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374
■ 373화. 우려하던 일 (3) □ ᓚᘏᗢ
판작살콘이 스토어에 올라왔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
무고한 희생자와 관련된 문제는 케이트에게 위임했고, 남은 건 최근에 발견된 지하 사원이다.
페이크 최종보스이자 그릇에 영혼이 담긴 대악마, 디아볼스의 외형과 비슷하게 닮았다던 사원의 석상.
크툴루 신화를 차용한 것처럼 문어 머리를 달고 있었으며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처럼 정교하게 제작됐다고.
또한 지하 사원 자체도 침입자를 막기 위한 함정들이 깔려 있었으며 심지어 난생 처음 보는 몬스터까지 있었다고.
위의 이야기가 모두 ‘생존자’의 증언이다. 5명이 한 팀이 되어 도망친 악마 숭배자를 쫒았지만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거라고.
위치는 당연하게도 악마 숭배자들이 가장 많은 미네르바 제국. 제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여 주변 국가의 도움을 받아 조사대를 꾸렸다.
사실 지하 사원을 발견했다는 건 처음이 아니다. 이왜진이 막 터졌을 당시 악마 소환 의식으로 추정되는 제단까지 발견될 정도였으니.
악마 숭배자가 특정 종교와 연관이 있다는 정보는 퍼질대로 퍼진 지 오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마 숭배자들이 섬기는 대상이 악마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섬기는 대상이 ‘만물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있다. 테러를 당할 뻔했을 때 악마 숭배자가 그리 외쳤으니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그럼 바깥 신이 이 세계를 집어삼키려고 하는 건가?’
나름 설득력이 높은 이야기지만 어찌하여 악마 숭배자가 만물의 아버지라 칭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세상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서라면 만물의 아버지가 아닌 다른 칭호로 불렀을 테니까.
좀처럼 알쏭달쏭해지는 사건이긴 해도 나에게는 이왜진이 터졌다는 게 더 중요하다.
그나마 다행히 이제 막 책을 발간하기도 전에 터졌다는 걸까. 케이트의 스포일러 사태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금이라도 외형을 바꾸고 모르쇠로 일관하면 되겠······
[영혼을 담을 그릇마저 예측한 제논. 이제는 정말 빼도 박도 못한다.] [그럼 그릇을 제작한 자는 누구인가? 그전에 그 석상이 정말로 그릇이 맞는 것인가?] [악마 소환을 위해 제물을 바친 증거가 예전부터 종종 발견됐다. 그런데도 악마가 소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지가 아니라 포기하자. 이미 자기들 멋대로 떠드는데 내가 뭐라고 말하던 간에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터.
나는 물 밀듯이 쏟아지는 소식들에 허허실실 웃으며 방관했다.
그렇지 않아도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여 머리가 아픈 실정인데 이왜진까지 터져버리니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생존자를 직접 찾아가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으나 그럴 수도 없다.
케이트 같은 경우는 악마 숭배자가 헛짓거리를 저질렀을 확률이 높아서 믿고 맡길 수 있었지, 이건 약간 다른 상황이다.
나중에 리나에게 물어보긴 하겠다만 그때까지 어떻게 해야 될지 다소 난감했다.
‘그나저나 진짜로 궁금하긴 하네. 어째서 악마 소환이 죄다 실패한 거지? 한 번쯤은 성공할만한데.’
아까 언급했듯이 소환을 위한 소환진이나 제단은 종종 발견됐다. 이건 최근도 마찬가지.
이벤트로 인한 대대적인 토벌이 진행되면서 악마 숭배자의 아지트가 속속 발견되고, 그에 따라 숨겨져 있던 제단이 드러났다.
특히 제단의 상황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데, 주변에 사람 해골이 널부러져 있는 건 물론이고 인신공양까지 벌인 흔적이 있다고.
이뿐만 아니라 악마 숭배자가 사령술로 죽은 사람을 되살리기까지 한 탓에 여론이 점점 불타고 있다.
‘이왜진은 일단 넘어가고······ 무고한 희생자 부분부터 확인해야겠다.’
나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정신을 최대한 정리했다. 이러나저러나 시간만이 해결해줄 것이다.
제논 일대기 속 그릇의 외형도 그대로 밀고 나갈 생각이다. 어차피 먼저 나왔는데 그쪽에서 따왔다고 하면 되겠지.
‘케이트가 돌아오면 연구실부터 찾아가야겠다.’
이왜진 부분은 엘레나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세상 곳곳을 탐험한 고고학자이기도 했으니.
아마 사원에 관해서도 대충 알고 있지는 않을까. 한 번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들도 할 일이 있을 텐데 기숙사까지 부르기에도 미안하고, 무엇보다 아리엘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그쪽으로 갔다가 지난번처럼 위험에 처할 수도 있으니 아직은 신중에 신중을 가하는 편이 좋다.
‘답답하긴 하네.’
