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217
■ 216화. 대족장 (2) □ ᓚᘏᗢ
레오나와 관련된 일은 여차저차해서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레오나도 대족장 문제부터 해결하고나서 천천히 생각하겠다고 했으니 앞일은 걱정 없다.
물론 내 허리를 희생하는 건 피할 수 없었지만.
안 그래도 케이트가 내 씨앗을 달라고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레오나까지 겹치니 사랑스러운 두 애인의 질투심이 제대로 폭발했다.
딴 여자에게 시선을 주지 못 하겠다는 것처럼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하는 건 기본이고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 특히 마리는 다음 날 수업까지 빼먹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여기에 더해서 자기가 언제나 첫번째라니, 아이는 자기가 먼저 가지겠다니라면서 소유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까지.
질투하는 여자친구만큼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었기에 나 또한 열심히 응해줬다. 그 결과로 마리가 기절해버렸지만 그래도 서로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야. 너 괜찮냐?”
“괜찮으니까 걱정 마.”
그리하여 애니머즈에서 사람이 찾아오는 날이 다가왔을 때. 나는 레오나의 걱정이 담긴 질문을 듣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신성력 덕분인지 아니면 평소 아델리아와 체력 단련을 열심히 한 덕분인지 몰라도 허리는 멀쩡했다.
처음으로 두 사람을 한 번에 상대해야 되서 무리를 하긴 했지만 이후로 빠르게 회복되어 일상 생활이 가능했다.
“흐음…”
레오나는 덤덤해 보이는 나를 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시선을 슬쩍 아래로 내렸다. 엄한 곳을 쳐다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마치 감평을 하는 듯한 시선에 나는 미간을 살짝 좁히면서 그녀를 타박했다.
“이상한 곳 보지 말고 너도 준비나 해. 자칫하다간 얄짤없이 대족장이 될 수도 있는데 걱정도 안 되는 거야?”
“네가 있으니 딱히 걱정은 안 되는데?”
“에휴. 진짜 속 편해서 부럽다.”
주객전도라고, 레오나가 해결해야 되는 일은 내가 해결하게 생겼다. 물론 제논 일대기 때문에 그녀가 대족장이 될 뻔했으니 나에게도 약간의 책임이 있다.
나의 셋째 부인이 되겠다는 이야기도 천천히 해결해 나가기만 하면 되겠지. 일단은 대족장 관련 문제가 시급하다.
“그래서 언제 오는 거야?”
“슬슬 도착할 때가 됐는데.”
수업이 모두 끝난 저녁. 현재 나와 레오나는 아카데미 입구 쪽에서 대기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주말에 왔으면 좋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주중에 올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수업이 모두 끝난 저녁에 만나기로 결정된 참이다.
“누가 온다고 했어?”
“첫째 오빠랑 지나이.”
“둘만 오는 거야?”
“응. 딱히 경호가 필요없을 정도로 강한데다가 눈에 띄면 귀찮아지니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눈에 띌 것 같은데? 넌 괜찮아?”
레오나는 모두 알다시피 수인이라는 이유로 정체를 숨긴 채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 세상의 수인은 호전적이라 무식하다는 편견이 있어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없을 거라 단정짓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수인은 무식하기 보다는 머리를 쓸 필요가 없기에 공부를 안 하는 것이다. 몸이 좋으니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케이스라 할까.
아무튼 수인이 아카데미에 입학한 적이 없으니 레오나의 정체가 들통난다면 큰 파란을 몰고 올 것이다. 레오나도 그걸 아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최대한 안 들키게 조심해야지. 그래서 대표들만 오는 거야. 아. 저기 온다.”
레오나가 손가락을 입구 쪽으로 가리키자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고개를 돌리니 정문에서부터 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두 명이 시야에 잡혔다.
내 시력이 그닥 좋은 편이 아니기도 하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세한 외모는 모르겠다. 그동안 레오나는 반가운지 팔을 들어 붕붕 흔들었다.
