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250
■ 249화. 다시 방학 (1) □ ᓚᘏᗢ
아델리아에게서 밤시중을 들어주겠다는 말을 듣고나서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다행히 잘 무마되었다.
여태까지 무술에만 정진하고 있던터라 은어 같은 건 거의 모르고 있는 그녀다.
은어 같은 건 책에서 알려주지 않고 사람 간의 교류를 통해 터득할 수 있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나 또한 지난 전시회 당시 뭣도 모르고 마리에게 커피 한 잔 하자고 권유했으니 딱히 할 말이 없어진다.
밤늦게 커피 한 잔 하자는 건 전생으로 따지자면 라면 먹고 갈래요? 와 똑같은 의미였으니.
그래도 덕분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이제는 웃어넘길 수 있다. 대신 아델리아에게 설명을 해야겠지.
나는 그녀에게 우선적으로 은어에 대해 상세히 알아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래도 마리가 대충 제목만 보고 아델리아에게 전달한 나머지 이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
나중에 은어에 대해 알게 된다면 아델리아가 이불킥을 뻥뻥 차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나중의 일. 한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는 것도 힘들어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소소한 해프닝이 흘러가고 아델리아게도 전시회 당시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알려줬다. 이와 더불어 조금 전 히리야와의 만남까지도.
황실 쪽에서 막아버리거나 테르스 왕국쪽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붙일 수도 있다. 히리야가 정식으로 요청했던 것처럼 다른 나라의 사람도 요청하면 그만이니.
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델리아가 내 곁을 지켜야 하는 건 변함이 없다.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덜어냈다지만 완전히 해소한 건 아니었으니.
아델리아도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흠칫했으나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있으니까 걱정이 하나도 안 되는데?”
너무 감동한 나머지 그 보답으로 진하게 키스해줬다. 그러자 자신감 넘치는 미소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부끄러워하는 새색시만 남아있더라.
평소 늠름했던 기사가 아니라 한 명의 여자가 된 아델리아는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을 풍긴다. 이런 사람을 그토록 핍박했다니, 테르스 왕국을 향한 반감이 더욱 강해진다.
이후로 아델리아에게 애정 표현을 몇 번 하고, 전시회에서 주의할 점에 대해 알려준 후 기숙사로 돌아갔다.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 아델리아가 책에서 배운 걸 그대로 따라 한 건 덤.
전시회도 기대가 되지만 메이드복을 착용한 아델리아가 가장 기대된다. 어머니에게도 편지를 통해 대충 설명해놓은 참이다.
그러니 저택으로 돌아가는 순간 아델리아는 메이드 교육을 받음과 동시에 메이드복을 착용한다. 겸사겸사 아버지에게도 무술 훈련을 받겠지.
남자의 판타지를 완벽히 충족시키는, 이른바 전투 메이드다. 그런데 여기는 판타지 세계관이라 전투 메이드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전속 메이드가 되기 위한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기본적인 무술은 기본이고 비서도 겸해야 한다.
그야말로 ‘문무겸비’의 표본이라 할 수 있지. 게다가 사생아지만 왕족이라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아델리아였기에 가능한 거지, 일반 평민은 꿈도 못 꿀만큼 힘들다.
원래 우물은 하나만 파야 대성하는 법이니까. 아델리아에게 이토록 적합한 직업은 또 없을 것이다.
‘묘하게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아델리아와의 만남도 끝났겠다, 방학이 다가올 때까지 할 일을 마저 하면 된다.
시험 문제 제출도 끝나서 조교 일도 끝. 다만 채점도 같이 해야되서 하루는 5시가 넘어서도 연구실에 박혀있었다.
중간에 어떤 학생이 참신한 답안을 제출했는지 찾는 재미도 있었다. 참고로 시험 문제의 내용은 내가 1년 전에 받았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나는 역사는 반복된다라고 답안을 적었고, 그 답안을 통해 엘레나의 노예, 아니 조교가 되었다.
그리고 문학생의 숫자가 3배나 증가해서 그런 건지 참신한 대답을 적는 학생도 꽤나 많이 보였다.
그 중 가장 독특한 대답은 ‘역사는 자기자신과 대화하는 거울’이라는 답안. 이 답안을 적은 학생은 나처럼 역사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남학생이다.
