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372
■ 371화. 우려하던 일 (1) □ ᓚᘏᗢ
이벤트의 전반적인 내용은 악마 숭배자의 토벌, 그에 따른 나와의 독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나와의 독대가 성사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수의 악마 숭배자를 처치해야 되는 것일까. 이게 관점이다.
일단 악마 숭배자를 처치하거나, 교단으로 데리고 온다면 점수를 부여한다.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한 악마 숭배자는 그 특징상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움직이기에 발견하는 것조차 힘들다.
이에 정보의 가치가 매우 귀중하며, 직접 처리하는 것보다 신고자에게 더 큰 공헌도가 부여될 수도 있다.
이밖에 세뇌를 당해 악마 숭배자에게 빠져든 사람을 교화시키거나 제물로 사용될 뻔한 노예를 구출하거나 등등.
직접적인 토벌이 아니더라도 점수를 얻을 수 있으며,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들리는 소식에 따르자면 직접적인 처치도 많았으나 신고자가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파면 팔수록 워낙 괴랄한 사건사고가 터지다보니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악마 숭배자가 평범한 이단이거나 이교도였다면 모를까, 사회의 암덩어리를 훨씬 넘다보니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단결할 수 있었다.
때문에 악마 숭배자가 이판사판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당장 그런 점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이벤트의 기간. 이건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이벤트가 종료되는 순간 사람들이 악마 숭배자를 잡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으니.
사람이라는 동물은 간사해서 보상을 주지 않으면 곧바로 그만둘 테니까. 신념과 의무감으로 행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니 불시에 보상을 줄 예정이며, 이벤트는 영원히 끝내지 않고 꾸준히 이을 생각이다.
“압빠. 뭐해?”
“아빠 일하고 있어.”
“일?”
“응.”
지금은 글이나 써야지. 나는 아리엘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타이핑을 멈추지 않았다.
이벤트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지만 제논 일대기의 완결을 늦출 수 없다. 더군다나 지금은 QnA까지 해야 되는 터라 미리미리 하는 편이 낫다.
한편 아리엘은 그런 내 대답을 듣고 가만히 있더니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영차. 영차.”
그리고 내 무릎 위로 힘차게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행동을 미리 예상했기에 혹여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이윽고 내 무릎 위로 올라온 아리엘이 타자기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나는 그녀의 귀여운 행동에 피식 웃은 것도 잠시 집필을 이어나갔다.
타다닥- 타닥-
“우와.”
타이핑을 하면 할수록 홀로그램에 문자가 새겨지는 게 신기했는지 아리엘이 눈을 반짝거렸다.
그러면서 작디 작은 팔을 뻗어 휘적이는 게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자칫하다가 떨어질 수도 있었으니 허벅지를 살짝 벌려 끼워넣었다.
“우응······ 제논은 디아볼스의 영혼이 담긴 그릇을 바라밨따. 문어 다리 가튼 촉수가 얼굴에 달려 있었으며······ 제논? 디아볼스? 영혼?”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아(?)에게는 모르는 단어들이 많았던 걸까. 아리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머리 위의 새싹도 따라 움직였다. 저 새싹은 대체 언제쯤 자라고, 또 무슨 역할을 하는 걸까.
너무 궁금한 나머지 타이핑을 하던 걸 멈추고 새싹을 톡- 톡- 건드렸다.
“우응?”
새싹에도 감각이 있는 건지 건드리자마자 아리엘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황금색 눈동자에는 의문이 담겨있다.
나는 한동안 그녀의 얼굴을 말없이 마주하다가 찐빵처럼 도톰하게 올라온 볼살을 주물렀다.
마시멜로우처럼 말랑말랑하고, 아기 특유의 피부로 하여금 중독성을 불러일으켰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만지고 싶다.
아리엘도 나의 스킨십이 마음에 들었는지 눈을 감으며 베시시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부녀 간의 정다운 시간이 이어지고, 나는 아리엘을 무릎 위에서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아리엘. 아빠가 지금 바쁘니까 잠깐 놀고 있을래?”
“누구랑?”
