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360
■ 359화. 영물 (4) □ ᓚᘏᗢ
이름까지 붙여줬겠다, 남은 건 돌아갈 때까지 아리엘을 명확히 파악하고 기본적인 교육을 시켜주는 것이다.
일단 아리엘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순혈이 아닌 혼혈 천사라는 것. 독심술을 할 줄 안다는 것. 그리고 나와 아르웬을 부모라 인식한다는 것.
이외에는 4~5살 정도 되는 나이로 유추되며 심장에 무리가 올 정도로 귀엽다는 것이다.
특히 혀 짧은 발음으로 압빠! 라고 외칠 때마다 심장이 욱신거린다. 릴리가 성장하여 오빠라 부르면 이런 기분일까.
‘그나저나 릴리는 어떡하지?’
나는 아르웬에게 교육을 받고 있는 아리엘을 바라봤다. 아르웬이 하나 하나 단어를 알려주고, 아리엘이 그걸 따라하고 있다.
아리엘은 나를 아버지라 인식하고 있으며 릴리는 늦둥이 여동생이다. 지난번에 마리가 우스갯소리로 자신이 임신하면 족보가 꼬이는 게 아니냐고 말한 적이 있다.
그 현상이 예기치 못한 형태로 나타났으니 난감할 수밖에. 아리엘이 어떻게 성장할 지 모르겠다만 족보상으로는 고모와 조카다.
“따라하렴. 나는 바다로 갔다.”
“나는, 바다로, 가따.”
“바다는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바다는, 푸른색을, 띄······ 띠고 이써따.”
“잘했어요. 우리 아리엘.”
그러는 동안에도 아리엘은 이 세상의 언어를 조금씩 습득하고 있다. 신화에서나 등장하는 천사의 핏줄이라 그런지 언어를 떼는 건 30분조차 걸리지 않았다.
남은 건 대상을 지칭하는 단어를 배우는 것 뿐. 그것마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속도로 터득하는 중이다.
배우는 사람이 뛰어나면 가르치는 사람도 흐뭇해지는 법. 아르웬도 아리엘의 놀라운 습득력에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우리 아리엘은 누구 닮았길래 똑똑한 걸까?”
“압빠!”
“이럴 때는 엄마라 해주면 안 되겠니?”
“압빠!”
“··· ···”
가끔 가다가 마음에 스크래치를 내기도 하지만. 아리엘의 해맑은 대답에 아르웬이 급속도로 시무룩해졌다.
원로원의 온갖 견제에도 멀쩡했던 아르웬이지만 저 대답 하나에 멘탈이 유리처럼 와장창 깨진 것 같다.
“우응······ 아리엘은 나쁜 아이?”
“으, 응?”
“맘마 화나써?”
“아, 아냐! 엄마 화 안 났어.”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보다시피 독심술이다. 본의 아니게 속마음을 읽히다보니 생각마저 조심해야 된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정답게 놀고 있는 모녀를 보다가 슬그머니 다가갔다.
교육도 교육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해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리엘?”
“압빠!”
아리엘은 내가 부르자마자 벌떡 일어나더니 나에게 날아왔다. 다시 말하지만 달려온 게 아니라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왔다.
형태를 띠기 시작한 날개는 장식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날아다니기에는 날개가 매우 작았지만 판타지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나는 아리엘을 소중하게 감싸안고는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엄마한테 잘 배우고 있었어?”
“응!”
“오늘은 무슨 단어를 배웠니?”
“엄마랑 압빠랑 또······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아리엘은 오늘 배웠던 단어를 손가락으로 하나 하나 꼽으며 알려줬다. 그 모습이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사랑스러웠다.
비록 사랑하는 여자들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어도, 나와 똑 빼닮은 외모를 보면 없던 부성애가 저절로 생긴다.
게다가 아리엘에게서 나오는 특유의 분위기로 하여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압빠. 압빠.”
“왜 그러니?”
“나 배고파.”
나는 배고프다는 말에 그녀를 쳐다봤다. 아리엘은 자기 배에 손을 갖다 대며 표시를 하고 있다.
아리엘은 천사지만 혼혈이어서 그런지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밤에는 잠을 자야하며, 시간이 될 때마다 식사를 해야 된다.
식사 자체는 아르웬이 수행원에게 부탁하면 되지만 문제는 수면이다. 정확히는 수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다.
신생아가 통잠을 자는 시기는 약 50일부터지만 보다시피 아리엘은 4~5살에 가깝다.