나는 넓디 넓은 기숙사 내부를 둘러봤다. 있을 건 다 있는데다가 외부에서 책과 신문을 전달해주니 심심하지는 않다.
하지만 새장 속에 갇혀 있는 기분이라 답답하기는 매한가지. 악마 숭배자가 완전히 토벌되지 않는 이상 매일매일 위협 속에서 살아야 된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똑같다. 루미너스와 모라는 당분간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했으나 그래도 불안하다.
콕- 콕-
“응?”
“아빠. 답답해?”
하염없이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리엘이 내 팔을 잡아당겼다.
내 속마음을 읽은 건지, 올망졸망하게 빛나는 황금색 눈동자에 걱정이 한가득 담겨있다.
속마음을 읽는 것과 감정을 읽는 건 별개인 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일까.
나는 바라보기만 해도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는 듯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니. 안 답답해. 우리 아리엘을 보니까 그런 마음이 싹 가셨네?”
“정말루?”
“응. 정말로.”
“헤헤.”
아리엘이 내 말에 밝게 웃어주며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안아달라는 표시다.
나는 그녀의 요구에 따라 번쩍 안아주면서 얼굴을 서로 마주봤다. 그녀는 내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은지 헤실헤실 웃고 있다.
이러니까 아버지들이 뿅 가는 거구나. 아들을 낳아도 기분이 좋을 텐데 이처럼 귀여운 딸이 있으면 그 감정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아리엘.”
“우웅?”
“아리엘은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정말로 궁금하다. 아리엘은 말이 천사지, 히르트의 피가 이어진 ‘반신’과도 같은 존재다.
그러니 과연 이 아이가 성장하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사뭇 궁금해진다.
평범한 아이처럼 키우긴 하겠다만 세상 일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법.
더군다나 낭중지추라고, 아무리 숨기고 숨겨도 언젠가 그녀만의 진가가 드러나게 될 일이 올 것이다.
그런 내 기대에 걸맞게, 아리엘은 질문을 듣고 눈을 꿈뻑꿈뻑거리더니 이내 해맑게 대답했다.
“어른!”
“··· ···”
“아리엘은 어른이 될 거야!”
“그래. 어른이 되겠지.”
나는 못 말린다는 듯이 웃어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이왜진과 우려하던 사태가 터진 것치고는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 * *
아이작의 이벤트 발표 이후로 가장 바쁜 조직은 모험가 및 용병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제논 일대기를 접했으며, 심지어 개중에는 제논 일대기를 통해 모험의 길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단, 이로 인해 다양한 사건사고가 터지긴 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어느 정도 완화된 상황이다.
게다가 공급이 급증하다보니 자연스레 질적으로 향상되었으며 사실상 최전성기라 해도 무방할만큼 세력이 강해졌다.
그러니 가장 수혜를 본 조직이 모험가 직종이라면, 반대로 제일 큰 타격을 입은 쪽은 바로 미네르바 제국이다.
이벤트가 시작되면서 악마 숭배자와 관련된 사건들 대부분이 미네르바 제국 내에서 발생했으니.
제일 큰 영토를 가졌으나 아직 제대로 개발이 된 곳보다 그렇지 않은 곳이 훨씬 많았으며, 그로 인해 악마 숭배자들이 손쉽게 활동할 수 있었다.
오죽하면 악마 숭배자의 보금자리라는 오명까지 쓸 뻔했으니 미네르바 제국이 얼마나 심각한 사태에 처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리라.
다행히 그 영토를 커버할 정도의 군사력이 있었기에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습이 가능했지, 그게 아니었더라면 국제 여론이 바닥까지 치달았을 것이다.
“하아······ 테르스 왕국을 욕할 게 아니었어. 그래도 지금이나마 알게 되서 다행이로군.”
“많이 피곤해 보이네요, 오라버니.”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황태자, 레오르트는 맞은편에 앉아 걱정해주는 리나에 헛웃음을 흘렸다.
현재 그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다 할 수 없었는데, 관리를 받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반송장이나 다름없었다.
이벤트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벤트가 시작되고나서 폭주한 업무량으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잠깐 눈을 붙인다면 곧장 수행원이 나타나 사건에 대해 보고하고, 여유 시간을 가지려고 하면 또다른 사건이 터진다.
때문에 레킬리스 공작도 황실을 오가며 고생을 하고 있는 상황이며, 리나도 다를 바가 없다.
“악마 숭배자와 결탁했다는 혐의가 인정된 귀족이 몇이나 있었죠?”
“지금으로서는 5명. 케리손 백작가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어.”
“제국의 돈줄은 사실상 케리손 백작가를 거치는데 혐의가 있지는 않을까요?”
“글쎄. 백작가도 상당히 억울한 상황이지. 그 거대한 돈줄을 혼자서 관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니까. 일단 조사는 하고 있어.”