덜컥-
아리엘의 질문과 동시에 화장실에서 아델리아가 나왔다.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아리엘에게 말했다.
“저기 아델 엄마랑 같이 놀면 되겠네. 어서 가.”
“아랐어. 엄마! 엄마!”
“어, 어?”
힘차게 부르며 아델리아에게로 달려가는 아리엘. 아델리아는 당황도 잠시, 그녀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반겨줬다.
원래 아버지와 훈련을 할 예정이지만 아버지는 현재 부재 중이다. 아마 저택에서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계시겠지.
나와 아델리아의 훈련도 중요하지만, 아직 영지의 업무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고 어머니와 릴리를 지켜야 된다.
어차피 텔레포트로 왕복이 가능한데다가 여차하면 가족 전체가 이사해도 되니 큰 문제는 아니다.
“엄마. 나랑 놀아조.”
“알았어. 오늘은 뭘 하면서 놀까?”
“음······ 그런데 기사 놀이가 뭐야?”
“······또 엄마 속마음 읽었니? 그러면 못 써.”
그사이 속마음을 읽었는지 아델리아가 피식 웃으며 아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리엘은 그저 천진난만하게 웃을 뿐. 뒤이어 아델리아는 나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리엘의 손을 붙잡으며 방으로 이동했다.
‘아델 누나는 아마 영 어색하겠지.’
나는 아델리아의 불우한 가정 환경을 상기했다. 매춘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가혹한 환경에서 자란 그녀.
그녀조차 본인이 제대로 된 엄마가 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런데 여기서 아리엘이 등장해버리니 여러모로 난처할 수밖에.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훌륭한 어머니가 될 것이다.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인간으로서의 됨됨이가 훌륭하다는 뜻이니.
게다가 본인의 가정사를 반면교사 삼겠다고 말했으니 아리엘을 맡겨도 괜찮을 것이다.
‘지금은 글이나 써야지.’
나는 아델리아가 아리엘을 데리고 사라지자 곧바로 집필에 집중했다.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오늘 아침부터 힘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육아다, 라는 말이 있듯이 아리엘의 체력은 무한에 가까웠으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놀아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바깥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체한 게 교육이다. 아리엘은 어린애처럼 보여도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신생아다.
당연히 알고 있는 단어보다 모르는 단어가 더 많았으며, 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상식 및 단어를 주입하고 있다.
‘무학보다 문학이라 다행이다.’
나를 닮아서 그런지 몰라도 아리엘은 무학보다는 문학을 더 선호한다. 물론 무학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선호할 뿐이다.
일단 기본적인 근력이 성인과 비슷할 정도이며, 특히 치악력이 장난 아니다.
입에 넣는 건 전부 씹어먹을 정도였으며 철과 비등한 강도를 지닌 세계수의 씨앗껍질마저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힘 조절은 필수여서 아버지와 아델리아가 집중적으로 케어하고 있다.
특히 아버지는 아리엘의 힘 조절에 가장 큰 신경을 쏟아붓고 있는데, 제어하지 못하는 힘만큼 가장 위험한 것도 없다나 뭐라나.
아무튼 아리엘은 여러모로 미숙한 점이 많았기에 나와 주변인들이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있다.
‘언제쯤 밖으로 데려갈 수 있을까?’
하지만 이대로 아리엘을 기숙사에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는 친구랑 놀면서 사회성을 길러야 된다.
어른들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채로 성장하는 건 좋지 않다. 아리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친구를 만들어야 된다.
이건 차차 생각해볼 테지만 빠른 시일 내에 아리엘의 존재를 밝힐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완결을 하루 빨리 지어야지.’
나는 홀로그램이 작성된 문장을 바라보다가 타자기에 손을 얹었다.
클라이맥스이자 진정한 비극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제논 일대기 28권.
탐욕이 만든 그릇을 통해 부활한 대악마, 디아볼스와 제논 일행과의 대결이 주를 이루는 파트.
여기서 그릇의 생김새는 크툴루 신화를 차용했다. 얼굴이 문어처럼 생긴 괴물의 형상.
