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238
■ 237화. 웅장하다 (2) □ ᓚᘏᗢ
두 사람의 신경전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전, 아르웬은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꺼내놓았다.
대부분 빠듯한 일정 때문에 힘들다니, 휴식 시간을 주지 않는다니, 원로원이 싸질러놓은 똥을 치우기 힘들다니 등등.
무엇보다 인재가 많이 부족하다고 들었다. 가능하면 원로원에서 일하던 인력을 차출하고 싶었으나 대부분이 구세대 엘프인 탓에 꺼림직하다고.
만에 하나, 제 2의 원로원이 등장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골치 아픈 일도 없으니 현재는 혼자서 일을 다 처리하는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제논 일대기 덕분에 제 2의 원로원이 탄생할 징조가 보이지 않으며, 알븐하임의 운영 또한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국민 연설 이후 아르웬을 향한 지지가 대폭 상승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무엇보다 나와의 연결 고리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세계수 뿌리 오염 이후 엘프들 사이에서도 제논 일대기 열풍이 일었는데 자신들의 여왕이 제논과 연결돼 있다? 지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 더불어 주변 국가에서도 알븐하임과 어떻게든 교류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미네르바 제국과 테르스 왕국을 비롯한 강대국부터 시작하여 그 밖의 작은 나라까지.
덕분에 알븐하임의 국력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아르웬이 꿈꾸던 이상이었기에 하루하루 행복하다고 말했다.
“듣기만 해도 과로사할 것 같은데?”
내가 듣기에는 혀가 절로 내밀 정도로 과한 업무량이었지만. 최종 결정권은 엄연히 왕에게 있기 때문에 그 업무량이 무시무시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알븐하임은 과도기에 오른 상황이다. 알븐하임의 상징이었던 원로원이 사라지고, 아르웬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강력한 왕권을 쥐고 있다.
당연히 그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할텐데 아르웬 혼자 전부 떠맡고 있으니 걱정된다.
아르웬은 그런 내 표정을 보았는지 안심하라는 듯, 살풋 미소를 지으며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루에 4시간씩 숙면을 취하고 있으니.”
“···그거 괜찮은 거 맞지?”
신디도 논문 작성을 위해 몇날며칠 동안 자지 않고 버텼다는 언급이 있다. 그때문에 특유의 흐물거리는 말투와 트레이드 마크인 다크 서클이 새겨진 거고.
이처럼 엘프는 이틀 이상 잠을 청하지 않을시 문제가 발생하는 인간과 달리 며칠동안 깨있어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컨디션이 눈에 띄게 하락하는 편이며 이로 인해 특정 직종을 제외하면 하루에 7시간 이상씩 숙면을 취하는 편이다.
“괜찮으니라. 곧바로 숙면에 드는 마법을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
“그런 마법도 있어? 처음 듣는 마법이네.”
“우리 엘프는 일상에도 마법을 사용하니 이런 마법은 다양하다. 숙면 마법뿐만 아니라 뭉친 근육을 풀어주거나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마법도 있지.”
“으흠···”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슬쩍 시선을 옮겨 세실리를 쳐다봤다. 마족은 저런 마법이 없냐는 질문을 대신한 것이다.
세실리는 나와 얼굴을 마주치자 훗, 하며 웃더니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저정도는 마족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모양이다.
“저 정도 마법은 기본 중의 기본이야. 마족도 마법에 있어서 엘프에 뒤지지 않거든.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는 마법은 이미 보편화돼 있어.”
역시 엘프와 쌍벽을 이루는 마족답다. 언제 봐도 부러운 종족이다.
인간은 일상 생활에 몇몇 불편한 점이 있어도 꾹 인내하는데 두 종족은 마법으로 때워버리니 삶의 질 자체가 다를 터.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인간이 어떻게 해서 종족 전쟁에서 승리했는지, 그리고 세이비어가 어떻게 마족을 학살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인간은 언제쯤 일상 생활에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그와 동시에 인간은 언제쯤 이 두 종족을 따라잡을지 궁금해진다. 엘프와 마족은 숨 쉬듯이 마법을 난사할 수 있는 종족이며, 인간은 ‘계산’을 통해야만 가능하다.
심지어 그 계산 능력조차 인간보다 훨씬 뛰어날 뿐더러 기억력도 굉장한 수준이다. 10년 전 새해에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전부 다 기억하고 있다니 말다했지.
