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354
■ 353화. 천기누설 (1) □ ᓚᘏᗢ
알븐하임이 나에게 준 선물은 정말로 만족스러웠다. 포장도 매우 훌륭하고 그 내용물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비록 선물을 받는 중간에 사고가 터져 위험한 순간도 있었으나 잘 해결됐다.
반대로 그 덕택에 아르웬의 숨겨진 성욕을 일깨워 더 화끈한 첫날밤을 가질 수 있었다.
오죽하면 마리와의 첫날밤이 생각됐을 정도이니 내가 얼마나 만족했는지, 그리고 또 흥분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서로 체급과 체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탓에 내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수준이었다.
틈만 나면 기절하고, 다시 깨워도 도중에 기절하여 여간 합을 맞추기 어려웠으니.
아르웬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말 그대로 ‘선물’로 취급해달라고 애원했다. 혼자 만족하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 한다면서.
덕분에 서로가 서로에게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밤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나는 국서 취급을 받는 거야?”
꼭두새벽까지 이어진 정사가 끝나고 다음 날이 되었다. 다음 날이라 해봤자 오전 내내 잠을 청했다.
이건 오후가 되도 다를 건 없었다. 첫날밤의 여운으로 아르웬이 시도때도 없이 졸았으니.
게다가 일어나지도 못하여 하루 내내 침대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다.
정무를 보기는커녕 제대로 걸어다닐 수도 없어서 한동안 휴일을 가질 예정이다.
“그건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나는 그대를 위한 선물이었으니. 사실상 여왕인 나보다 높다고 볼 수 있지.”
“그 정도야?”
“알븐하임을 선물했으니까 당연한 것이니라. 혹시 국서로 대우 받고 싶은 것이냐?”
침대에 누워있던 아르웬이 눈을 반짝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은회색 눈에는 은근한 기대가 담겨있다. 보아하니 개인적인 소망으로 추정된다.
“음······ 솔직히 나는 괜찮아.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는 게 흠이지만 다들 넘어가주겠지.”
“저, 정말인 게냐?! 그러면 당장······!”
“그런데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과연 넘어갈까? 특히 세실리 누나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걸?”
기뻐하던 것도 잠시, 세실리를 언급하자마자 곧바로 수그러든다.
아르웬에게 세실리는 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가장 큰 적이다.
그러니 내가 알븐하임의 국서로 대우받는 순간 세실리 쪽에서 또다른 폭탄을 터트릴 수 있다.
“······그렇구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건 내 개인적인 부탁이었으니 못 들은 척 해다오.”
“이미 첫날밤까지 치렀는데 그런 소망은 당연한 거야.”
“흐응······”
길쭉한 귀를 만져주며 위로하니 아르웬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마치 새끼 고양이가 골골거리는 것 같다.
이처럼 침대에만 누워있으니 신혼 부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아르웬은 언제쯤 일어날 수 있을까.
식사는 수행원이 직접 갖다 줘서 괜찮지만 씻으러 갈 때가 난관이다.
알븐하임의 여왕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그 고리타분한 엘프의 전통 때문인지 몰라도 침소와 욕실의 거리가 떨어져 있으니.
어찌하여 배치를 이딴 식으로 했는지 물어보니까 그 욕실에서 나오는 물이 생명의 샘과 연결돼 있단다.
그러니까 첫날밤을 치르기 직전에 내가 씻었던 생명의 샘이다. 전통에 목매는 엘프답다면 엘프답다.
‘안고 갔을 때 정말 부끄러웠지.’
그래서 아르웬을 욕실까지 직접 안고 갔다. 수행원이 그녀를 안고 갈 수 없는 노릇이니 나만 가능한 일이다.
욕실로 향할 때 엘로디아의 고용인들이 보냈던 시선들이 떠오른다. 전에도 말했듯이 선물 사태는 아르웬이 아니라 알븐하임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
또한 아르웬이 걷지 못한다는 건 첫날밤을 치렀다는 증거이며, 다시 말해 내가 선물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들로서는 기쁘기 그지 없겠지만, 막상 그 시선을 받는 나로서는 다소 부끄러웠다.