‘이 세상은 크라켄이 실존하니 크게 와닿겠지.’
바다의 공포라 할 수 있는 문어형 몬스터, 크라켄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실존하는 몬스터다.
문헌에 따르자면 악마의 피가 바다로 스며들어 크라켄이 탄생한 거라고. 다른 해양 몬스터도 마찬가지다.
지구에서도 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이 세상의 바다는 출항을 할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된다.
그래서인지 베테랑 선원이 기사급으로 강한 건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대신 그들은 어디까지나 ‘전문직’에 가까워 무작정 비교하는 건 금물이다.
‘그릇이니까 어느 정도 너프를 좀 먹여야겠다.’
탐욕의 도움으로 그릇을 얻었다 한들, 디아볼스가 전력을 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그 이상의 힘을 낸다면 그릇이 완전히 파괴될 테니 힘조절은 필수겠지.
그러나 그것만 해도 규격 외의 강자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제논 일행조차 릴리의 서포트가 없다면 속수무책으로 쓸려나간다.
실제로 릴리의 서포트가 없던 다른 종족들은 디아볼스가 뿌리는 어둠으로 인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족은 접촉만 해도 악마화가 진행되어 큰 혼란을 빚게 된다. 이 하나만으로 디아볼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재앙 그 자체. 심지어 그릇에 영혼이 담긴 거라 만전의 상태도 아니다.
‘솔직히 캐릭터 자체의 매력은 떨어질 거야.’
디아볼스는 설정 치고는 그리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이건 작가인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대악마라는 설정에 맞게 강력한 힘과 그에 따른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만, 목적이라고 해봤자 세상에 파멸을 부르는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마 독자들은 뒤로 가면 갈수록 허무하게 쓰러지는 디아볼스를 보면서 의문과 동시에 실망감이 들겠지.
무려 30권에 가깝게 디아볼스 부활 하나만 보고 달려왔는데 결말이 이게 뭐냐면서,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싱겁지 않냐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때 딱 뒤통수를 치는 거지. 최후의 일격이 제논이 아니라 릴리에게 향하는 식으로.’
다시 부활할 거라는 떡밥을 남기면서 릴리에게 일격을 가하는 디아볼스. 이 장면에서 독자들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첫날밤까지 치렀으니 분명 해피 엔딩을 맞이할 텐데 어째서? 설마 릴리랑 진은 이어지지 못 하는 건가? 라며 혼란스러워하겠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만약 전생이었다면 댓글이 물음표로 도배되거나 아무 말도 못하지 않았을까.
하물며 이곳은 클리셰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으며, 신화조차 많이 다르다.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영웅의 말로는 대부분 ‘비극’으로 끝나지만 이 세상은 희망찬 이야기밖에 보여주지 않았으니.
‘사실 클리셰라 할 것도 없지. 여기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나는 희희낙락하면서 디아볼스와의 전투씬을 집필했다. 어머니에게 등짝을 좀 맞겠지만 루미너스가 말했다.
타락한 영혼은 정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본인들조차 매우 힘든 작업이라고.
정 여의치 않으면 외전을 발매하면 그만이니 나는 마음 편히 적으면 그만이다.
‘빨리 적고 아리엘이랑 놀아야지.’
그리 생각하며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을 때.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결국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이벤트.] [광기에 가까웠던 현상. 과연 정말 옳은 일인 것인가?] [희생자의 유족들은 최종 책임자인 제논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며······] [확인 결과. 희생자와 유족은 악마 숭배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렇다면 이벤트 종료를 하는 것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으며······]우려하던 일이 현실에 터졌으며.
[정말로 ‘그릇’이 존재하던 것인가? 악마 숭배자를 쫒아 지하 동굴을 탐험하던 모험가 일행의 생생한 증언.] [사원처럼 웅장한 곳이었으며, 그 안에는 문어를 머리에 단 듯한 석상이 있었다. 석상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처럼 생생하고 또 정교했다.] [보기만 해도 미칠 것 같아 곧바로 후퇴. 하지만 생존자는 단 한 명.] [과연 믿을만한 증언일까?]“?????”
씨발. 이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