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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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궁여지책.
‘그 녀석이라면 이정도 준비는 해야한다. 어떤 준비를 해도 모자라지 않아.’
지금까지 같이 싸워온 강무한은 유성훈이 유령으로 있을당시 해온 일들을 전부 보아오고 같이 해왔기 때문에 방심할수 없었고 잭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위치에 서있었음에도 두번이나 죽을뻔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조금도 긴장을 풀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르벤은 오히려 더 추가할곳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뺵빽한 강무한의 제안에 만족하지 않고 더 완벽한 준비를 위한 대비책을 꺼내기 시작했다.
“도시안에 있으면 사람들을 매수하던지 고위마법으로 같이 죽자는 식으로 습격을 걸어오면 오히려 더 위험할 가능성이 높으니 가능하면 오늘 당장이라도 공격대와 주력부대를 도시 바깥으로 빼내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웃기지도 않는 속임수에 넘어가 루시아가 목숨을 잃고 얼마전에는 포로로 잡히기까지 했다. 유성훈이 범죄자로 지정되고 행방불명됐다는 소리를 들은 아르벤이 가장 먼저 내린 명령은 만약의 기습이나 납치에 대비하기 위해 최소 삼인일조로 모여다니도록 하는것이었고 루시아 같은 경우에는 탑랭커인 렉터와 알렉스를 붙여서 안전에 한층 더 신경을 썼다.
‘헛수고로 끝나도 좋다. 이번만큼은 절대로 당하지 않겠어.’
“주요 무력부대를 도시 바깥으로 빼내 대규모 진지를 구축하고 최후의 무대를 공략할 공격대들은 보호를 받으면서 대기라. 세세한것까지 합치면 처음 생각한것보다 훨씬 더 대규모 병력 이동이 될것같은데 이러면 도시 내부의 감시와 보안이 조금 약해질것같군.”
“그 정도는 문제없겠지. 그 녀석의 세력이 꽤나 대단하기는 하다지만 그래봤자 극소수야. 도시를 아예 비우자는것도 아니고 치안 유지를 위한 세력정도는 충분히 남겨놓을테고 설령 녀석이 일을 벌인다면 도시 내부에 있는 일반인들, 각 세력의 무력 부대로 이루어진 포위망을 뚫고 탑랭커 수십과 최상위 랭커 수백을 상대해야하는데 그게 가능할거라고 보는건가?”
“…그것도 그렇군.”
잭이 착실하게 예시까지 들어주며 설명하자 강무한은 못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유성훈이 아무리 강력해도, 설마 4차 각성의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모든 포위망을 뚫고 도착하는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유백우에 세운 계획도 바로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성훈이 어떤 일을 벌이고자 한다면 설사 모든 힘을 동원해 대비를 하더라도 막는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발상을 바꾸면 된다.
공격을 미연에 방지하는것이 아니라 공격을 받는다 하더라도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아니 아예 공격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기반을 구축해놓는것이다. 성훈이 복수를 하고 싶다면 최후의 무대 공략이 시작되는 삼일안에 승부를 봐야한다. 그러나 그 삼일안에 뭔가를 한다는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 이쯤에서 회의를….”
“…잠깐 한 마디해도 될까?”
“얼마든지.”
들어온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없이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세르게이가 팔을 들고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도시 바깥으로 주요병력을 전부 빼내는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는데. 병력을 한곳에 집중시키지 말고 분산시키는게 나을것같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라도 있나?”
“그냥 느낌이 안좋아서, 라는 이유는 안되나?.”
“기각하지.”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들려온 즉답에 세르게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만약 이 제안을 한것이 강무한, 잭, 아르벤 세 사람 중 한명이었더라면 의견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필이면 의견을 꺼낸 사람은 세르게이였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유일하게 유성훈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남자. 그나마 모스크바의 대표라는 입장때문에 대동맹에 대한 참가 제의도 받고 이런 자리에도 참석할수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관계일뿐이었다.
모두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계를 강화하자는것도 아니고 오히려 느슨하게 하자? 만약 자신이 강무한이더라도 똑같은 대답을 들려줬을것이다. 주어진 정보내에서 선택할수있는 가장 합리적인 판단. 그러나 꼭 옳은 선택이 옳은 결과만을 가져다주는 법은 아니라는걸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곧 있으면 뼈저리게 느끼게 될것이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할말은 없군. 이만 나가보겠어.”
“수상한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딱히 위협할 생각은 아니지만 지금은 모두 신경이 예민해져있는 상황이거든. 만약 쓸데없는 일을 벌인다면….”
세르게이는 조잘거리는 잭을 바라보지도 않은채 오른손을 들어 엿을 날리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 도시를 대표해서 나온 상황에서 저런 식으로 막 나가는건 잭도 하지않는 일이었고 잠시 시간이 흐른후 잭은 박수를 치며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크, 크흐흐흐흐, 맘에 들어. 저 녀석 아주 마음에 든다고! 내 도시에는 전부 공장에서 찍어낸것처럼 개성없는 사람밖에 없어서 저런 개성있는 사람이 너무나 좋단 말이지. 아, 그렇다고 질투하지는마. 내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이제 아르벤 너라구!”
“…나도 나가보도록 하지.”
