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161
■ 160화. 겨울 방학 (4) □ ᓚᘏᗢ
“안녕! 우리 귀염둥이! 좋은 아침!”
“안녕. 아델 누나. 좋은 아침이네.”
하루가 지나 아델리아는 우리 가문의 호위 기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어서 평소처럼 반말을 하고 다녔다.
나는 셔츠와 가죽 바지라는, 간단한 아델리아의 옷차림새를 빠르게 훑어보다가 그녀의 얼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머니와의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몰라도 그녀의 표정은 전보다 훨씬 밝아진 모습이다.
그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되어 안부를 물었다.
“어제 잠은 잘 잤어? 침대는 불편하지 않았고?”
“엄~청 좋던데? 눕자마자 바로 잠이 솔솔 오더라고.”
“그러면 다행이고. 이제 아버지한테 수련을 받는 거지?”
“응. 호위 기사는 주변의 감각에 예민해야 하니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배우겠지. 별로 어렵진 않을 거야.”
자신만만해 하는 아델리아를 보면서 아버지의 훈련법을 상기했다. 나를 포함한 우리 형제들은 물론이고 가끔 가다가 영지의 청년들도 아버지 밑에서 단련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훈련을 받을 때마다 저택에 곡소리가 항상 울려퍼진다는 것. 나도 처음에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아버지는 개의치 않고 훈련을 이어나갔다.
뭐, 그때 나는 데이브와 니콜과 달리 몸이 유약하여 아버지도 금방 중단하셨다. 실제로 한 번 쓰러지고 며칠을 앓아누운 탓에 식겁하셨던 걸로 안다.
‘그래도 아델리아는 조교직까지 모두 수행했으니까 괜찮겠지.’
솔직히 아델리아 정도라면 네이비 기사단 입단 테스트도 거뜬히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주말마다 진행되는 대련을 지켜보아서 알게 된 거지만 니콜과 아델리아의 체력은 무시무시했다.
아침부터 저녁 식사 전까지 거의 쉬지 않고 무학생들과 대련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땀만 흘릴 뿐 멀쩡하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있다지만 그럼에도 강철 체력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알았어. 그럼 방학동안 하루 일과는 아버지에게 수련을 받는 게 끝이야?”
“그렇긴 한데, 그… 헬리움으로 언제 간다고 했니?”
“아마 내일 점심 이후에 가르츠 씨가 직접 데리러 올 거예요. 누나도 가르츠 씨를 본 적이 있죠?”
“그 뿔이 양처럼 돼 있는 마족 맞지?”
“네.”
“음…”
아델리아는 내 대답을 듣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약간 멋쩍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뭐하러 가는 거야? 그냥 단순 방문?”
“응.”
세실리와 첫날밤을 가지러 간다고 어떻게 말을 하겠나. 일단 지금은 무난하게 넘기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대신 좀 더 확실한 계기가 필요하겠지. 나는 대답 이후로 설명을 덧붙이려는 찰나였다.
“상견례라도 하러 가는 거야?”
“응?”
“사실 어제 남작 부인에게 들었어. 마족 공주님과도 교제한다며? 공식적인 건 아니지만.”
아델리아가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이에 당황한 것도 잠시, 어머니가 알려줬다는 말에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께서 알려주셨다고?”
“응. 혹시 내가 오해를 할 까봐 알려주셨거든. 너는 그 하얀 머리 공녀님과 약혼을 했지, 마족 공주님은 아니잖아?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아델리아는 허리에 손을 척- 얹으며 당당하게 얘기했다. 나는 씩씩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관찰했다.
정말로 개의치 않은 건지, 아니면 인내심을 발휘하여 마음에 꾹 눌러담고 있는 건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저 특유의 자신만만한 미소만 지어져 있을 뿐이다.
‘…정말로 괜찮은 게 맞을까?’
평소 아델리아가 나에게 보였던 행동은 여러모로 헷갈리게 만들었지만, 사실 어제 호위 기사로 오면서 확신을 갖게 된 참이다.
