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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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대단원.
“읍! 으으으읍!”
“당신, 무슨 헛소리를!”
“보안 유지를 위해 철저하게 아는 사람만 알고 증거 역시 단 하나 남기지 않았지. 여기있는 잡혀있는 사람들 전원이 그 당사자다.”
묶여있던 사람들도, 유백우도, 심지어 유성훈마저도 잭의 발언에 감정의 동요를 드러낼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곧 성훈은 잭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발언을 했는지 짐작할수 있었다.
‘깔끔하게 죽여달라는거로군.’
잭이나 성훈에게 있어서 죽이는건 일종의 자비나 다름없었다. 살아있다면 상상할수 있는, 그리고 상상할수 없는 수백, 수천가지의 방법을 동원해서 죽지않고서도 지옥에 갈수있다는 사실을 알려줄수 있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더 이상 강제미션이라는 변수가 사라진 지금은 성훈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 ‘인간난초’를 몇년, 몇십년까지도 유지하게 만드는것도 가능하다.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텨서 기회를 노려보자는 생각도 해봤지만 성훈이라는 인간이 정상에서 바닥에 떨어질만한 실수를 저지를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당장 이 재판만 봐도 알수 있듯이 할수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의 지배를 공고하게 만들것이다.
“더 원하는 말이라도 있나?”
“없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할것 같군요.”
“잠깐. 확실히 나를 죽여줄…읍! 으읍!”
“한 사람만 들어도 이미 명백하게 답은 나온것같지만 그래도 남은 2명의 말도 들어봐야 하겠죠. 다음은 강무한님으로 할까요?”
강무한의 몸을 묶고있는 사슬은 다른 사슬들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수도 많았다. 온갖 저주 및 금제 스킬과 약물로 힘을 떨어트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무한의 힘을 경계하고 있었던것이다. 잔뜩 초췌해진 얼굴을 한 강무한은 입이 자유로워지자마자 바로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구차하게 목숨 구걸이나 하고싶은 마음은 없다! 당장 죽여!”
“범인들이 이렇게 쉽게 죄를 고백하니 조금 당황스럽군요. 일을 질질 끌지 않아서 좋긴합니다만.”
“흥,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거라면 차라리 당당하게 죽겠다. 다만 한가지 후회하는게 있다면 네 녀석의 시커먼 속을 모르고 진작 처리하지 않았던것뿐이겠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제가 먼저 강무한님 뒤통수를 때리기라도 한줄 알겠습니다? 먼저 저를 배신한것도 강무한님이고 후계자가 되기 위해 사람들을 버린것도 강무한님 아닙니까?”
“…….”
뭔가를 말할듯이 움찔거리던 강무한은 결국 눈을 부릅뜬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하고 싶은 말은 한나절동안 이야기해도 끝나지 않을만큼 많았지만 그것들을 입 밖으로 꺼낸 순간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질것만같은 예감이 들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 무슨말을 하든 저 녀석이 날 살려두지 않을거란걸 말이야.’
그렇다면 차라리 꼴사나운 모습은 보이지말고 마지막까지 당당한 자신을 보여주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다. 자기만족밖에 되지않는다 할지라도말이다.
아무런 변론조차 하지 않고 꼿꼿이 몸을 편채 눈을 감은 강무한을 바라보며 유백우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가장 가까이에서 강무한과 붙어 지내온만큼 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3명 중 2명이 죄를 인정했어요. 더 이상의 재판은 필요 없는것 아닌가요?”
“그럴수는 없죠. 자기 자신을 변론할 기회를 뺏을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이쯤에서 재판을 끝내자는 루시아의 눈빛에도 불구하고 성훈은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아르벤의 재갈을 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재갈이 풀린순간 아르벤은 잠시 루시아가 있던 단상을 바라보더니 앞선 두 사람이 말한것처럼 예상과는 전혀 동떨어진 대답을 들려줬다.
“자유 연맹에서 말한것들중 몇가지는 사실이고 몇가지는 거짓입니다.”
“유백우님처럼 또 어물쩍 둘러대실 생각입니까?”
“…어차피 이 자리에서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색안경을 끼고 판단을 내릴거라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정따위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만 제가 저지른 죄를 용서해주셨으면 합니다.”
“용서?”
사람들이 술렁이는것을 확인한 아르벤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낮지만 뚜렷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신의 후계자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었던 것. 그 사실을 명백히 짐작하면서도 사람들에게 밝히지않고 숨긴채 최후의 무대로 향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 하나만의 욕심을 충족하고자 저지른 일이 아닙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필연적으로 찾아올 대혼란을 막아보자는 생각에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저지른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신의 후계자가 되고자 했던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계속해보시죠.”
“이 더 미션이라는 세계에 무작위로 끌려온 여러분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겁니다. 이 세계를 만든 신, 아니면 어떤 초월적인 존재는 저희가 상상하는것처럼 선하고 자비롭지 않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수백, 수천개의 세상을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내고 소멸시키며 죽은 사람마저 살려내는 그런 힘을 가진 존재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별로 아무 생각없는데?’
