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165
■ 164화. 헬리움의 밤 (1) □ ᓚᘏᗢ
만약 모라에게서 신성력을 받지 않은 채 헬리움으로 향했다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세실리는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않고 왕궁으로 천천히 걸어갔으며 팔짱을 절대 풀지 않았다. 마치 최근에 교제를 시작한 연인처럼, 정답게 대화를 나누면서 걸음을 옮겼다.
나 또한 모라에게 받은 신성력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혔다. 게다가 세실리의 스킨십은 익숙해져 있던 터라 대응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흥분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깊게 파여있는 가슴골이 꾸준히 내 시선을 강탈하는데다가 그녀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일종의 페로몬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색기라고 해야 할지. 평소보다 분위기가 몇 배나 진해졌으며 또 끈적거렸다.
자칫 빠졌다가 절대 헤어나오질 못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이젠 뿔도 완전히 붉게 변했고.’
끄트머리를 제외하고 세실리의 뿔은 붉은색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곧 있으면 악주기로 인해 욕망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다는 의미.
과연 그녀는 오늘 밤까지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번 전시회 당시 보았던 낡은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지만 혹시 모른다. 이번에는 막아주지 못 할 수도 있으니 주의는 필수다.
그렇게 세실리와 함께 길을 걸은지 얼마나 흘렀을까. 우리는 어느새인가 헬리움의 왕성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벌써 도착했네. 조금 더 걷고 싶었는데.”
“그러게. 아쉽다.”
“아쉬우면 좀 더 걸을까?”
팔짱에 끼었던 팔에 가슴을 더욱 밀착시키며 은근한 목소리로 권유하는 세실리. 순간 혹했지만 자제력을 발휘했다.
마음 같아서는 세실리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만 밤도 깊은데다가 시간은 왕성 안에서도 충분하다.
“아니. 누나의 부모님도 기다리실 텐데 안으로 들어가자.”
“칫. 알겠어.”
처음에는 혀를 차며 아쉬움을 표한 세실리였지만.
“어차피 밤은 길잖아?”
“… …”
“대화도 굳이 밖에서 할 필요도 없고.”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며 부드럽게 속삭여주자 입꼬리가 쭈욱 올라갔다. 그러면서 내 팔을 꽉 껴안기까지.
나는 깜깜한 밤 중에도 귀가 새빨개진 세실리를 귀엽게 바라보다가 헬리움의 왕궁을 눈에 담았다. 이제 어둠도 눈에 익숙해진 덕분에 대략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미네르바 제국의 황궁은 황금으로 덧칠한 것처럼 번쩍번쩍하여 밤중에도 잘 보였지만, 헬리움의 왕궁은 평범했다.
역사적으로 헬리움에 ‘왕’이 생긴 연도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00년 전. 인간과 달리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자리를 지켰으니 평범한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려 1000년을 넘게 버틴만큼 굳건해 보였다. 애당초 왕궁보다는 ‘성’과 합쳐진 듯한 왕성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런데 경비원은 없는 건가?’
대문에 가까이 다가왔는데도 불구하고 근무하는 경비원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내가 못 보는 걸 수도 있고.
오직 대문 너머 길목에 깔려있는 등불만이 빛을 비추고 있을 뿐, 헬리움의 왕성은 전반적으로 깜깜하고 을씨년스러웠다. 당장 유령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왜 그리 둘러봐? 경비원이 없는 게 이상해서?”
“응. 보통 삼엄해야 정상이지 않아?”
“걱정 마. 어둠 속에 몸을 숨겨서 보이지 않을 뿐이야. 실제로는 엄청 삼엄해.”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고? 은신 같은 거야?”
“은신이 아니라 검은색 옷을 입어서 잘 안 보이는 거야. 괜히 등불을 들고 다니면 나 여기 있다고 광고하는 꼴이잖아? 등불은 앞이 안 보일 때나 드는 거지, 우리 마족에게 어둠따위는 의미가 없어.”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마족은 엘프와 비견되는 개사기 종족이다. 몇몇 부분은 엘프보다 특출난 면이 있으니 인간은 한없이 초라해진다.
마족이 인간에게 우호적이어서 망정이지 작정하고 전쟁을 벌인다면 참패하지 않을까. 그런 일이 없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끼이이익-
대문 앞으로 가까이 접근하자 자동문마냥 활짝 열리는 철문. 나는 문을 열어주는 인원이 따로 있는 건가 싶어 양옆을 둘러봤으나 칠흑같은 어둠만 보였다.
이에 갸웃하며 의문을 표하고 있을 때 옆에서 세실리가 설명해줬다.
“이건 마법문. 지금은 밤이라 잘 안 보이겠지만 대문 정중앙에 장치가 달려있어. 그걸 통해 나를 인식하고 문을 여는 거지.”
“그럼 다른 사람들은?”
“왕궁에 기거하는 사람들이나 왕래가 잦은 사람은 보통 증표를 보여줘. 열쇠 같은 거라 보면 돼.”
역시 마법은 무궁무진하다. 몇몇 발명품들이 시대상에 걸맞지 않게 언밸런스한 이유도 이러한 마법 덕분이다.
