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147
■ 146화. 수인 (1) □ ᓚᘏᗢ
레오나와 내가 향한 곳은 모두들 예상했다시피 방음이 철저한 식당이다. 본래는 커피를 마실 계획이었으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식당으로 잡았다.
“우, 우와…”
이후로 자주 오는 식당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당황과 흥미가 뒤섞인 표정으로 식당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래도 이런 식당은 처음인 듯했다.
그사이 나는 안면을 튼 종업원에게 방을 하나 부탁했다.
“방은 2인실로 잡아주세요. 여기 2골드. 50실버는 팁이에요.”
“감사합니다. 성심성의껏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팁으로 50실버를 지급하자 종업원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이정도 팁을 지급한다면 식사를 모두 끝마쳤을시 차도 서비스로 지급해주니 서로에게 윈윈이다.
이어서 방으로 향하기 전 레오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여전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긴, 이런 식당은 온 적이 없었겠지.’
레오나는 거의 혼자 다니는 편이니까. 수인인 그녀로서는 정체를 숨기고 다녀야만 일상이 편해진다.
친구도 함부로 사귀지 못 하고, 자연스레 이런 곳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조차 힘들었겠지. 주말을 제외하면 매일 같이 학식으로 배를 채우는 걸로 안다.
나는 딱하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잠깐 일단 지금은 방으로 들어가는 것부터 결정을 내렸다. 저렇게 계속 방치하다간 저도 모르게 귀가 솟아날 수도 있다.
“레오나.”
“… …”
“레오나.”
“어, 어? 나?”
레오나는 내가 두 번씩이나 불러서야 나를 쳐다봤다. 손가락으로 자기자신을 가리키는 것이 바보처럼 보인다.
“너 아니면 누구겠어? 방 잡았으니까 어서 가자.”
“어, 어… 알겠어… 요.”
그녀는 여전히 떨떠름한지 나에게 걸어오는 와중에도 주위를 둘러보기 바빴으며 종업원을 따라 방으로 향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방 안으로 들어설 때도 머뭇거리며 안으로 들어가기를 망설였다. 결국 내가 괜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어야 방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와아…”
마침내 2인실에 단 둘이 있게 되자 감탄을 내뱉는 레오나. 나는 그녀가 호기심 짙은 눈빛으로 방을 둘러보는 동안 자리에 앉았다.
평소 시니컬하고 사나웠던 수인이 아닌 도시로 처음 상경한 듯한 시골 처녀와 같은 모습이다.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표정을 보니 내가 알던 레오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이대로 둘 수는 없는 법. 나는 메뉴판을 들면서 레오나에게 말했다.
“그렇게만 있지 말고 자리에 앉아. 메뉴부터 시킬테니까.”
“응? 아. 알았어. 여기에 앉으면 되지?”
방금 전까지 존댓말을 했던 것과 달리 본연의 시니컬한 말투로 돌아왔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레오나는 내 맞은편에 앉았다가 테이블 위에 깔려있는 흰색 테이블보를 물끄러미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녀 입장에서는 테이블보조차 신기한 것 중에 하나인 것일까. 살짝 어이가 없어져서 저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이런 곳은 처음이야?”
“당연히 처음이지. 생활비도 간당간당한데 이런 곳을 어떻게 와?”
레오나는 테이블보 곳곳을 관찰하면서 명료히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방학 기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들었다.
집에서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뭔가 사정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녀는 귀족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야. 여기 많이 비싸지 않냐?”
퐁-
누가 보아도 비싸보이는 2인실의 외양에 레오나가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리며 묻는다. 그와 동시에 머리 위에는 한 쌍의 귀가 독특한 소리를 내며 솟아났다.
나는 까닥거리는 레오나의 동물귀를 멍하니 쳐다봤다. 오랜만에 보는 레오나의 귀인지라 시선을 떼기가 어려웠다.
“어… 그렇게 비싼 곳은 아니야. 부담 가지지 않아도 돼. 내가 전부 다 지불할테니까.”
“그, 그래도…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응.”
“으음…”
나의 짧은 단답형에 미심쩍다는 표정을 짓는 레오나.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아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이래 보여도 난 귀족이야. 생활비로 30골드 정도를 받는다고.”
“30골이나…! 난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겨우 20골드가 끝이었는데…!”
레오나가 입을 떡 벌리며 경악한다. 나는 그걸 보고 피식 웃었지만 그녀가 20골드를 벌었다는 소리를 듣고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알바를 하고 또 시급이 대체 얼마이길래 200만원이나 번 것일까. 내 입장에서는 그게 더 신기하다.