마음먹은대로 세상과 생명을 만들어내고 없앨수있는 힘을 가진 신이라는 존재를 애초에 인간의 가치관으로 옳고 그른것을 판단하는것 자체가 의미없는 일이라고 성훈은 생각했다. 진드기나 개미같은 벌레가 인간의 모습을 보고 어떤 식으로 평가해도 변하는게 없는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르벤의 말에 반응을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두려운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후계자가 될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그 절대적인 힘을 가질수있게 됩니다. 그들의 만족을 위해서 이런 세계를 만드는데 사용하는게 아니라 고통받는 수많은 생명들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사용할수 있게되는겁니다! 다만 그 힘을 쥐게 되는게 어떤 사람이느냐에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수도, 지금보다 더 가혹한 세계가 만들어질수도 있죠.”
“호오.”
아르벤이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짐작한 성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가를 가렸다.
“그 힘을 쥐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수있는 사람이 제가 되야 한다고, 아니 저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만하고 독선적이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아직도 후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 생각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까요.”
“정말로 오만한 생각이긴하군요.”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유성훈이 퍼트린 소문이 아닌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보아온 저라는 인간에 대해서 생각해주십시오.”
아르벤이 선택한것은 바로 성훈과 같은 정면돌파였다. 물론 세세히 파고들어가면 조작과 거짓으로 얼룩진 성훈의 외침과 진심으로 가득찬 아르벤의 말은 비교조차 할수 없겠지만 말이다.
‘구차하게 말로 증명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들이 나를 증명해줄것이다.’
성훈이 비록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여넘겼다고한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잠시에 지나지 않았다. 2년이 넘는 세월동안 같이 온갖 고락을 함께 해온 토론토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툭!
관중석에서 날아온 빈포션병 하나가 아르벤의 근처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수십, 수백개의 물건들이 아르벤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위험한것들은 미리내가 전부 쳐내버렸지만 일부러 가벼운것들은 날아가도록 방치했기 때문에 아르벤은 순식간에 더러운 모습으로 물들어버리고 말았다.
“야 이 개새끼야! 뭐? 지금까지 본걸로 판단하라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거 봤어, 소름끼친다 정말.”
“죽여버려! 저런 새끼는 그냥 죽여버려야해!”
“…이, 이게 무슨?”
성훈이 심어둔 바람잡이라고 하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았고 그 반응도 격렬했다. 자신을 향하는 적의가 진심이라는것을 확인하고 얼이 빠진 아르벤을 향해서 성훈은 웃음을 억누르며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엄청난 연기로군요. 만약 당신의 진짜 모습을 알지 못했더라면 저조차도 깜빡 속아넘어갈뻔 했을정도로 말이죠.”
“연기?! 나는 진심으로….”
“더 이상 발버둥치지 마시죠. 여기계신 루시아님이 당신이 저지른 모든 잘못에 대해 증언했으니 말이죠.”
“루, 루시아?”
처음 루시아가 단상 위에 있는 모습을 봤을때 아르벤은 순수하게 안심했다. 인질이 목적이든, 이용하기위한것이 목적이든 최소한 목숨이 위험하거나 험한 꼴을 당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루시아는 아르벤이 생각한것처럼 미적지근한 이유로 이곳에 있는것이 아니었다.
“순진했던 루시아님을 이용해서 이미지를 좋게 관리하고 뒤로는 온갖 비리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거짓말이 이어질수 있을거라고 생각한겁니까?”
아르벤이 2년간 쌓아온 행적은 그를 가장 잘 증명해줄수있는 부동의 증거라는것을 성훈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아르벤이 정면으로 나온다면 자신이 한것처럼 ‘진심’에 감화된 사람들이 돌발상황을 일으킬지도 모르는것이다. 그래서 성훈은 루시아를 끌어들였다.
아르벤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부정할수도, 없앨수도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기에 그 이미지의 대상을 다른쪽으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했다. 근 한달간의 작업을 통해서 본래 아르벤이 한 선행이나 업적은 사실 루시아가 한 일이고 아르벤은 사실 피도 눈물도 없는 지독한 악인이라는 이미지를 씌워버린것이다.
‘그 결과는 뭐 보다시피.’
본래 아르벤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사라진것은 아니다. 다만 그 대상이 루시아라는 가녀린 여인으로 변하고 당연히 그만큼 아르벤에 대한 적대심은 커질수밖에 없었던것이다.
주륵.
아르벤의 흐리멍텅한 시선에 루시아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 성훈은 기다렸다는듯이 단상을 내리치며 외쳤다.
“더 이상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도 없을것같군요. 이렇게 보고있는것만으로도 루시아님이 울음을 터트리실정도니 그간 얼마나 가혹한 일을 당해왔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습니다.”
“시끄러! 루, 루시아! 루시아! 나를 봐, 나를 보라고!”
여기서 루시아의 어깨를 감싸주면 아르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갑자기 궁금해졌지만 괜히 쓸데없는 도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미친듯이 몸부림치는 아르벤의 입에 재갈을 물려주고 느긋하게 자유 연맹의 의원들과 배심원들이 결정한 형량이 적힌 쪽지를 받아든 성훈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읽어보기 시작했다.
차 한잔 마실만한 짧은, 그러나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난이후 마침내 성훈의 입이 열렸다.
씨익.
“판결이 나왔습니다. 명백한 사실과 증거들을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냉정하게 내린 판결이니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모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판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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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다음화로 에필로그가 시작되겠군요.
에필로그라고 해도 몇편은 계속 갈테지만 말이죠. 그런 의미로 오랜만에 쿠폰, 코멘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