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376
■ 375화. 통수 (1) □ ᓚᘏᗢ
아이작의 부탁에 따라 무고한 희생자에 대해 조사하러 간 케이트.
무고한 희생자와 그 희생자를 만든 주범은 제국 수도의 신전에 도착해 있는 상황이다.
아이작이 누누이 당부했던 사항이었으니 그에게 직접 판결을 받기 위해서다.
여론도 그쪽으로 기울었지만 모두들 알고 있다. 아이작이 쉽게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했다지만 악마 숭배자가 파놓은 함정일 가능성도 있고, 무엇보다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악마 숭배자의 정보통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었으니 이미 귀에 들어가고도 남았을 터.
그러니 본인이 직접 행차하는 것 대신 케이트를 보내어 본인의 의사를 피력하는 쪽으로 노선을 잡았다.
하지만 여기서 케이트가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으니······
“성직자가 그래도 되는 겁니까?! 예?! 사람을 살려야 하는 성직자가 사람을 죽이는 게 말이 되냐고요!!”
“저······ 어머니. 잠깐 진정하시고 안정을······”
“안정?! 안정?! 내 새끼를 어떻게 키웠는데! 당장 루미너스 님에게 말해! 내 새끼 살려달라고! 빨리!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흐어어엉!!”
신전에서 울려퍼지는 한 여인의 울부짖음. 새끼를 잃은 짐승의 울부짖음조차 그녀의 통곡보다 못할 것이다.
자글자글한 피부와 고된 일로 통해 망가진 두 손. 그녀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으며 자식을 키웠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가정이 통째로 파괴되었으니 세상을 원망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놈의 제논이 뭐라고!! 내 아들이 왜 죽어야 하는데!”
“어머니. 적어도 여기서는 그런 말씀은 삼가하시는 게······”
“왜?! 천벌 받을까봐? 내가 왜 천벌을 받아! 내 아들 죽인 저 개새끼들부터 천벌을 받아야지!!”
지극히 논리적인 여인의 외침에 교단의 사제들도 쩔쩔 맬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바깥으로 끌고 나가고 싶었으나 워낙 억센 탓에 그럴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여인이 통곡하다가 스스로 지쳐 떨어지고 나서야 겨우겨우 데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케이트.
희생자의 유족을 보기 위해 찾아왔건만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통탄만이 몰려왔다.
또한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 낸 주범에 대한 분노까지.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호흡을 갈무리했다.
아이작의 지시를 무시했다는 것만으로도 분노를 살 일인데 직접 확인하니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케이트 추기경 님.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그때 케이트에게로 여신도 한 명이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케이트는 그 말을 듣고 감았던 눈을 슬며시 뜨며 앞을 바라봤다.
희생자의 유족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지만, 유족의 한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이 일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설령 그것이 세간에 비판을 받는 일이라 해도 감수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알겠습니다. 어서 가도록 하죠.”
“예. 헌데 정말로 이 일을 진행하시는 건지······”
“루미너스 님께도 허락 받았습니다. 특히 이 일은 ‘이단’과 깊게 관련된 것.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케이트의 뚝 부러진 대답에 여사제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일은 이단과 연관이 돼 있다.
뒤이어 케이트가 발걸음을 옮기자 여사제도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지금 죄인은 무얼 하고 있죠?”
“케이트 추기경님이 말하신대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던가요?”
“본인은 아무런 죄가 없다고 항의하고 있습니다. 단지 악마 숭배자를 건드렸을 뿐이라면서······”
“흠.”
케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겉보기에는 우려하던 일이 터진 거지만 사실 깊게 들여다 보면 꽤 복잡한 문제다.
하나뿐인 자식을 잃어버린 노모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으나, 정말로 그 아들이 정말로 악마 숭배자였다면?
이벤트를 어떻게든 중단시키기 위해, 그것도 아니면 아이작의 명예를 깎아내리기 위해 악마 숭배자가 자작극을 벌인 거라면?
이렇게 되면 상당히 골치 아파진다. 후자라면 그들에게 아무런 죄가 없는 게 확실해지지만 그 반대라면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진다.