다만 그 대신이라 해야 할지 두 종족 모두 인간과 달리 응용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인간보다 몇 배는 긴 수명으로 인해 생활 방식이 고착화되는 데다가 경쟁하려 드는 마음이 거의 없어서 느긋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은 발악에 가까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애쓰는 특징이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로 인해 실패로 가득한 지식이 머지않아 성공으로 변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인간이 현재 주도권을 쥐게 된 이유도 너무나도 많은 ‘실패’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대단하네요. 인간인 저는 뭐···”
“너무 그러지 말거라. 너는 제논 일대기의 작가이지 않느냐?”
“그래. 아이작. 너야말로 우리 중에 가장 강한 사람이잖아. 자책할 필요는 없어.”
엘프와 마족에 비해서 한없이 초라한 인간임에 대해 푸념하기 직전, 두 여인이 곧바로 나를 위로해줬다.
개인이 아니라 종족 차이를 말하는 거였는데 무슨 생각이라도 한 건지 몰라도 동시에 위로해준다.
생뚱맞은 위로를 받아 조금 떨떠름해지긴 했으나 아름다운 여인 두 명이 걱정스레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흐뭇해졌다.
“고마워. 그런데 인간이 다른 종족보다 약한 건 사실이잖아? 그리고 나는 개인이 아니라 종족 간의 차이를 말한 거야.”
“음··· 확실히 인간은 약하지.”
아르웬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하지만 곧이어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은회색 눈동자로 나를 똑바로 직시하며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강하니라. 이건 내가 보장할 수 있지.”
“인간은 약하나, 인간들은 강하다···”
인간이 어떤 종족인지 단번에 알려주는 듯한 문구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엘프인 아르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그 무게가 남다르다.
더군다나 아르웬은 순혈이 아니라 혼혈. 혼혈은 인간 세상에서 지내다가 인간 부모가 자연사하면 알븐하임으로 들어오는 풍습이 있다.
그녀도 몇 십년 간 인간 세상을 돌아다녔을테니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멋진 말이네. 이건 책에 따로 넣어야겠다.”
나는 교복 앞주머니에 있던 수첩을 꺼내어 기록했다. 훗날 일행 중 인간인 제논과 릴리에 대해 설명하는 문구로 적당할 것 같다.
아르웬의 말마따나 개개인으로 보자면 최약체인 인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뭉치면 가장 강력한 종족이 바로 인간이다.
다른 종족도 뭉치면 강하지만 역사적으로 인간만큼의 결집력을 보여준 종족은 없다.
그나마 마족이 있긴 하더라도 그들은 고립돼 있었기에 여러모로 증명에 있어서 부족했다.
“채, 책에 넣는단 말이냐? 제논 일대기에?”
내가 책에 넣는다고 하자 아르웬이 크게 당황하며 질문을 걸었다. 얼굴에는 놀람이 가득 했으며 묘한 기쁨 또한 들어있었다.
이에 나는 수첩에 기록하는 걸 잠시 멈추고 그녀를 쳐다봤다.
“싫으면 넣지 말까?”
“아, 아니다!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유는 몰라도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아르웬. 본인이 한 말이 제논 일대기에 들어가는 게 기대되는 모양이다.
내가 그런 아르웬을 보며 속으로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을 쯤, 세실리는 이런 상황이 불편했던 것 같다.
그녀는 손뼉을 짝! 치며 우리의 이목을 이끌더니 재미있는 게 생각났다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아이작.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족과 엘프가 어떤 종족인지 자세히 알아보는 게 어때?”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카페에서 나한테 물었잖아. 내 힘, 그러니까 마족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냐고. 때마침 교만이 엘프니까 아르웬 여왕님에게 물어보는 게 어때?”
“아하.”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세실리에게 자문을 구한 것처럼, 아르웬에게도 자문을 구하여 교만의 능력에 대한 참조를 하자는 이야기다.
아르웬은 본인의 조언이 제논 일대기에 참조되어 기뻐할테고 나는 나대로 도움을 받는 셈이다.
그런 세실리의 의견에 아르웬이 오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지만, 세실리는 빙글빙글 웃을 뿐이었다.
“···나는 상관없느니라. 아이작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영광이지.”
“그럼 도와줄 거지?”
“그대가 원한다면 그 이상의 것도 해줄 수 있느니라.”
