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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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운빨망겜.
“누가 먼지 좀 걷어내봐!”
“위, 윈드!”
한줄기 미풍이 불어오자 자욱이 피어올랐던 모래먼지가 한쪽으로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마치 진짜로 운석이 떨어진듯 깊숙히 패인 크레이터에 모두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완전히 모래먼지가 사라졌을때 김이현은 흉신악살처럼 표정을 일그러트릴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잘난체를 하더니만 잭이나 유성훈도 아니고 쌩뚱맞은 놈한테 일대일에서 지다니.”
사지가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어진채 마치 개구리처럼 부들부들떨고있는 강무한. 몸곳곳에 심각한 멍이나 근육이 드러나보일정도의 상처가 있었지만 똑바로 눈을 뜬채 강무한의 목을 단단한 팔뚝으로 붙들고 있는 세르게이. 누가 이기고 졌는지는 명확했지만 세르게이의 표정은 마치 소태라도 씹은것처럼 잔뜩 굳어있었다.
본래대로라면 기술이 들어간순간 강무한은 머리 자체가 산산조각나서 즉사했어야했다. 그러나 툼스톤 파일 드라이버가 작렬하는것보다 창의 길다란 리치 때문에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펼쳐지는게 먼저였고 결국 상쇄된 낙하에너지로 인해서 강무한은 간신히 목숨을 건질수있었다. 물론 즉사만 피했다뿐이지 잠시 기절하는것까지는 피할수없었고 그 틈을 타서 세르게이에게 제압당하는건 어쩔수없었지만 말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이길수 있었을까?’
컨디션, 지형, 깨달음, 상성, 심리 등 아주 사소한것으로도 승패가 뒤바뀌는 일은 허다했고 서로가 완벽하다고 납득한 상태에서의 싸움은 실전에서는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는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르게이는 씁쓸한 느낌을 버릴수가 없었다.
투창술도 그랬지만 마지막에 보여준 메테오 스트라이크라는 스킬은 상상만해도 소름이 끼칠정도였다. 설마하니 전사가 광역기를 쓸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조차못했고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할정도라는것에 또 한번 놀랐다.
“어차피 의미없는 가정이기는 하지만 오로지 둘이서만 싸웠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수도 있겠군.”
기술자체에 페널티가 있는건지, 아니면 주변의 사람들이 휘말릴까봐 전력을 다하지 못한건지는 몰라도 처음부터 투창술로 견제를하다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먼저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날린다면 십중팔구, 아니 무조건 자신의 패배였을것이다.
“…으으으음.”
“역시 빨리 깨어나는군. 탑랭커라서 그런가?”
꾸우우욱!
“컥, 크흑?”
“미안하지만 당분간 이런 상태로 있어줘야겠어.”
“이, 이거 놔…끄헉!”
“자꾸 반항하면 곤란해지는건 내가 아니라 그쪽이야. 뭐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난 개인적으로 네가 상당히 맘에 들거든? 죽이지는 않을테니까 일단 잠시만 이렇게 있어줬으면해.”
“누, 누가 그런 개소리르…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쳤지만 목에 가해지는 압력이 강해지자 점점 발버둥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터질것처럼 얼굴이 붉게 물들고 침을 질질 흘려대는 아슬아슬한 타이밍에야 목을 조이고 있는 힘을 조금 느슨하게 풀자 가늘게 숨을 쉴수있었다.
“포기해라. 넌 이미 완벽하게 잡혔어. 네 의견이 어떻든간에 판단은 내가 내린다.”
“…그륵, 그르륵.”
팔뚝에 들어가는 힘을 세밀하게 가감해 질식하기 직전의 상태만을 유지시키자 강무한은 결국 간간히 가래끓는 소리만 내며 세르게이에게 완전히 포박당해있을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태연하게 주변을 둘러보던 세르게이는 곧 나지막한 목소리로 외쳤다.
“내 허락없이 근처로 다가오거나 쓸데없는 짓을 했다가는 이 강무한이라는 놈을 죽이고 바로 상대해주지! 그러니까 괜히 여기에 불똥이 튀지 않게끔 주의하라고! 흐하하하하하하!”
“흠. 이해할수가 없군.”
세르게이의 말을 들은 김이현은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바로 강무한의 목을 부러트리고 전장에 합류하는게 당연했는데 굳이 강무한을 인질로 잡으면서까지 고착상태를 유지하려하는지 전혀 이해할수 없었던것이다. 그래도 쓸모없어진 강무한을 이용해서 세르게이를 붙잡아둘수있다면 나쁜 이야기만은 아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일단 이 전장에서 빠져야할듯하군. 어차피 질 전장이라면 고작해야 나 하나가 있다하더라도 결과는 변하지 않을터. 개인의 안전이 최우선이 아니겠나?’
