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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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궁여지책.
사필귀정(事必歸正), 자업자득(自業自得), 인과응보(因果應報), 자승자박(自繩自縛).
세세한 뜻은 다르지만 이 말들의 의미를 한줄로 줄인다면 아마 ‘뿌린대로 거둔다’라고 축약할수 있을것이다. 선행이든 악행이든 일단 평상시 꾸준하게 쌓아올려온 행동들이 반드시 되돌아오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말의 의미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뼈저리게 느낀 사람은 바로 성훈이라고 할수 있었다.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하루아침만에 나락으로 떨어졌으니 말이다.
‘복수는 당연히 해야한다. 하지만 어떻게?’
유토피아의 의장인 잭 애프론, 연합의 련주인 강무한. 두 사람만이 무기를 겨눴다는것은 일단 도시를 주름잡고 있는 두 세력 모두가 적으로 돌아섰다고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아차하는 사이에 아르벤을 끌어들이고 세르게이마저 끌어들인 대동맹은 지금의 성훈으로써는 어떻게 찔러볼 구석조차 없을정도로 거대한 집단이라고 할수있었다.
각 도시를 대표하는 4개의 세력.
모두 합쳐서 10만은 거뜬히 넘어가는 정예병력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생각할때 먹힐만한 수가 없었다. 맞서볼만한 전력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아니, 부족했을거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부족하지 않았어. 바로 차고 넘쳤지.’
4개 세력의 연합? 거기에 대항할만한 전력은 항상 눈앞에 있었다. 줄어드는 시간? 일부러 성훈을 초조하게끔 만들기위해서 떠벌린 시간이 반대로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게 분명했다.
“이쯤이면 될라나?”
“광장이야 항상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괜찮겠지만…진짜로 할거야?”
“해야돼. 아니, 할수밖에 없어.”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자신에게 지레 겁먹고 수뇌부와 통제인원, 그리고 대다수의 연합원들이 빠져나간 이때야말로 일을 벌이기에 가장 알맞은 때였다. 물론 불안하지 않은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벌이는 일은 스케일만 따진다면 성훈이 지금까지 저질러온 어떤 일과도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거대했다. 물론 철저히 준비는 했지만 생각지도못한 변수 때문에 험한 꼴을 당할수도 있다.
“차라리….”
“왜?”
성훈이 하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되었든 옆에 붙어서 끝까지 같이 하고 싶었다. 그러나 성훈이 위험한 일에 발을 들이지말고 그저 평안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복수를 포기한다면 세르게이에게 몸을 의탁하거나 이서준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음지에서 평생을 부족함없이 풍족하게 살수도 있다. 유성훈이 원하는 길.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길. 그 가운데서 한참을 고민하던 미리내는 결국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자신의 욕망때문에 성훈의 의지를 무시할수없다.
‘내가 할수있는 일은 그저 적을 베고 쓰러트리는것뿐. 만약 위험할것같다면 내가 앞을 가로막는 적을 모조리 베어버리면 되는거야. 하다못해 방패막이가 되서라도.’
“이거받아.”
“왠 반지?”
“예전에 얻은건데 지금 가장 필요할거라고 생각해서.”
그녀가 내민것은 자그마한 청옥이 붙어있는 반지였다. 성훈은 몰랐지만 이 반지는 과거 장안과의 전투가 벌어지기직전 연합에서 제공하고 미리내가 고른 반지였다. 미리내에게 바로 도움이 될수있는 수많은 아이템중에서 골라낸 가장 인연이 없을것같은 아이템. 정작 선택해두고도 왠지 모를 부끄러운 감정 때문에 전해주지못한 그 반지를 지금 내민것이다.
맹약의 페어링.
등급 : 레전드(下)
종류 : 반지.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남녀의 소망이 깃든 반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죽음이라도 불사하겠다는 마음이 녹아들어 이 반지에는 영혼 공유라는 특별한 마법이 깃들었습니다. 상대를 위해 죽음이라도 불사하겠다는 각오가 있을때만 이 반지를 착용해주십시오.
-한번 착용시 영원히 벗을수 없음.
-마력 회복율 5%
-영혼 공유에 의한 특수 효과.
-1.피격시 데미지의 1%가 맹약자에게 전달.
-2.능력치 5%가 맹약자에게 보너스 스탯으로 가산.
