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228
■ 227화. 17권 (2) □ ᓚᘏᗢ
17권은 진과 릴리의 오붓한 로맨스임를 보여줌과 동시에 홀리 교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전개된다.
홀리 교국은 본래 연합 창설에 호의적이지만, 마족과 연합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거부하게 된다. 그 이유는 간단명료하게도 마족은 언제든지 악마가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독자들은 몰라도 책 속의 인물들은 사크란의 고귀한 희생을 직접 보지 못 했으니까. 그의 최후를 지켜본 몇몇 성직자들만 마족을 인간으로 대우할 뿐이지 위쪽은 여전하다.
심지어 어릴 때부터 릴리의 호위 기사로 지냈던 진조차 믿지 못 하는 상황. 정작 진 본인은 이런 차별에는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인물은 썩게 되기 마련이라고, 하필이면 추기경이라는 작자들이 죄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밖에 없었기에 진척이 더디게 된다.
이후로 진과 릴리는 연합군 창설을 보류하고 여관으로 향해 하룻밤을… 머물지 못 하고 습격을 받게 된다. 이후로 습격자의 배후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 17권은 끝난다.
군데군데 배후에 대한 복선과 단서를 뿌려놓았기에 추리 능력이 좋은 사람이면 충분히 누가 진범인지 깨달을 수 있다. 어차피 18권에 모든 진상이 드러나니 문제도 없고.
[세이비어 교국은 루미너스 님의 이름 하에 제논 일대기 속 내용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어련하시겠어. 이건 17권이 세상에 등장하자마자 세이비어 교국에서 낸 ‘성명문’이다.
그래. 다른 것도 아니고 성명문. 본인들이 가장 먼저 제논 일대기가 예언서니, 제논은 회귀자니 뭐니 하면서 떠들어 댔으니 쫄릴만도 하다.
마족을 향한 차별적인 시선이 대부분 덜어진 현재, 헬리움은 다른 국가 입장에서 군침을 흘릴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드워프 못지 않게 뛰어난 물품 제작 능력, 세이비어 교국처럼 모라만을 신봉하며 마족 개개인이 전술 병기에 맞먹는 힘까지.
하나 하나 달콤한 열매인데 헬리움이라는 국가가 전부 가지고 있으니 밉보이기라도 한다면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단, ‘신성교국’이라는 그 특징상 헬리움에서 비난해도 큰 타격을 입진 않겠지만 다른 국가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책 속의 마족은 여전히 차별받는 존재. 그렇기에 더욱 애틋한 감정이 느껴진다.] [교단의 성녀를, 그것도 교국 내에서 벌어진 습격 사태. 결코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홀리 교국 내에서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독자들도 습격을 받았다는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하기야 성녀는 교단 차원에서 교황 못지 않게 우대받아야 하는데 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이비어 교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되었다. 본인들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 해명을 하는 건 물론이고 루미너스의 이름 하에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왜진이 하도 터지다 보니 독자들은 썩 믿지 못 하는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신’을 위해 세워진 국가이다보니 한 번 눈 감아준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확실히 성직자가 신의 눈을 피해 악마와 결탁한다는 건 그들에게 있어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 세계수 뿌리와 악마 숭배자는 몰라도 신성교국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애당초 추기경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루미너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니 절대 그런 일은 없다라고 단정짓고 있다.
물론, 추기경이 되는 게 어렵지 그 이후에 타락하는 건 쉽다. 권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도덕성이 결여되기 쉽고 욕망에 휘둘리기 쉬우니.
18권에서도 그에 대한 설명이 나올 것이며, 루미너스가 언급한대로 세상이 뒤집어질 것이다.
[습격으로 인해 하룻밤은 무산되었으나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사실상 서로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고백한 것. 그 놈의 습격자들 때문에···] [18권에는 이어질 거라고 믿는다.]진·릴리 커플 간의 진척도 또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전에도 말했듯이 진과 릴리는 주인공 제논과 메리 못지 않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당장 어머니조차 주인공들보다는 진·릴리에게 끌린다고 했으니 이들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여태까지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진은 진대로 연심을 숨기는 중이고, 릴리는 그런 진의 마음을 눈치챘지만 조용히 기다리는 중이었으니.
하지만 17권을 기점으로 참지 못한 릴리가 진에게 먼저 고백한 셈이었으니 독자들 입장에서는 풍악을 울려라 수준이었을 것이다. 습격 때문에 하룻밤이 무산된 거?
그딴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는 것이니.
이대로 간다면 분명히 이어질 거라고, 결말에는 둘 사이에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날 거라고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다.
‘어림도 없지.’
진은 최종보스다. 이건 변하지 않을 사실이며 꾸준히 밀고 나갈 것이다.
원래 작품은 비극으로 끝나야 독자들의 뇌리에 깊히 박히는 법. 진도 사크란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게 될 것이다.
욕을 좀 얻어먹고 어머니에게도 질책을 받긴 하겠다만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조금 심하다 싶으면 외전을 내면 되겠지.