“나는 20골드를 벌었다는 게 더 놀라운데? 대체 무슨 일을 한 거야?”
“카페 점원. 사장이 나를 보더니 특별히 시급을 올려주더라고. 일주일 정도는 쉬웠는데 그 후로 손님이 엄청 많아지더라.”
“흠…”
보통 카페 알바는 외모가 준수한 인원을 뽑는 편이다. 전생에서도 준수한 외모의 알바생, 특히 미녀를 뽑은 후에 가게 매출이 상승했다는 말이 많았다.
그리고 레오나의 미모는 꽤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갈색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여서 특색 자체는 평범했으나 분위기가 그걸 다 커버한다.
입을 다물면 침착하고 이지적인 인상을 지닌 미인이 되고, 지금처럼 본모습을 드러내면 강인하고 든든한 누님이다. 각기 다른 매력을 뿜내는 중이다.
얼굴 표정 하나로 인상이 왔다 갔다하는 게 좀 신기했지만 외모 자체로만 따졌을 때는 레오나도 상당히 매력적인 여인이라 단언할 수 있다.
“대충 이유는 알 것 같네. 아무튼 사사로운 이야기는 됐고 뭐 먹고 싶어? 메뉴판이 있으니까 한 번 골라봐.”
“으음…”
까닥- 까닥-
메뉴판을 펼쳐서 얼굴을 다 가렸지만 바짝 솟아오른 귀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 심지어 그 귀까지 까닥거리니 시선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었다.
잠시 후, 한동안 메뉴판을 들여다보던 레오나가 슬쩍 고개를 들어 나와 마주했다. 그녀는 전과 달리 자신감이 뚝 떨어진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너무 비싼데?”
까닥-
그 말을 하자마자 까닥거리는 레오나의 귀. 메뉴판으로 인해 눈만 드러났으나 대충 어떤 표정인지 감이 잡혔다.
이 식당에서 가장 싼 식사조차 80실버, 즉 8만원이다. 평범한 학생인 레오나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가격.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생활비를 넉넉하게 받는다. 더구나 마리를 비롯한 지인들과 같이 식사를 할 때마다 내가 지불하지 않고 그들이 내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정도는 나에게 아무렇지 않다.
“제일 비싼 거 주문해도 되니까 마음대로 해. 너무 급하게 고르진 말고.”
“진짜지? 무르기 없기다?”
“됐고 메뉴나 골라. 그렇다고 2개 이상 고르진 말고.”
“나도 그정도 눈치는 있어. 그럼…”
레오나는 이미 점찍어 놓은 메뉴가 있었는지 메뉴판을 슬쩍 내려놓았다. 내가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녀가 손가락으로 음식을 가리켰다.
“이, 이거 될까?”
“스테이크네. 단계는? 웰던?”
“웰던이 뭐야?”
“종류가 있어. 웰던은 스테이크 단면에 붉은 기가 거의 없을 때까지 익힌 거고, 레어는 표면만 살짝 익고 속은 거의 붉게 조리한거야. 미디엄은 딱 중간이고.”
“미디움으로 해줘.”
“알았어. 이제 주문할테니까 귀부터 숨겨.”
스르르-
내가 종업원을 부르는 종을 치면서 말하자 레오나는 곧바로 귀를 숨겼다. 분명 아까 전까지 솟아났던 귀가 자연스레 사라지는 모습은 언제 봐도 진귀했다.
이후로 주문까지 모두 끝나고, 나는 식사가 올 때까지 질문 타임을 가지기로 정했다. 원래의 목적이 이것이었으니 노트와 펜을 갖고 오는 건 잊지 않았다.
레오나도 내가 필기도구를 꺼내자 숨겼던 귀를 다시 드러냈다. 나는 노트를 펼치고 미리 정리해 놓았던 질문들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우선 질문하기에 앞서,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 대신 그만큼 내가 논문을 이상하게 쓸 수도 있다는 것만 명심해줘.”
“너야말로 이상하게 쓰지나 마.”
“좋아. 그럼 첫번째 질문. 수인에는 다양한 종족이 존재해. 아, 이럴 때는 민족이라 해야 되나? 아무튼 호랑이, 사자, 고양이, 개, 늑대 등등. 많은 수의 수인이 존재하지. 이것 말고도 사슴, 소, 토끼, 양, 원숭이 등등. 인간에 비해서 엄청난 수의 민족이 있어.”
“맞아.”
