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252
■ 251화. 다시 방학 (3) □ ᓚᘏᗢ
메이드 옷을 입은 아델리아를 상상하면서 영지 안으로 들어가니 꽤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걸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도 우리 영지는 한참 발전하는 중이었는데, 지금은 ‘도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뭔가 많아졌다.
특히 미네르바 제국에서 지원을 온 인간뿐만 아니라 마족들이 자주 보였는데, 듣자하니 헬리움에서도 외교 차원으로 지원을 온 거라고.
제논의 출생지이자 1년마다 전시회가 열릴 예정인만큼 헬리움에서 인력을 파견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손재주는 드워프 못지 않게 출중하고 마법을 도구처럼 사용하는 마족이다 보니 건물이 세워지는 속도가 남달랐다.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전생에서 즐겨했던 게임의 일꾼이 뚝딱뚝딱하는 것 같다.
“이보쇼. 하나만 물어봅시다. 이건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 거요?”
“아, 이거 말입니까? 그러니까 어떤 거냐면···”
그렇다고 인간이 마족을 우러러 보는 건 아니다. 인간은 자그마치 엘프 다음으로 문명을 이루어낸 존재.
마법을 사용할 수 없더라도 수 세기를 거쳐 이룩해낸 건축 기술은 남들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멀리 가지 않아도 미네르바 제국의 황궁과 그 수도의 광경을 보아라. 마법을 비롯한 신체 능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인간은 값진 문명을 이룩했다.
그로 인해 마법을 제외한 ‘기술력’ 자체는 인간이 한 수 앞서는 편이다. 감독관으로 보이는 마족이 인간에게 노하우를 전수받는 걸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근데 귀에 펜을 걸어놓는 건 동서고금 막론하고 다 똑같은 건가?’
인간, 마족 가릴 것 없이 감독하는 사람들은 어찌 된 게 귀에다 펜을 걸어놓고 있다. 심지어 깃펜이 아니라 내가 사용하는 마법필이다.
아무래도 마족 측에서 깃펜 대신 사용하라고 선물한 것 같다. 언뜻 단순한 것 같지만 화합의 증거로도 용이하게 쓸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마족을 경멸하던 인간이 우리 영지에서 함께 건물을 세우다니. 제논 일대기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체감이 된다.
더군다나 마족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전시회의 손님에 불과했다. 그때 인간 여성과 사귀고 있던 마족을 만났던 기억이 있었으며 세실리가 그 모습을 보며 감명을 받았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지금은 하나의 문화 도시를 힘을 합쳐 쌓아올리고 있다. 마족이 다른 종족과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세상이 변하고 있는 걸 알려준다.
“학기 전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확실히 전시회의 영향력이 대단한가 봐.”
“그러게.”
아델리아도 나와 비슷한 감정이었는지 신기하다는 눈초리로 영지를 두리번두리번거렸다.
문화 도시는 관광을 위한 도시에 가깝다. 특히 거리 곳곳에는 제논 일대기의 2차 창작물들이 배치되어 다양한 구경거리를 보여줬다.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본인의 작품을 보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득이다. 그렇기에 마이샬 영지는 예술가들에게 블루 오션이나 다름없다.
마이샬 영지도 예술가 덕분에 관광객 및 영지민이 많아지니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셈이다.
“···신전이 여기에 있구나.”
“수도에 있는 거랑 비슷하네.”
마지막으로는 신전. 신문에서 보았던 소식대로 영지 중앙에는 거대한 신전이 위엄을 뿜내며 세워져 있다.
수도에서 보던 루미너스 신전처럼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영지 중앙에 떡하니 설립돼 있어서 그냥 모르고 지나칠 수가 없다.
우리 영지가 허허벌판밖에 없던 시골 영지여서 망정이지, 다른 도시였다면 신전을 세울 자리도 없었을 텐데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그럼 저기 건너편은···’
나는 루미너스 신전 건너편에 휑하니 비어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신전은 그 특성상 주변에 상가나 일반 건물이 세워지면 안 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새로이 설립된 신전에 루미너스가 그곳에 강림한다면 신성력 또한 주변으로 확산되는데, 다른 건물이 그 신성력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애당초 웅장함과 장엄함을 동시에 내보이는 신전 옆에 감히 누가 건물을 세우긴 하겠냐만은.