그때까지 중간중간 복선과 떡밥을 뿌리면서 독자들에게 불길함을 집어넣을 것이다. ‘사망 플래그’라고, 아주 유명한 클리셰를 제논 일대기에 답습하는거지.
‘그런데 케이트는 왜 돌아간 걸까. 설마 내가 한 말을 알아듣고 돌아간 건가?’
나는 18권의 집필을 하다가 말고 케이트의 행방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녀는 제논 일대기 17권이 나오고 고작 이틀도 되지 않은 시간에 세이비어로 복귀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전생에서 아주 유명한 속담을 해줬으니 무언가 알아차렸을 수도 있지.
그러나 여태까지 내가 지켜본 케이트는 상식이 어긋날 뿐더러 인간 관계가 매우 서투르다. 자연스레 사회성 또한 다소 결여된 상태.
그런 사람이 무언가 낌새를 느끼고 세이비어로 돌아갔다는 건 약간 이상하다. 아니면 내가 모르는 날카로운 면모가 있다던가.
‘알아서 하겠지.’
내 입장에서는 시시때때로 씨앗을 탐하던 착정마가 사라졌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상황이다. 마리도 케이트가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한시름 놓았다는 반응을 보였으니.
지금 내가 할 일은 18권을 집필과 기념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미 마리에게 무엇을 제일 갖고 싶냐고 넌지시 물어봤다.
‘그런데 그 선물이라는 게 참···’
나는 마리가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선물’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 필요없고 그냥 나만 있으면 된단다.
공작가 영애로서 부족한 점 하나 없이 성장한데다가 필요한 게 있으면 가문의 힘을 빌리면 된다나 뭐라나.
덕분에 곤란해진 건 나다. 어떻게 하면 마리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일단 어머니의 힘을 빌려 최고급 화장품은 구매했으나 1순위 선물이 나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최근들어 내 곁에 여자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독점욕이 강해졌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간에 방법을 강구해 놓아야만 된다.
‘···이용권이라도 만들어서 줄까?’
미친 소리 같지만 의외로 좋은 선물일 수도… 좋으려나? 모르겠다. 전생이라면 인터넷을 뒤져서 적당한 선물을 구매하겠다만 이곳은 지극히 한정돼 있다.
그냥 화장품을 기념일 선물로 하고 이용권은 부상품으로 선물해야지. 겸사겸사 손편지도 쓰고.
전생이었다면 손편지를 보고 구리다고, 그딴 선물 하지 말라고 진저리를 쳤겠지만 여기는 지구가 아니다. 감성과 낭만으로 가득찬 중~근대 시대다.
‘어디 보자. 기념일이 앞으로 열흘 정도 남았고··· 곧 있으면 모라 님을 찾아가야 되는구나.’
모라를 찾아가는 건 이미 세실리에게도 부탁해 놓은 참이다. 참고로 가르츠가 아닌 그녀가 직접 나를 헬리움으로 데려다 줄 예정이다.
본래라면 가르츠에게 대신 부탁할 계획이었으나 간만의 데이트 겸 본인이 직접 데려다 주겠다고.
나도 별로 개의치 않았기에 손쉽게 승낙했다. 여자로 변하는 건 어떻게든 피해야 됐기에 무조건 제 시간에 도착할 것이다.
‘그런데 모라 님의 성격상 또 장난질을 할 것 같은데···’
장난치면 다시는 안 온다고 해야지. 조금 투덜거리긴 하겠으나 내 진심을 알아준다면 그녀도 마지못해 받아줄 것이다.
일단 지금은 글이나 쓰자. 서둘러 18권을 집필해야 세이비어 교국 내에 숨어있는 벌레들이 양지로 튀어나올테니.
‘아, 맞다. 슬슬 아르웬한테 편지도 올텐데.’
할 일이 많아도 너무 많다.
* * *
한편 비슷한 시간, 세이비어 교국으로 복귀하는 어느 한 마차 안.
세이비어 교국의 추기경이자 씨앗 착정··· 아니, 대심문관 케이트는 마차 안에서 눈을 조용히 감은 채 앉아있었다.
백색의 갑주를 착용한 채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가히 성녀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성스럽고 아름다웠다.
황금빛 들판을 연상시키는 듯한 머리카락은 하나로 땋아 묶고, 긴 속눈썹은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연출시켰다. 그야말로 ‘성녀’에 어울렸으며 한 폭의 그림 같은 광경이다.
특유의 무표정으로 인해 고뇌와 멀리 떨어져 있는 얼굴. 그런 얼굴에 맞은편에 앉아있던 한 여사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케이트 추기경 님.”
“··· ···”
여사제의 부름에 케이트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며 그녀와 마주했다. 풀잎을 담은 것 같은 초록빛 눈동자가 확고한 의지를 품어내는 듯했다.
이어서 그녀는 빙긋 웃으며 화사한 미소를 짓더니 조용히 말했다.
“네. 아이샤 성도님. 무슨 일이신가요?”
“저··· 어째서 본국으로 귀환하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순례를 완수하신 것인지···”
여사제, 아이샤는 매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귀국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녀도 케이트가 제논을 찾기 위해 순례길에 올랐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순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세이비어 교국으로 복귀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았다. 순례는 성직자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명.