“그럼 만약에 호랑이 수인과 사슴 수인이 아이를 가지면, 어떻게 되는거야?”
수인은 야만적이고 호전적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그건 육식 동물에 한해서다. 사슴, 소, 토끼 같은 수인은 대게 얌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 탓에 육식형 수인은 그런 그들을 배척하고 약탈하는 삶을 살았으나 애니머즈가 건국된 이후로는 하나로 뭉쳤다. 육식형, 초식형 구분하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자연스레 서로 다른 민족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아이는 어떻게 태어날지 궁금했다.
엘프와 인간처럼 엘프의 특징을 모두 물려받는 것인지, 아니면 서로 섞이는 것인지.
제논 일대기에도 언급될 사안이기도 하지만 하프 엘프의 등장으로 부쩍 궁금해진 참이다.
“처음부터 꽤 재미있는 질문이 나오네. 결과는 단순해. 호랑이나 사슴 중 한 명이 나오는 거지. 둘이 합쳐지는 경우는 아예 없어. 심지어 토끼와 양이 서로 결합해도 조상 중에 호랑이나 사자가 있으면 낮은 확률로 나오기도 하지.”
“그게 정말이야?”
“응. 그래서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어. 대신 내 아이가 맞는지 정도는 ‘주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
격세유전이 인간보다 훨씬 심하구나. 엘프와 달리 멘델이 듣는다면 연구의지를 활활 불태울 듯한 종족이다.
“신기하네. 그럼 두 번째. 이처럼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가끔 동물 얼굴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수인도 있더라고. 반대로 너처럼 인간에 가까운 수인도 있고. 이건 어떤 경우야?”
“그건 인간과 수인간의 혼혈. 네가 말한 동물 얼굴은 순혈에 가깝고, 나는 혼혈이지. 사실 이것도 아까 말했던 거랑 비슷한 경우야. 나처럼 인간에 가까운 형식으로 태어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지. 먼 옛날에는 그… 수인이 인간을 약탈했거든. 엘프는 너무 강력한데다 드워프는 성노예보다는 기술직 노예로 적합했지. 마족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고. 이때문에 그때 당시에는 혼혈을 노예 취급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어.”
“뭐? 정말로? 처음 듣는 사실인데?”
“책으로 기록되기 전에 자행되던 풍습이었으니까. 아마 문자가 아닌 벽화 같은 그림으로 남아있을거야.”
대박이다. 이건 결코 놓칠 수 없는 귀중한 정보였다.
나는 어느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레오나를 바라보다가 서둘러 노트에다가 열심히 필기했다.
어째서 학자들은 이걸 눈치채지 못 했던 것일까? 너무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에? 아니면 수인과 인간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300년 전 종족 전쟁 때문이야. 그때 많은 수의 동족들이 학살당하면서 자연스레 그런 역사 기록이 자연스레 사라졌거든. 인간은 본인들의 치욕을 지우고 싶었던거지.”
“… …”
“다행히 애니머즈에 소수의 벽화가 남아있지만… 이것조차 소수에 불과해. 본래 역사라는 건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데 종족전쟁 때 끊겨버린거지.”
다름아닌 인간의 패악질과 간악함 때문이었다. 레오나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괜스레 내가 다 미안해졌다.
수인은 2차 세계대전의 유대인마냥 인간들에게 무참히 학살당한 전적이 있다. 수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하나의 연합으로 똘똘 뭉친 인간을 이기기에는 벅찰 수밖에 없었다.
애니머즈가 건국된 시기도 종족 전쟁이 끝날 무렵이었다. 만약 그때 희대의 영웅이자 국부로 우대받는 ‘히크’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수인은 인간의 노예로 살았겠지.
“안 적고 뭐해? 논문으로 적는다며? 이참에 그런 것도 적으면 괜찮겠네.”
“…한치의 거짓말도 없는 거 확실하지?”
“이렇게 비싼 밥을 얻어먹고 거짓말을 할만큼 양심이 없지는 않아.”
묘하게 설득력이 가는 말에 납득이 간다. 책에서조차 찾을 수 없던 이야기였으니 오히려 신뢰가 가기도 하고. 무엇보다 진실은 언제나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법이다.
허나 내가 쓸 책은 제논 일대기다. 괜히 역사와 다른 사실을 넣었다간 세상에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인간과 대립 관계인 수인이라면 더욱이.
‘일단 성지에서 책을 더 찾아봐야겠다.’
