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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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대단원.
“혀업사앙?”
굉장히 띠껍다는듯 말끝을 늘인 성훈은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협상이라는 단어를 쓸수 있는 상황인가? 내 생각으로는 협상이 아니라 애원, 자비, 구걸, 항복 이런 단어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일단 지금은 협상이다.”
어차피 잭은 마족화가 풀려서 지금 바로 죽지않는게 이상할정도의 빈사상태에 보아하니 아르벤은 팔 하나뿐만 아니라 프라가라흐마저 잃어버린듯 싶었다. 그렇다면 그 협상이라는걸 들어보는것도 나쁘지는 않을듯 싶었다.
“뭐 좋아. 일단 짓껄여봐.”
“너라면 지금 흥분해 날뛰는 민중들을 가라앉힐수 있겠지. 이쯤에서 의미없는 분쟁을 끝내줬으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조건은 단지 그것 하나뿐이다.”
“바라는게 적어서 좋긴한데 협상이라는건 서로 주고받는게 있어야하는 법 아니겠어? 내가 여기서 싸움을 끝내주면 넌 나에게 뭘 해줄수 있는데?”
“…이 제안을 받아들여준다면 나는 대동맹의 지휘권자로써의 힘을 이용해 전후처리에 적극 협조하겠다. 내가 전면적으로 너를 지지해 협조한다면 추후 생길 골칫거리나 분쟁의 대부분을 조기에 차단할수 있을터.”
“적극 협조? 크크크큭.”
이쯤되면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아르벤을 향해 동정심마저 생길정도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것같은데 그건 네가 내게 제시할 조건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하는거야. 내가 같이 죽자는 식으로 나와도 착한 영웅인 너는 어차피 사람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나설거잖아? 그에 반해 나는 피해가 극심해져도 어차피 상관없는 사람들이라서 말이지. 잭처럼 진짜 같이 죽자고 나오는 녀석이 같은 조건을 제시했으면 고민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이 잭, 꼬리만 개처럼 굴복하고 나에게 전면적으로 협조할 생각있냐?”
“주, 죽으면 죽었지 그딴 짓을…쿨럭!”
“뭐 그럴거라고 생각은 했어.”
일부러 잭을 도발해서 놀리는 성훈을 바라보면서 아르벤은 이를 갈았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성훈과 가치관, 양심, 정의, 동료 등 여러가지를 챙기면서 싸워야하는 이쪽이 협상을 하려면 이런 애매한 조건으로는 안됐다. 뜻을 이루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그들의 희생에서 눈을 돌릴수 있는 독심이 자신에게는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주 약간의 타협은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이대로가면 모든건 성훈의 뜻대로 굴러가게된다. 그걸 막기 위해서 아주 약간만 자존심을 굽히는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각오를 굳힌 아르벤은 감춰왔던 진짜 조건을 꺼냈다.
“내가 악당이 되주마.”
악당이라는 단어에 성훈이 이마가 꿈틀거리는것을 확인한 아르벤은 쉴틈없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대동맹의 수뇌부를 끌어들이더라도 이 일이 끝나면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너에게 반기를 들 세력은 분명히 존재할거다. 고작해야 백명도 안되는 소수의 세력으로 역전극을 성공시켰으니 최강의 세력이었던 대동맹에서 떨어져나간 사람들이 일심으로 뭉쳐서 저항한다면 이런 일이 또 생기지말란 법은 없지.”
성훈이 압도적인 전력차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데에는 적은 양지에 드러나 있었지만 자신은 음지에 숨어있었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이 양지에 나오고 적이 음지로 들어가버린다면 그 위험성은 결코 가볍게 볼수 없으리라.
“그렇다면 내가 그 반란세력을 맡아서 통제 해주겠다.”
“호오.”