웬만한 사정이 아닌 이상 사명을 완수하지도 않았는데 귀국하는 건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설마 제논을 찾으신 건···”
“아뇨. 그건 아닙니다.”
아이샤의 설마하는 질문에 케이트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제논, 그러니까 아이작을 찾긴 찾았으나 그의 부탁을 들어주어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 제논보다 더욱 급한 일이 생겼기에 돌아가는 것이다. 케이트는 의문에 찬 표정의 아이샤를 보다가 씨익 웃으며 넌지시 물었다.
“아이샤 성도님.”
“네?”
“아이샤 성도님은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아이작에게 들었던 충고를 고스란히 입에 담은 케이트. 그에 아이샤는 눈을 깜빡였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글쎄요. 등잔 밑이 왜 어두운지도 모르겠는데···”
예상대로의 대답이 돌아왔다. 케이트는 조금 전보다 진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아이샤는 케이트가 왜 저런 말을 한 것인지 당최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케이트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케이트는 아이작의 충고와 이번에 나온 제논 일대기 신간을 머릿속으로 여러번 되내었다.
‘만약 책 속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케이트는 비록 인간 관계와 상식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으나 분석력과 관찰력은 예상 밖으로 지극히 뛰어난 수준이다.
애당초 미네르바 제국 수도에 숨어있던 악마 숭배자들을 찾은 사람도 본인이다. 소문과 정보를 수집하고 단서들을 하나 하나 발굴하면서 뒤를 추적한다.
추기경과 대심문관의 자리는 거저먹기로 딴 건 절대 아니다.
‘배후는 분명 최근에 기도를 하지 않으면서 신앙이 부족한 자겠지. 사람 좋은 미소로 스스로를 포장하며 추기경이라는 권위로 장막처럼 가리고 있다.’
이미 그녀는 배후마저 누구인지 정확히 꿰뚫은 참이다. 다시 말해 18권이 어떻게 진행될지 전부 예상하고 있다는 뜻.
18권이 등장하게 된다면 필시 세이비어 교국에서도 난리가 날 것이다. 악마와 결탁한 자가, 그것도 추기경 중에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케이트는 그런 자를 색출하고, 천벌을 내릴 것이다. 물론 다짜고짜 천벌을 내린다면 자신에게도 큰 피해가 올테니 천천히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남은 시간은 최소한 보름. 제논 일대기 18권이 나오기 전에 양지로 끌어내야 벌레처럼 숨어드는 일이 없다.
‘그래서 나에게만 알려준 거야. 분명 그 분께서는 나를 믿어준 거겠지.’
아이작도 이런 일을 예측하여 자신에게 알려준 것일 터. 루미너스의 이름을 더럽히는 자를 찾아내서 머리통을 깨부수라는 지시.
18권이 나오고 찾는다면 너무 늦는다. 그렇기에 어서 빨리 본국으로 돌아가 작업에 나서라고 애둘러 말한 것이다.
‘아이작 님은 분명 미래에서 온 자가 분명해. 그렇지 때문에 직접적으로 말 못 한 거겠지.’
이뿐만이 아니라 케이트는 또다른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여태까지 사람들은 아이작에게 신이 걸어놓은 ‘제약’이 있기에 정체를 밝힐 수 없는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미래에 벌어질 일들은 인간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기에 ‘책’이라는 문물을 통해 알려주는 것이라고. 세계수 뿌리의 오염과 악마 숭배자가 그 예시다.
무엇보다 아이작은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속담처럼 들릴 법한 조언을 자신에게 해줬다. 그냥 세이비어에 타락한 성직자가 있다고 말하면 될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결론은 단 한 가지. 아이작은 미래에서 돌아온 자가 분명하며 신이 걸어놓은 제약 때문에 직접적으로 말을 못 하고 있다.
‘신’이 선택한 ‘사자’이자, ‘신’의 축복을 받은 ‘성자’. 마지막으로 더럽혀진 세상을 구원할 ‘성인’.
아이작이 듣는다면 기겁할 칭호들이 줄줄이 이어졌지만, 적어도 케이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제가 감히 그런 분의 씨앗을 받으려고 했다니···’
아직 한참 모자라다. 케이트는 갑주 아래 감추어진 자신의 배를 매만졌다.
적어도 그의 씨앗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신앙을 더욱 갈고 닦고 더러운 것들을 모조리 처치해야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신의 선택을 받은 성자에 대한 실례이자 모욕이다.
그러니 우선적으로 할 일은 세이비어의 ‘정화’. 루미너스의 이름 하에 세워진 국가 주제에 암암리에 그 이름을 더럽히는 중이다.
용서할 수 없다. 케이트는 가슴 속에서 은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도 잠시, 아이작을 떠올리자 다시 마음이 평온해졌다.
‘기다려주세요, 아이작 님. 당신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아이작의 말을 따르는 건 루미너스의 말을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
‘그리고 언젠가 당신의 씨앗을···’
케이트의 마음에 깨끗한 ‘광기’가 자리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