시리스에게 수인과 관련된 서적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기를 잘한 것 같다. 나는 찝찝한 마음을 안으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다음 질문. 애니머즈는 육식형 수인과 초식형 수인이 함께 살고 있어. 이것 때문에 갈등이 있을텐데 그렇지 않아?”
“그것도 인간이 만들어낸 헛소리. 육식형 수인과 초식형 수인 이런 건 사실상 의미가 없어. 두 민족 모두 취향이 있을 뿐 고기랑 채소를 먹거든. 갈등은… 여러가지가 있지. 인간과 교류해야 된다는 쪽과 동족을 학살한 전적이 있는 인간을 믿을 수 없다는 쪽. 사실상 인간이랑 비슷해.”
“그렇구나. 그런데 육식과 초식의 차이가 없다고? 보통 차이가 나지 않아?”
“아니. 호족(호랑이), 사족(사자), 웅족(곰)처럼 신체 능력이 말도 안 되게 강하지 않는 이상 차이는 거의 없어. 심지어 방심조차 하면 안 돼. 나도 옛날에 사슴 수인에게 뒷발차기를 맞았다가 갈비뼈가 모두 으스러졌거든. 무려 일주일이나 요양해야했지.”
“아하…. 응? 뭐? 일주일?”
“응. 일주일. 그게 왜?”
인간이었다면 최소 중상인데 겨우 일주일만 요양하고 나았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회복력이란 말인가.
레오나도 뒤늦게 눈치챈 것인지 아, 하며 말을 바뀌었다.
“아참. 너희는 인간이었지. 우리 수인은 신체 능력만큼 회복력이 유달리 뛰어나. 인간에게 중상 판정을 받는 부상조차 경상이지.”
“그럼 너희에게 중상은 뭔데?”
“팔다리가 날아가거나 급소에 구멍이 난 경우? 그때는 치료하지 않으면 좀 위험하지.”
인간이라면 쇼크로 죽고도 남는다. 아무리 문명의 차이가 있었다지만 저런 괴물딱지들을 어떻게 학살하고 다녔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조금… 아니, 많이 놀랍네. 수인이 엄청 강하긴 하구나.”
“그게 아니었으면 300년 전에 진작에 멸종당했을걸? 너는 너희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하나의 목표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잖아.”
반대로 레오나는 우리 인간을 막강한 종족이라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꺼내게 되니 기분이 묘해진다.
똑똑똑-
방 밖에서 누군가 노크를 했다. 아무래도 종업원이 식사를 가지고 온 듯했다.
레오나는 노크 소리가 들리자마자 지체없이 귀를 숨겼으며 나는 그녀가 귀를 숨기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음이 깔려있는 방이다보니 내가 직접 문을 열어줘야 된다.
“그럼 즐거운 식사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우와…”
이윽고 주문했던대로 식사가 테이블에 올려졌다. 레오나는 적당히 익은데다 풍미를 더해주는 소스가 발라진 모습에 감탄했다.
얼마나 먹음직스러웠으면 입까지 헤- 벌리고 있었는데, 조금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송곳니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사자 수인이라 그런 건지 송곳니가 매우 날카로워 보였다. 저기에 물리게 된다면 곧바로 바람 구멍이 나지 않을까.
“먹기 전에 앞서, 냅킨부터 목에 걸어.”
“냅킨?”
“네 앞에 놓여있는 손수건 같은 거. 그걸 목에 걸치고 입가에 흐르는 소스나 육즙을 닦으면 돼. 나이프는 쓸 줄 알아?”
“아니. 몰라.”
결국 내가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나서 레오나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구경하다가 내가 알려준대로 포크와 나이프를 양손으로 각각 쥐더니…
“암!”
“… …”
나이프는 개나 줘버리고 포크로 스테이크를 찍은 뒤 그대로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야만적인 식사 방식에 무어라 지적하고는 싶었지만 저렇게 행복한 얼굴을 보니 차마 혼내기가 미안했다.
그동안 레오나는 입 안 가득 들어있는 스테이크를 우물거리더니 행복감에 겨운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음. 음음. 이거 맛있네!”
“…그래. 맛있으면 됐지.”
나도 허허실실 웃으며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자 스테이크를 씹어먹던 레오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어? 그거 그렇게 쓰는 거였어?”
“아니면 어떻게 쓰는 거라 생각했는데?”
“뼈를 잘게 잘라서 먹는 줄 알았지. 여기 뼈도 있잖아.”
“…너 학식 먹을 때 뼈도 먹었었냐?”
“응.”
“… …”
얘는 진짜 정체를 안 들킨 게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