거뜬히 타냈을거야.”
“개소리도 이쯤되면 오히려 신선할정도로군.”
“그런 소리 하지 말라구. 서로 으르렁대던 도시를 이렇게 하나로 만드는게 어디 쉬운일인줄아나? 아마 내가 아니었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죄다 서로가 잘났다고 투닥거리면서 평생 싸우기만 했을껄?”
“네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분명히 먼저 평화를 이루기위해 손을 내밀었을거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정의의 영웅씨?”
이죽대는 잭의 면상에 주먹을 한방 꽂아넣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아르벤은 그런 마음을 필사적으로 억누를수밖에 없었다. 다소 과장이 섞이기는 했지만 잭의 말은 분명히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잭이 로스앤젤레스를 어떤 식으로 다루고 어떻게 사람들을 타락시켰는지 알게 된 자신은 그를 악으로 결정하고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 악당을 두고 과연 자신이 먼저 손을 내밀려고 했을까? 오히려 잭이 악당이었기 떄문에 안면에 철판을 깔고 이런 제안을 할수 있었던것이다.
“…쓸데없는 잡담은 이쯤에서 그만두지.”
‘귀여운 녀석. 크크큭.’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리며 애써 자신과 말을 섞지 않으려는 아르벤을 보며 잭은 속으로 웃었다. 옛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을 그대로 옮긴듯한 아르벤은 놀려먹는 재미가 있었다. 성격도, 행동도 악을 징벌하고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이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굴레에 얽매이고 더 큰 정의를 이루고 평화를 만들기위해서 바로 앞에 존재하는 악에서 조금씩 눈을 돌리고 타협해가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평범한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 악을 배척하거나 당장 눈앞의 악에게서 눈감고 더 큰 것을 이루기위해 노력하는것. 둘 중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둘 모두 정답일수 있고 둘 모두 정답이 아닐수도 있다. 아르벤은 그 중에서 후자를 택했고 그것이 잭을 즐겁게 만들었다.
‘유성훈같은 녀석도 재밌긴 하지만 이런 순둥이 같은 녀석도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단 말이지. 물론 정말로 방심할만한 상대는 아니기는 하지만.’
스륵.
“미안하군. 내가 조금 늦었나?”
“괜찮아, 괜찮아. 재밌게 이야기하느라 시간가는줄 몰랐다니까. 크하하하하! 아르벤,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고!”
“…….”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만 신났던 모양이군.”
막 들어온 세르게이가 비어있는 의자에 앉자 그때까지 조용히있던 강무한이 눈을 뜨며 말했다.
“각 도시를 대표하는 탑랭커들이 전부 모였군.”
“이렇게 모이는것도 쉬운일이 아닌데 파티라도 한번 할까? 회합을 다지려면 한번쯤 하는게 낫잖아?”
“파티를 벌이는건 상관없지만 그런건 이 회의가 끝난 이후에 해줬으면 좋겠군. 지금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눠야하니까.”
“어차피 최후의 무대 공략에 대한 준비는 전부 끝나고 카운트다운만 헤아리는 상황인데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나눈다는거야?”
“…유성훈에 대한 이야기지.”
유성훈이라는 말이 나오지 방안에 있던 사람들의 분위기가 전부 바뀌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얼굴조차 보기 쉽지 않은, 탑랭커와 더불어 도시의 지배자이기도 한 사람들이 좋은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전부 성훈과 관계를 맺고 있었던것이다.
“유성훈은 현재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잠적해있다고 알고 있는데?”
“맞아. 모습을 드러낸적도 없고, 그렇다고 뭔가 수상한 일을 꾸미고 있는 낌새조차 없어. 그래도 그 녀석을 잊어서는 안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상황을 뒤집어버리는게 바로 유성훈이라는 인간이다. 이미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말살당해버린 그가 재기할 방법은 없는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무한은 안심할수 없었다.
“최후의 무대 공략은 정확하게 3일후. 우리가 최후의 무대에 도전하기 직전까지 유성훈이 아예 모습을 드러낼수조차 없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 해.”
“대비라면 어떻게?”
“그 녀석이 가지고 있는 세력은 만만치 않아.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최후의 무대 공격대에 대한 습격을 가할수도 있으니 연합, 더 호프, 유토피아, 붉은 폭풍. 각 세력의 전투집단을 모두 동원해서 최후의 무대 근처에 철저한 감시망을 세우면 좋겠군. 또 요인 암살 및 납치가 있을수도 있으니 보안을 한층 더 강력화하고 유언비어에 휘말리지 않고록 여론조작을 한층 더….”
강무한의 말은 끝날줄 모르고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뭔가 수를 써오리라고 생각한 성훈이 조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불안해한 유백우는 자신이 생각할수 있는 모든 방법을 떠올려서 강무한에게 알려준것이다.
편집증이라고 할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집착하는 강무한의 말에 질릴법도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세 사람은 오히려 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고개를 끄덕이고 점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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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나 3정도 되려나?
몇몇 분이 너무나 질질 늘어진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훨씬 더 늘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래도 명색이 마지막 챕터에 복수인데 뒤통수 맞고 1챕터도 안되서 끝이 나버리면 너무나 허무할것 같아서 말이죠.
그래도 그 말이 틀리진 않으니 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