미네르바 제국, 특히 귀족층은 대대적인 조사를 받는 중이다. 여기서 악마 숭배자와 조금이라도 연관돼 있다면 그대로 아웃.
악마 숭배자의 만행은 결코 용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며, 마을 전체를 세뇌시킬 정도로 악질이었으니 무조건 처단이 답이다.
특히 제국으로서는 더욱 엄벌에 처할 수밖에 없었는데, 악마 숭배자의 보금자리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쓸 뻔했으니 강경하게 나서야 된다.
안 그래도 주변 국가에게 비난이라는 비난은 전부 받고 있는데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간 외교적으로 큰 손실을 볼 테니.
그나마 다행인 건 숙적, 테르스 왕국도 내실을 다스리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작 덕분에 많은 이득을 얻었던 제국이었지만, 지금은 그 칼날이 자신들의 목을 향해 겨누고 있다.
“이참에 부패 귀족을 싹 정리하면 되겠지. 남은 건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문제는 며칠 전 발견됐다던 그 지하 사원이지.”
“거기서 발견된 거라도 있나요?”
리나는 레오르트가 ‘지하 사원’에 대해 언급하자 흥미를 드러냈다.
어지간하면 자신을 부르지 않는 그였으나 오늘은 웬일로 호출했다. 그것도 본인의 집무실에.
분명 황족들 혹은 그에 준하는 고위층만이 알아야 되는 정보일 터.
레오르트는 리나가 흥미를 드러내자 주머니에서 작은 구슬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도청을 방지하는 마법 아이템. 이것만 있다면 만에 하나 존재할 도청 마법을 방지할 수 있다.
“발견되었다기보다는 정황이 있다고 봐야겠지. 그 사원은 단순히 사원이 아니야. 소환 의식을 위한 제단이었지.”
“제단이라고요? 그러면······”
“제논 일대기에 나온 것처럼 그 석상이 그릇이었을 확률이 매우 높아.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 ···”
레오르트의 설명에 리나의 미간이 구겨졌다. 또다시 아이작의 예언(?)이 들어맞는 순간이다.
본인은 극구 부인하겠으나 리나도 이미 그를 예언자에 준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부정하는 게 이상하다.
당장은 그와 친해지기 위해 티를 내지 않고 있을 뿐.
특히 아이작과 가까워지면서 미래의 지식을 얻게 되면 그만한 성과도 없을 것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마력 기관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은 최근에 발견되었다던 사원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리나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그 그릇에 영혼이 담겨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아니. 사원 주변에 인골을 비롯한 다양한 의식 물품이 있는 것 빼고는 없어. 게다가 소환 직전에 전투라도 발생했는지 녹이 다 슬어버린 병장기도 있었고.”
“악마 숭배자의 존재를 알아차린 사람 혹은 집단이 제논 일대기 발매 전에도 있었다?”
“그런 셈이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뒤이어 레오르트는 콧숨을 길게 내쉬더니 착잡한 목소리로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소환이 성공했어.”
“······네?”
“마법사들이 검토한 결과, 소환 자체는 성공했다더군. 누군가의 난입으로 비틀어졌지만 뒤늦은 방해일 뿐, 소환진 자체는 발동됐어.”
“서, 설마······”
리나의 표정이 창백하게 물들어졌다. 정말 저 말이 사실이라면 이 세상에 위기가 닥쳐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물론 제논 일대기 속 디아볼스처럼 살아있는 재앙 그 자체였다면 진작에 난리가 났겠지.
하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징조도 없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니다. 그러나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그래. 네 생각처럼 소환은 실행됐지만, 뭐가 소환됐는지는 추측조차 할 수 없어. 그러나 악마는 이곳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는 존재. 차원과 차원을 연결시킬 정도이니 필히 다른 차원의 존재가 소환됐겠지.”
“다, 당장 교단에 알려야 되는 게 아닌가요? 우리끼리 아는 거라면······”
“정작 확인해 보니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던 개구리가 소환됐다면? 앞으로 닥쳐 올 혼란과 비교했을 때 너무 허무하지 않아?”
“··· ···”
리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정말로 악마 못지 않은 사악한 존재가 소환됐다면 모를까, 그 정체가 보잘 것 없는 거라면 진이 빠질대로 빠질 것이다.
특히 소환 의식이 성공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네르바 제국, 아니 그걸 넘어 전세계에 혼돈이 몰아칠 터.
이대로 묻어버리면 좋겠지만, 과연 이 사실을 고스란히 묻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죠? 저희끼리 상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일단 경과를 지켜보자. 마법사가 잘못 조사했을 수도 있다며 여러 번 확인하고 있거든. 어쩌면 그 존재가 무엇인지 알 수도 있고.”
“알겠어요.”
“그래. 대신 아이작한테는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남자라면 뭔가 알고 있을 테니까.”
그래. 알고는 있다.
“흐으······ 왜 이렇게 귀가 가렵지?”
“아빠. 귀 파줘?”
“아냐. 괜찮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