-3.반지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 죽을시 다른 한 사람의 희생으로 부활 가능.
“…이건?”
레전드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옵션.
그러나 특수 옵션만큼은 성훈도 순간적으로 말을 멎게 할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이 몇개 있었다. 데미지 전달이나 보너스 스탯이 아닌 가장 마지막줄에 있는 부활 옵션. 피닉스의 깃털처럼 아무 조건없는 부활은 아니었지만 일단 부활이 가능하다는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값어치를 가졌다고 볼수 있었다.
게다가 추가 생명이 단 하나도 남지 않은 성훈으로서는 이 맹약의 페어링이 그만큼 반가울수가 없었다.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일을 벌이려고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가 있다면 이 반지를 착용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것이었다.
‘미리내야 추가 생명이 하나 남아있으니 상관없다지만 나는 더 이상 생명이 없어. 사실상 미리내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이걸 대체 왜?’
“고맙긴한데 페널티를 생각해본다면 굳이 다른 한쪽을 네가 끼지 않고 부하한테 주고 도시에서 대기시키면….”
“그건 안돼!”
“응?!”
“이, 이 반지는 꼭 우리 둘이 껴야한단말이야!”
언제 어느상황에서든 순종적으로 따라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없던 미리내가 이렇게 격렬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처음본 성훈이었다. 미리내도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리고 목소리를 낮췄지만 절대로 이것만은 양보할수 없겠다는듯 의지에 가득찬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아니, 대체 왜?’
미리내의 얼굴이 달아오른 이유도, 꼭 두 사람이 껴야한다는 이유도 전혀 알수 없었다. 그나마 한참동안 머리를 굴려 미리내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를 생각해낼수는 있었다.
‘보너스 스탯을 조금이라도 올리려면 당연히 우리 둘이 착용해야겠지. 게다가 데미지 1%가 서로에게 전달된다니 만약 다른 한쪽이 위기에 처했을때도 바로 알아차릴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설령 목숨 하나를 잃는한이 있더라도 마지막결전인만큼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
만약 미리내가 성훈의 생각을 꿰뚫어볼수 있었더라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틀렸다고 외쳤을것이다. 성훈이 생각하고 있었던건 아이템의 옵션이었고 미리내가 생각하고 있었던건 아이템의 이름과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자신이 품고 있는 감정이 어떤것인지는 미리내 본인도 몰랐다. 처음 성훈에게 관심을 가졌던것은 단순히 호승심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호승심에서 경쟁심으로, 경쟁심에서 존경심으로, 존경심에서 친근함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이제는 스스로도 성훈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단언할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성훈을 볼때면 겨울 냉철했던 마음이 부드럽게 풀리기 시작하고 같이 행동할때면 무미건조한 일상마저도 흥미롭고 재밌게 바뀌어 심장을 뛰게 만든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함부로 입밖으로 꺼내거나 밝히지는 못했다.
‘과연 나같은걸 받아줄까?’
항상 천덕꾸러기처럼 행동하고 추태만을 보여줬기에 성훈에게 어울리지 않을거라고 망설였다. 그러나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에 미리내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이 맹약의 페어링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돌려서 표현한것이다.
“한번 끼면 다시는 빼지 못해.”
“…알고 있어.”
“설령 나중에 마음이 변하더라도 다시 돌릴수 없다는거야. 순간적인 감정에 취해서 선택한거라면.”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야. 오랫동안, 그리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과고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각오가 되어있어.”
한치의 흔들림조차 느껴지지 않는 말에 성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로 진심이라면 계속해서 거절할수도 없었다. 반지를 집어들고 마침 비어있는 약지로 밀어넣자 미리내의 홍조가 한층 짙어지더니 다른 한쌍의 반지를 꺼내 손가락에 끼워넣었다.
-맹약의 페어링을 착용하셨습니다. 이 반지는 영원히 벗을수 없습니다.
-‘영혼 공유’가 발동합니다.
“이제 가도 좋아.”
“…….”
미리내를 잠시 바라보던 성훈은 곧 몸을 돌리고 광장의 중앙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딱히 계획이 잡혀있던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지시를 내린것도 아니었지만 신시는 축제라도 벌어진것처럼 흥겨운 분위기에 휩싸여있었다. 항상 마음을 졸이며 살수밖에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모든 굴레에서 해방되어 진정으로 평화와 자유를 누릴수 있었던것이다.