그러니 밤에 통잠을 자지만 같은 방인지라 밤일을 전혀 못 치르고 있다.
방음 마법을 사용하면 되지 않냐고? 놀랍게도 방음 마법을 사용하자마자 눈을 뜨고 잠에서 깨더라.
늘 언급하지만 엘프는 천사의 후예, 그리고 아리엘은 천사의 핏줄을 타고 났다.
기본적으로 마나에 매우 민감하니 잠에 들어도 마법을 사용하면 곧바로 깨는 것이다.
‘일단 밥부터 먹이자.’
나는 배고프다는 말을 듣고 머리 위의 새싹을 쳐다봤다. 정말로 배고픈 것인지 곧게 뻗어있던 새싹은 아래로 처져있다.
저 새싹을 통해서 아리엘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니 매우 편리했다.
지금처럼 배가 고프면 줄기가 처져있고, 피로하다면 아예 흐물흐물 늘어진다.
‘저건 언제까지 달고 있으려나?’
나는 새싹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아르웬을 바라봤다. 내 시선의 뜻을 알아차린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아르웬이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허공에서 식사가 마련된 테이블이 등장했다.
다양한 산해진미가 배치돼 있었으며 방금 만든 것처럼 온기가 느껴졌다.
여왕의 침소는 아르웬의 사적인 공간이며, 식사조차 마법을 통해 운반되고 있다.
물론 매번 운반되는 건 아니고 직접 배달하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 둘만의 공간을 위해서 마법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럴 때 보면 마법 참 좋아.’
혹여 식사에 독이 들어있다거나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하지만 엘로디아는 침소를 제외하면 신들의 눈이 닿고 있다.
신들이 대놓고 감시하고 있는데 쓸데없는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 만약 그런 짓을 했다면 천벌을 받았겠지.
나는 누가 봐도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에 입맛을 다시며 천천히 걸어갔다.
이곳에서 살면서 아르웬 다음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바로 음식이다. 매번 다양한 음식이 나와 내 입을 즐겁게 만들었다.
헬리움의 음식도 만만치 않았으나 거기는 너무 한정되었다. 여지껏 반강제적으로 고립돼 있다가 이제 막 교류를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겠지.
“우리 아리엘도 밥 먹을까?”
“응! 응!”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냠냠냠냠!!”
아리엘은 밥을 정말 잘 먹었다. 밥을 먹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흡입하고 있다.
당장 나조차 운동을 하고 있어서 3인분은 거뜬히 먹는데 그보다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제지할 생각은 전혀 없다. 아이가 잘 먹으면 좋은 거지 안 좋은 게 있겠나.
대신 이거 하나만큼은 엄중히 경고해야 할 것 같다.
“아리엘.”
“우응?”
“손으로 먹지 말고 식기를 사용해보자. 한 번 아빠 따라해볼래?”
무슨 야만인마냥 손을 이용해 허겁지겁 먹는 것만큼은 막아야 된다.
이미 손과 얼굴이 소스를 포함한 온갖 음식들로 범벅였으나 지금이라도 천천히 가르칠 생각이다.
어차피 묻은 것도 아르웬이 마법을 통해 청결히 만들면 끝이다.
“암냠냠냠!”
“······천천히 먹으래두.”
물론 큰 의미가 없었다. 원래부터 사냥을 잘 하던 야만인에게 돌칼을 쥐어준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야무지게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자식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부모님의 심정을 알 것 같다.
‘부모님이라······’
현생의 부모님이 아닌, 전생의 부모님이 문득 떠올랐다. 가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신 분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부모님이어서 기억이 매우 뚜렷하다. 부족한 환경에도 아무런 불평불만 가지지 않고 나에게 무한한 사랑과 헌신을 보여주신 분들.
내가 이곳에 태어난 걸 감사히 여길 줄 아는 것도, 전생에 큰 미련이 없던 것도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후부터다.
나는 주변은 신경 쓰지 않고 식사를 즐기는 아리엘을 바라보다가 손을 슬며시 뻗었다.
스윽-
“우응? 압빠?”
“천천히 먹으라고 아빠가 말했잖니. 얼굴에 다 묻었네.”
냅킨이 아니라 일일이 손가락으로 주변 부스러기를 닦아줬다. 닦은 후에는 그대로 내 입에 넣어 말끔히 정리했다.