“흐응······”
한편 그 사이 아르웬은 나에게 귀를 만져지면서 귀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족의 뿔처럼, 엘프의 귀를 만지는 건 마음을 완전히 연 상대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또한 약점이라 대놓고 광고하고 있는 만큼 감각이 몰려있어 이런 사소한 자극만으로도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아르웬.”
“으응······ 말하거라.”
“앞으로 너는 어떻게 되는 거야?”
엘프는 나에게 알븐하임의 상징 그 자체인 아르웬을 선물해줬다. 간단히 말해 그녀는 내 소유인 것이다.
물론 내가 진짜로 그녀를 노예처럼 부리는 건 절대 아니다. 오직 이어졌다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
그러니 아르웬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궁금해졌다. 나와 첫날밤을 치른 만큼 전보다 편한 생활이 이어질까, 아니면 복잡한 미래가 펼쳐질까.
“그대와 이어졌으니 아마 제논의 여자라 공표되겠지. 그것만 해도 편해지면 편해지지, 문제가 터질 일은 없을 것이다.”
“악마 숭배자는? 그들이 널 위협할 수도 있잖아.”
“하. 그깟 악마 숭배자에게 내가 질 것 같으냐?”
하기야 아르웬은 체력이 저질일 뿐이지, 마법사로서의 소양은 매우 깊다.
간단한 손가락 튕기기만으로 텔레포트를 하거나 허공에서 물건이 튀어나올 정도인데 과연 누가 그녀를 해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그녀의 곁에는 든든한 다크 엘프까지 있으니 당장 보이는 위협은 없을 것이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답한 아르웬을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빙긋 웃었다. 문득 장난기가 돌았다.
“나한테는 계속 졌으면서.”
“그, 그건······! 그건 이야기가 다르잖느냐!”
장난기가 가득 묻어있는 내 말에 아르웬이 펄떡거리며 외쳤다. 하지만 하체가 제 구실을 못하여 상체만 파닥거린다.
실제로 아르웬의 체력은 낮은 편에 속한다.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엘프여도 태생적인 스펙 자체는 인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 스펙을 씹어먹는 마나 연공 및 마법 능력이 있어서 그렇지.
이건 아르웬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녀가 전사였다면 모를까, 마법사여서 체력이 심히 낮을 수밖에 없다.
덕분에 첫날밤부터 몇 번이나 기절했는지 모른다. 매번 깨어나긴 했지만 계속 기절하는 바람에 약간 난처했다.
아, 물론 난처했을 뿐이지 전혀 힘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체력은 길러야 되지 않을까?”
“흥. 체력을 기를 바에야 책 한 권을 읽는 게 더 낫지.”
지극히 마법사다운 사고 방식이다. 나는 얼굴을 붉게 물든 아르웬이 토라지자 미소를 지었다.
아르웬에게 체력을 기르라는 충고는 따로 할 생각이 없다. 그녀도 그녀 나름의 루틴이 있을 테니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그녀보다는 나를 먼저 걱정해야 된다. 체력을 길러야 하는 사람도 나고, 악마 숭배자의 타겟 0순위도 나니까.
나는 아르웬의 귀를 살살 만져주다가 옆을 바라봤다. 그녀가 베고 있는 베개 위에는 황금빛의 씨앗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모두 알다시피 세계수의 씨앗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일단 저건 아르웬에게 맡기기로 정했다.
곧바로 영지로 돌아갈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관리를 맡겨야 하는지 제대로 정하지도 않았으니.
‘히르트 님도 참 사람 곤란하게 만드시네.’
그래도 그만큼 나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다는 증거이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창조신 직위에 있는 자연의 여신에게 축복까지 받았는데 그 누가 불만을 품으랴.
오히려 분쟁의 여지가 남아있는 루미너스와 모라 사이를 중재시키는 현명한 처사다.
‘그런데 뭐 하나 물어보려고 했는데 뭐였지?’
나는 황금빛 씨앗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그녀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 하나 있었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그닥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으니 괜찮지 않을까.
정말 중요한 질문이었다면 수첩에다가 기록까지 했을 텐데 그런 것조차 없었다.
내 성격상 흥미롭거나 심각한 사안이면 바로 바로 노트에 기록했을 테니.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중요한 건 이 시간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다. 나는 엎드린 채 귀 마사지를 받고 있는 아르웬을 내려다 봤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렸지만 현재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없는 나체다.
