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153
■ 152화. 나비효과 (1) □ ᓚᘏᗢ
그렇게들 말한다. 우연이 한 번만 발생하면 정말로 우연이지만 두 번, 세 번 이상 발생하는 순간 필연이라고. 만에 하나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 해도 쉬이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제논 일대기도 마찬가지다. 세계수 뿌리의 오염, 악마 소환의 징조, 마지막으로 헬리움의 리퍼까지.
한두 번도 아니고 자그마치 3번이나 연속으로 제논 일대기의 내용과 흡사한 사건들이 터지자 이제는 말문이 막혔다. 심지어 헬리움의 ‘리퍼’는 제논 일대기 속 ‘악마 사냥꾼’의 설정과 판박이였다.
헬리움의 고위 귀족조차 간신히 인지만 하고 있는 특수부대. 다른 종족보다는 악마가 된 동족을 암살하는 임무가 주를 이루는 강자. 마지막으로 검은 마나에 더욱 깊숙히 파고들어 언제 어디서든 악마로 변할 위험까지.
이것만 본다면 제논 일대기 속 악마 사냥꾼과 별 다를 게 없었다.
[리퍼는 본래 양지로 나오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기회가 닿지를 않아 번번이 무산되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결심을 굳힌 것.] [제논 일대기가 단순한 소설이 아닌 예언서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 세계수 뿌리의 오염과 악마 소환의 흔적. 마지막으로 헬리움의 결사단체까지.] [첫번째 우연은 그저 단순한 우연이어도 세 번은 필연이다. 헬리움의 리퍼 또한 마찬가지.] [그들의 첫 행보는 무엇인가? 또한 그들의 능력은 얼마나 강할까?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돼…]신문의 소식을 보다시피 헬리움에서도 리퍼의 양지 진출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마족의 인식이 급등한 이상 굳이 리퍼의 존재를 숨길 명분을 찾지 못 했던 모양이다.
때마침 제논 일대기가 점점 예언서 취급을 받기 시작했겠다, 헬리움의 국왕은 이때다 싶어 리퍼를 대중들에게 소개시켰다.
처음에는 당연하게도 다들 놀란 눈치였으나 하필이면 제논 일대기에 똑같은 결사단체가 있어 그렇구나하고 넘어갔다. 오히려 ‘역시’라는 반응을 드러냈으며 제논 일대기를 정독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러면 뭐하나.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다 못해 가출하기 직전인데.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더이상 이상한 게 나온다면 난 진짜 좆된다.’
이미 좆됐지만.
3연벙, 아니 3연진을 넘어 4연진을 당하는 순간 예언자 또는 회귀자로 낙인찍히는 건 시간 문제다. 편지를 통해 입장문을 밝혀도 도통 믿질 않으니 여러모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하면 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까. 나는 망치로 머리를 강타한 것처럼 어질어질해져 신문을 조심히 덮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이어서 무어라 말할 기력조차 없다.
’14권 극후반부부터 수인 파트인데…’
14권은 알븐하임이 악마들에게 점령당하고, 세계수가 디아볼스의 양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이중에서 엘프 측 영웅과 다크 엘프 측 영웅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오염된 세계수로 돌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세계수는 이미 디아볼스의 수중에 떨어져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변하게 되고, 세계수를 양분으로 삼은 디아볼스의 부활은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 결국 두 영웅은 세계수의 거대한 마나를 이용하여 자폭을 선택한다.
오직 단 하나. 신이 직접 선택한 땅, 알븐하임을 위해서라는 이유에서. 이 장면은 엘프와 더불어 다크 엘프의 애향심을 단편적으로 드러낼 것이다.
‘그 커다란 세계수를 전부 소멸시키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폭발이 필요하겠지. 평범한 마법으로는 절대 안 될 거야.’
여기서 엘프와 다크 엘프가 진정한 의미로 하나가 된다. 엘프는 루미너스가 전달한 ‘빛’의 기운을 다루고, 다크 엘프는 모라가 선물한 ‘어둠’의 기운을 다룬다. 아마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서로 상극인 기운을 억지로 합치게 만든다면 큰 반발력이 발생하게 된다. 전생에서 자주 채용되는 클리셰 중 하나다.
그리고 두 영웅은 대악마의 양분이 된 세계수를 깨끗이 부수기 위해 서로의 힘을 끌어모으며 거대한 폭발을 준비한다. 악마들은 위기를 느껴 막으려 시도했지만 모두 막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두 명의 영웅은 ‘알븐하임을 위하여!’라는 장엄한 대사를 외치고 세계수를 향해 돌진하게 된다. 그 뒤로 3000년을 지탱하던 세계수가 큰 폭발에 휩싸이는 것으로 등장이 끝난다.