아델리아, 그녀는 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졌다고. 사람 마음이라는 건 원래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다. 인식하고 나니 그 부분들이 크게 다가왔다.
그러니 세실리와 내가 애인 관계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약간의 반응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도대체 어제 어머니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던 것일까.
‘지금 당장 물어볼 수는 없겠지.’
괜스레 물어봤다가 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다. 더군다나 아델리아는 비참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사람의 ‘정’에 굶주려 있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따뜻한 남자와 만나 행복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 나처럼 여자 관계가 복잡한 사람이 아니라.
무엇보다 나는 언젠가 제논임을 밝혀야 된다. 조사 범위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신성교국 세이비어까지 나선 마당에 머지않아 정체가 탄로날 터.
그렇게 된다면 테르스 왕국 쪽에서도 아델리아를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이건 거의 100%라고 단언한다.
“그… 다행이라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아아. 걱정 마. 이래 보여도 입은 무거우니까.”
“괜찮은 거 맞지?”
다소 중의적인 질문이었다. 아델리아도 그 점을 눈치챘는지 몰라도 처음에 움찔거렸다가 힘차게 대답했다.
“걱정 말라니까. 정 그렇다면 나도 헬리움에 같이 가게 해줘. 난 너의 호위 기사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내일 가르츠 씨에게 한 번 물어볼게.”
“알았어. 부디 긍정적인 답이 돌아왔으면 좋겠네. 난 이만 가볼게.”
“알았어. 조심해. 괜히 무리하다가 다치지 말고.”
“그래. 그래. 이 누나는 튼튼하니까 걱정 마셔.”
아델리아는 떠나기 전 내 볼을 살짝 꼬집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는 행동은 귀여운 동생을 대하는 듯했지만 왜인지 아련함이 느껴졌다.
자신은 딱 여기까지다, 라며 선을 긋는 것 같달까. 자기가 스스로 그은 선을 한 번이라 넘게 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 오로지 직진만 있을 뿐.
과연 아델리아도 훗날 직진만 하게 될 날이 올까. 직진을 하기 전에 테르스 왕국과의 갈등부터 해소해야겠지.
나는 저 멀리 걸어가는 아델리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등을 돌렸다.
우선 침실로 돌아가서 남은 원고를 마무리해야 된다.
‘어머니는 내가 제논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하셨지.’
어머니께서는 원래 사람의 본성의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난다면서, 내가 제논이라는 정보를 알려주지 말라고 하셨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훗날 내가 제논이라는 것을 밝혔을 때, 아델리아의 반응을 살펴볼 것이라고. 아까 말했듯이 테르스 왕국에서 아델리아를 왕족으로 인정한 후, 정략혼으로 묶어둘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때 아델리아는 무슨 결정을 내리게 될까.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면 좋겠다. 그래야 서로의 관계가 어긋나지 않을테니.
나는 침실에서 원고를 마저 정리한 이후, 아버지가 업무를 보시는 사무실로 향했다. 아델리아의 훈련은 나중에 시작될 테니 당장은 잔업을 보고 계실 것이다.
똑똑똑-
“아버지. 저예요.”
“들어오거라.”
사무실 문을 노크하니 문 너머로 아버지의 중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천천히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니 책상에 앉아있는 아버지, 그리고 그 옆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서류 뭉치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영지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탓에 서류가 하루하루 증가하는 중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눈이 침침하신지 안경까지 쓰고 계셨다. 나중에 저 서류들을 내가 다 담당할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냥 형한테 가주직을 물려주면 안 되나?’
보통 가주직은 장남에게 승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군대에 들어가는 것.
군대에 몸을 던진 사람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쭈욱 군대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데이브가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 가문으로 돌아온다면 가주직을 이양해야 된다.
하지만 데이브도 가주가 될 마음은 없어 보이고, 설령 큰 부상을 입어도 몸을 움직이는 직업을 선택하지 싶다. 데이브는 아버지를 닮아 무관이 체질에 더 잘 맞으니.
“그래.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아버지가 열심히 놀리던 펜을 잠시 내려놓고 나에게 말을 거셨다. 이에 원고가 담겨있는 우편물을 보여주며 대답했다.