하지만 루미너스 신전 건너편에는 현재 공사를 위한 기초 뼈대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당연하게도···
“저기에는 모라님의 신전이 세워지는 거지?”
“아마도?”
“대단하네. 한 영지에 쌍둥이 남매신의 신전이라. 확실히 미네르바 제국에서 작정하고 밀어주고 있다는 게 와닿는다.”
아델리아의 말대로 루미너스 신전 맞은편에는 모라 신전이 세워질 예정이다. 당연하게도 헬리움에서 지원하는 것이며 이제 곧 전시회가 오기에 잠깐 중단한 듯했다.
제아무리 마족이어도 일주일 안에 신전을 완공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본인들이 신봉하는 신을 위한 건물인데 대충 짓는 건 용납받지 못할 일일테고.
그러니 지금은 전시회를 즐기고, 전시회가 모두 끝난 후부터 공사가 진행될 것 같다. 아마 방학 기간 내에 모두 완공하지 않을까.
“그럼 우리 귀염둥이는 루미너스님과 모라님의 신전이 세워진 영지를 다스리는 거겠네?”
“그건 모르지. 형이 중간에 가주직을 이을 수도 있으니까. 본인은 군대에 말뚝을 박겠다고 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어쩌면 전역을 하고 나서 받을 수도 있고.”
본래 가주직 승계는 가주가 직접 정할 수 있으나 암묵적으로 장남이 승계하는 걸로 돼 있다.
장남은 나이가 제일 많고 아버지 곁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했을 테니 지혜 또한 좀 더 풍부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가끔 가다가 장녀 혹은 차남이 가주직을 잇는 경우가 있어도 흔한 편은 아니다. 귀족 여자는 대부분 결혼을 할 뿐더러 차남부터는 대부분 자기 할 일을 하니까.
물론 이것도 내가 정체를 밝힌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나마나 아버지는 나를 가주로 임명할 테고 데이브도 마찬가지겠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우리 가족은 어머니를 제외하고 정치를 싫어한다. 아마 전부 좋다고 떠넘기지 않을까.
“그리고 나도 역사학자가 꿈이어서 최대한 늦게 받아야지. 적어도 세계 여행은 하고 싶거든.”
“흐음···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남작님께서 들으시면 조금 슬퍼하시겠네.”
“지금은 아버지가 일을 하는 편이 나을 걸? 기사단장이셨으니 정치력 또한 풍부하실 테니까.”
네이비 기사단이 특수부대에 가까워 전투에만 치중한다지만 아버지는 단장까지 오르신 인물이다.
전생에 비유하자면 대위 정도가 아니라 대령이며 그것도 야전에 직접 나서는 전투원이다.
왜, 가끔 가다가 야전 사령관이 좋다고 별 달기 거부하는 미친 대령들 있지 않나. 대충 그런 포지션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인물이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수틀리면 윗선에서 보급이고 뭐고 다 짤라버릴 텐데 정치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아버지가 정치를 싫어하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할 것이다. 특히 아버지 세대에서는 야만 수인이 활개쳐서 보급이 필수에다가 인력마저 부족했을 테니.
“그러니 당장은 아버지가 계속 맡긴 맡으실 거야. 내가 경제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고 뭘 하겠어? 윗사람 만나는 것도 아버지가 훨씬 나을 텐데.”
“그것도 그러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면서 활발한 영지를 지나치며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지로 옮기는 도중에 몇몇 영지민들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해줬다.
나 또한 그들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가끔 가다가 철없는 어린아이가 종종 뛰어왔으나 부모님이 칼같이 제지했다.
아델리아도 사람들이 많아지자 대화하는 걸 잠깐 멈추고 경계 태세에 들어섰다. 언제라도 검을 뽑을 수 있도록 준비까지 하는 모습.
우리 영지의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인심이 좋은 사람들밖에 없어 딱히 경계는 할 필요성은 없었으나 본분을 다하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어 그냥 놔두었다.