그러자 멀리서 다가오는 두 명 중 한 명이 손을 흔들며 반갑다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옆 사람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마 손을 흔드는 사람이 레오나의 오빠일테고 그 옆이 지나이겠지. 그런데 멀리서 보아도 둘의 체형이 서로 비슷하다.
‘그러고 보니 하이에나는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크다고 했던가?’
이러한 이유로 하이에나는 독특하게도 모계사회를 유지한다고 들었다. 대표가 남자가 아닌 여자인 이유도 이때문이지 않을까.
나는 점점 가까워지는 그들을 보다가 혹여 주의해야 될 점이 있는지 궁금하여 레오나에게 질문했다.
“말할 때 조심해야 할 건 있어? 예를 들어 민감한 거라던가.”
“굳이 있다면 지나이 정도? 지나이가 혓바닥을 잘 놀리거든. 그러니까 너도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
“알았어.”
아무래도 레오나는 하이에나 수인을 향한 선입견을 내려놓지 않은 모양이다.
* * *
예정대로 각 측의 대표와 만나게 된 우리는 곧장 대화하기 편한 장소로 이동했다. 다행히도 두 사람 모두 식사를 해결하고 온 참이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끝이다.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 모두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 평생동안 아버지보다 큰 사람은 못 볼 거라 생각했는데 수인의 하드웨어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결국 비좁은 카페보다는 식당에 가서 대화를 나누기로 정했다. 때마침 나와 레오나 또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양해를 구했다.
“반갑소. 대족장의 장남, 발칸 라이언즈라고 하오. 애니머즈에 지혜를 전달한 현자와 만나게 되어 영광이오.”
레오나의 맞은편에 앉은 사자 수인이 가슴에 손을 얹으며 정중하게 소개했다. 레오나와 달리 인간이 아니라 짐승에 가까운 얼굴이다.
머리카락을 대신하는 사자 갈기와 더불어 찬란히 빛나는 금색 눈동자. 보기만 해도 용맹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복장 또한 평상복이 아니라 가죽 갑옷을 입고 있어 왕족보다는 전사에 가까운 이미지다.
묵직하고 동굴처럼 울리는 저음의 목소리 또한 남성미를 뿜어내어 강직함을 드러내고 있다.
“지나이 크로추커.”
내 맞은편에 앉은 하이에나 수인 또한 인간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얼굴이다.
툭 튀어나온 주둥아리와 더불어 검은 눈매. 발칸과 달리 털 색깔도 칙칙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흑색이 섞여 있어서 다소 야비해 보이는 인상이다.
다만 잘 짜여진 보라빛 비단옷과 외알 안경으로 하여금 의외로 지적인 면모를 띄고 있다. 목소리도 듣기 좋은 좋은 미성에다가 차분함까지 느껴졌다.
레오나가 언급했던대로 인상 자체는 간신배 같지만, 여기에 능력이 좋아보인다는 말까지 덧붙여야겠다.
“반갑습니다. 레오나에게 지혜를 전달해준 아이작… 듀커르 마이샬이라고 합니다. 현자는 아니니까 그 칭호는 빼주셨으면 하네요.”
내가 잠깐 망설인 이유는 당연하게도 아버지 때문이다. 비록 국경 지대에서 일어난 일이라지만 아버지는 수인을 척살한 무시무시한 전과가 있다.
그리고 예상대로 내가 성을 밝히자마자 앞의 두 남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 가장 먼저 발칸의 질문이 이어졌다.
“마이샬? 마이샬이라면 붉은 사자의 성이지 않소?”
“네. 호크 듀커르 마이샬의 차남입니다.”
“붉은 머리와 금색 눈동자를 보고 예상했지만… 꽤 놀랍군.”
아버지의 명성은 애니머즈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다. 하기야 아는 사람은 다 안다던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내가 어색하게 웃는 동안 발칸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레오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꽤 놀라운 사람과 인맥을 다졌구나.”
“어쩌다 보니.”
레오나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능청스레 대꾸했다. 그사이 지나이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몸보다는 머리를 쓰는 타입인가 봐?”