어차피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버린 이상 설령 이 전투에서 이긴다하더라도 최후의 무대 공략은 추후로 미룰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더 이상 여기에 남아있을 이유따위는 없었다. 만약 이기더라도 전투에 휘말려 죽었다고 둘러대면 끝이고 지면 그건 그것대로 목숨을 구할수있다.
“설마 소수만 데리고 여기까지 올줄은 몰랐는데 만약에 대비해서 유성훈에게도 손을 내밀어봐야하나?”
결국 김이현은 일말의 망설임없이 강무한을 뒤로하고 인파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은연중에 경계하고 있었던 김이현이 순순히 물러나자 세르게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강무한을 잡고 있는 팔뚝을 살짝 느슨하게 풀었다.
‘여기까지 했으면 내 역할은 충분히 한셈이지. 그럼 유성훈. 언제쯤 이 무의미한 전쟁을 멈출거지?’
“불이여, 번개여, 내 검에 깃들지니!”
가벼운 읆조림과 함께 롱소드의 양면이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검면과 검날을 완벽히 둘로 나워서 다른 종류의 마법을 부여한것만으로도 놀랄노자였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스킬의 준비단계에 불과했다.
“폭렬뇌검(爆裂雷劍)!”
본래 불과 번개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폭렬뇌검이 이미 같은 속성이 인챈트 된 검으로 펼쳐지자 그 위력은 순식간에 몇배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설명만 듣자면 아주 간단한 콤비네이션같았지만 무공과 마법이라는 근본부터 다른 힘이 반발하지 않도록 하나로 녹여내는 테크닉은 결코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에픽 히어로라는 거창한 히든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아르벤이 아니었더라면 말이다.
“차아아아아앗!”
거기에 수인을 맺어 발동시킨 환영마법까지 더해진 아르벤의 검을 정면에서 막아낼수있는 사람은 아마 이 세계를 통틀어도 채 열명이 되지않을것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지금 아르벤에 앞에 있는 사람은 그 얼마 안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피싯! 파직!
무엇이든 태울듯하던 폭염은 성냥개비의 불처럼 순식간에 사그라들었고 하늘에서 내리치는 번개처럼 격렬히 요동치던 뇌전은 문자 그대로 번개처럼 잠깐 번쩍이나 싶더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이게 전부면 난 정말 실망스러울거야.”
“크읏!”
검술과 마법의 융합을 고작해야 검 한자루만으로 파훼해낸 괴물 미리내를 노려보며 아르벤은 격렬하게 이를 갈았다. 쉽지 않은 상대라는건 짐작하고 있었다. 처음 볼때부터 그녀의 검은 자신이 범접할수도 없는 아득히 높은 경지에 올라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쉽게 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진정으로 검을 갈고닦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자신에게는 마법이라는 그녀에게 없는것이 있었다. 두 개의 힘을 하나로 엮어낸 자신의 힘이라면 최소한 대등하게 맞설수는 있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던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처참했다.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피와 뼈를 깎는 노력끝에 만들어낸 수많은 연계기들은 미리내의 검끝 앞에서 너무나 허무하게 파훼되어버렸다. 차라리 자신과 같은 일종의 마법검사라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그녀가 순수한 검사라는 것을 알고있기에 더 미치고 팔짝 뛸노릇이었다.
쩌엉!
사방을 덮치며 날아오는 뇌전의 감옥을 산산조각으로 흩어놓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일격마저도 간단하게 쳐내버린 미리내는 아르벤을 향해 그물망같은 검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얼핏 보기에는 여기저기에 빈틈이 널려있어 쉽게 무너트릴수있는 공격같았지만 본능의 격렬한 경고에 아르벤은 거대한 토벽을 세우고는 그대로 뒤로 빠져버렸다.
“천망회회(天網恢恢)소이불실(疎而不失). 네 어설픈 검술로 저항하려했다가는 그대로 그물안에 갇힌 고기꼴이 되서 토막났을텐데 피해버리다니. 좀 아쉽네.”
“…뭐가 아쉽다는 말이냐.”
“이 기술에 당하면 적어도 자기가 죽은지도 모르고 고통없이 순식간에 갈수 있거든. 어차피 죽을거면 편안하게 죽는게 낫잖아?”
“…….”
“자신만만하게 나서길래 혹시 뭔가 감춰놓은게 있나했더니만 그런것도 아닌것같고.”
