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343
■ 342화. 이불 밖은 위험해 (2) □ ᓚᘏᗢ
아버지가 직접 찾아온다는 소식에 당혹스러웠지만, 자세히 파고들면 납득이 간다.
먼 친척도 아니고 자기 아들이 악마 숭배자 때문에 위험할 뻔했고, 그걸 계기로 무술을 배우겠다는데 누가 거부하랴.
특히 우리 아버지는 천성 무골이시라 무예를 가르치는 걸 좋아하신다. 어릴 적의 내가 너무 나약해서 포기하신 거지, 지금도 꾸준히 무술을 연마하는 분이다.
이런 이유들이 합쳐져 소식을 듣자마자 아카데미로 달려오신 거고. 날마다 쌓이는 서류 작업을 하기 싫은 것도 있겠다만 위의 이유가 더 크다.
신체 단련은 지금까지 꾸준히 한 덕분에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아버지에게서 무술만 배우면 끝이다.
거창한 깨달음을 얻거나 그에 따른 명예도 필요없다. 그냥 방패가 모두 사라졌을 때 최소한의 저항을 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알겠다. 그럼 급소를 정확히 노려 제압하면 되겠구나.”
“예?”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그 저항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나는 근엄하게 팔짱을 낀 아버지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버지는 답신을 보내자마자 하루만에 아카데미로 찾아오셨다. 저택에도 마법사가 배치돼 있기에 가능한 일.
이후로 내 이야기를 진중하게 듣고 꺼낸 말이 바로 저것이다. 나에게는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달리라는 말처럼 들린다.
내가 아무리 무예에 문외한이라 해도, 급소를 정확히 노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재능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그······ 아버지? 전 저항이라 말씀드렸지, 제압이라 말하진 않았어요.”
“널 노리는 거면 분명 쉽지 않은 상대일 텐데 저항이 가능할 거라 생각하느냐? 차라리 급소를 노려 일시적으로 이탈을 시키거나, 아예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게 효율적일 거다.”
“··· ···”
다른 사람도 아니라 경험자의 말이라서 더욱 와닿는다. 아버지의 말씀처럼 나를 노리는 자들은 분명 범상치 않은 자들일 터.
아카데미에서 마법을 사용했던 악마 숭배자처럼,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기습을 받을 수도 있다.
설사 기습에 실패해도 기본적인 무력이 출중할테고, 최악의 경우 강경파 마족도 섞여있을 가능성도 있다.
“······알겠어요. 그러면 가문에서 알려주는 무술이 아니라, 말 그대로 호신술을 가르쳐주시는 거죠?”
“호신술이랑은 거리가 멀지. 이건 엄연한 군용 무술이니까. 마음 같아서는 가문의 비기까지 알려주고 싶지만······”
아버지는 정말 아깝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셨다. 가공하지 않은 원석을 보는 듯한 황금색의 눈동자.
나는 그 눈빛에 민망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비리비리했던 옛날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신성력까지 있어 하드웨어 자체는 기사급이다.
여기에 잘 설계된 소프트웨어까지 추가시킨다면 필히 훌륭한 기사가 될 수 있겠지. 허나 당장 그럴 생각은 없다.
‘천성이 글쟁이라.’
운동을 하는 건 정말로 살기 위해서, 그리고 나와 밤일을 치른 여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내가 선택한 일에는 끝까지 책임을 지기 위해 단련할 수밖에 없다.
이걸 제외하면 나는 몸을 움직이는 활동과 거리가 먼 편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무기를 손에 쥐고 사람을 해치는 걸 꺼려하는 편이다.
지금 배우는 무술도 악마 숭배자라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 때문이지 만약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운동만 하고 끝냈을 것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배워볼게요. 아버지 아들인데 안 배우는 것도 이상하니까요.”
“알겠다. 사실 비기라고 할 것도 없단다. 그냥 적당한 배틀액스를 하나 구하고, 그걸 휘두르면 끝이거든. 애당초 검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도끼고.”
말은 쉽지. 여태까지 아버지를 포함한 데이브와 니콜을 보며 저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건지 알고 있다.
아버지의 설명처럼 도끼가 도검류보다 사용이 쉬운 건 진실이다. 무게 중심이 날에 쏠려있어서 사용법이 제한돼 있는데다가 운영 방식 또한 단조롭다.
그러나 그건 야만인처럼 무식하게 사용할 때의 이야기지, 우리 가문은 다르다. 무기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체술까지 섞어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더군다나 도끼 특유의 강력한 일격으로 인해 상대가 ‘방어’를 하게 되는 순간 승리로 직결된다. 설사 가까스로 방어해도 특유의 강타로 인해 균형을 잃는다.