그 말을 하자마자 세실리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가 도로 펴졌다.
아르웬이 입 밖으로 꺼낸 그 이상의 것이 무엇인지는 넘어가도록 하자. 지금은 자문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우선은··· 엘프가 아름다운 외모로 유명하다거나 그런 건 넘어가자. 대신 마족과의 차이점을 알려줬으면 해. 내가 듣기로는 마족은 다양성이 넓고 엘프는 깊이가 깊다고 들었거든.”
“아주 정확하다. 우리 엘프는 신의 도움 아래 문명을 최초로 세웠지. 그리고 그 문명은 수 천년이 흐른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른 종족에 비해서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지. 마법은 물론이거니와 지식, 문화, 사회, 과학, 언어 등등. 그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느니라.”
혼혈이어도 엘프의 자긍심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아르웬이라 시작부터 찬양이 이루어졌다.
흔히 꼰대 엘프였다면 듣기 거북하겠지만, 아르웬이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빠져드는 느낌이다.
실제로 모든 문명의 시작은 엘프라고 할 수 있었으며, 그 다음에 문명을 이룩한 인간은 그들을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 자신감의 근거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러한 문명을 통해 마법의 깊이는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지. 밤하늘의 별을 두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건 물론, 땅을 비옥하게 만들거나 가뭄이 든 토지에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 자연의 일부마저 마법으로 대신할 수 있지.”
“주술이랑 차이점이 뭐야?”
기우제를 보듯이 주술로도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아르웬은 내가 주술을 언급하자 은회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더니 의외라는 듯한 투로 나에게 물었다.
“그대도 주술을 알고 있는 것이냐?”
“알고 지내는 수인이 한 명 있거든. 게다가 먼 과거에 인간도 주술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아. 하긴 그대는 나처럼 독서를 사랑하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혹, 나중에 관련 서적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묻거라. 기꺼이 줄테니까.”
“고마워. 언제나 실례만 끼치네.”
“고맙기는 무슨. 그대가 나에게···”
아르웬이 도리어 본인이 고맙다는 말을 하려던 찰나였다.
“됐고, 설명이나 마저 이어주실래요? 시간 아까우니까.”
세실리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끼어들면서 말을 잘라버렸다. 그녀를 보니 팔짱을 낀 채 불만을 표시하는 중이다.
그녀로서는 아르웬의 이야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와 둘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테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이에 아르웬은 세실리의 불퉁한 모습에 눈매를 가늘게 좁힌 것도 잠시, 헛기침을 하면서 특유의 가녀린 목소리로 마저 설명을 이었다.
“큼. 큼. 사족이 길었구나. 아무튼 주술과 마법의 차이점은 명백하니라. 주술은 자연 그 자체를 이용하는 반면, 마법은 인공적으로 만든다고 볼 수 있지. 주술은 시간을 앞당기는 거고, 마법은 자체적으로 만든 거라고 보면 된다.”
“아하. 무슨 소리인지 이해했어. 그럼 공격 마법은? 공격 마법은 화력 차이 때문에 마족이 좀 더 강하다고 들었거든.”
“응? 그게 무슨 소리인 게냐?”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을 말하자 아르웬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별 이상한 소리 다 들었다는 표정이다.
그에 같이 듣고 있던 세실리의 눈매가 좁혀지는 건 당연한 수순.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건 착각인 걸까.
그러거나 말거나 아르웬은 엘프답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지 조곤조곤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언듯 보기에는 검은 마나를 갖고 있는 마족이 더 강해보일 수도 있지. 하지만 이건 엄연히 잘못된 상식이다. 마족의 마법은 쓸데없는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지. 힘이 너무 강하니 기술이 필요없는 것처럼, 마족의 마법은 우리 엘프가 보기에 다소 구식이라고 할 수 있느니라.”
“어··· 그렇게 대놓고 말해도 돼? 바로 옆에 헬리움의 공주가 있는데?”
내 얼떨떨한 질문에 아르웬은 고개를 스윽 돌려 세실리를 쳐다봤다. 세실리는 팔짱까지 낀 채 어디 한 번 말해봐라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어서 한동안 세실리와 대치하던 아르웬은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처럼, 당돌하게 입을 열었다.