통제를 맡고있는 사람들도 긴장을 풀고 맛있는 음식에 가벼운 반주를 곁들여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고 연주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간단한 악기부터 꽤나 본격적인 악기까지 꺼내들어서 흥을 돋우고 노래를 부르기도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있고 가장 시끌벅적한 광장에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 나타났다.
파앗!
처음 그것을 알아치린 사람은 친구와 함께 술잔을 부딪히며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던 사람이었다. 갑자기 구름이라도 드리워진것처럼 주변이 어두워진것이다. 그래서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본 남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 그저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볼수밖에 없었다.
“이 자식은 놀다가 갑자기 왜 이래? 하늘에 뭐라도 있냐?”
“저, 저기….”
“…어?”
한명에서 두명으로, 두명에서 네명으로, 네명에서 여덟명으로.
시선을 고정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점점 분위기는 가라앉기 시작했고 모두의 눈길이 집중된순간 광장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도 들릴정도로 무거운 적막에 휩싸여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고작해야 모습을 드러낸것만으로도 모두를 침묵속에 빠트린 장본인인 성훈은 자신에게 모인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광익을 움직여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중앙에 있는 분수대위에 살짝 내려앉아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
“…….”
성훈을 잡겠다고 악을 쓰던 사람들도, 뭔가 사정이 있을거라면서 대신해서 항변하던 사람들도 막상 이렇게 당당하게 당사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어떤 반응을 보내야할지 모르고 침묵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이어질것만같은 침묵을 깬것은 성훈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날아온 과일이었다.
콰직!
“야 이 개새끼야!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내 친구가 죽었어! 내 친구를 살려내 이 새끼야!”
“뭐, 뭐해? 안 말리고?!”
처음에는 단 한명뿐이었지만 곧 인파속에 파묻힌 사람들이 하나둘씩 성훈을 향해서 갖가지 물건들을 던져대기 시작했다. 물건을 던져대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말리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광장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로 바뀌기 시작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그 규모는 점점 세를 불려가기 시작했다.
퍽! 퍽!
저항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저항할수있다. 간단한 방어스킬만 발동시켜도 몸에 먼지 한톨 묻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성훈은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않고 모든것들을 받아들이며 가만히 서 있을뿐이었다.
‘…너희들은 진심으로 분노하는게 아니야.’
정의감이됐든 복수심이됐든 진심으로 자신에게 뭔가 하고자한다면 과일이나 음료가 들어있는 병, 돌멩이따위가 아니라 화살, 단검을 던지던지 무기를 직접 들고 자신을 향해 달려들었을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손익을 재면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짜로 분노하고 있다면 살의를 드러내며 덤비면 된다. 그러나 성훈이 탑랭커라는건 만인이 전부 다 알고있는 사실이다. 덤볐다가 만약 성훈이 반격하면 억소리도 못내고 죽을수도 있다. 그렇기에 과일을 던지는 정도야, 욕설을 퍼붓는 정도야, 다른 사람들도 전부 다 하는데,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적당하게 조작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것이다.
퍼석!
그리고 혼란에 극의에 다다렀다고 느낄때쯤 성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뭔가 한다!”
“미, 밀지마!”
고작해야 팔 하나를 들어올린것뿐이었지만 가만히 있던 성훈이 움직이자 신나서 난동을 부리던 사람들은 당황해하며 인파 사이로 몸을 파묻거나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성훈은 공격을 할 의도가 없었으니 말이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인 팔이 도착한곳은 다름아닌 얼굴을 가리고 있는 가면의 위였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나 싶더니 ‘유령’의 상징이라고도 할수있는 가면이 손에 잡혀서 떨어졌다.
“…어?”
연합이 퍼트린 정보 때문에 유령의 진짜 이름과 얼굴에 대해서는 이미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속으로 미리 알고 있어도 당사자가 눈앞에서 이렇게 직접 가면을 벗어드는건 전혀 새로운 충격을 줬다. 가면 너머에 있는 것은 평범하게 잘생겼다고 할수있는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저는 여러분들이 불쌍합니다.”
고개를 들고 울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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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꽁냥꽁냥한건 영 못쓰겠어…
맹약의 페어링은 392화에 등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