자신이 죽는것다는게 당연한 전제로 깔려있는 발언에 아르벤은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자신의 모든것이 담긴 마검술이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받는것도 화도 나지만 그것 이상으로 억울한것은 미리내의 말이 결코 오만따위가 아닌 사실을 담고 있었기에 차마 부정할수 없었다는점이다.
‘…만약 봐주면서 싸우지않았다면 진작에 결판이 났을거야.’
물론 봐준다고해도 어디까지나 죽지 않을정도로만 손속에 사정을 두는것에 불과했다. 자신이 펼치는 모든 검술, 모든 마법, 모든 연계기들은 그녀가 검 한번을 휘두르면 마치 마법처럼 파훼되버렸으니 말이다. 결국 아르벤은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본심을 입밖으로 낼수밖에 없었다.
“대체, 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한거지? 고작해야 검 두 자루로 어떻게 이런 일이?”
“고작해야 검 두 자루?”
그대로 튀어나가려던 미리내는 아르벤의 말에 살짝 표정을 굳으며 멈춰섰다.
“고작해야라는 표현을 붙이는걸로봐서 네 사고방식이 얼마나 썩어있는지 알겠네. 분명히 재능은 대단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말이야.”
“썩어있어? 비록 검술로는 딸릴지 몰라도 고작해야 검만을 가지고 있는 너에반해 나는 검과 마법을 하나로 조화했다! 절대로 이런 결과는 나올수 없단 말이다!”
위력, 스피드, 다양성, 상황대처능력 등등 모든 점을 따져봐도 자신의 마검술이 검술에게 밀릴리가 없다. 그리고 아르벤의 진심어린 외침에 미리내는 성훈을 떠올리게 만드는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검과 마법을 더했으니 검보다 강할거라고? 이건 숫자놀음이 아니야. 1에 1을 더한다고 2가 되지 않아. 오히려 뚜렷하게 갈리는 두 힘을 억지로 하나로 만들다보니 이도저도 아니게 되버렸지.”
“억지로 하나로 만든게 아니다! 나는 분명 무공과 마법에 동등한 성취를 얻어서….”
“그게 바로 억지로 하나로 만들었다는거지. 거창하게 조화니 뭐니 붙이고 있지만 결국 그 마검술이라는건 검술을 베이스로 삼아 마법이라는 장식을 덧붙인것에 불과해.”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여러가지 장식을 달수 있다. 그러나 크기도 작고 기둥도 얇은 나무에 억지로 무겁고 화려하기만 한 장식을 달면 어떻게 될까? 결코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을것이다.
‘굳이 한다면 검술과 마법의 비율이 7:3정도는 되야했겠지. 그걸 굳이 5:5로 맞추려다보니 결국 이도저도 아닌 잡탕이 되어버리는거다.’
물론 그 정도로 어디가서 떵떵 거릴정도는 됐지만 적어도 검술이나 마법, 두 분야 중 한 가지라도 대성을 이룬 사람에게는 허무하게 당할수밖에 없는것이다.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성훈의 짝퉁에 불과했군. 조금이라도 기대한 내가 바보였어.”
“내, 내가 짝퉁이라고?!”
“성훈도 너와 비슷한 방식으로 싸우는건 알고 있겠지? 하지만 그 수준은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라고 할수있어. 성훈에게 있어서는 검도 마법도 그저 이기기위한 수단 중 하나일뿐이니까.”
검이라는 한계에 갇혔던 자신이나 검과 마법의 융합이라는 허상에 눈이 먼 아르벤. 그에 반해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성훈이야말로 자신은 아직 발끝조차 따라잡을수없는 진정한 강자였다. 아르벤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성훈의 모습을 볼수있을까 했는데 그건 결국 헛된 기대일뿐이었다.
‘검술과 마법이라는 개념을 이미 초월한 성훈에 비해 이 녀석은 그저 두 힘을 어설프게 하나로 엮어낸것에 기뻐하는 멍청이일뿐. 더 이상 싸워봤자 시간낭비밖에 되지 않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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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우신 독자분이 또 팬아트를 그려줬습니다! 크흑 ㅠㅠ
그것도 컬러본과 흑백본으로! 정말 이런거 받을때마다 심장건강에 좋지 않군요… ㄷㄷ
마음같아서는 표지에 걸어두고 싶지만 완결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100화 가량부터 계속해서 작품을 장식해와 친숙해진 표지를 갑작스레 바꾸는것도(지난번의 신고사건은..,크흠) 뜬금없다고 생각되어 팬아트는 표지가 아닌 설정란에 올려두도록 하겠습니다(물론 오늘이 아니라 한숨자고 내일쯤에요).
팬아트 그려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