엘레나도 그 학생이 적은 답을 보고 흡족해하는 걸 보면 내심 조교로 낙점지은 모양이다. 드디어 나에게도 후배가 생기는 셈이다.
‘체리는 뭐…’
체리의 답안도 확인했는데, 그녀답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괴상하다고 해야 할지 이런 답을 적었다.
[역사는 빨간색이다.]빨간색은 무슨 빨간색. 도통 의미를 알 수 없는 답안이라 엘레나도 점수를 매겨가면서 황당해했다.
답안을 매기는 와중에 내 머리카락을 바라보는 건 덤. 나는 애써 그 시선을 무시하며 엘레나가 가르쳐 준 기준대로 점수를 매겼다.
2학년 시험 문제는 엘레나가 모두 전담하고 있어서 내 지인들의 점수를 매길 일은 없었다. 시험을 전부 채점한 후에는 곧바로 기숙사로 돌아가 저녁을 해결했다.
저녁을 해결한 후에는 곧바로 책상 의자에 앉아 집필에 착수했다. 글은 빨리빨리 써야지, 안 그러면 뭘 적으려 했는지 까먹는다.
그리고 이번에 적는 내용은 본편이 아니라 외전이다. 그것도 마족을 위해 적어내리는 진과 릴리의 과거 이야기.
‘솔직히 이 정도로 인기를 끌 줄은 몰랐지.’
제논 일대기 첫 집필 당시에 마족의 인식은 밑바닥 중의 밑바닥이었다. 그래서인지 가족들도 처음 읽었을 때 후폭풍을 염려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마족 남자와 인간 성녀의 로맨스가 나오자마자 수많은 관심과 비판이 쏟아졌다.
어떻게 악마와 인간이 사랑을 싹 틔울 수 있는 거냐고, 아무리 그래도 마족이랑 연을 맺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현재 제논 일대기의 위상을 생각하면 너무 다른 반응이다. 심지어 연재 중단 요청까지 가끔 가다 있을 정도.
다행히 재미있다는 독자들의 비율이 더 많은데다가 5권을 기점으로 그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마족을 향한 경멸과 혐오의 시선이 뿌리채 뽑혀나갔으며 자연스레 진과 릴리의 연애 노선도 떡상했다.
또한 제논 일대기가 발간되면 발간될수록 현실의 마족 또한 상승의 길을 걸어갔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인류’에 포함된 종족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되다보니 사람들은 진과 릴리의 과거사를 궁금해했다. 어떻게 이 둘이 만남을 가지고, 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걸까.
스토리 중간중간에 이들의 과거사가 언급되기는 했으나 상세히 설명되진 않았다. 오직 비참하디 비참한 과거를 가졌던 진이 릴리를 만나 구원받았다는 설명만 있을 뿐이다.
본래 외전은 완결을 짓고 나서 작성할 예정이었지만, 타자기까지 발명해준 마족을 위해서라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전시회까지 비록 2주 정도의 시간이 남았으나 충분하고도 남는다. 20권은 전시회 이후 방학 도중에 발매할 예정이고.
이게 전부 타자기 덕분이다. 설령 고장이 나도 가르츠라는 훌륭한 AS 기사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
타다다다- 타다다닥-
기숙사 내에 타자기의 타이핑 소리가 가득 울린다. 나는 홀로그램 창에 출력되는 문장들의 향연을 바라보다가 잠깐 중지했다.
외전을 적는 것까지는 좋지만, 시점도 시점일 뿐더러 분위기가 제일 중요하다.
진의 과거는 비참하다는 표현조차 부족할만큼 우울했으니. 반면에 릴리는 미래의 성녀가 되는만큼 사랑을 받고 성장한다.
극명하게 엇갈리는 두 사람의 태생상 필시 충돌이 생길 터. 특히 삐뚤어질대로 삐뚤어진 진의 심리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본편에서 릴리가 옛날에 진은 진짜 말 안 듣는 아이라고 놀렸었지.’
그럴 수밖에 없지. 진은 식탐, 벨제부브가 인간 여성을 강간하여 태어난 마족이었으니.
원치 않은 임신에다가 심지어 마족이었으니 애정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그 결과로 진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모진 학대를 받았다.
조금 과장을 보태 인간 아이였다면 그 학대를 버티지 못해 목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마족 특유의 튼튼한 신체는 어릴 때부터 발휘되었다.