다시 말해 상대방은 방어하는 순간 패배에 가까워지고, 공격을 하나 하나 다 피하거나 흘리면서 주도권을 잡아야 된다.
숙련된 검사가 ‘모르면 맞아야지’를 실현한다면, 우리 가문은 ‘막으면 뒤진다’를 몸소 보여준다. 심지어 전혀 굼뜨지 않고 속도도 빠르다.
“아무튼 너에게 무술을 알려주기 전에, 이것 하나만큼은 명심하거라. 크로스 경을 비롯한 호위가 너를 지켜주겠다만, 만약 너 혼자 있는 상황이 온다면 무조건 도망쳐. 싸울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너의 체력과 지구력을 믿고 끝까지 도망쳐라. 그것이 무술과 거리가 먼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니까.”
“제가 과연 도망칠 수 있을까요?”
“완전히 벗어나는 건 어렵겠지. 하지만 운이 좋으면 벗어날 수도 있고 암습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란다. 기습은 제아무리 뛰어난 실력자여도 큰 효율을 발휘하니까.”
아버지는 실습에 들어가기 전 여러가지 조언들을 해주셨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했기 때문인지 하나 하나가 경험이 묻어나왔다.
원래 이런 것도 조언이 아니라 실습을 통해 얻어야 되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게 아쉽다.
만약 이런 미래를 알고 있었다면 진작부터 했겠지. 제논 일대기부터 인기를 끌 줄 몰랐는데 미래는 오죽할까.
그렇게 잠자코 듣다보니 어느새인가 사람의 급소는 어디에 있는지 세세하게 가르쳐주셨다.
모두 알만한 부위부터 시작해서 나조차도 모르는 곳까지. 한 대만 제대로 들어가도 목숨이 위험한 곳도 있다.
그리고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라 중간에 질문했다.
“아버지. 질문 하나 있어요.”
“질문은 언제든지 해도 된다. 질문이 무엇이니?”
“음…”
나는 질문을 하기 전,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아델리아를 힐긋거렸다. 그녀는 메이드복이 아니라 활동하기 편한 운동복 차림이다.
마리는 오늘 할 일이 있다고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니 세실리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세실리도 내가 악마 숭배자로부터 위협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곧바로 연락을 보냈다.
마음 같아서는 한 걸음에 달려가고 싶으나 나의 안정을 위해서 가만히 있던 거라고.
‘화살을 쏜 사람도 가르츠라는 걸 알게 됐고.’
어쨌거나 할 말은 해야겠지. 나는 아델리아로부터 시선을 돌려 아버지에게 하고픈 질문을 걸었다.
“그런 암묵적인 룰이 있는 건 모르겠는데, 남자의 고환을 가격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아서요. 약간의 충격으로도 큰 효율이 나타날 텐데.”
“뭔가 이상하면서 납득이 가는 질문이구나. 참고로 덧붙이자면 그곳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급소다. 생식기라 감각이 몰려있기 때문이지.”
아버지는 내 질문에 피식 웃으시며 보충해주셨다. 남자는 노출 면적이 여자보다 넓어서 더 심한 고통을 동반하는 거라고.
“그곳을 노리는 건 의외로 기습적인 상황에서만 통한다. 사람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는 본능 때문에 생식기가 노려진다면 자연스레 뒤로 물러나거든. 차라리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눈을 노리는 편이 나을게다.”
“그렇군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만약 흙이 있다면 눈 쪽으로 던져버리렴. 시야를 일시적으로 빼앗겨서 틈을 만들 수 있을 테니. 꽤 유용하게 쓸 수 있을게다.”
정말로 ‘생존’에 특화된 것들을 알려주시는 아버지다. 나는 하나 하나 정성스레 필기하면서 그의 설명을 경청했다.
허나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고, 이렇게 듣기만 해봤자 실전에 쓰지 못 하면 의미가 없다.
물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거나, 눈에 모래를 뿌리거나 하는 행위는 쉬워서 괜찮다. 내가 습득해야 할 건 급소를 정확히 찌르는 것.
제아무리 강자여도 급소가 적중당한다면 빈사 상태까지 몰릴 수 있으니 반드시 터득해야 된다.
“그럼 실습에 들어가기 전에, 크로스 경.”
“예.”
아버지의 부름에 아델리아가 무언가를 들고 오더니 우리 쪽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이윽고 그녀가 들고 온 물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모양은 다르지만 저택에서도 자주 봤던 거다.
“이걸로 연습하는 건가요?”
“그래. 이걸 통해서 기본적인 무술을 알려줄게다.”