이윽고 분주한 마을을 지나 저택의 대문 앞까지 도착했다. 대문 앞을 지키던 경비병들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간단히 인사하고는 문을 개방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집에 돌아오는 것만큼 상쾌하고 기분 좋은 일도 없다. 돌아올 때마다 보고 싶었던 가족들이 해맑게 맞이해주었으니.
가족들과 떨어졌다가 오랜만에 돌아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집(Home)’의 진정한 정체성. 가족들과 떨어져 타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향수병이 걸리는 이유가 있다.
‘빨리 보고 싶다.’
또한 현재 새로운 가족이 탄생했기에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 어머니가 보낸 편지에는 아버지와 같인 적발의 금안을 지닌 작고 사랑스러운 여동생이라 적혀있다.
게다가 먼 미래의 일이지만 릴리는 아주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성장할 예정이다. 지난번 모라가 장난식으로 내 성별을 반전시켰을 때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고 했었으니.
솔직히 이 세상 기준으로는 여동생 수준이 아니라 딸뻘이다. 당장 내가 릴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면 부녀로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귀여우면 그만이지. 나는 기대감을 품으며 활짝 열린 대문을 지나쳤다. 대문을 지나치면서 경비병들에게 수고하라는 덕담을 남기는 건 잊지 않았다.
이후로 저택의 문까지 열어 안으로 들어갔을 때, 보고 싶었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서 오렴, 아이작.”
불혹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처녀 못지 않게 아름다움을 뿜내는 여인이자 내 어머니, 안나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겨줬다.
문을 열자마자 반겨주는 걸 보면 내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미리 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인사에 반가운 얼굴을 지은 것도 잠시, 그녀의 품에 안겨져 있는 포대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안에서 꾸물꾸물거리고 있었으며 어머니는 익숙한 자세로 편안하게 안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그런데 지금 안고 있는 건 혹시···”
“후훗.”
내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묻자 어머니는 살풋 웃으시더니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나 또한 기대감을 품으며 조금씩 다가갔다.
곁에 있던 아델리아도 호기심이 섞인 표정으로 따라왔다. 뒤이어 어머니가 안정된 자세로 안고 있던 포대기를 스윽 내밀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우우.”
새로이 탄생한 가족이자 여동생, 릴리가 황금색 눈동자를 또랑또랑하게 뜨고 있었다.
생후 2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나 풍성한 붉은 머리카락과 함께 커다란 눈동자로 하여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을 실시간으로 뿜어내는 중이다.
귀여움. 깜찍함. 마지막으로 마음이 흐물흐물 녹아내릴 듯한 사랑스러움까지.
보기만 해도 환한 미소가 절로 지어질 정도다.
쪼옥- 쪽-
릴리는 나와 아델리아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자기 손가락을 쪽쪽 빨기 시작했다. 생후 2개월이 된다면 손가락을 그렇게나 빤다는데 사실인 것 같다.
그나저나 어쩜 이리 귀여울 수가 있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푸르다는데 릴리의 미모도 그렇다.
“아직 목은 혼자서 못 받치고 있는 거예요?”
“아직은 그렇지. 그래도 지금은 열심히 하고 있어서 아마 조만간 받치지 않아도 될 거야.”
“꺄우~”
나와 어머니가 대화하는 도중에 릴리가 옹알이를 하며 베시시 웃는다. 나는 물론이요 아델리아도 그 웃음을 보며 따라 웃었다.
아, 정말로 힐링이 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하마터면 손도 씻지 않고 릴리의 얼굴을 만질 뻔했으나 간신히 멈췄다.
우선 손부터 씻어야겠다. 겸사겸사 집무실에 계실 아버지에게도 인사하고.
“저 일단 손부터 씻고 올게요.”
“그러렴. 엄마는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크로스 경도 환복하고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우.”
가기 전에 옹알이를 한 릴리를 한 번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니지. 두 번 세 번 보고 나서야 발걸음을 떼었다.
한시라도 빨리 저 포동포동한 볼살도 쓰다듬고 싶고, 아기자기한 손도 만져보고 싶다. 당연히 저 작은 몸을 안아봐야지.
