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332
■ 331화. 25권 (1) □ ᓚᘏᗢ
내가 실존할 법한 이야기를 쓰더라도 어디까지나 역사를 기반으로 하기에 고증이 철저한 편이다.
이왜진이 연이어 터진 건 정말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쓰는 거라 어느 정도 참작의 여지가 있다.
문제는 그게 전부 다 정답에다가 세실리의 악마화처럼 말도 안 되는 억까를 당해버렸다는 것. 그래서 해탈한 마음에 내키는대로 집필했다.
하지만 ‘신화’는 좀 다르다. 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이며, 필멸자로서는 상상조차 못할 오래 전의 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 요한의 묵시록 등등.
신화는 최초의 철학이자, 가장 오래된 철학으로서 후대에게도 전달된다. 예로부터 다양하게 해석되었으며 다양한 창작 작품에 이용되었다.
물론 전생의 신화에 국한된 설명이다. 신화는 말 그대로 설화일 뿐, 실존했던 ‘역사’는 절대 아니다.
반면 이곳의 신화는 말 그대로 ‘역사’에 가깝다.
빛의 신 루미너스와 어둠의 여신 모라의 과거가 기록돼 있고, 그들의 어머니이자 자연의 여신, 히르트도 마찬가지.
전생처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여지는 있어도 그들의 역사는 명백히 실존하는 것이다.
그러니 신화를 부정한다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똑같다. 대신 너무 오래된 역사다 보니 학자마다 의견이 갈리는 편이다.
이는 실제 역사도 비슷하다. 역사는 객관적이지만 주관적으로 기록되는 법이니. 신화라 해서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각 종족의 기원, 정확히는 엘프에 대해 살펴보자. 엘프는 신의 축복을 받은 종족으로서, 태생부터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건 물론, 타종족보다 몇 배는 높은 마나 친화력까지.
정말로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말처럼, 그들은 몬스터가 난립하는 이 세상에서 최초의 문명까지 세웠다.
그렇다면 엘프의 기원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마족의 기원이 악마인 것과 반대로 엘프의 기원은 천사다.
백색의 날개를 가졌으며 아름다운 미모로 유명한 천사. 신화에 적힌 내용에 따르자면 천사는 신의 곁을 보필하며 때로는 강인한 전사가 되어 전선에 나선다.
하지만 역시 신화라 그런지, 과거를 뒤져봐도 천사가 등장했다는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3000년 전 악마 전쟁 당시 천사는 등장하지 않고 신들이 직간접적으로 도와줬다.
그렇다면 엘프의 기원이 천사라면서 어찌하여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도 신화에 담겨있다. 신에게 반기를 들어 모두 지상으로 추방당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청렴결백한 천사여도 신력은 욕심이 났던 모양이다. 인간적이라면 인간적이라 할 수 있겠지.
그리하여 자랑이자 상징이었던 날개를 잃고 지상으로 추락해 새로운 종족이 탄생하게 되니, 그 종족이 바로 엘프다.
여러모로 교만에 어울리는 엘프답다면 엘프다운 신화다. 때문에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신화를 굳게 믿고 있다.
‘정말로 스스로 날개를 뜯고 지상으로 강림한 거예요?’
하지만 루미너스의 긍정 아닌 긍정을 듣고 정신이 어질어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라니, 대체 뭐가 맞는 신화인지 도통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설마 신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고, 대체 무슨 의미로 저런 말을 한 것일까.
[그건 확답을 해줄 수가 없구나.]‘어째서죠?’
[둘 다 맞기 때문이란다.]‘······예?’
이건 또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반기를 든 것도 사실이고 스스로 날개를 뜯은 것도 사실이라니.
루미너스는 어안이 벙벙한 내 감정을 알아차렸는지 특유의 수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천사가 우리에게 반기를 든 건 사실이란다. 다만 반기를 주도한 천사는 모조리 소멸당했지.]‘그럼 남은 천사들은······’
[스스로 날개를 뜯고 지상으로 강림했단다. 우리는 한사코 말렸지만 그들은 자기자신들에 대한 벌이라며 거부했지. 우리가 굽어살피는 지상을 더 이롭게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형제들의 욕심으로 인해 더럽혀질 뻔했던 땅으로 떨어졌단다.]‘오······’
확실히 신에게 직접 들으니 좀 더 멋진 스토리가······ 아니라 이게 왜 진짜일까. 나는 감탄도 잠시 황당해질 수밖에 없었다.
늘 말하지만 루미너스와 모라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본인의 신성이 뭉텅이로 깎여나간다고.
설령 최악의 결과가 도출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 하시는 건 아니죠?’
[아니란다.]그래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째서 신화에는 천사가 추방당했다는 기록만 존재하고 있는 거지.
이런 내 의문을 읽었는지 루미너스가 온화한 목소리로 설명해줬다.
[그것도 간단하단다. 필멸자들 눈에는 그리 보일 수밖에 없었거든. 날개를 뜯고 지상으로 강림한 천사는 모조리 기억을 잃었으니까. 단지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기억만 있을 뿐.]‘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지상으로 떨어진 천사들은 최초의 ‘필멸자’이기도 했다. 그때는 종족이고 뭐고 없이 엘프와 몬스터밖에 없었다.
아마 전생의 인류와 비슷했을 것이다. 다른 점은 무지막지하게 긴 수명과 최초의 인류보다 훨씬 강한 능력.
이후로 시간이 흐르고 흘러 다양한 종족이 등장하고, 종족의 수를 불린 엘프가 최초의 문명을 이룩했다.
1000년이나 달하는 수명으로 인해 다른 종족이 진화를 거치는 동안 그들은 인구를 증가시키는 것조차 느릿느릿했다.