나는 천천히 닫히기 시작한 문을 바라보다가 순간 가르츠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세실리가 있으니 잠깐 모습을 숨긴 모양이다.
이후로 길목에 깔려있는 등불을 유일한 빛으로 삼아 정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질문을 하는 건 잊지 않았다.
“마족은 다크 엘프처럼 어둠 속에 몸을 숨길 수 있어?”
“가능은 하지만 마나 소모도 심할 뿐더러 다크 엘프처럼 완벽하지는 않아. 다크 엘프가 사용하는 은신은 주변 환경과 완전히 동화되어 기척 감지로도 잘 잡히지 않거든.”
“그렇구나. 둘 다 모라님을 신봉하니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엘프가 신의 선택을 받은 종족인 이유가 있어. 대신 우리에게 편안한 밤과 안식을 전해주니 질투하지는 않아.”
“누나는 매일매일 기도하지?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그리고 자기 전에 한 번.”
“응. 잘 기억하고 있네. 원래 자기 전에는 오늘 밤에도 편안한 안식을 주어 감사하다는 내용의 기도를 올렸지만, 이번에는 약간 달라질 것 같아.”
“무슨 내용?”
“흐응~”
세실리는 내가 질문하자 야릇한 비음을 흘리며 나를 쳐다봤다. 초승달처럼 접힌 눈에는 붉은기가 맴돌았다.
뒤이어 그녀는 요염하게 혀를 핥더니 야릇함이 섞여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알려줄까? 아니면 조금 있다가 밤에 보여줄까?”
“음… 나중에 보여줘. 미리 알면 재미없지.”
“알았어. 기대해도 좋아.”
무슨 기도문이길래 기대까지 하라는 건지 원. 나는 못 말린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으며 세실리를 바라봤다.
세실리는 그 순간이 정말로 기대가 되는 것인지 싱글벙글 웃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푹!
“악!”
“어, 어머. 미, 미안. 괜찮아?”
“아야야… 아니. 괜찮아. 의외로 끝이 뾰족하구나.”
그러다 뿔로 내 팔을 찔러버리는 사소한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옷을 두텁게 입은터라 상처를 입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세실리를 괜찮다고 달래줬다. 그렇게 달래다보니 길목 끝에 있던 왕궁의 정문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마족답게 궁전의 문 또한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었다. 맨 위에는 모라로 추정되는 여인이 승천하고 있었으며 그 밑에 마족들이 기도하는 중이다.
등불이 미약하게나마 정문을 비추고 있었기에 좀 더 세밀히 둘러볼 수 있었다.
덜컥-
가만히 서서 문에 조각된 그림을 보고 있을 쯤, 덜컥 소리와 함께 정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저택이 아니라 왕궁에 초대받는 건 처음이어서 살짝 긴장되었다.
무엇보다 조금 있으면 세실리의 부모님과도 만나야 된다. 이전에 세실리가 말을 잘 해놓겠다고 말했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내가 제논 일대기의 작가라도, 애인의 부모와 상견례를 한다는 건 변함이 없다.
끼이익-
드디어 왕궁의 정문이 활짝 개방되었다. 그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붉은색. 바닥 전체에 붉은색 카페트가 쫘악 깔려있었었다.
그 뒤로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여러 복도가 나열돼 있었지만, 정문 뒤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하녀가 아니라 단정한 스타일의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여인.
아름다운 미모와 드레스로 가렸음에도 드러난 몸매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코 세실리와 똑 빼닮은 얼굴이다.
세실리가 앞머리가 있다면 눈 앞의 여인은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으며 은색 서클릿을 착용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대충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을 때 여인이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건넸다. 세실리가 고혹적이면서 섹시한 보이스를 지녔다면, 눈 앞의 마족 여인은 원숙함이 함께 섞여 있었다.
뒤이어 그녀는 굽혔던 허리를 펴고는 담담한 말투로 자신을 소개했다.
“제 이름은 아이실리아 드라트 빈. 헬리움의 왕비입니다. 마족의 은인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세실리의 어머니이자 헬리움의 왕비가 맞았다. 사실 세실리와 쌍둥이라 착각할 정도로 닮은 탓에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세실리는 외동이라고 전에 말한 적이 있으니.
“미네르바 제국의 아이작 듀커르 마이샬이라 합니다. 헬리움의 왕비와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는 그녀의 소개가 끝나자 예법에 따라 정중히 인사했다. 나를 향해 마족의 은인이라 칭한데다 왕비의 곁에 대동하는 시녀가 한 명도 없는 걸 보면 이미 말을 해놓은 모양이다.
아이실리아 왕비는 내 인사에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듣던대로 빨간머리와 황금색 눈이 매력적인 분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왕비님도 아름다우십니다.”
“호호. 고마워요. 혹시 저녁 식사는 하셨나요?”
“아뇨. 아직 식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마침 잘 됐군요. 우선 우리 남편부터 만나시죠.”
