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115
■ 114화. 그 날 이후 (1) □ ᓚᘏᗢ
밤부터 시작하여 새벽 늦게까지 이어진 쾌락은 끝이 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리가 엉큼한 짓을 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또다시 쾌락으로 빠져들 뻔했다.
하지만 덕분에 약간이나마 쌓여있던 욕구를 배출시켜 몸을 섞지는 않았다. 마리도 호기심에 내 아랫도리를 건드렸을 뿐이지 이미 지칠대로 지친 탓에 하는 건 무리였다.
이후로 나는 남아있는 일과를 처리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잠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옷을 입으면서 어젯 밤 나와 마리가 정사를 치루며 남긴 흔적을 확인한다.
일단 당장 버려야 할만큼 젖었다가 마른 흔적이 듬뿍 묻어있는 건 물론이고, 딱딱하게 굳어있는 새하얀 고체도 간간이 보였다. 무엇보다 마리에게서 나온 피가 묻어있어서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온갖 액체란 액체로 범벅이 된 침대는 하녀에게 부탁하면 알아서 처리해줄테니 문제가 없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후암…”
“일어나. 마리. 하녀가 치워야 돼.”
“나 좀 더 잘래…”
마리는 내 손길에 잠깐 일어났을 뿐, 몸은 천근만근으로 피곤하여 침대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가 부를 때마다 그녀는 졸음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대꾸하기 일쑤였다.
가끔씩 배가 아프다며, 어제 그렇게 큰 게 들어갔는데 좀 쉬면 안 되겠냐고 칭얼거려서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이대로 침대를 놔두기에는 너무 지저분했으니까.
게다가 마리의 몸은 이미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진 상태이며 그녀의 안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씻겨서 몸을 청결히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행히 침실에는 개인 욕실이 따로 있었으니 내가 씻고 나오면 그때 마리가 씻으면 될 것 같다.
“그럼 나 먼저 씻고 있을게. 내가 씻으면 네가…”
“안 돼.”
“응?”
“다리가 안 움직여.”
“… …”
“아이작이 씻겨줘.”
저렇게 방실방실 웃으여 부탁하면 누가 거절하겠어. 나는 못 말린다는 듯이 웃어주고 침대에 누워있는 마리를 번쩍 안아들었다.
업히는 게 아니고 안은지라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탓에 내 아랫도리가 또다시 불끈거리는 건 물론이고, 마리도 그걸 느낄 수 있었다.
마리는 나에게 매미처럼 매달린 채로 키득거리더니 짓궂은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아이작은 정말 변태네. 아까 내가 손으로 빼줬는데.”
“…네가 너무 야해서 그래.”
“씻으면서 할까?”
“미안하지만 이미 하녀를 불렀어. 그리고 욕실은 방음이 안 돼.”
“쩝… 알았어.”
마리가 아쉬움에 혀를 찼다. 나를 놀리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체력은 물론, 기력까지 소비하면서 하는 바람에 이 모양 이 꼴이 됐는데 더 하고 싶다니, 성에 눈을 떠버린 마리의 성욕은 무시무시했다.
물론 내가 그렇게 만들어서 딱히 할 말은 없다. 첫 날 밤부터 그렇게 몰아세웠으니 중독될만도 하다.
“그런데 아이작. 너 정말로 처음 하는 거 맞아? 그런 거 어디서 배운거야?”
“책에서 본대로 했을 뿐이야.”
“책에서 보는 거랑 직접 하는 건 다르잖아. 혹시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이미 했던 건 아니지?”
“너 말고 누가 있겠어?”
“세실리?”
“… …”
할 말이 없어지게 만드는 대답이 마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빈말이 아니라 마리와 사귀지 않았다면 세실리와 먼저 거사를 치렀을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물론 그건 이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마리는 나에게 첫 경험을 선물한 여자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마리를 쳐다보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절대 아냐. 네가 진짜로 처음이야.”
“히히.”
첫 여자라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에게 매달린 상태로 더욱 강하게 껴안는 마리. 그러면서 은근슬쩍 몸을 비비는 것이 그녀의 숨겨져 있던 음란함을 자랑했다.
침대에 피가 묻어있는 걸 보면 처녀가 분명한데 어쩜 이리 야한 것일까. 나는 욕실에 배치된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으면서 마리를 땅에 내려놓았다.
마리는 정말로 걸을 수조차 없었는지 바닥에 앉은 채 멀뚱멀뚱거리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남아있는 가운이 몇 개가 있는지 파악했다.
