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187
■ 186화. 꿈보다 해몽 (2) □ ᓚᘏᗢ
[알븐하임의 여왕, 드디어 입을 열다! 제논은 단지 인연을 가졌을 뿐, 연인은 아니야…]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제논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서로 책을 좋아하여 지금까지 인연을 유지했을 뿐. 그에게는 미래를 약속한 사람도 있다.] [더이상 소문을 부풀리지 마라. 알븐하임은 원로원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태. 앞으로 국정에 집중할 것.]이틀이 지나고 아르웬은 나와 상의한대로 공표했다. 연인이 아니라 단순한 인연이었으며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설문을 줄 수 있던 이유도 서로에게 연락을 할 수 있게끔 마법을 사용했고, 최근에는 서로가 매우 바빠서 연락을 뜸해졌을 뿐이지 꾸준히 얼굴을 보는 중이다.
약간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아르웬이 이리 공표하자 연인이라는 말은 쏙 들어가… 진 않고 의심스러운 시선은 여전했다. 본래 사람의 의심은 한 번 피어나면 완전히 소멸되기 전까지 자라나는 법이니.
그리고 아르웬이 공표하게 되면서 또다른 기사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알븐하임의 여왕은 제논의 정체를 알고 있다.]위의 한 문장으로 현재 아르웬이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얼추 예상할 수 있다. 기사는 물론이고 각국의 인사들이 하나 둘 씩 입장문을 밝혔다.
다양각색의 입장문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중 대부분은 서둘러 아르웬과 만나고 싶다는 것. 미네르바 제국은 물론, 테르스 왕국과 벨루아 공국, 심지어 바다 건너에 있는 해상 왕국까지.
제논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르웬이 유일한 접점이었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알븐하임은 종족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한들 강대국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나라.
아르웬은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이유로 요구를 전부 거절했다. 만약 사절단이 방문했다면 좋게 좋게 돌려보내어 외교에 흠이 가지 않도록 슬기롭게 받아넘겼다.
원래 같으면 흔들리는 알븐하임을 견제했겠지만, 유일한 연결고리인 아르웬과 척을 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손가락만 빨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알븐하임은, 아르웬 덕분에 거대한 방패를 하나 얻은 셈이었으니 의도치 않은 수혜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제논 일대기 독자들에게 불행 중 다행인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제논입니다. 최근 여러모로….(중략)… 하여, 우연히 지나가던 성직자에게 큰 도움을 받아 오른손은 완치가 된 상태입니다.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을 것이며 성직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논 일대기 신간은 빠르면 보름, 늦어도 한 달 내에 나올 겁니다.]망가졌다던 제논의 오른손이 완치되었다. 세상 일에 관심이 없고 제논 일대기에만 관심을 두던 독자들은 환호했다.
오른손을 심하게 다쳤다고 했을 때는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최소 반년, 어쩌면 왼손으로 써야 될 수도 있기에 최대 1년까지 휴재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세상에 악인이 있다면 선인 또한 있는 법. 한 명의 선인이 우연히 제논을 도와주어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한꺼번에 덜어줬다.
[엘프들의 습격은 사실. 그렇다면 맹약서는?] [알븐하임의 여왕. 맹약서는 전부 거짓. 제논 쪽에서 처리하고 자신에게 연락한 것.] [엘프마저 굴복시킨 제논의 무력은 어느 정도인가?]이밖에도 이상한 착각까지 조미료처럼 첨가되었다. 제논은 자신을 습격한 엘프를 역으로 굴복시킬 정도로 일신의 무력이 강하다.
아르웬의 증언까지 이어지니 사람들은 제논을 ‘문(文)’과 ‘무(武)’를 겸비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 대필을 해준 걸 토대로, 조력자가 따로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오직 제논에게만 집중되었다.
덕분에 제논의 가치가 수직 상승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 지식뿐만 아니라 무력까지 겸비한 인물은 세상에 흔치 않을 뿐더러 심지어 엘프를 상대로 승리를 점했다.