‘왕’이 아니라 ‘남편’이라 칭한 걸 보면 사적인 관계로 만나자는 쪽에 가까웠다. 하기야 정식으로 초대받았다고 한들 나는 어디까지나 세실리의 애인 자격으로 온 것이니까.
나와 세실리는 아이실리아가 길을 안내하기 시작하자 그녀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세실리는 왕궁 내에 들어와도 팔짱을 풀 생각이 없던 건지 아이실리아가 보는 눈 앞에서도 꾸준히 잡고 있었다.
“제 딸에게 들었어요. 헤일로 아카데미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요?”
“전 딱히 도와준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원래 선한 사람은 본인이 행한 선행을 기억하지 못 하는 법이에요. 오직 당사자만이 기억할 뿐이죠.”
내가 언제 세실리를 도와준 적이 있었던가.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제논임을 밝히기 전까지 그냥 장난기가 많은 누나와 골리기 좋은 동생 관계였으니.
그냥 세실리가 좋게 말한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설령 말해줘도 모를 가능성도 크고.
나는 아이실리아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왕궁 내부를 열심히 훑어봤다. 다소 평범하면서도 허름한 면모를 보이는 외부와 달리 내부는 마족 특유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었다.
바닥은 붉은색 카페트로 통일되었으며 저녁이 된 지금은 촛불로만 의존해서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둠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작은 빛으로도 앞을 분간할 수 있기 때문인 듯했다.
마족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인간이 나에게는 살짝 무섭다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고요하면서도 짙은 침묵이 가라앉은 것이 당장 뭐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
심지어 복도 벽면에 설치된 그림들조차 꾸물꾸물거리며 살아 움직일 것 같다.
“그런데 아이작 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네? 아, 네네. 해도 됩니다.”
“아이작 님은 세실리와 만나기 전까지 마족과 인연이 없으시다고 하셨죠.”
“네.”
“그런데 어째서 제논 일대기에는 그런 식으로 묘사했는지 궁금하더군요. 아이작님도 아시다시피 제논 일대기가 등장하기 전의 마족은 악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거든요.”
아이실리아는 고개만 살짝 돌리면서 그리 물었다. 사실 저것과 비슷한 질문을 수도 없이 받은 적이 있다.
부모님에게 가장 먼저 받았고, 그 다음은 마리, 마지막으로는 세실리다. 특히 마족인 세실리가 좀 더 세세하게 질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그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다는 점. 나는 살짝 고민하다가 솔직담백하게 대답했다.
아니. 정확히는 하려던 찰나였다.
“혹시…”
“네?”
“소문처럼 미래에서 온 인물이라던가?”
“… …”
저 말을 세실리의 어머니에게 듣게 될 줄이야. 황당한 나머지 무어라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아이실리아가 잔잔하게 입을 열었다.
“사실 그게 아니고서야 아이작 님처럼 20살도 되지 않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가지기에는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50년 전이었나, 5살밖에 안 된 인간 아이가 마족을 향해 악마라고 삿대질한 것까지 본 적이 있죠. 본래 선입견이라는 건 무시무시해요.”
“그렇죠.”
“하지만 아이작 님은 우리 마족을 다른 시선으로 보았어요. 특히 제논 일대기 5권이 나온 시점은 아이작 님이 16살이었을 때의 시기. 소악마, 그러니까 인간으로 치면 사춘기 시기에 집필했다는 의미죠. 정서적으로 혼란이 오는 시기에 그런 글을 쓰는 게 가능한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어요.”
하긴 이왜진이 3연속으로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은 제논을 세상 경험 많은 현자로 추정하고 있었다. 문장력도 문장력이지만 제논 일대기 속 사건사고들은 다양한 경험이 없다면 쓰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전생의 기억이 머릿속에 선명히 박혀있다. 이곳의 실수로 다른 차원에서 건너오게 된 영혼.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생활했으며, 이밖에도 다양한 문명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이곳 사람들보다 시선이 다양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이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는 노릇. 나는 아이실리아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역으로 되물었다.
“그렇군요. 그러면 왕비님은 제가 미래에서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쪽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물론, 진실은 아이작 님과 신들만이 알고 있겠죠.”
“우선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세실리 네 생각은 어떠니?”
아이실리아는 이다음으로 세실리에게 의견을 구했다. 아직까지 팔짱을 끼고 있던 세실리는 내 어깨에 기대었던 얼굴을 떼어 나를 올려다봤다.
나 또한 피처럼 붉은 그녀의 눈와 똑바로 마주했다. 붉은 기운이 은은하게 든 뺨하며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하여금 빠져드는 듯한 매력을 풍겼다.
뒤이어 그녀는 한참동안 나를 쳐다보다가 빙긋 웃더니 내 팔을 꽉 껴안으며 힘차게 답했다.
“난 뭐든 간에 상관없어요, 엄마.”
“그러니?”
“네.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 말한 세실리는 이어서 끈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내 남자가 될 사람인데.”
“… …”
“지금은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싫어요.”
아주 그냥 욕망에 제대로 잡아먹혔구나. 내가 하트빛을 띄기 시작한 세실리의 눈을 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 앞에서 아이실리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릴리스가 우리 딸인 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