나는 아리엘이 멀뚱멀뚱 쳐다보는 동안 포크로 음식 하나를 집었다. 희귀한 버섯 중 하나인 트러플을 조리한 음식이다.
“이것도 먹어볼까? 맛있는 버섯이란다.”
“얌!”
내가 권유하자마자 잡아먹듯이 덥썩 입에 문 아리엘. 그 상태에서 입을 오물거렸다.
입 안에 음식이 가득하여 볼이 햄스터처럼 빵빵하다. 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단 말인가.
“맛있니?”
“응! 마싰써!”
“그래. 그래. 그러면······”
나는 아리엘의 입 안에 넣었던 포크를 뺐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쇠로 만들었을 게 분명한 포크 앞부분이 몽땅 사라져 있다. 아리엘이 정확히 베어문 흔적까지.
그걸 보며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강철에 버금가는 세계수의 씨앗을 배고프다고 먹었었지.
이에 설마하며 다급히 아리엘을 쳐다봤다. 그녀의 앞에 놓인 음식은 거의 다 동이 나기 직전이다.
“아앙~”
팔이 짧은 탓에 멀리 있는 음식을 못 잡는다고 판단한 걸까. 아리엘은 음식이 아니라 그릇을 두 손으로 잡았다. 심지어 겹겹이 쌓은 상태로.
무슨 햄버거를 먹는 것 같은 모양새라 사고가 정지했지만 다급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어? 그거 먹는 거 아냐! 당장 내려놔!”
“여, 여기 음식 더 있단다!”
다행히 그릇을 통째로 씹어먹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왠지 뼈까지 오독오독 씹어먹던 레오나가 연상되는 기분이다.
그래도 레오나는 뼈만 씹어먹었지, 그릇을 통째로 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치아가 얼마나 튼튼하면 저러는 걸까.
아니. 그전에 그릇을 음식으로 치부하는 것조차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갓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릇이 음식이 아니라는 걸 전혀 모르는 게 아닐까.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언어는 개뿔, 기본적인 상식부터 알려줘야 한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아리엘은 나이로 치면 갓 태어난 신생아였으니.
여러모로 파란만장한 식사 시간이 끝나고, 아르웬이 다시 마법을 통해 테이블을 통째로 옮겼을 쯤이었다.
아리엘은 풍족했던 식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가볍게 트름을 하며 포만감을 만끽하고 있다.
“밥은 맛있었니?”
“응!”
“다행이네. 그럼 이제······”
뭘 해야 될까. 아리엘이 등장하면서 행동 반경이 극히 한정돼었다.
아리엘을 데리고 나간다면 시선이란 시선이 다 끌릴 게 분명하고, 그렇다고 안에만 있자니 너무 제한적이다.
마음 같아서는 데리고 나가고 싶다. 그러나 그 파장이 어떨지 전혀 예상을 못 하겠다.
제논 일대기보다 훨씬 심한 영향력을 몰고 올 텐데 마음 편히 나갈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 해서 아리엘을 방치한 채 외출하는 건 더욱 안 된다.
‘신뢰할만한 사람에게 맡겨야 되는데······’
내가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똑똑똑-
느닷없이 귀에 들어오는 노크 소리. 나는 화들짝 놀라며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깜짝 놀란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아르웬도 마찬가지. 아마 그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테지.
만약 여기서 아리엘의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올 것이라고.
그사이 문을 노크한 수행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왕님. 지금 제논님과 여왕님을 만나고 싶어하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이 목소리는······ 케이르인가? 여태까지 자주 만났던 엘프 중 한 명이어서 목소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또한 케이르는 현재 아르웬의 호위 기사 및 비서로 발탁된 상황. 침소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건 사실상 그밖에 없다.
“소, 손님들? 그대도 알다시피 나는 제논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손님이라니?”
아르웬은 당황도 잠시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지금 우리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걸 모를리가 없다.
그런데도 침소의 문을 두드린 걸 보면 그 손님의 정체가 심상치 않은 모양이다.
“쬰님?”
그 와중에 혀 짧은 발음으로 중얼거리는 아리엘. 나는 혹여 그녀가 돌발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두 팔로 안아줬다.
“네. 원래라면 돌려보내겠지만, 저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분이라······ 그리고 여왕 님을 걱정하여 찾아온 거랍니다.”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겠느냐?”
케이르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논 님의 약혼녀인 레킬리스 영애와······”
조졌다.
“헬리움의 공주, 세실리 님이십니다.”
진짜로 조졌다.
“조져따?”
응. 아빠 조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