“반란군의 수장으로써 철저하게 네가 세운 체제를 무너트리지 않도록 통제하고 모든 정보를 너에게 공유하겠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도록 집단의 방향성 자체를 바꾸겠다고 약속하마. 네가 선(善)이고 그에 거스르는 세력은 악(惡)이라고 생각하는게 당연한 상식이 될때까지 말이야.”
“…이건 확실히 좀 끌리는군. 그런데 정의의 영웅께서 그런 일을 할수 있으시겠어? 체질적으로 안 맞으실텐데?”
“할수 있다. 아니 하고 말겠다.”
끌까지 저항한다고 하더라도 이길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고 시간이 갈수록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만 커질뿐이었다. 그러나 협조할수만 있다면 그 피해를 줄일수있고 자신이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대신 영원한 평화를 가져올수도 있다.
성훈이라는 인간은 굉장히 비열한 인물이기는해도 그것과는 별개로 사리에 맞는 주장을 하며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지는 않고 자신이 내뱉은 말은 지킬줄안다. 비탄의 무덤 공략을 진행할때도 인질을 잡는다는 기상천외한 수를 써 마음만 먹으면 모든 아이템들을 가져갈수 있었음에도 굳이 처음에 약속했던 아이템 두개만을 가져갔다.
‘유성훈. 너라는 인간이 이 제안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모를리가 없다. 한 마디면 된다. 한 마디만 한다면 이 비극을 멈출수 있어!’
잭이라면 절대로 이런 제안은 하지 않았을것이다. 잭이 만들어낸 유토피아라는 생지옥을 알고 있는데 그에게 이 세계를 좌지우지할수 있는 힘을 넘겨줄수는 없었다. 그러나 성훈은 적어도 자신에게 득이 되는것도 없는데 무차별적으로 악한 일을 저지를정도의 악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권력을 쥐게되면 더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선정을 베풀 그런 인간이다. 그리고 잠시 심사숙고하던 성훈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 효율적인 생각이로군! 참 마음에 들어!”
“그럼….”
“하지만 내 대답은 바로 이거다.”
“…무슨 뜻이냐?”
“응? 이거 만국 공통으로 통하는 욕 아니었나? 그거야 그거. 길고 단단한 전통 과자를 먹으라는 대충 그런뜻.”
아르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어준 성훈은 썩소를 지었다. 직접 볼수는 없어도 아마 지금 자신은 굉장히 때리고 싶게 생겼을것이다.
“대체 왜, 어째서?!”
“분명히 최고의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그건 네가 철저하게 약속대로 움직인다는 확신이 있을때만 가능한 일. 너같으면 다 잡은 물고기의 뭘 믿고 치료해주고 먹이까지 딸려서 보내줄거야?”
“그, 그건….”
“하다못해 인질이라도 보낼건가?”
“…인질을 보낸다면 내 제안을 받아들여줄건가?”
“싫은데.”
“이, 이 새끼가!”
성훈에게 협상할 생각따위는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은순간 드디어 아르벤의 입에서도 험한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성훈은 조금도 겁먹지않은채 어깨를 들썩거리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대수림에서 처음 만났을때의 너였더라면, 그리고 이 제안을 하는 사람이 네가 아니라 나였더라면 협상이 이뤄졌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먼저 악인이 될 각오를 마치고 스스로 인질을 맡기겠다고 나선 지금의 너는 믿을수없어.”
“지금의 나는 믿을수 없다고?”
“그래. 네 스스로의 의지로 현실과 타협했잖아? 시간이 흘러서 내게 맡긴 인질들의 희생에서 눈을 돌리고 배신하는 타협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안 그래?”
“…….”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냥 불필요한 후환은 남겨두고 싶지 않아.”
“여기서 나를 죽이면 겉잡을수 없는 혼란이 올거다!”
“그래도 결국은 가라앉게 되있어. 언론조작, 증거조작, 자작극, 누명, 가상의 적 등을 열심히 만들어내면 말이지.”