“14권의 원고를 발송하려고요.”
“벌써 다 적었니? 최근 적는 속도가 빨라졌구나.”
“추천 학생으로 임명받으면서 시간이 널널해졌거든요.”
“신기하구나. 머릿속에 이야기가 다 있는 거니?”
아버지는 원고를 받으면서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전생에서 자주 듣던 말 중에 하나인 것이, 친구들은 내가 판타지 소설을 쓴다고 하자 아버지처럼 신기해 했다.
어떻게 하면 그 내용을 다 쓸 수 있는 것이냐, 아니면 네가 적은 것들을 다 기억하는 것이냐 등등. 소설을 읽는 사람은 많지만 직접 쓰는 사람은 보기 힘들어서 그런 류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냥 전개만 대충 적고 쓰는 거죠, 뭐. 레킬리스 공작님께서 저에게 선물까지 주신 덕에 진행 속도도 훨씬 빨라졌고요.”
“리무버 말이냐? 확실히 업무를 볼 때 편할 것 같긴 하더구나.”
“네. 그것도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 시간이 늘어난 게 가장 크죠.”
“흠… 알겠다. 이건 내가 보내도록 하마.”
아버지는 원고가 담긴 우편물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셨다. 이에 바깥으로 나가려는 순간, 아버지께서 나를 잠깐 불러세웠다.
“아이작. 평소에 궁금한 게 있었는데 말이다.”
“그게 뭐죠?”
“이 친필 사인.”
우편물에 적혀있는 내 친필 사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신 아버지. 내 친필 사인은 ‘한글’로 아이작이라고 써놓은 형식이다.
이 세상의 문자는 당연하지만 한글이 아니라 전혀 다른 체계를 갖추고 있다. 문법 자체는 한국어와 비슷하여 문자를 깨우치는 건 쉬운 편이다.
무엇보다 전 종족이 같은 문자를 사용하고 있어서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신 엘프나 마족처럼 장수족은 가끔 가다가 오래된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려줄 수 있느냐? 볼 때마다 궁금하던 거란다.”
“그냥 제 이름이에요. 아이작.”
“네 이름이라고? ”
“네.”
“흐음…”
아버지는 한글로 아이작이라 적은 친필 사인을 지그시 쳐다보고는 턱을 매만졌다. 생각에 빠진 듯한 모습이라 나는 그가 입을 열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딱히 이 세상에 한글을 전파할 계획도 없고, 무엇보다 전파해도 큰 영향력은 끼치지 못 할 거라 판단하고 있다. 애당초 한글이 우월하다 생각했으면 전생의 외국인들도 개나 소나 다 한글을 썼겠지.
본래 언어라는 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문화다. 오히려 등급을 매기는 것 자체가 일종의 우월주의이자 국수주의라 할 수 있다.
가끔 판타지 매체를 보면 종족만의 고유 언어가 있지 않은가.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언어처럼 한글이 나와도 딱 그런 취급을 받을 것이다.
“혹시 네가 만든 문자인 게냐?”
친필 사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시던 아버지가 불쑥 나에게 질문하셨다. 마음 같아서는 세종대왕 님이라고, 희대의 성군께서 만든 문자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렇게 대답하면 미친 사람으로 보겠지만.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눈을 데록데록 굴리며 고민했다. 그냥 원래부터 알고 있던 문자라 답하면 뭔가 이상하고, 그렇다고 내가 만든 문자라 하기에는 양심이 찔렸다.
하지만 사람은 살면서 양심을 팔아야 할 때도 있는 법.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쳤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괜히 ‘알고 있던 문자’라고 답한다면 아버지께서도 나를 예언자 혹은 회귀자라 생각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다.
“그냥 심심해서 만든 거예요. 딱히 특별한 의미는 없고요.”
“독창적인 문자를 심심해서 만들었다라… 이걸 쓰고 읽는 방법을 안다는 건 하나의 문자 체계를 알고 있다는 뜻이지 않느냐?”