‘진짜 구원받았다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지금도 그렇고 전생도 그렇고 나는 판타지 작가다. 로맨스보다는 당연히 모험에 치중될 수밖에 없다.
판타지 모험물이어도 심리를 잘 묘사한 작품들이 있으나 그 작품들에 비비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드르륵-
나는 집필을 잠깐 중단하고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제논 일대기 초고가 아닌, 체리의 작품 ‘붉은 노을을 다시 한 번’의 초고가 들어있다.
체리가 보관한다면 실수할 수도 있으니 내가 따로 보관하는 중이다. 갈기갈기 찢겼다가 이어붙인 초고본도 함께.
그녀의 꿈과 희망, 그리고 상처를 상징하는 초고였기에 되도록이면 보관할 예정이다. 슬럼프가 온다면 이 초고를 보여주고 자극시켜주기 위함이다.
‘이런 외전은 체리가 잘 쓰지 않나?’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체리의 심리 묘사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제논 일대기가 흥미진진한 전개로 몰입감을 높인다면 체리의 작품은 상세한 심리 묘사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든다.
실제로 그녀의 작품을 호평하는 것들 중 대부분이 탁월한 심리 묘사일 정도.
회귀물이라는 특징은 요리로 치자면 최상급 재료다. 그걸 어떻게 조리하는지에 따라 대작이 될 수도 있고 망작이 될 수도 있는 법.
마지막으로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요리의 종류가 달라진다. 다시 말해 좀 더 상세한 심리 묘사를 원한다면 그녀에게 도움을 받는 편이 좋다.
‘체리라면 당연히 들어주긴 하겠지만···’
이걸 공짜로 받는다는 게 양심에 걸린다. 현재 체리의 언행을 본다면 간이건 쓸개건 다 줄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러니 나 또한 보답을 해야 된다는 건데 어떤 보답을 해줘야 할지가 고민된다. 가정 환경만 파탄났을 뿐이지 가질 건 다 가진 그녀였으니.
일단 이건 내일 체리와 만나서 얘기해보고, 지금은 되는대로 적는 게 나을 것 같다.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겠지?’
진과 릴리의 연애를 그토록 원하셨으니 외전이 나오면 매우 좋아하실 거다.
하지만 문제는 20권. 전에도 말했지만 20권에서 대형 떡밥 하나가 풀린다.
식탐이 사실 진의 친아버지라는 것. 진은 그 사실을 듣고 정신적으로 붕괴 직전까지 가버려 말 그대로 속절없이 털려버린다.
뒤늦게나마 릴리가 도착하게 되지만 진은 이미 식탐, 벨제부브에게 제압된 상태. 벨제부브는 진과 릴리의 관계를 유추하고는 비열하게 웃으며 마지막 공격을 가한다.
그걸 실시간으로 쳐다보는 릴리가 안 된다고 하늘이 울릴 정도로 소리치지만 진의 가슴은 벨제부브에게 관통당한다.
‘···산후 조리를 다 하신 뒤에 낼까?’
꽤 충격받으실 텐데. 물론 진은 최종보스로 깜짝 등장할 만큼 바로 죽지 않을테지만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이야기가 끝난다.
이른 바 절단마공이라 불리는 금단의 기술을 다시 한 번 사용할 계획이다.
‘등짝 좀 몇 대 얻어맞고 끝나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타이핑을 이어갔다.
* * *
아이작이 마족을 위한 외전을 열심히 집필하고 있을 쯤, 마이샬 영지.
루미너스 신전뿐만 아니라 모라 신전까지 세워진다는 소식이 퍼진 이후로 마이샬 영지는 전보다 훨씬 분주해졌다.
당연히 영주인 호크의 업무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상황. 루미너스와 모라의 신전이 동시에 세워진 곳은 세상 어디를 뒤져봐도 없었기에 온갖 상단이 몰려들고 있다.
안 그래도 전시회 때문에 관심을 받는 중이었는데 소식이 퍼지자 포텐이 제대로 터져버린 것이다.
호크 입장에서는 영지가 발전하여 좋았으나 그에 비례해 야근이 늘어나니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전직 기사단장으로서 몸이 튼튼한 그여서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과로로 쓰러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후우···”
“조금 쉬면서 하는 게 어때요?”
마이샬가 저택의 집무실. 집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호크가 눈을 비비며 한숨을 쉬자 안나가 염려를 담아 권유했다.