태양은 동쪽에서 뜬다는 사실을 말하는것마냥 아무런 동요없이 담담하게 말을 끝낸 성훈은 내렸던 절명을 들어올리며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주절주절 말이 많았군.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전부 잊어버려. 그럼 이제 슬슬 끝내볼까?”
“그래. 이제 끝을 내보자.”
“…어?”
완전히 신경을 끊고 있었던 잭의 목소리에 성훈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금방이라도 죽어나자빠질것만 같았던 잭이 일어서며 이쪽을 무시무시한 눈동자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말릴틈도없이 다시 한번 잭의 몸이 흑마력에 휩싸이며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마족화(魔族化).
“죽어어어엇!”
시작은 성훈과 아르벤이 한창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을때였다.
마족화의 반동 때문에 삶과 죽음의 경계에 반쯤 발을 걸치고 있던 잭은 안정을 되찾자마자 바로 아르벤을 향해 전음을 날렸다.
-아르벤. 쓸데없는 짓에 힘 빼지 말아라. 저 녀석은 내가 가장 잘 알아. 나라면 모를까 유성훈이라는 녀석은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서 쓸데없는 도박은 절대로 하지 않는 녀석이야.
-…….
-지금 네가 이 자리에 온건 저 망할 녀석에게 엿먹일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그래, 녀석을 죽일수있는 절호의 찬스 말이야.
아르벤은 겉으로는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고 성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할때 미묘하게 눈꼬리가 떨고 있다는것을 알아차린 잭은 그대로 고개를 숙인채 계속해서 전음을 보냈다.
-녀석의 목숨이 하나 더 남았다고 할지라도 일단 이 자리에서 퇴장시킬수만 있다면 명분을 이쪽으로 뒤집는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야.
-…….
-단 한번, 단 한번만 너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마.
-…….
“하지만 내 대답은 바로 이거다.”
꿈틀.
계속해서 잭의 말을 무시하던 아르벤은 성훈의 손가락이 치켜올라가자 마침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보다 훨씬 강한 너조차도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팔 하나가 잘려나간 내가 유성훈을 쓰러트리라고?
-크흐흐흐흐. 설명하자면 길어지지만 내가 진건 능력이 딸려서 아니라 행운이 따라주지 않아서다. 지금의 나보다는 오히려 팔 하나가 잘려나간 네가 성훈에게 훨씬 더 위협적일거다.
-…어떻게 기회를 만들거지?
-아까 언데드 무리들을 일격에 날려버린 스킬. 그걸 유성훈을 향해서 펼쳐주지.
면 자체를 완벽하게 매워버리는 공격은 행운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피해내거나 막을수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아르벤의 고개가 미미하게 움직이는것을 확인한 잭은 성훈을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마족화(魔族化).
“죽어어어엇!”
-행운이 -70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는 행운이 얼마나 떨어지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미 스킬은 발동됐으니 말이다.
종말의 창.
“크하하하하, 같이 죽자!!!”
“이걸로 끝이다!”
“안 돼애애애애!”
몸이 붕괴되면서도 광소를 터트리는 잭. 확실한 마무리를 향해 달려나가는 아르벤, 그리고 인파를 가르고 나타난 미리내의 외침이 교차하는 순간에도 성훈은 마치 뭔가에 홀린것처럼 가만히 서있을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잭이 일으킨 마력의 폭풍이 닿으려는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앙!
쩌어어어어어엉!
마른 하늘에 날벼락…까지는 아니었다.
원래부터 적당한 구름은 있었고 화속성과 수속성의 수많은 스킬들의 영향으로 점점 짙게 구름이 생겨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번개는 성훈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애초에 마이너스 10의 악운을 가진 잭에게 성훈을 죽일수있는 행운이 찾아올리가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다시 한번 악운이 올라가는순간 그 불운은 더 이상 잭 한명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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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늘 키보드 하나 주문했습니다.
어휴…곶통받느니 그냥 새거 하나 사고말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