어. 미친. 이게 이렇게 되나?
나는 아버지의 예리한 지적에 흠칫거렸다. 전직 네이비 기사단의 단장답게 관찰력과 판단력이 뛰어나셨다.
그러나 나 또한 여태까지 이빨을 털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 나는 긴장을 추스리고 능청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다시피 큰 의미는 없지만요.”
“한 번 내 이름을 적어줄 수 있겠느냐?”
“네.”
나는 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평소 갖고 다니던 마법필과 수첩을 이용해 아버지의 성함을 적었다.
이윽고 수첩에 ‘호크 듀커르 마이샬’이라는 이름이 적히고, 수첩을 찢어 아버지에게 전달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종이를 받자마자 안경을 쓰더니 뚫어져라 쳐다보셨다. 왠지 모를 긴장감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뭔가… 도형 같은 느낌이 나는구나. 작대기는 또 왜 이리 많은 건지… 이게 정말 글자인 거니?”
“네.”
“제논 일대기에 넣을 거고?”
“어… 그건 잘 모르겠네요. 딱히 쓸만한 곳이 없어서.”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한글을 굳이 제논 일대기에 넣을 필요성은 아예 느끼지 못 하고 있을 뿐더러 개연성에도 맞지 않는다.
굳이 넣는다면 99%의 구라를 섞어서 마법을 사용할 때 편하다고 하지 않을까. 악마와의 본격적인 전쟁을 위해 인간은 더 쉽고, 더 효율적인 마법을 위한 문자를 창작하는 것이다.
마법이 어려운 이유가 복잡한 계산도 있지만, 본래 마법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이 발전시키지 않고 마족에게 전달받은 거라 정형화돼 있지 않다. 마족도 엘프처럼 마법을 숨 쉬듯이 사용할 수 있기에 벌어진 일이다.
‘내 입장에서는 웃기긴 하겠네.’
이 세상 사람들 입에서 한국어로 파이어 볼이나 아이스 애로우라고 외치면 웃긴 것 같다.
내가 속으로 키득거리고 있을 때 아버지는 종이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다행히 별 말 없이 넘어가는 듯했다.
“일단 알겠다. 우편은 곧 출판사로 보내도록 하마.”
“네. 아버지.”
“나도 이만 가봐야겠군.”
아버지도 슬슬 아델리아를 훈련시키러 가는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책상에만 앉아계신 탓인지 기지개를 펴자 온 몸에 두둑- 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이참에 너도 한 번 하겠느냐?”
“사양하겠습니다.”
“쩝. 알겠다.”
내일 당장 전투를 치러야 하는데 벌써부터 체력을 뺄 일이 있나. 아버지는 내가 완강히 거절하자 아쉬워할 뿐, 더 이상 권유하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한 번 써 봐?’
속으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단 헬리움에 찾아가서 모라님에게 직접 자문을 구해볼 계획이다. 자칫했다가 마법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었으니. 애당초 마법에 대해 문외한이기에 비판만 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평화로운 방학의 하루가 흘러가고.
“안녕하세요. 가르츠 씨. 오래만이네요.”
“오랜만입니다. 아이작 님.”
다음 날이 되자 가르츠가 텔레포트를 이용해 우리 저택으로 직접 찾아왔다.
“그런데 손에 그건 뭔가요?”
“안약입니다. 가끔 눈이 침침하거나 시력이 떨어진 증상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아셨어요?”
“아이작 님은 독서를 좋아하실 뿐더러 소설까지 집필하시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약을 챙겨왔습니다. 헬리움 왕궁의 약사가 직접 제조했으니 효능은 뛰어날 겁니다.”
“… …”
나에게 아주 유용한 선물을 가져오면서. 실제로 최근 시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추세여서 나에게 적절한 선물이었다.
“고맙습니다. 받기만 해서 미안하네요.”
“아닙니다. 대신…”
“대신?”
“크흠.”
가르츠는 민망한지 헛기침을 했다가 소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제논 일대기에…”
“제논 일대기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선 헬리움부터 가시지요.”
“?”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