“어떻게 알았어요?”
“손만 보면 알 수 있지.”
지나이가 내 손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하긴 누가 보아도 검 한 번 제대로 잡아본 적 없는데다가 오히려 길고 가느다랗다.
나로서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였지만, 정작 발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엄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전사의 아들에게 그런 말은 실례이지 않나?”
“왜? 난 사실대로 얘기했을 뿐인데. 이것도 못 말하나?”
“그 방정맞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도록 주의하게.”
“어련하겠어.”
척 보아도 둘 사이가 나쁘다는 것 정도는 알 것 같다. 홀름강으로 인해 자기 아버지가 죽은데다가 애니머즈를 혼란으로 밀어넣은 원흉이었으니 당연한 거겠지.
부디 이곳에서 사고만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목이 날아가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큼. 큼. 이거 실례했군. 아무튼 간에 레오나. 대족장이 될 생각은 있느냐? 지나이도 동의한 것이니 너의 의견에 따르마.”
“사자가 또 위에 선다는 게 짜증나긴 하지만 아가씨만큼 명분이 확실한 사람이 없거든.”
발칸은 물론 지나이 또한 욕심 내지 않고 순순히 레오나를 대족장으로 추대하려는 모양이다.
더군다나 ‘아가씨’라는 칭호를 보니 그녀 나름대로 레오나를 존중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은 모른다. 레오나는 이미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는 것을.
레오나는 그들의 말을 듣고 나를 한 번 힐끔거리더니 단단히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아니. 난 대족장의 자리에 오르지 않을거야.”
“뭐?”
“흠…”
당황한 티가 역력한 발칸과 달리 지나이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의외라는 표정은 지어도 발칸처럼 격양된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그걸 보며 그녀가 레오나의 거절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유추할 수 있었다. 겉모습처럼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다.
“그, 그게 무슨 소리인게냐? 대족장의 자리를 거부한다니?”
“말 그대로야. 애당초 난 대족장이 될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었어. 난 똑똑할지언정 지혜롭지는 않으니까. 아이작의 말대로 왕은 지혜로워야 돼.”
지식과 지혜는 언듯 비슷해 보여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지식은 배워서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배운다고 얻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처 능력에서 두 능력의 진면목이 나타난다. 지식은 특정 사고가 발생했을시 허둥지둥거리기 마련이지만 지혜는 적절한 임기응변을 통해 수월히 넘어갈 수 있다.
이 탓에 왕은 똑똑한 게 아니라 지혜로워야 된다는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를 뿐더러 미래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널려있으니.
“발칸 오빠. 나는 지혜롭지 않아. 홀름강의 개선안도 모두 아이작이 알려준 것이지, 난 그저 전달한 것밖에 되지 않거든. 제논 일대기에 있는 카인드 또한 지력이 높다고 묘사되어 있지만 다시 읽어보면 지혜로운 면모가 강해.”
“으음…”
“내가 대족장이 된다면 당장의 혼란은 막을 수 있겠지만 그 이후는 아닐 거야. 지금과 같은 상황이 또다시 벌어질 수도 있지. 국가는 현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미래가 중요한 법이니까.”
레오나 다음으로 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레오나의 말대로입니다. 왕이란 본디 지력뿐만 아니라 지혜까지 모두 갖춰야 되는 인물상. 레오나를 강제로 대족장의 자리에 앉힐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모두에게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역사적으로도 폭군보다는 암군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지요.”
“그 말은 즉, 레오나가 암군이 될 거라는 소리요?”
“그게 아닙니다. 하지만 왕, 그러니까 대족장은 명분이 충족된다고 해서 함부로 앉혀서는 안 되는 자리입니다. 듣자하니 홀름강을 통해 대족장의 자리에 앉은 인물이 폭정을 저질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레오나, 그리고 발칸 남매의 아버지인 전대 대족장이 아니라 2년 동안 자리에만 앉은 사람을 언급했다. 이번 애니머즈를 혼란에 빠뜨린 만악의 근원이자 폭군 그 자체였던 인물.