이처럼 수많은 착각들이 태풍처럼 밀려오는 가운데, 정작 그 주인공은…
“이게 다 팬레터야?”
“응.”
태풍의 눈 속에 있는 것처럼, 평온하게 팬레터를 읽고 있었다.
* * *
나는 팔짱을 낀 채 책상 위에 한가득 쌓여있는 팬레터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세실리와 마리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출판사에게 편지를 보냈을 때 팬레터를 달라고 요청했다. 출판사도 기꺼이 요청에 응하여 다량의 팬레터들을 나에게 발송했다. 그 결과가 이거고.
그런데 그 양이 무지하게 많다. 그동안 너무 바빠서 팬레터를 안 받고 있었는데 그사이에 엄청난 양이 쌓여버렸다.
출판사 사장이 알려준 바에 따르자면 이건 순전히 ‘일부’라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팬레터들이 묵혀있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이걸 다 읽을 생각이니?”
어떤 편지부터 읽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세실리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 질문을 듣고 관자놀이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다 읽어야지. 팬들이 전달해 준 편지잖아.”
“나도 읽어봐도 돼?”
마리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에게 부탁했다. 그녀는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당분간 저택에 머물기로 한 상황이다.
방학이 끝나기까지는 정확히 보름 정도가 남았다. 약 3일 정도는 저택에서 지내다가 다시 헬리움으로 돌아갈 계획이고, 그동안 마리는 우리 저택에서 지낼 것이다.
나는 그녀의 부탁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다시 읽으면 그만이니 문제는 없다.
“상관없어. 대신 다 읽으면 옆에 놓아놔. 나도 읽어야 하니까.”
“알겠어.”
“아이작. 나는?”
“누나도 읽어도 돼.”
그리 답하고 한가득 쌓여있는 편지 더미에서 하나를 집었다. 이걸 다 읽기 위해서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으나 그동안의 독서로 단련된 속독 실력이면 금방 다 읽을 것이다.
대충 어림잡아 1~2시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중간에 ‘권유’나 ‘협박’ 비슷한 내용이 있다면 곧바로 접어버리면 된다.
“만약 편지에 이상한 내용이 적혀있으면 그냥 무시해도 돼.”
“이상한 내용?”
“나한테 오면 부귀영화를 주겠다니 뭐니 하는 거 있잖아.”
“아하. 그런 것도 오겠구나.”
“하긴. 안 오는 게 이상하겠지.”
마리와 세실리는 이해했다는 반응을 보이고는 각각 하나씩 편지를 집었다. 그녀들이 편지지를 뜯고 내용을 읽기 시작하자 나 또한 편지에 시선을 옮겼다.
도중에 누군가 침실에 올 걱정도 없는 것이, 이미 고용인들에게 말을 해 놓은 참이다. 점심 시간도 끝냈을 뿐더러 아델리아는 지금쯤 달콤한 낮잠에 빠져있을테니 방에 들어올 사람은 없다.
이에 편지 봉투를 뜯기 전, 발신인부터 확인했다.
[체리 블라썸 로즈베리]‘또 이 사람이구나.’
수북히 쌓여있는 편지 봉투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분홍색이 있길래 집었더니 역시는 역시였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팬레터를 보내는 사람들 중 한 명이자 내가 답신을 보냈던 몇 안 되는 사람.
답신을 보내주자 감동을 받았는지 편지를 보내는 주기가 전보다 훨씬 짧아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찌익-
벚꽃처럼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는 편지 봉투를 깔끔하게 뜯어내고 안의 내용물을 꺼내든다. 뒤이어 편지 봉투처럼 온통 분홍색인 편지지를 펼쳐 안에 담긴 내용을 천천히 읽었다.
[안녕하세요, 제논 님! 붉게 물든 낙엽이 떨어지고 벌써부터 차가운 겨울이 다가왔네요. 지난 해보다 빨리 찾아온 겨울에 영주민들이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있어요. 제논 님은 꽃들이 시든 겨울이 마음에 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마음에 안 들어요.]역시나 여태까지 보냈던 편지처럼 유려한 필기체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더해서 소녀다운 감성이 듬뿍 묻어있는 글귀까지.