‘마리에게는 좀 크겠지만 괜찮겠지.’
아침부터 이브닝 드레스를 입을 수 없는 노릇이니 일단 가운으로 대체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이리하여 욕조에 들어가기 전, 나는 마리의 몸을 구석구석 씻겨줬다.
마리도 잔말하지 않고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중간중간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는 바람에 위험할 뻔했으나 가까스로 욕정을 억눌렀다.
“여기도 씻겨줘.”
“…거긴 네가 하면 안 될까?”
“우우웅. 빨리.”
심지어 아랫부분까지 대신 씻겨달라고 부탁하여 곤란해졌다. 원래는 거절하려 했으나 마리가 볼까지 부풀리며 투정을 부린 탓에 마지못해 허락했다.
그리고 뭐… 결국 참지 못 하는 바람에 그녀를 다시 씻겨줄 수밖에 없었다. 부디 바깥에 하녀가 없기를 바래야지.
첨벙-
“후아…”
“물 온도는 딱 맞아?”
“으응…”
이후로 욕조에 몸을 한동안 푹 담궈 피로를 해소한 뒤, 우리 둘은 목욕 가운을 입고 욕실 밖으로 나왔다. 물론 마리는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했기에 나한테 안겼다.
욕실 밖으로 나오니 그 짧은 시간에 하녀가 전부 정리했는지 침대는 깔끔해진 상태였다. 나는 속으로 대단하다 여기면서 마리를 침대 위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배고파…”
“조금 있으면 식사가 도착할거야. 손은 움직일 수 있지?”
“아마도.”
그냥 내가 먹여주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현재 마리는 움직이는 것 자체부터가 고역일테니 오늘만큼은 내가 그녀의 하인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래라면 하녀를 시키면 되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제 그만큼 나를 받아들였는데 이정도는 기본적인 매너라고 생각한다.
“늘 느낀 거지만 아이작은 배려가 깊네. 원래 이런 건 하녀에게 다 지시하는 편인데.”
물론 이 세상의 관점으로는 이마저도 차고 넘치는 배려였던 모양이다. 나는 마리가 감동받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머쓱하게 웃었다.
가끔가다가 내가 환생자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지만, 이런 세심한 부분들로 하여금 다시금 자각시켜줬다.
“남자가 되어서 이정도는 해줘야지. 안 그래?”
“너 같은 남자는 별로 없어. 우리가 연애를 하고 있다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맞추는 일도 거의 없고.”
“그래? 그거 참 나쁜 놈들이네.”
“네가 이상한거야. 그래도 난 네가 좋아.”
이 얼마나 사랑스럽고도 귀여운 여자란 말인가. 어제는 요부와 같은 음탕함을 보였다면 지금은 풋풋한 소녀의 사랑스러움을 드러낸다.
나는 마리의 사랑 고백에 따스한 미소로 맞이해줬다. 마리도 내 미소에 얼굴을 살짝 붉히며 해맑게 웃어줬다.
똑- 똑- 똑-
“아이작? 들어가도 되겠니?”
우리 둘이 서로를 마주보며 사랑을 꽃피우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 밖으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깜짝 놀라 허락을 내리기 전, 침대에 누워있는 마리를 침대 등받이에다 옮기며 간신히 앉혔다. 아무리 그래도 누운 채로 맞이하는 건 엄연히 실례다.
나는 마리를 앉히고는 이불을 덮어줬다. 그리고 가볍게 키스를 한 뒤에 문을 향해 소리쳤다.
“네! 들어오세요!”
“그럼 실례할게.”
덜컥-
문이 열림과 동시에 식사가 올려진 트레이가 먼저 안으로 들어왔다. 놀랍게도 트레이를 끄는 사람은 하녀가 아니라 어머니다.
그에 당황하여 황급히 걸음을 옮긴 것도 잠시, 어머니는 필요없다며 능청스레 손을 내저으셨다. 뒤이어 그녀는 침대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있는 마리에게 시선을 두더니 눈매를 부드럽게 좁히셨다.
“좋은 밤 보냈니?”
어머니는 마리에게 존댓말이 아닌, 반말을 사용했다. 이미 그녀를 예비 며느리로 확정지은 듯했다.
그동안 마리는 어머니의 질문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조용히 대답했다.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 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정말로 귀여웠다.
“…네.”
“아프지는 않았고?”
“아프기 보다는… 엄청 좋았어요.”
“어머. 그거 정말이니? 다행이구나.”
