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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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왜 악당은 말을 많이 할까?
그들을 움직일수있는 방법이야 무궁무진하다.
이 세계는 신들의 필요성에 의해서 만들어진 세계. 그렇다면 신의 후계자가 모두 뽑힌다음에도 이 세계가 계속해서 존속될수있을까? 지금 가지고 있는 초월적인 힘을 잃어버리고 지구에 떨어지는 경우는 그나마 양반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는데 남아있는 사람이라고 멀쩡하게 돌려보내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저 앉아서 죽는다는 경우의수도 있다. 이런것들을 조금만 뿌려줘도 사람들은 움직이기 마련이다. 더 이상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내가 직접적으로 선동하는건 안돼.’
최후의 무대를 클리어하고 신의 후계자가 되려는 지배층을 쳐서 그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야한다고, 대가를 치뤄줘야한다고 방금전까지 주장한주제에 갑자기 입장을 바꿔서 ‘누군가가 신의 후계자가 되면 이 세계가 사라질수도 있어요!’라고 말하면 그것만큼 웃기는 일도 없다. 그렇기에 대역이 필요하다.
“모두 조용히이이이!”
주변이 떠내려갈듯한 쩌렁쩌렁한 외침과 함께 나타난 사람은 어디에서나 볼수있을법한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그 점이 중요했다. 자신이나 강무한, 다른 탑랭커들같이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아닌 자신들과 전혀 다를게 없어보이는 일반인이 나선다는게 말이다. 그리고 주목을 한 몸에 받는게 익숙하지않은지 잠시 머뭇거리던 남자, 이서준은 고개를 똑바로 들며 외쳤다.
“유성훈님께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미리 만들어놓은 대본에 따라 움직이는 이서준을 향해 성훈은 연기, 아니 진심을 담아 말했다.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체크메이트. 지금 바로 갈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최상급 미스릴제 화살 2000발, 최상급 회복 포션 500병, 유니크 급 여벌 장비품 40벌, 그 외 던전 공략용 마법 스크롤 300세트. 무사히 전달 완료했습니다!”
“혹시 오면서 뭔가 이상한 일은 없었습니까?”
“예? 이상한 일이라니요?”
“그러니까 기습이 있었다던가,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다던가 같은것 말이죠. 아주 사소한 거라도 상관없으니 뭔가 없었습니까?”
“그런건 없었습니다만. 굳이 찾자면 화랑대가 갑자기 호위로 붙어서 깜짝 놀랐다는정도랄까?”
“…그렇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당당하게 경례를 올리며 나가는 보급부대의 장을 바라보면서 유백우는 마침내 가슴속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수있었다. 성훈이 그나마 손을 쓸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이것으로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이제 좀 안심이 되냐?”
“예. 오늘부터는 편안하게 잠잘수 있을것같군요.”
“참 고생많았다.”
팡!
“…아픕니다.”
“아프라고 때린거야.”
눈물이 글썽글썽한 유백우의 등을 한번 더 강하게 쳐준 강무한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유백우.’
처음 만났을때부터 그저 힘밖에 내세울것없는 자신을 믿고 따라와줬고 최유재라는 지기가 사라진 강무한에게 있어서 지금 유백우는 그 누구와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중요하게 생각되는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요 몇일동안 유성훈 때문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골머리를 썩던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당연히 기쁠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녀석은 마지막까지 나타나지 않은건가? 뭔가 시원섭섭한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선택이지만 뭔가 석연치않은 기분이 드는군.”
“…….”
잭과 아르벤도 마지막까지 성훈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걸 깨닫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아무리 성훈이 강력하고 그의 곁에 탑랭커급의 실력자와 강력한 부하들이 붙어있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숫자는 전부 합해봐야 백명도 안되는 소수에 불과했다. 두자리수에 해당하는 탑랭커, 수백에 달하는 강자, 수천의 정예병력, 수만의 병력을 지닌 대동맹의 입장에서는 이렇게까지 과민대응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훈이 사라진날부터 이 마지막 순간까지 모두는 알수없는 불안감에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경계하고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기위해 움직였다. 그만큼 성훈이 상식과는 뒤떨어진 인간이라는걸 모두가 은연중에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사실 좀 아쉽군. 나는 녀석이 나오는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덕분에 마지막 예비책도 허사가 된셈이잖아?”
잭의 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알아차린 사람은 모두 살짝 몸을 떨었다.
대동맹의 결성은 최후의 무대 공략을 위해서 움직인다는 목적 이외에도 음지에 숨어있는 성훈을 낚아내기 위한 미끼라는 숨겨진 목적 또한 존재하고 있었다. 별다른 차질이 없었더라면 당초 계획대로 최후의 무대를 공략했겠지만 만약 성훈이 어떤 움직임을 보였더라면 그 즉시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적을 제거하기위해 움직였을것이다.
‘역시 잭 애프론. 제정신이 아니야.’
성훈이 자살희망자가 아닌 이상에야 이 어마어마한 병력을 앞에 두고 모습을 드러낼리 없었다. 모습을 드러낸다는건 이 병력에 대항할수있는 전력을 갖추고있다는 이야기가 되고 그건 수만명이 휘말리는 대전쟁이 일어날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그걸 알고 있기에 모두는 성훈이 숨어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잭 애프론만큼은 아쉽다는 말을 지껄이고 있는것이다.
“뭘 봐? 무슨 할말이라도 있어?”
“…없다.”