지난번에도 느꼈던 거지만 글 하나는 감미롭게 써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제논 일대기의 분위기는 강물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다가 광활한 파도처럼 변한다면, 이 체리라는 여성은 꽃향기가 물씬 풍겨서 나비와 벌 같은 곤충들이 꼬인달까.
직접 마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왠지 머릿속에서 대충 상상이 그려졌다. 벚꽃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문학소녀.
[이제 곧 있으면 저 또한 헤일로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됩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제논 님처럼 많은 지식을 가지고 싶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반대하고 있지만, 언젠가 제논 님 같은 글을 쓰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저는 모험이 아니라 제논 님이 작성하신 엘프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처럼, 두 남녀의 사랑에 더욱 집중하고 싶습니다. 사랑은 달달하지만 쓰게도 느껴지는, 오묘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이니까요. 그 감정을 잘 풀어나갈 수 있는 글을 집필하고 싶습니다.]조만간 헤일로 아카데미에 입학한다는 체리라는 소녀. 나는 글을 천천히 읽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 마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마리는 입에 검지 손가락을 대며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집중을 방해하는 것 같아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으나 궁금한 건 해결하고 싶다.
“마리.”
“응?”
“혹시 로즈베리 가문에 대해 알고 있어?”
“로즈베리? 혹시 분홍색이 특징인 로즈베리 백작가를 말하는 거야?”
“아마도?”
역시 공작가 여식답게 미들네임까지 알고 있었다. 나와 마리가 서로 대화를 나누자 세실리 또한 우리의 대화에 이목이 쏠렸다.
마리는 검지 손가락으로 볼을 툭- 툭- 두드리며 골몰하다가 이내 로즈베리 가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로즈베리 가문은 미네르바 제국 내에서도 유명한 편이야. 여느 백작가가 그렇겠지만 자금도 많을 뿐더러 가문이 대대로 뛰어난 철학자를 배출하기로 유명하거든.”
“철학자?”
“응. 미네르바 제국에서 발간된 철학책 중 반 이상이 로즈베리 가문에서 나온 거야. 당장 헤일로 아카데미의 철학과 교수들도 로즈베리 가문이 배출한 인재고.”
철학을 중요시 여기는 가문이라니, 다소 독특한 가문이었다. 그러나 시대상을 고려하자면 철학은 매우 중요한 학문 중 하나다.
전생에 인권이 발달한 이유도 철학을 근본으로 잡았기 때문이며 석가모니, 공자, 플라톤, 니체 등등. 수많은 위인들이 남긴 철학은 현대에서도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국가를 움직이는 틀 중 하나인 ‘사상’에도 철학이 깊게 연관돼 있다. 히틀러가 니체에게 영감을 받았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하며 공산주의의 아버지인 마르크스는 두 말할 것도 없다.
더군다나 이곳은 실제로 신이 존재하니 철학이 지구보다 발전할 수밖에 없을 터. 철학을 중심으로 두는 가문이 있는 것도 마냥 이상하지 않고 전생에도 흔한 편이다.
‘어쩐지 글을 기똥차게 잘 쓰더니.’
철학을 근본으로 삼는 가문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납득했다는 표정을 짓자 마리는 내가 읽고 있는 편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거 혹시 로즈베르 가문에서 온 거야?”
“응. 체리 블라썸 로즈베리라고, 곧 있으면 아카데미에 입학한다는데?”
“그래? 어쩌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학년이 다르긴 하지만. 게다가 너는 추천 학생으로 임명받았잖아.”
“음…”
그 말을 듣고 편지 쪽에 시선을 옮겼다. 이렇게 글을 달콤하게 쓰는 사람은 몇 없을텐데 한 번 쯤 만나도 되지 않을까.
물론 그건 우연히 닿을 때의 이야기고, 당장은 작가와 팬의 입장으로 편지를 주고 받을 생각이다.