그리하여 두 영웅의 경건한 희생 덕분에 대악마의 부활은 간신히 막았으나 아직 알븐하임은 여전히 악마들에게 점령당한 상황. 제논 일행과 영웅의 후계자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잔존한 엘프를 데리고 겨우겨우 탈출에 성공한다.
이후로 제논 일행은 다크 엘프 거주지에서 엘프와 다크 엘프 사이에 오고 가는 대치를 간신히 진정시키고, 앞으로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아군을 모으기 시작한다. 인간과 마족, 그리고 드워프는 제논의 명성을 잘 알기에 기꺼이 도와주지만, 문제는 바로 수인이다.
제논 일대기 속 수인은 현실과 다른 것이 거의 없을 예정이다. 홀름강이라던지 아니면 민족의 종류라던지 등등.
또한 제논 일대기 속 인간과 수인의 사이는 나쁘면 더 나빴지, 결코 좋다 할 수 없다. 애당초 수인들의 왕자가 ‘분노’가 된 이유도 인간과 깊은 연관이 있다.
‘아니. 설마 애니머즈에 사탄이랑 비슷한 사정이 있는 사람은 없겠지?’
사탄은 릴리스처럼 단순하지 않고 다소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다. 그것도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자살하고도 남을 기구한 사정을.
우선 사탄이 누구인가 설명하자면, 그는 한 부족의 족장이자 수인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던 ‘장군’이다. 장군은 엘프의 전사장과 비슷한 계급이라 보면 된다.
실제로 애니머즈에서도 족장들이 장군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한 부족의 족장이라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니 자연스레 무력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족장이 무조건 장군의 직급을 받는 건 아니다. 이건 레오나가 강조했다.
아무튼 사탄은 수십 년 동안 장군으로서 매드, 그러니까 제논 일대기 속 애니머즈를 수호하였으나 그만큼 적도 많아졌다. 이로 인해 원한을 산 자들이 사탄의 아내와 자식들을 살해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큰 고통과 슬픔이 따르겠으나 끝이 아니다. 비탄에 빠진 사탄은 족장의 자리에 물러나고 대족장의 제안에 따라 군대 양성에 힘을 썼지만…
이마저도 모두 비극으로 끝났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본인의 부족이 인간들에게 습격을 당하여 전부 몰살당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건들의 배후는 다름아닌 인간과 교류를 맺었던 대족장. 대족장은 인간의 간악한 간교에 휘둘려 그만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해버린 것이다.
당연히 격분하다 못해 폭발한 사탄은 대족장에게 홀름강을 신청했으나 돌아오는 건 지독한 패배일 뿐. 대족장은 현명하지 못 했을 뿐 무력 자체는 사탄보다 한 수 위인 상황이었다.
그 후로 조국에게 배신당한 사탄은 몇십 년 이상을 방황하다 악마측으로 들어서고, 다시 한 번 대족장에게 홀름강을 신청한다.
결과?
대족장의 목을 캔따개마냥 아주 시원하게 따버린다. 대족장을 잃은 매드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되고 통쾌한 복수를 마친 사탄은 기지로 복귀하고.
그 후로 수인측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탄의 친동생이 스토리를 이끄는 것이다.
‘설마 이것까지 똑같진 않겠지?’
릴리스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이지만 사탄 같은 경우는 나라 전체가 뒤집어질 대사건이다. 인간에게 더러운 정치 싸움은 익숙해도 수인에게는 기절초풍할 일이니.
이밖에도 각 칠죄종마다 스토리를 풀어나갈 생각인데, 칠죄종은 각 종족의 단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거라 말이 많을 것이다. 특히 탐욕은 어마어마한 물욕으로 인해 추방당한 드워프 국왕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수인 파트는 16권까지 길게 이어지니 괜찮지만…’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올려다보며 고민했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냥 다 포기하고 글이나 쓰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들이 예언자로 취급하든, 회귀자로 취급하든 나는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으니. 그들이 실망하면 도리어 역정을 내면 된다.
‘그런데 신에게 직접 물으면 되지 않나? 곧바로 아니라고 답해줄 텐데.’
환생자는 맞지만 예언자나 회귀자는 절대 아니니 신들도 확답을 내려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문을 보면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신에게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는, 기이한 현상까지 나타났다. 신과 대화하는 건 매우 어려우나 교단이 멍청한 것도 아니고 신과 대화하는 방법을 모를 리가 없다.
하물며 거짓말이라도 했다간 ‘천벌’을 받는데 신문에 실린 내용은 진실일 확률이 크다.
‘왜 대답이 없으시나요.’
저 좀 살려주세요. 이러다가 또 이상한 거라도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렇게 궁상 떨 바에야 차라리 책이나 읽는 편이 훨씬 낫다.
지금 마음가짐으로는 글조차 부담스러워서 못 쓸 것 같다. 상황이 어느정도 진정된다면 그때부터 써야지.