“급한 일이라도 있어? 혹시 그 귀여운 여자친구랑 같이 놀러가는건가? 아니라면 내가 죽이는 년들로 준비해놓을테니.”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아니 경멸하는 시선을 보내도 잭은 조금도 주눅들지않고 오히려 즐겁다는듯이 아르벤의 옆에 붙어서 조잘거리며 천막에서 나가버렸다. 그리고 홀로 남은 강무한은 비어버린 천막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일이 술술 풀리는데도 오히려 불안감이 더더욱 커져만가는 상황이 있다. 그게 바로 대동맹의 수뇌부들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돛에 순풍이 불듯 계획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고 있었고 사람들의 지지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성훈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아예 등장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짜고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모두들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성훈이라면 이런 감시망속에서도 뭔가 사고를 칠것같다고 은연중에 기대(?)하고 있었던것이다. 심모원려한 계책이든, 자포자기한 최후의 발버둥이든 말이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흘러 마침내 최후의 무대 공략일이 다가오는 당일까지도 그 어떠한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
“뭐야 이게?!”
“나타나든 숨어있든 상관은 없지만 꽤나 흐지부지한 결과로군.”
“결국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아예 숨어버린건가?”
“그렇다고 볼수있겠지? 하긴 지가 해봐야 뭘 하겠어.”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눈을 뜬 사람들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며 성훈을 기억속에서 지워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용쓰는 재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시간이 없었다.
기습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시에서 꽤나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 진형을 갖추고 철저하게 대비를 하고 있는 수만의 최정예 병력.
인벤토리 가득히 장비품과 소모품을 채운채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있던 탑랭커 수십과 수백의 최상위랭커.
이들을 상대로 대항하고자 했다면 한참전부터 준비를 했어야했을것이다.
“솔직히 당황스럽군요.”
성훈이라면 어떤 식으로는 모습을 드러낼거라는 생각에 밤을 샜던 유백우는 허탈하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녀석이라고 불가능한 일을 할수는 없는 노릇이지. 조금이라도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라면 영원히 양지에 나오지 않고 숨어살아갈거라고 했던건 다름아닌 너였잖아?”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렇다면 걱정할게 뭐가 있어? 이제 유성훈에 대해서는 관심을 끊어버리자고. 생각해봤자 피곤해지는건 우리들이니까.”
‘…정말로 내 예상이 적중한건가?’
안심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이율배반적인 감정속에서 결국 유백우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점심에 뵙죠.”
각 도시에서 출발한 마지막 보급품을 운반하는 부대가 도착하면 물건을 인수받는즉시 최후의 무대로 떠날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예 물리적으로 복수를 이룰수없게 된고 자연스레 유성훈이 지게되는것이다.
‘이미 99.9%로 이긴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지만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는다. 혹시 보급부대에 손을 쓸 생각일수도 있으니.’
“거기 누구 있나?”
“부르셨습니까?”
“화랑대주에게 명령을 전달해라. 내용은 4개 대대를 동원해 당장 신시로 가서 보급부대의 호위를 전담하는것. 임무 수행이 완료될때까지는 어떤 종류의 명령 체계도 따르지 않는다. 그리고….”
최후의 최후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만전을 기하는 유백우의 모습은 그야말로 눈물겨운것이라고 할수있었다. 만약 상대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었더라면 몇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하는 천재 책사라 하더라도 정면승부로 유백우를 이기지는 못했을것이다. 그만큼 유백우의 대응은 합리적이었고 치밀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가 상대하는 사람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범인이나 천재도 이해할수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어딘가가 뒤틀린 남자. 그것이 바로 유성훈이었다.
“이야아아아! 저 안에 실린 물건들 돈으로 환산하면 대체 얼마야?”
“생각하지마. 계산하면 네 머리만 아파지니까.”
“더 이상 특별 지출이나 강제 징용은 없어서 좋긴한데 뭔가 시원섭섭하네.”
연합의 8할 가량이 빠져나갔어도 신시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4개의 도시 중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었고 오늘은 최후의 무대 공략을 위한 마지막 보급 부대가 떠나는 날인만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션을 하지 않고 도시를 떠나가는 부대를 배웅하고 있었던것이다.
물론 유성훈 일당이 나오는걸 막기 위해서 신시 바깥으로의 출입은 엄밀히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성문 바깥까지 따라나갈수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기뻐하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축제 분위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무언가에 홀린것처럼 쉼없이 달려왔지만 강제 미션도, 도시간의 전쟁도 사라지고 마지막 목표라고 할수 있는 최후의 무대 공격대까지 떠내보내자 모두 마음이 풀어진것이다.
“분위기 좋은데? 같이 차라도 마실까?”
“마지막 싸움이 될거라고 긴장풀지 말라고 하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긴장과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는건 다른거지. 뭐 싫다면 말고.”
“…싫다고는 안했어.”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미리내를 향해 가볍게 웃어준 성훈은 그대로 앞장서서 자연스레 거리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수십만장의 전단지가 흩뿌려졌건만 의외로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도 두 사람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소 긴장이 풀어진 이유도 있었지만 일단 유성훈보다는 유령으로서의 가면의 이미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고 미리내는 검을 들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그저 가녀리고 소심한 여자처럼 보였기에 유령과 마검의 이미지를 연상해내지 못한것이다.
“계획에 차질은 없지?”
“너무 수월해서 오히려 당황스러울정도야. 주요 요인들에 대해 보호를 집중한탓인지 나머지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보호가 허술해졌어.”
“유백우는 최후의 무대 공격대쪽에 뭔가 수를 쓸거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아쉽게도 헛집었다는 말이지.”
현재 무명 길드원들은 이곳저곳에서 열심히 움직이며 책사의 신변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금부터 벌일 일은 무엇보다도 은밀함이 생명이다. 유백우의 귀에 들어가더라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대응할수있는 기회를 주면 산을 불태울수도 있는 거대한 불길이 조기 진화당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모두들 따돌렸다고, 막아냈다고 좋아하고 있겠지?’
“…기대하라고. 얼어붙게 만들어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