감기에 걸릴 수도 있어서 가볍게나마 입으라고 권유했으나 엘프는 감기 따위 걸리지 않는다고.
실제로도 맞는 말이 말인데다가 아르웬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아 순순히 따랐다.
“아르웬.”
“으응?”
“혹시 내가 언제쯤 돌아갔으면 좋겠어?”
마리, 세실리, 아델리아 이 3명은 방학이라는 시간이 있어서 길게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학기 도중에 나온 거라 시간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난감했다.
물론 돌아가봤자 곧바로 조교직으로 복귀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에게 수련을 받겠지.
그래서 먼저 권유한 것이다. 내가 언제쯤 돌아가면 되냐고.
아르웬도 내 말 뜻을 알아차렸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치다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은회색 눈동자에는 아쉬움과 은근한 기대감이 포함돼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그대의 얼굴을 보고, 밤에는 그대와 키스하며 정을 나누고 싶다.”
“··· ···”
“하지만 그건 욕심이겠지. 무엇보다 그대의 곁에는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니니까. 나도 여왕으로서 정무에 나서야 되고. 그러니······”
아르웬은 조금 망설이더니 본인이 원하는 바를 꺼냈다.
“조금만 욕심을 내도 되겠느냐?”
“얼마나?”
“일주일.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욕심이니라.”
일주일이라······ 솔직히 한 달 정도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더 짧았다.
사적으로 욕심을 낸 적이 거의 없는 건지, 아니면 절제를 한 건지 몰라도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이 지나면 그녀는 알븐하임의 여왕이 되어야 했으니. 나는 귀가 아닌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져주며 입을 열었다.
“일주일이면 충분해? 정말로?”
“그대도 바쁘니까. 대신 이후에도 자주 찾아올 수 있겠느냐?”
“네가 연락하면 되지 않을까?”
“매일 매일 할 것 같아서 그렇다.”
얼굴만 빼꼼 내밀고 대답하는 아르웬의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나는 그녀의 말랑말랑한 뺨을 꼬집거나 쓰다듬는 등. 애정 표현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그럼 그때까지······”
“크흠.”
내가 뒷말을 흐리자 아르웬이 헛기침을 했다. 그와 동시에 새하얀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다.
물론 오늘은 첫날밤의 후유증으로 못할 것이다. 그건 배려가 아니라 욕정을 배출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후는 달라지겠지만. 아르웬은 뺨을 발그레 물들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거다만······ 다른 여자들도 이랬느냐?”
“마리가 너랑 비슷했어. 세실리 누나랑 아델 누나는 둘 다 신체적으로 강하잖아.”
“그렇구나. 그래도 난 체력을 기를 생각은 없다.”
“그 정도면 그냥 운동을 싫어하는 거 아냐?”
“내가 약한 게 아니라 그대가 비정상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심지어 어제는 히르트 님의 축복까지 받았잖느냐.”
“그런가?”
하긴, 안 그래도 신성력이 많았는데 여기에 히르트의 축복까지 받아 더 강해졌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일주일 동안만이라도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들어 줄게.”
“난 어제가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구나.”
“그보다 더한 추억을 만들 거야.”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잠깐 시리스 좀 불러줄래?”
“시리스? 그 자는 왜?”
“맡겨둔 물건이 있거든.”
침대 머리맡에 방치한 세계수의 씨앗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앞으로 훔쳐보지 말라고 초고를 갖고 왔거든. 제논 일대기 27권의 초고를.”
“뭐, 뭣?! 그, 그게 정말··· 아니. 그보다 내가 왜 훔쳐볼 거라 생각한 게냐!”
“전과가 있으니까?”
“아우우우······”
히르트에게 받은 축복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런데 공표는 어떤 식으로 할 거야? 역시 너와 이어졌다는 식으로?”
“아니. 따로 해석할 여지를 남겨둬야지. 그리 된다면 그대가 골치 아파질 수도 있으니까.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세실리 누나가 무슨 반응을 지을 지 궁금하네.”
“아.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에 만나서 잘 해결했거든.”
마지막으로 엘프 혼혈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졌는지.
“응? 무슨 얘기? 언제 만났어?”
“아. 그건······”
“혹시 어제 그것들 전부 세실리 누나가 알려준 거 아니지?”
“··· ···”
이때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