“어쩌면 만날 수도 있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음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 * *
수많은 기사거리가 범람하는 현재. 수많은 나라들이 알븐하임과 연을 맺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떻게든 제논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는다면, 문화 발전을 크게 진보시킬 수도 있으니. 각 국가의 수뇌부들은 어떻게든 아르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진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자유와 문화의 나라로 유명한 테르스 왕국도 포함돼 있다. 피렌이 발악성 사실을 유포했을 때는 희희낙락하며 하스크 지방으로 향했지만, 돌아오는 건 빈손이었다.
그제서야 피렌이 거짓 정보를 흘렸다는 건 알게 된 테르스 왕국으로서는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제논의 추적이 무산된 마당인데 마지막 희망까지 뽑혀버렸으니.
결국 테르스 왕국은 본래 하던 계획을 진행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제가 그곳으로 가야하는 겁니까?”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미네르바 제국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저 말고 라라가 있지 않습니까.”
“라라는 아직 어려. 그리고 라라가 무슨 무례를 저지를지 모르잖느냐.”
테르스 왕국의 국왕, 프리드리히는 눈 앞의 여성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에 하늘색 머리와 눈동자를 지닌 여성이 눈 밑을 꿈틀거렸다.
그녀의 이름은 테르스 왕국의 제 2왕녀, 히리야 듀커드 폰 커쳐스.
배다른 언니이자 활발한 인상을 가진 아델리아와 달리 히리야는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의 냉미녀 스타일.
여느 왕녀처럼 화사한 드레스가 아닌 말끔한 제복을 입고 있어서 강직한 이미지를 내뿜고 있었다.
“그렇다고 저를 보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인형처럼 예쁘게 치장될 바에야 차라리 기사가 되겠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저를 시집 보내려고 안달입니까? 미네르바 제국과 연을 맺는 게 그렇게도 중요합니까?”
“시집을 보내는 게 아니라 단순히 소문만 낼 뿐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랬는데 올리비아 언니는…”
“올리비아는 진짜로 눈이 맞은 거고. 내 책임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도 자식을 3명이나 낳고 잘 살고 있지 않느냐. 벨루아 공국과의 교류도 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하아…”
히리야는 프리드리히의 황소 같은 고집에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한 번 결정한 일은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그의 성격상 몇 번을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다.
미네르바 제국과의 보다 더 나은 교류를 위해 2왕녀인 자신을 헤일로 아카데미로 전학보낸다. 그곳에서 황태자 또는 황녀와 친분을 다져서 두 국가 간의 사이를 가깝게 만든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두 나라인만큼 친해져도 나쁠 건 없는데다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전시회가 실행된 마이샬 영지가 제논의 고향이라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 미네르바 제국은 때아닌 수익에 행복한 비명을, 테르스 왕국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을 받게 된 셈이다.
“…아바마마.”
“왜 부르느냐.”
“약속하십시오. 제가 원하기 전까지 시집을 보내지 않도록.”
“일단은 약속하마. 하지만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든지 들어주도록 하겠다.”
“그럴 일은 결단코 없을 겁니다.”
단호하게 답한 히리야는 문득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의문에 찬 목소리로 프리드리히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헤일로 아카데미에는 아델리아가 있지 않습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이미 졸업하고 없을테니까. 듣자하니 어느 가문의 호위 기사로 들어갔다더구나.”
“호위 기사?”
“그래. 그러니 만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단다.”
“흠…”
이에 히리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거 좀 아쉽네요.”
“음?”
프리드리히가 한 쪽 눈썹을 치켜뜨며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뒤이어 히리야가 꺼낸 말에 너털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대련이라는 명목으로 흠씬 두들겨 팰 생각이었거든요.”
“허허허허.”
아카데미 개학까지 남은 시간은 보름.
“적당히 괴롭히려무나. 그러다 자살이라도 하면 골치아파지니까.”
“고려해보겠습니다.”
또다른 폭풍이 스멀스멀 찾아오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