‘근데 여기서 나올 게 더 있으려나? 나올 건 다 나온 것 같은데.’
세계수 뿌리의 오염, 악마 소환 징조, 마지막으로 리퍼까지.
나올 건 다 나왔다고 보는데 여기서 뭐가 더 나오…
‘…아, 맞다.’
증기 기관차가 있었지. 스승의 의지를 이어받은 드워프가 절치부심해서 제작한 발명품.
‘그런데 그건 예언이고 자시고 지금 과학 기술이면 절대 못 만들텐데?’
증기 기관차는 산업 혁명 당시에 발명된 기계다. 이 세상은 마법의 존재 덕분에 겉으로는 중세여도 근대와 비슷한 생활상을 띄고 있다지만, 마법으로도 어찌 할 수 없는 것이 기계다.
애당초 이 세상에 기계는커녕 공학이라는 개념조차 거의 없다. 그러니 다른 건 몰라도 증기기관차의 발명은 최소한 몇 백 년 후에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만약 발명된다면…’
증기 기관차뿐만 아니라 증기선, 증기차, 발전소, 선박 등등 오만가지 발명품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제논 일대기 완결 이후 집필 예정인 2차 세계대전이 나온다면? 이 세상의 과학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살짝 두려워졌다. 괜히 내가 이 세상의 문명을 비정상적으로 앞당기는 것 같아서.
‘…나중에 신전에 한 번 방문해 볼까?’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나는 찝찝한 마음을 달래며 독서에 집중했다.
* * *
손재주와 발명의 대가, 드워프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천성적으로 좋아하는 종족이다. 이로 인해 광산 근처 터를 잡는 경우가 많으며 드워프의 나라, 마키나 또한 거대한 광산 근처에 도시가 세워져 있다.
드워프의 나라, 마키나는 무기 상업의 최대 교역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드워프제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방문한다. 유통을 통해 마진을 뗀다면 모를까, 마키나로 직접 찾아온다면 의외로 가격도 싼 편이다.
그 이유는, 드워프가 대충 만든 검조차 다른 종족에게는 명검 수준으로 성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드워프들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심혈을 기울인 무기에는 비싼 값을 책정한다.
하지만 이렇다 보니 단점이 있기 마련이니, 바로 ‘탐욕’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기와 관련된 상업은 계약 금액이 거대하다. 특히 이 세상은 ‘몬스터’가 존재하여 무기의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성능이 뛰어난 드워프제 무기는 당연하게도 우선 순위가 되었으며 자연스레 계약을 맺는 이들이 증가했다. 그 정점이 바로 300년 전 종족 전쟁이다.
인간은 어떻게든 엘프와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드워프제 무기를 마구잡이로 사들였으며, 드워프는 그걸 통해 막대한 이익을 끌어올렸다.
결국 드워프는 흔히 말하는 ‘돈맛’을 알아버린 탓에 소위 양산형이라고 불리는 무기만 제작하고, 창작 능력은 퇴보되었다. 대충 아무 무기나 만들어도 인간들에게 거금을 받는데 굳이 창작을 할 필요가 있나?
설령 있다고 한들 무기에 한해서지,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전에는 냉장고와 에어컨 같은 발명품을 탄생시켰으나 종족 전쟁 이후로 드워프는 탐욕에 먹혀버렸다.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그들은, 더이상 무언가를 창작할 능력이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쾅!
“어! 요즘 애들은! 의지가 없어요, 의지가! 아직 1년도 안 지났는데 전부 포기하는 게 말이 돼?!”
드워프 특유의 덥수룩한 수염과 짜리몽탕한 팔다리를 지닌 남자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치며 버럭 소리쳤다. 그의 손에는 맥주잔이 들려있었으며 이미 거나하게 마셨는지 얼굴 또한 취기가 돈 상태였다.
그걸 지켜본 다른 드워프 하나가 낄낄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 또한 취기로 인해 붉어져 있었다.
“에인스. 이 친구야. 아무리 달라붙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지금 그 책이 예언서니 뭐니 떠들어도 현재 우리의 능력으로는 한참 부족하다고.”
“그래. 그래. 만들 수 있었다면 진작에 만들었겠지.”
“야이…”
드워프들이 전혀 동조해주지 않고 오히려 비웃기만 하자 에인스라 불린 드워프는 이를 악 깨물었다. 그러나 이내 한숨을 내쉬며 착잡하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 안 되는 건가…”
제논 일대기 속에 나온 ‘증기 기관차’를 발명하기 위해 매달린지 어언 몇 개월 째. 진도는 하나도 못 나간 채 제자리 걸음이다.
제논 일대기에 등장한 증기 기관차가 움직이는 원리는 대충 감이 잡혔지만 그 뿐, 창작을 할 수가 없었다.