“물론이니라. 이건 내가 엘프여서 그런 게 아닌, 엄연한 사실이니까. 인간이 그대가 보기에는 마족이 더 화려하고, 또 위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 허나 그건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검은 마나 덕분에 힘을 충당할 수 있는 거지, 그들의 마법은 엘프가 보기에 조잡하고 난잡하기 그지 없으니까.”
“··· ···”
이거 왠지 싸움으로 번질 것 같은데. 나는 마법에 문외한이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으나 세실리는 아닐 것이다.
이에 그 말을 듣자마자 세실리의 반응부터 확인했다. 그녀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지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는 중이다.
이걸 보았을 때 아르웬의 설명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마족은 어떻게 해서 마법을 터득하게 된 거지?’
마족의 기원은 인간. 그런데 악마 전쟁 당시 인간은 마법은커녕 마나조차 제대로 다루기 어려워했다.
그리고 그 의문을 곧바로 해결시켜주는 대답이 세실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여왕님의 말씀대로 저희 마족의 마법은 엘프가 보기에 난잡할 거예요. 우리 마족은 이론보다는 본능에 가깝게 마법을 사용하니까요. 이게 바로 마족과 엘프의 결정적인 차이점이죠.”
“본능적으로 사용한다고?”
“응. 우리 마족은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해 마법을 발전시켰어. 1세대 마족은 누군가 가르치기도 전에 악마가 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으니 자력으로 깨우쳐야만 했지. 지금에 이르러서는 어느 정도 이론을 갈고 닦았지만 아직 한참 부족해.”
그런 거였구나. 마족은 엘프와 달리 문자 그대로 숨 쉬듯이 마법을 사용하고 있던 것이다.
엘프가 계산기를 두들기면서 마법을 발현시킨다면, 마족은 계산 따위 다 집어치우고 곧바로 결론만 도출시키는 방식이다.
이러한 이유로 불순물이 끼어들어 효율이 떨어지나 검은 마나의 화력 덕분에 그걸 메꾸는 중이다.
덕분에 엘프와 마족 간의 분명한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 이건 식탐과 교만과의 차이점에도 큰 도움이 되는 설정이다.
“하지만 우리 마족은 엘프보다 영창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 간단한 마법은 비슷하지만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 차이는 극심하게 나타나. 엘프가 중얼중얼거는 동안 우리 마족은 그냥 손짓 하나로 끝내버리지.”
제논 일대기 설정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세실리가 손을 휘적거리며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마족을 추켜세우는 것 같으나 은근히 엘프를 돌려까는 말이다.
그 비꼼에 엘프인 아르웬이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 아르웬은 눈쌀을 찌푸리더니 불쾌함을 담아 반박했다.
“중얼중얼거리다니··· 말 조심하거라. 영창은 마법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 오히려 너희 마족은 그걸 생략하기에 조잡한 것이니라.”
“그 시간동안 마법을 두 개 더 날리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마법사가 영창을 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보는 바보는 없잖아요.”
세실리의 대꾸에 아르웬은 정말로 드물게 콧방귀까지 뀌면서 가당치 않다는 투로 말했다.
“하. 역시 마족답게 전투에만 치중하는구나. 왜 마법을 공격에만 사용하는 건지 의문이 들어. 아까도 말했듯이 마법을 꼭 공격에만 사용할 필요는 없다. 생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에도 마법은 필수불가결한 힘이지. 설마 헬리움에서는 연구를 위해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게냐? 그럴 일은 없겠지. 자그마치 우리 엘프와 비견된다는 종족이.”
“아. 그건···”
헛점을 찔렸는지 세실리가 말을 아끼며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헬리움은 알븐하임의 위그드라실 같은 기관이 발달되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헬리움은 헬리움 나름대로 마법 연구를 활발히 했을테니까.
허나 알븐하임과 달리 제논 일대기 발매 전까지 고립돼 있었기 때문에 진척이 느릴 수밖에 없다. 반면 알븐하임은 아르웬의 정책 아래에 타종족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아르웬은 세실리가 망설이는 사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승리를 점했다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보거라, 아이작. 무식하게 힘만 때려박는 마족과 달리 우리 엘프는 효율을 중시하고 있지. 엘프가 마족보다 우월하다는 증거이니라.”
그리고 그것이 심기를 건드렸을까.
빠직-
세실리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뒤이어 그녀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읆조렸다.
“가슴도 작은 난쟁이 주제에···”
“···?”
잘못 들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