영지가 발전하는 건 마이샬 가의 안주인인 그녀에게도 기쁜 소식이나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의 건강이다.
첫 만남 때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호크를 향한 불타는 마음이 식지 않아 더욱 걱정스러웠다.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단지 조금 피곤해서 그런 것뿐이야.”
“그게 걱정된다는 거예요. 당신 몸이 얼마나 튼튼한지 제가 잘 아는데 피곤해하고 있잖아요.”
사랑하는 아내의 걱정에 호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말은 틀린 것 하나 없이 전부 정답이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내팽겨치고 싶었지만 일을 미루는 건 호크의 성정에 맞지 않았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버릇은 기사 시절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나 말고 당신이 더 걱정이야. 릴리를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걱정은 무슨. 케이트 추기경 님께서 신성력을 듬뿍 넣어주셨는데 불편한 게 있겠어요?”
“··· ···”
호크는 안나의 대답을 듣고 할 말이 없어져 피식거렸다. 실제로 케이트는 안나의 출산 소식을 듣자마자 그녀에게 축복을 걸어줬다.
자그마치 추기경이나 되는 성직자가 시전한 축복이었기에 안나는 금방 건강을 되찾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릴리까지 신성력을 넣어줬다.
덕분에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 못해 팔팔 날아다닐 수 있을 정도다. 이게 전부 케이트 덕분이다.
“그것도 그렇겠군. 빨리 아이작에게 가주직을 넘겨주고 싶은데···”
“안 돼요. 그렇게 된다면 아이작이 글을 쓰는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조금만 참으세요.”
“···안나. 안나는 내 편이야, 아니면 아이작 편이야?”
“전 우리 가족의 편이랍니다~”
호크는 가슴을 내밀며 우문현답을 내놓는 안나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안나에게서 말싸움은 못 이길 것 같다.
이에 그는 휴식도 할 겸 안나와의 오붓한 시간도 보낼 겸 겸사겸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나도 호크가 일어서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었다.
“그러니 어서 릴리를 보러 가요. 이러다가 아빠 얼굴도 모르는 건 아닐지 모르겠네.”
“아직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눈은 뜬 지는 오래 됐죠.”
호크는 처녀 못지 않게 풋풋함과 당돌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뿜내는 안나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봤다. 안나 또한 그의 눈빛을 받아내며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 사람 모두 불혹을 넘어선 나이지만, 여느 젊은이 못지 않은 뜨거운 사랑을 자랑하고 있다. 이 사랑 덕분에 늦둥이가 탄생한 거고.
“어서 빨리 아이들이 왔으면 좋겠네요. 아직 릴리의 얼굴도 못 봤을 텐데.”
“그건 나도 동감이야.”
“겸사겸사 아이작이 외전도 냈으면 좋겠고요. 무슨 선물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보름에 한 권씩 낸다니 정말 기대돼요.”
“··· ···”
역시 안나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건 제논 일대기인 모양이다. 아이작이 듣는다면 섭섭해 하겠지만 말만 저렇지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그녀다.
그러다가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이번에 아이작이 마족을 위해 발매한다던 진과 릴리의 외전.
현재 안나는 그 외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며, 더 나아가 열렬한 팬이다. 오죽하면 가끔 가다 장난식으로 아이작에게 진과 릴리는 언제 이어지냐고 질문할만큼.
호크는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안나에게 물었다.
“그보다 안나. 안나는 진과 릴리의 로맨스를 좋아하지?”
“물론이죠. 그 둘의 애타는 마음이 저한테까지 전달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어요?”
“음··· 그럼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 둘이···”
“거기까지.”
호크가 무슨 질문을 하려는지 눈치챈 것일까. 안나는 전의 발랄한 목소리가 아닌, 한없이 낮아진 목소리 톤으로 말을 잘라버렸다.
그 목소리에 호크조차 살짝 움찔거렸다. 북풍한설이 저리 가라 할만한 목소리며, 분위기였으니.
그사이 안나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이작이 그러진 않겠지만, 만약에 정말로, 진짜로 만약에 그 둘을 찢어놓는다면···”
“··· ···”
“진심으로 가문에서 제명시키킬지도 모르는 일이겠네요. 물론 그런 일은 절대 없겠지만. 호호.”
뒤이어 그녀는 한 번 더 강조했다.
“그렇죠?”
“···어어. 그렇지.”
호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