이때까지 철을 포함한 광석으로 무기만 만들 줄 알았지, 종족 전쟁 이후 창작력이 퇴보된 탓이었다. 더구나 가능성이 없다고 그 많았던 인력 또한 모조리 나가떨어졌다.
결국 남은 사람은 에인스 단 한 명 뿐. 어쩌다 보니 책 속의 상황처럼 혼자 증기 기관차를 발명하게 된 꼴이었으나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종족 전쟁 이후 사라졌던 창작 욕구가 무럭무럭 차오른 건 실로 오랜만이었으니.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자신을 다시 한 번 불태우게 만든 원동력이다.
“그러지 말고 맥주나 마셔. 내일 광산이나 가서 그 마석이나 캐자고. 그 잘 타기만 하는 검은 돌덩어리보다는 돈을 많이 벌잖아?”
“안 돼. 책에는 그 석탄이라는 걸로 증기 기관차를 운용했다고. 분명 여기에 답이 있을 거야.”
“하, 참나. 그 놈의 똥고집은… 마음대로 해. 우리는 내일 광산이나 갈테니까. 그 돌덩이는 전부 너한테 줄 테니 알아서 하라고.”
“왜 굳이 이상한 거에 매달려서는… 쯧쯧.”
친구들의 비웃음에 에인스는 더욱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책 속의 그 괴짜 드워프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허나 단 1년. 겨우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엘프나 마족보다는 아니지만 드워프는 300년에 달하는 수명을 자랑한다. 그러니 1년이라는 시간은 드워프에게 짧디 짧은 시간.
에인스는 그들의 비웃음에도 굴하지 않고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아직 진척은 되지 않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뒤이어 그는 맥주를 전부 털어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크으… 그래. 광산으로 간다고? 같이 가자. 머리나 조금 식히면 되겠지.”
“좋은 생각이야. 참고로 학스 구역으로 갈테니까 장비는 잘 챙기고.”
“학스? 거기는 또 어디냐?”
“뭐야. 너 모르고 있었냐?”
에인스의 질문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드워프. 그는 에인스가 최근 광산에 가지 않고 장비만 제작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설명해줬다.
“학스 구역은 종족 전쟁부터 지금까지 계속 판 광산 중 하나야. 대신 계속해서 파고 또 판 탓에 엄청 깊어졌어. 그거 때문인지 몰라도 질 좋은 광석이랑 마석이 자주 나오는 중이고.”
“그래? 처음 듣는 이야기네.”
“그런데 거기로 가려면 그것도 들고 가야 되지 않냐? 쓸데없이 마석만 많이 잡아먹는 거.”
“아. 젠장. 그러네. 괜히 애꿎은 마석만 날리겠구만.”
“그건 또 뭔데?”
최근 몇 십 년 간 광산에 들어간 적이 없어서 에인스는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일을 돕느라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검은 수염의 드워프는 맥주를 한 입 마시더니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알려줬다.
“그런 게 있어. 학스 구역은 지질 때문인지 몰라도 파다보면 물이 계속 차거든. 우리 드워프는 팔다리가 짧아서 일일이 물을 퍼내는 것도 힘들어. 그래서 보다 못해 80년 전에 기계 하나를 만들었지.”
“문제는 그 거지같은 기계가 먹는 마석의 양이 우리가 채굴한 마석의 양보다 몇 배는 잡아먹는다는 거야. 치사하고 더러웠지만 마지못해 사용할 수밖에 없지. 이럴 때 드워프로 태어난 게 서럽다니까.”
그 이야기를 들은 에인스의 반응.
“무슨 원리로 물을 퍼내는 거냐? 마석까지 필요한 걸 보면 평범하진 않을 것 같은데.”
“별 거 아니야. 그러니까 뭐냐면…”
검은 수염의 드워프는 정말로 별 거 아니라는 듯이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에인스도 처음에는 시큰둥했으나 그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서서히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설명이 끝나자…
“그, 그거 빨리 보여줘 봐!”
“뭐? 갑자기 왜?”
“됐고, 빨리 보여달라니까! 거기에서 살짝만 건드리면 될 것 같아!”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에인스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로부터 며칠이 흘렀을까.
[드워프의 나라 마키나. 제논 일대기 속 증기 기관차의 ‘증기 기관’을 발명하다!] [증기 기관이 아닌, 마석으로 운용되는 기계이니 ‘마력 기관’으로 명명해…] [에인스: 진작에 발명되었어야 하는 것. 드워프에게 창작 능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리 드워프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 큰 미래를 위한 창작을…] [앞으로 남은 건 마력 기관을 이용한 마력 기관차의 발명. 앞으로 정진했으니 남은 건 달리는 것뿐이다. 마력 기관의 발명으로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제논 일대기 속의 증기 기관차에 대한 관심도 쏠려…]“… …”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