[대신 시간이 흘러도 사명만큼은 가슴 속에 깊이 담겨있었지. 우리가 관조하는 세상을 이롭게 만들어라. 그것이 우리가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이자 교만의 대가다.]‘확실히 엘프답다면 엘프다운······ 잠깐만요.’
저것도 내가 25권에 쓴 말인데. 나는 깜짝 놀라 몸을 크게 흠칫거렸다.
그사이 루미너스는 어디가 뿌듯해 하는 목소리로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정말 훌륭한 글귀로구나. 실제로 그 사명을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만 ‘지배’에 관심이 없던 걸 보면 여러모로 납득이 가기도 하고.]‘아니. 고작 필멸자가 쓴 글인데 신화를 그렇게 막 다루어도 되나요?’
[그게 더 명예로워 보일 것 같거든. 그리고 신화는 내가 아니라 너희 필멸자들이 작성하는 거란다. 나는 아무런 권한도 없지.]‘신화를 부정하면 천벌이 내린다고 했잖아요.’
[그건 우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니까. 너도 알다시피 역사는 주관적이잖니? 신화도 다를 게 없단다.]음. 역시 신이라서 그런지 그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군. 하나 하나 정론이라 돌파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신화라면 루미너스를 포함한 신들도 바로 부정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어찌 보면 이왜진이 맞긴 하다. 반 정도 맞지만 문제는 그것이 ‘숨겨진 역사’라는 것.
심지어 어찌하여 엘프가 신들의 축복을 받았는지 명쾌히 설명할 수 있어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설마 루시퍼처럼 실제로 날개가 달리진 않겠죠?’
나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제일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했다.
25권이 전쟁의 서막과 동시에 엘프의 기원을 설명한다면, 26권은 루시퍼가 직접 그 날개를 달고 등장한다.
비록 신화에 나온대로 백색의 날개가 아닌, 검은색 물감으로 칠한 듯한 날개이나 어쨌든 같은 날개다.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냐면 세실리의 악마화 때문이다. 이왜진을 아예 직접 창조해내는 수준에 다다르니 매우 두려워진다.
실제로 날개를 펼친 루시퍼도 본인이 직접 엘프를 다시 천사로 승격시켜줄 거라며, 천상으로 올라가 신들을 끌어내릴 거라고 선언한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마족은 피와 마나에 악마의 힘이 섞인 반면, 엘프는 아니거든. 게다가 날개도 우리 같은 초월자에게만 허락된 ‘신체(神體)’란다.]신체 즉, 신의 육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필멸자인 이상 날개를 절대 달 수 없다는 뜻.
다행히 책 속의 루시퍼도 일종의 편법을 통해 날개를 얻은 거고, 그것조차 반쯤 완성된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면 혹시 필멸자가 초월자가 될 가능성은 없는건가요?’
[사실상 전무하단다. 극히 드문 확률로 초월자가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우리 세상에는 없었단다. 네가 살던 지구에서는 많지만.]‘지구에서는 많았다고요?’
[그래. 가장 큰 예로 부처와 예수가 있겠구나.]단번에 이해가 가는 대답이다. 그나저나 지구에 부처님과 예수님이 실존하셨구나. 이건 처음 알았네.
아무튼 그분들만한 업적을 세우거나 깨달음을 얻지 않는 이상 초월자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이거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겸사겸사 소재도 얻고.’
어마어마한 업적을 쌓고 그에 따른 깨달음을 얻어 초월자가 된 필멸자. 가끔 무협을 보면 ‘신선’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과 비슷한 예이지 않을까.
나는 루미너스로부터 다양한 확답을 얻은 후에 약간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 세실리의 악마화처럼, 모라가 없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만든 케이스가 있었으니.
물론 모라도 그때 당시를 기준으로 말한 거라 약간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네가 조심해봤자 뭘 할 수 있겠니? 그냥 사건이 터져도 전부 받아들이렴.]‘너무하시네요. 그래도 신성력은 주실 거죠?’
[물론이지. 혹시 이참에 정식으로 내 신도가 되는 건······]루미너스가 은근슬쩍 본인이 원하는 걸 꺼내려던 찰나.
[야! 어딜 감히······!]느닷없이 모라의 목소리가 뇌리에 울려퍼지더니 동시에 연결이 끊겼다.
나는 연결이 끊기자마자 곧바로 눈을 뜨며 앞을 쳐다봤다. 본래 황금색의 빛무리가 일렁여야 할 석상인데 현재는 아무런 빛도 없었다.
보아하니 모라가 난입할 기미를 느끼자마자 루미너스 쪽에서 황급히 끊은 모양이다.
전에 루미너스가 말했듯이 제아무리 나라고 한들 루미너스와 모라를 동시에 접신한다면 정신에 무리가 간다고 했으니.
‘그런데 의외로 괜찮은 것······’
주륵-
그 생각을 하자마자 코에서 무언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설마하며 손등으로 닦아내니 아니나 다를까.
새빨간 코피가 내 손등에 물감처럼 칠해져 있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뇌에 무리가 왔다는 뜻.
‘······역시 난 평범한 사람이 맞긴 한 모양이네.’
일단 밖에 나가서 휴지부터 찾아야지.
그로부터 1시간 정도가 흘렀을 때.
“끄응······ 콜록. 콜록.”
“괜찮아? 갑자기 왜 열이 나는 거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신전에 갔다 온 걸 빼면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는데······”
“혹시 스트레스 때문인가?”
짧은 시간에 열이 급속도로 오르더니 결국 끙끙 앓기 시작했다. 무당이 받는다는 신내림이 이런 거지 싶다.
‘여태까지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악마 숭배자들보다 큰 업적을 세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