무엇보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검지 손가락을 내미는 것. 정확히는 릴리가 내 검지 손가락을 붙잡는 것이다.
릴리가 작디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꽉 붙잡는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얼굴이 어떨지 상상이 간다. 분명 흐물흐물해지겠지.
사실 언젠가 조카가 생긴다면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소원이었다. 전생에서는 외동에다가 친척도 없었으니 이루지 못 했으나 환생하고나서 이루게 되었다.
그렇게 중간에 아델리아와 헤어진 뒤, 싱글벙글하며 손을 씻기 위해 침실로 향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어?”
“아.”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만나게 되었다. 우리 영지에 루미너스 신전을 세워지게 된 원인, 케이트 추기경.
그녀는 갑주가 아닌 특유의 타이즈한 흰색 수녀복을 착용한 상태였다. 안 그래도 몸매가 특출나서 눈 둘 곳이 없었는데 전과 달리 기이한 아우라까지 느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코로 찔러들어오는 라일락 향기까지. 내 몸에서 나는 라일락 향은 익숙해졌으나 케이트는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에게 라일락 향은 나지 않았다. 그런데 헤어진지 불과 몇 달이 되었다고 진한 향기를 풍기는 중이다.
도대체 그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와 더불어 성스러운 아우라까지 내보이고 있으니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살짝 멍해졌다.
“안녕하세요, 아이작 님. 오랜만이네요.”
그사이 케이트는 성호를 그린 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인사에 나도 서둘러 정신을 차리며 떨떠름히 인사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케이트 씨.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루미너스님의 가호와 당신의 존재 덕분에 잘 지내고 있었답니다.”
“··· ···”
광신도적인 면모는 원래부터 있었으니 그렇다 쳐도 뒷말은 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내 존재가 뭐 어쨌다고.
그런 의미로 눈을 끔뻑거리자 케이트는 자애로운 미소를 띄면서 입을 열었다.
“당신이 알려주신 조언 덕분에 세이비어에 자리잡고 있던 기생충들을 모두 박멸시킬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뇨, 뭐···”
스포일러 사태를 말하는 건가. 나는 시선을 돌리며 뒷목을 긁적거렸다. 거기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기는 하다.
이미 루미너스를 통해 확답까지 받은 상황이었고, 만약 책을 냈다면 보나마나 숨어들었을 게 분명하니까.
그래서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전생의 속담을 이용해 넌지시 조언을 했을 뿐이다. 케이트는 그 속담의 뜻을 혼자서 파헤쳐 스스로 해결했을 뿐이고.
아무튼 이건 넘어가도록 하자. 케이트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긴 해도 궁금한 것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그나저나 케이트 씨가 왜 우리 저택에 있는 거예요?”
“마이샬 남작께서 성의를 베푸셨습니다. 당분간 저택에서 지내도 된다고 하셨거든요.”
“그렇군요.”
하긴 신전까지 올렸는데 이정도 성의를 베푸는 건 기본일 것이다.
“그럼 케이트 씨도 전시회에 참여하는 건가요?”
“네. 이 성스러운 땅이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악마 숭배자들에게 더럽혀지지 않도록, 제가 루미너스 님께 기도를 올려 이 땅 전체에 축복을 내릴 겁니다. 그러면 신성한 축제가 보다 더 안전하게 진행되겠지요.”
“··· ···”
케이트의 과격함과 광신도적인 면모가 동시에 들어있는 대답. 저걸 듣고 정신이 살짝 아득해질 뻔한 걸 간신히 추스릴 수 있었다.
어쨌거나 그녀의 말대로 축복이 내려진다면 전시회는 훨씬 안전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녀가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그 착각이 무엇인지도 모르니 일단 넘어갈 생각이고.
마음 같아서는 케이트와 더 대화하고 싶지만, 지금은 릴리가 우선이다. 이에 대화를 끝내며 그녀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럼 즐거운 전시회가 됐으면 합니다. 전 잠깐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도록 할게요.”
“알겠습니다. 저는 언제든지 준비돼 있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오십시오.”
그녀는 다시 한 번 성호를 그리더니 경건함을 담아 나에게 말했다.
“세상을 구할 빛이시여.”
“··· ···”
도대체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