무술 연마에 자주 쓰이는 목각 인형이었다. 저택에서는 짚으로 가득 채운 허수아비를 사용하나 아카데미는 목각 인형을 사용한다.
당연히 내구성이 뛰어난데다가 부러져도 금방금방 새 것을 받을 수 있다. 이건 공용 연무장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이걸 통해 급소가 어디인지, 그리고 무기마다 어디를 공격해야 되는지 알아보자구나.”
“맨손일 때는 어떡하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도망치는 게 좋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쥐어서 후려쳐도 되고, 정 안 되면 나뭇가지를 주워 날붙이로 써. 기본적인 체술도 가르쳐주겠다만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야 할테니까.”
체술이라······ 기본적인 입식 타격부터 레슬링 같은 그래플링 기술까지 배우자니 머리가 아득해진다.
특히 레슬링은 거진 필수라고 봐야하는데, 레슬링만큼 실용성이 높은 체술은 거의 없다.
전생은 물론이고, 이 세상의 기사들은 레슬링을 기본 체술로 습득하고 있다.
마나의 존재 덕분에 바위를 베고, 나무를 쪼개는 괴수들이 있다지만 그들도 바닥에 누워버리면 게임은 끝이다.
단, 필연적인 접근 때문에 실전에서 잘 쓰이진 않지만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야하는만큼 마지막 발버둥인 셈이다.
“그럼 실습에 나가기 앞서, 무기부터 정하는 게 좋겠다. 호신용에 가까우니 단검이나 손도끼, 그리고 메이스 정도가 괜찮겠지. 너는 무엇을 선호하느냐?”
단검이 제일 낫지 않을까. 각자 뚜렷한 장점이 있으나 단검만큼 범용성이 넓은 무기는 잘 없다.
이에 단검이라 말하려던 찰나, 아버지는 무언가 놓친 게 있으셨는지 뒤늦게 말을 바꾸셨다.
“아니. 하나만 배우는 것보다 차라리 다 배우는 게 낫겠구나.”
“예?”
“정확히는 단검과 둔기류만 가르칠 거란다. 이거 두 개면 굴러다니는 막대기를 써도 괜찮겠지.”
“··· ···”
이불 밖은 위험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계속 이불 안에만 숨어들 수는 없는 법.
“이게 다 너를 위한 일이란다.”
“······알겠습니다.”
이불 밖으로 나가기 위한 여정은, 오늘부터 시작됐다.
* * *
아이작의 훈련이 시작되면서 호크는 가장 먼저 무기 사용법에 대해 알려줬다.
둔기는 그냥 단순히 휘두르기만 하면 끝이지만, 단검은 파지법이 따로 있어서 설명은 필수였다.
단검도 진검이 아니라 나무로 제작한 목검이라 안정성은 보장돼 있다. 다만 문제는 아이작에게서 나왔다.
아이작은 과거, 기초 훈련만 받고 무기는 단 한 번도 손에 쥐지 않았다. 몸보다는 머리가, 무기보다는 책이 더 가까웠던 귀족이다.
하지만 호크는 데이브와 니콜에게 가르침을 내리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인물. 더군다나 장검도 아니고 단검은 가르치기 쉬운 편에 속한다.
때문에 아이작도 금방 습득할 수 있었으며, 머지않아 목각 인형을 통해 연습할 수 있었다.
훈련의 내용은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얻는 몸놀림. 언제 어디서든 기습을 당했을시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훈련이다.
“혹시 이것만 가르치실 건가요?”
아이작이 목각 인형을 열심히 치고 있는 동안, 호크의 곁으로 다가온 아델리아가 슬그머니 물었다.
아델리아가 보기에 ‘일반인’ 기준으로는 충분한 호신술이지만, 아이작의 위치를 고려하자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아이작을 노리는 악마 숭배자의 실력은 결코 만만치 않았으니까. 지난번에는 한 눈을 팔았다지만 감지조차 하지 못 했다.
그나마 후속 조치를 빠르게 해서 망정이지, 괴인이 화살을 적중당하지 않았더라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이걸로는 한참 부족하지. 악마 숭배자는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니까 말이야. 최소한 짐이 되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가르칠 계획이다.”
“남작님이 보시기에 아이작 님의 재능은 어떻죠?”
“내 눈이 높아져서 그런지 몰라도, 썩 좋은 편은 아니야. 아내를 닮아서 기본적인 근력은 괜찮다만 나머지는 썩 좋다고 할 수는 없지.”
장남 데이브가 호크의 모든 것을 물려받고, 장녀 니콜은 호크의 재능과 안나의 미모를 물려받았다.
마지막으로 아이작은 호크의 신체를 물려받았으나 그 외에는 전부 안나를 닮았다.