“그러면 괜히 은근슬쩍 봐서 신경 건드리지마라.”
성훈이 없다고 확신하자마자 잭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어깨를 축 늘어트린채 최후의 무대로 향하는 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재미없군. 이럴줄 알았으면 조금쯤은 틈을 보여주는건데.’
항상 모든걸 자신의 생각대로 처리해고 자신이 마음먹은대로 해오던 잭에게 있어서 성훈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신기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 성훈을 더 이상 볼수없다고 생각하자 왠지 모르게 기운이 빠지는것만 같았다. 물론 그런 반응을 보이는것은 잭이 유일했다. 한편 아르벤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고 풀기를 반복하며 흥분을 가라앉히기위해 노력했다.
‘반드시 이 세계에서 벗어나 신의 후계자라는것이 되어주겠다. 그리고 그 힘으로….’
쌔액!
“…응?”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이 들려오자 아르벤은 무심코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미션속도 아니고 필드에서 하늘을 나는 몬스터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나오지 않는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하늘에는 밝게 빛나는 태양과 뭉게구름만이 떠있을뿐이었다.
하지만 귓가를 간질이는 미세한 파공음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고 아르벤뿐만 아니라 잭이나 강무한도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않았지만 유백우는 뭔가를 깨달은듯이 스태프를 들고 마법을 발동시켰다.
“스몰 허리케인.”
스태프 위에서 생겨난 푸른 바람의 소용돌이는 유백우의 의지에 따라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규모도 커지고 눈에 확연히 보일듯이 그 힘도 강력해지는 허리케인. 그리고 그 허리케인이 서서히 구름을 흩어내기 시작하자 마침내 그 이질적인 소리를 만들어낸 당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면에서도 한눈에 보일만큼 커다란 빛의 날개를 등에 달고 유일하게 하늘위에 떠있는 존재. 그들이 알고있는한 저런식으로 하늘을 날수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 한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유성훈!!!!”
쐐애애애애액!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성훈은 날개를 움직여 화살과 같은 속도로 지면으로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공중을 날아다니다가 두번이나 쓴맛을 본 성훈으로써는 괜히 높은곳에서 깔짝거렸다가 날개를 공격당해 떨어지느니 모습이 드러난 시점에서 최대한 빨리 지면으로 내려가는게 최대한 안전한 선택이라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콰앙!
“…조금 힘들긴하군.”
“내, 내가 무거워서?”
“네가 무거워봐야 얼마나 무겁겠어. 전속력으로 강하하다보니 속도 조절에 좀 실패했을뿐이야.”
“여! 유성훈! 지난번보다는 훨씬 더 좋아보이는데?! 여자랑 그렇게 시덥잖은 대화를 나눌정도로 여유가 있나보지?!”
단순히 들리는 정도를 넘어서 몸이 떨릴만큼 거대한 목소리로 외치는 잭을 바라보며 성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어떻게 너희들에게 엿을 먹여줘야할지 고민하다보니 여유가 생겼네.”
“크흐흐흐, 여전히 입담 하나만큼은 대단한 녀석이라니까! 그리고 참 대담하기도 하고 말이야! 대체 무슨 깡으로 여기에 온거야?”
“…내 얼마 안되는 장점이 말빨이랑 뭐가 됐든지 일단 벌이고 보자는 심보거든.”
겉으로는 최대한 태평한 분위기를 유지한채 말하고 있었지만 성훈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듯이 세차게 뛰고 있었다.
‘젠장, 일단 뛰어들기는 했지만 이제 어쩌지?’
사람들을 선동하는건 성공했지만 제대로 된 편제조차 갖춰지지 않은 일반인들을 무작정 성밖으로 보내서 진격하는건 무리가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이동시키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이 계획은 치명적인 문제점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대동맹으로서도 설마 도시에 있는 사람들 전부를 선동시켜서 쳐들어올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겠지만 적어도 몇천, 최대 일이만 정도의 사람을 선동시켜서 공격하는 경우의 수를 떠올리기는 했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최후의 무대로 가는 통로를 기점으로 몇겹이나 되는 광범위한 방진을 구성한것 아닌가?
‘신시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토론토, 모스크바, 거기에 귀속된 도시까지 전부 손을 뻗친 상황이었으니 당연히 뚫을수야 있을거야. 다만 거기에 시간이 걸린다는게 문제지.’
한바탕 생쑈를 해서 회심의 한수를 먹이더라도 대동맹의 입장에서는 바깥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공격대를 최후의 무대로 입장시키기만 하더라도 승리라고 할수 있다. 그러니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들을 붙잡아놓아야했다. 유성훈과 미리내가 아무리 분발해도 이곳에 있는 자들도 만만치않다. 승리는커녕 잠깐이라도 시간을 끄는게 기적이라고 할수 있을정도로 말이다.
스윽.
성훈이 은근슬쩍 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무기에 손을 가져다대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명령이 없더라도 뭔가 심상찮은 낌새라도 느껴진다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부을 기세였다. 그러나 성훈의 다음 움직임은 예상과는 전혀 동떨어진것이었다.
“잠깐 담소라도 나눌까?”
사상 최악의 적을 상대로 시간을 끌기위해 성훈이 꺼내든것은 검도, 마법도 아닌 세치 혓바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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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살짝 빨리 올렸습니다.
왜냐하면 내일은 예비군이 있기 때문이죠. 살쪄서 예비군복도 힘들게 입는다는건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