단순히 무력이 강한데다가 홀름강이라는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고.
발칸은 내 말을 듣고나서 미간을 좁히더니 마지못해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폭군이 대놓고 폭정을 저질렀으니 내 말에 지극히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대족장의 자리에 마땅히 앉힐 사람이 없는데…”
“그냥 나를 앉히라니까. 뭘 그리 고민해? 내가 잘 다스릴 수 있다니까?”
발칸이 깊은 고민에 빠져 중얼거리고 있을 때 옆에서 지나이가 히죽거렸다.
그러자 발칸은 물론이고 레오나마저 표정을 험악하게 지으며 살벌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아무리 농담이어도 저건 좀 지나쳤던 것 같다.
나는 순식간에 싸늘해진 분위기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눈치를 살살 보았다. 지나이는 두 사람의 살기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아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유들유들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저렇게 깡이 좋은 것도 하이에나의 특징인 것일까. 말 한 번 잘못 놀렸다가 골로 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입 한 번만 더 놀리면 멀쩡히 돌아가는 건 포기해야 될 거다.”
“허이구. 무서워라. 이봐, 현자.”
“네? 저요?”
지나이는 발칸의 사나운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불렀다. 나를 현자라 지칭한 탓에 살짝 당혹스럽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상체를 스윽 내밀더니 살살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앞뒤가 꽉 막힌 사자들 말고 내가 대족장이 되는 건 어떻게 생각해? 이래 보여도 머리 하나는 잘 돌아간다고. 네가 말한 지혜가 풍부해.”
“그건 지혜가 아니라 잔머리라고 하는 거다.”
“잔머리였으면 반대 세력을 크게 부풀리지도 못 했겠지. 잔머리는 자기를 돕는 거고, 지혜는 남을 돕는 거잖아. 안 그래?”
“맞긴 맞는데…”
지나이의 말대로 잔머리와 지혜는 구분이 가능하다. 지혜는 남을 돕지만 잔머리는 다소 이기적인 면모가 있으니.
하지만 사용 방법에 따라 갈리는 거지, 본질 자체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눈동자를 데록데록 굴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나이 씨는 스스로가 지혜롭다고 생각하세요?”
“약간은?”
“어떤 면에서?”
“사람을 잘 이용하는 편이지.”
“아이작.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쟤 말은 반 정도 흘려듣는 게 좋아.”
나와 지나이가 대화를 이어가고 있을 때 옆에서 레오나가 투덜거리 듯이 경고했다. 그녀의 말처럼 지나이의 화술은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저런 화술을 통해 반대 세력을 성장시키고 더 나아가 애니머즈에 혼란을 가져온 거겠지. 그런데 여기서 문득 궁금한 점이 들었다.
지나이의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어느 세력이던 간에 마찬가지로 목표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지나이는 반대 세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히죽거리는 지나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면 지나이 씨의 목적은 뭐예요? 대족장이 된다면 뭘 하고 싶은지 궁금하네요.”
“별 거 없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사는 것 정도? 식량 비축을 위해 땅도 좀 개간하고 겸사겸사 정치 구조도 싹 다 뜯어고쳐야지. 그놈의 풍습은 개나 주고 배불리 먹고 사는 게 최고잖아?”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 세력을 키울 정도로 정치 감각이 좋고, 더러운 짓도 잘 할 뿐더러 무엇보다 스스로가 말한대로 사람을 잘 굴린다.
지혜는 어떨지 모르겠다만 잔머리를 잘 굴린다는 발칸의 말을 들어본다면 방향만 잘 틀면 될 터. 더군다나 애니머즈의 위험 요소를 명확하게 캐치하는 장기적인 안목까지.
이게 왕이 될 사람이 아니면 뭐겠냐.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넌지시 말했다.
“지나이 씨가 대족장이 되는 게 낫겠는데요?”
그리고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너 미쳤니?”
발칸도 레오나도 아닌, 지나이에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