물론 안나도 일반인과는 거리가 먼 근력을 가진데다가 부창부수라고, 호크와의 결혼 이후로 더욱 강해져 일반인이라 하기에는 애매하다.
맨손으로, 그것도 신체 강화없이 과일을 우그러뜨렸던 걸 보면 상기하자. 결코 일반인이라 할 수 없는 근력이다.
하지만 무예와 관련된 재능은 말 그대로 일반인에 지나지 않았다. 제논 일대기의 주인공, 제논처럼 스펀지마냥 빨아들이지는 못 했다.
“대신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집중력이 있어. 하물며 최악의 상황에서는 몸보다는 머리를 써야 돼. 그러니 잘 가르치기만 한다면 문제는 없을게다.”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너희를 습격했던 악마 숭배자. 그 놈은 강했느냐?”
악마 숭배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아델리아가 몸을 움찔거렸다. 돌발 상황으로 인해 한 눈을 팔았다지만 하마터면 아이작이 크게 다칠 뻔했으니.
때문에 그녀는 정말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강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놈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 했습니다.”
“암습에 특화된 놈이었던 모양이구나.”
“죄송합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한 바람에······”
“아니.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걸 계기로 더 발전하면 되니까. 사실 이곳에 온 이유도 아이작의 부탁도 있지만 너도 포함돼 있단다.”
아델리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답신을 받고나서 짐작했던 부분이다.
악마 숭배자가 대놓고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전처럼 암살자를 보낼 게 뻔하다.
자신은 아이작을 보호할 수 있어도 감지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이걸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호크의 특훈은 필수적이다.
“감지 기술을 하나 알려주마. 현역이었을 때 유용하게 쓰이던 거지.”
“그게 무엇이죠?”
“나도 이름은 모른다. 다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가, 무엇을 할지 예측할 수 있지. 현역이었을 때 우연히 얻은 힘이다. 국경에서 동료들이 다 죽어나갈 때 살아남았던 이유도 이 힘 덕분이지.”
만약 아이작이 들었다면 그거 견문색 아니야? 라고 생각할 법한 능력이다. 기척을 파악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힘.
듣기만 한다면 사기적인 능력이었으나, 호크가 가르쳐주지 않았던 이유가 이어서 나왔다.
“하지만 정신에 가해지는 부담이 심하다는 게 문제지. 중간중간 적절한 휴식을 취한다면 모를까, 나는 하루하루가 전투의 연속이라 상시유지를 할 수밖에 없었어. 심지어 예측을 하더라도 동료들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건 막을 수 없었지. 내가 일찍 은퇴한 것도 이 때문이고.”
“··· ···”
“네가 원한다면 가르쳐 줄 용의는 있다. 만약 부담이 간다면······”
“상관없습니다.”
호크가 미처 말을 끝내기 전에 아델리아가 잘라버렸다. 이에 호크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청명하게 빛나는 하늘색 눈동자는 호수처럼 고요했다. 두려움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작 님이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게 있을까요.”
“······그거면 됐다.”
그 대답에 호크는 만족하며 아델리아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렸다. 이렇게 든든한 호위가 있다면 믿고 가르쳐도 되겠지.
‘그나저나······’
뒤이어 호크는 훈련에 열중하는 아이작에게 시선을 옮겼다.
집중에 완전히 빠져들었는지 이곳의 이야기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다.
‘정말로 제논 일대기를 쓴 이유가 순전히 취미 때문인가?’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레 든 의문이다. 아내, 안나는 별 생각없이 넘어갔으나 온갖 경험을 겪은 호크는 다르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한다면, 어찌 하여 신들마저 아이작의 명성을 높혀주는 것인가.
게다가 아이작은 어렸을 때부터 의젓하고 조숙한 면모를 많이 보였다. 처음에는 성격이 특이하구나~ 라며 넘어갔다만 곰곰히 되새기니 의심스러운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바깥은 거의 나가지도 않았는데 세상 일을 아는 것도 그렇고.’
아버지인 자신이 이런 말 하기에는 미안하나, 아이작은 저택 밖으로 나간 적이 거의 없다. 인간 관계조차 매우 협소하다 못해 전무했던 외톨이.
그런 외톨이가 순전히 상상력만으로 그런 방대한 이야기를 그러낸다? 아무리 책벌레라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다.
‘정말로 미래인이라도 되는 건가?’
호크의 의심은 점점 깊어져만 갔고.
‘정작 본인은 악마 숭배자에게 무감각했단 말이지. 아니면 일부러 끌어들인 건가? 자신에게 해를 끼친 악마 숭배자의 정보를 얻을 수도 있으니.’
방향은 이상해도, 정답 아닌 정답에 서서히 근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