“저…”
어머니가 직접 트레이를 끌고 왔을 때 마리가 조심스레 그녀를 불렀다. 이에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할 말이라도 있냐는 듯이 바라보셨다.
뒤이어 마리는 나를 한 번 힐끔거렸다가 창피함을 억누르는 듯한 어조로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그… 남자들은 전부 다 아이작처럼 큰가요? 가문에서 배웠을 때는 단검만하다고 배웠는데…”
“마리?”
“얼마나 컸니?”
본인이 버젓이 옆에 있는데 저런 외설스러운 질문을 하다니, 심히 당혹스러웠다. 마리도 마리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고 되묻는 어머니도 범상치 않으셨다.
“아마 이정도였나? 잠깐만요.”
마리는 내가 당혹스러워 하든 말든 두 손으로 대충 길이를 표현하다가 애매했는지 이불 아래에 숨겨진 하반신 쪽으로 갖다 댔다. 이윽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대충 맞다는 듯, 아까보다 사이가 더 벌어진 두 손을 어머니에게 보여줬다.
너무나 정직하디 정직한 그녀의 표현에 내가 다 수치스러웠으며 얼굴을 두 손으로 덮을 수밖에 없었다.
“이정도였어요. 남자들은 다 이래요?”
“아니. 평균보다 훨씬 큰 거란다. 아이작 얘는 이 엄마를 똑닮았으면서 아래는 아빠의 육체를 물려받았구나? 호호호.”
“… …”
그만해주세요. 제발.
내가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든 말든 두 여자는 서로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바빴다.
“그나저나 엄청 아팠을텐데 괜찮은거니? 정 힘들다면 포션이라도 갖고 오마.”
“괜찮아요. 아래가 조금 욱신거리기는 한데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에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래서 기분은 어땠니?”
“그게…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라 해야하나? 눈 앞이 번쩍번쩍거리고 머리가 하얗게 녹아버리는 느낌이었어요.”
“첫 경험이었는데 그정도였다고?”
“네.”
제발 그 얘기는 나 없는 곳에서 해줘. 여기 여자들은 원래 다 이런 건가.
“아무튼 좋았다니 안심이구나. 나는 아이작이 배려도 없이 험하게 대했을까봐 걱정했거든.”
“처음 치고는 능숙하던데요? 어머니, 제가 아이작의 첫 여자 맞죠?”
“우리 아이작이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만난 여자는 나와 자기 누이밖에 없단다. 너와 연애를 시작한다고 들었을 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어머니.”
“호호. 내가 너무 짓궂었나?”
내가 그만하라는 듯이 부르자 어머니는 입에 손을 갖다 대며 우아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나와 마리를 번갈아보다가 조용히 격려의 말을 남기셨다.
“그럼 앞으로도 우리 아이작을 잘 부탁한다. 아이작 너도 마리를 소중하게 다뤄주고. 여자의 몸은 은근히 튼튼할지 몰라도 마음은 유리처럼 섬세한 법이니까.”
“명심할게요.”
“네.”
“배가 많이 고플테니 식사는 여기 두고 가마. 아참. 아이작?”
“네?”
어머니는 식사 트레이를 놓고 떠나기 직전 나를 불렀다. 이에 내가 그녀를 쳐다보자 어머니는 빙긋 웃는 미소를 유지하면서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에 가서도 약은 항상 챙겨놓으렴. 언제 어디서 할지 모르니까.”
“… …”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청결이란다. 자칫해서 성병이라도 걸리면 두 사람에게도 위험해. 알겠지?”
“…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나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셨다.
“제논 일대기에도 너의 경험을 담았으면 좋겠구나.”
“… …”
“이 엄마는 제논과 메리보다는 진과 릴리가 이어지는 모습이 보고 싶단다.”
진이 최종보스라니까요, 어머니. 물론 최후의 결전 전에 진과 릴리가 이어지는 묘사는 할테지만 그만큼 내상이 심할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을 전혀 모르는 어머니는 우리에게 인사를 하시고는 침실에서 나가셨다. 나는 한바탕 폭풍이 스쳐지간 듯한 기분에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그… 아이작?”
“응?”
“정말로 제논 일대기에 쓸 거야?”
“… …”
하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리고 마리에게 되물었다.
“왜. 써줬으면 좋겠어?”
그 물음에 마리는 수줍하더니 조심스레 대답했다.
“응…”
“… …”
“안 될까?”
“…일단 식사나 하고 생각하자.”
그렇게 같으면서 달라진 하루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