유족과 주범을 신전에 데려온 것도 여기에 기인하고 있다. 신전이라면 거짓말을 할 수 없을 테니까.
케이트는 부디 사건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기를 루미너스에게 빌면서 두 다리를 움직였다.
“정말이라니까? 나도 억울하다고! 난 그저 악마 숭배자를 잡았을 뿐이야! 혹시 몰라서 성직자에게도 직접 확인을 받았다고!”
“웃기지 마라! 네놈이야말로 악마 숭배자가 아닌가? 제논에게 어떻게든 접근하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거겠지!”
“지랄! 제논 일대기 1권부터 읽은 사람에게 할 소리냐? 루미너스 님께 한 번 기도해서 확인시켜줘?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
“너 때문에 이벤트가 종료되게 생겼는데 반성은 하나도 안 하는 거야?!”
도착하기도 전에 귀에 들어오는 온갖 고함 소리들. 아무래도 대기하는 동안 온갖 고성이 오가는 모양이다.
케이트는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야겠다 생각하면서 입구를 향하 나아갔다.
이윽고 입구에 다다른 순간, 케이트의 시야에는 흡사 재판장과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지하 으슥한 곳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심문실과 달리, 이단을 심판하기 위한 장소.
그 중심에는 현재 사태의 주범들이 나란히 앉아있었으며, 주위에는 방청객들이 그들을 향해 비판을 날리고 있었다.
케이트는 벌써부터 시끌시끌한 광경을 바라보면서 숨을 몰아쉬었다가 뒤의 여사제에게 조용히 물었다.
“이 놈들인가요? 감히 그분의 명령을 무시한 게?”
“예. 그렇습니다.”
조용한 대화였으나 그들의 목소리는 재판장 전체에 울려퍼졌다. 일부러 마나를 담아 음성 크기를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재판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케이트 쪽으로 향했다. 그녀의 등장에 고성이 오가던 재판장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오죽하면 케이트의 아름다운 외모를 보며 나온 탄성이 제일 클 정도.
케이트는 재판장이 조용해지자 중앙에 앉아있는 주범에게 시선을 두면서 자리로 찾아갔다.
“저 분이 케이트 추기경? 맞죠?”
“예. 맞습니다.”
“케이트 추기경 님! 전 정말 억울합니다! 이 모든 게 악마 숭배자들이 파놓은 함정입니다!”
주범으로 추측되는 남자의 항의에도 케이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볼 뿐.
하지만 남자도 만만치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케이트가 뿜내는 기에 눌릴 법한데 여전히 당당했다.
케이트도 그런 남자의 당당함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앉은 곳은 바로 맞은편의 테이블.
대심문관으로서, 심문 결과에 따라 즉결 심판을 할 권리가 있었으니 맞은편에 앉는 게 자연스럽다.
“이름.”
“예?”
“이름부터 말씀하세요.”
아직 확정된 게 아니었기에 케이트는 그나마 정중한 말투로 대했다. 마음 같아서는 벌레라고 칭하고 싶었으나 워낙 복잡한 사태라 신중해야 된다.
남자는 처음에 당황했다가 이내 콧김을 길게 내쉬며 입을 열었다.
“로이. 로이 핸던슨입니다.”
“모험가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이 자리에 앉은 이유를 알고 계시죠?”
케이트의 질문에 남자, 로이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거렸다. 무엇 하나 거슬릴 게 없다는 당당한 태도.
그 태도에 케이트는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로이의 옆에는 이 사건과 연관돼 있는 성직자가 앉아있다.
성직자는 의외로 젊은 남성이었는데, 순하디 순한 외모로 하여금 그가 어떤 인물인지 대략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형제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베이기스 할이라고 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케이트의 질문에 베이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본인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로이를 한 번 힐긋거렸다.
그러나 로이는 여전히 당당꼿꼿한 태도를 유지하는 중이다. 표정 또한 본인은 아무런 죄가 없다는 표정이다.
이에 베이기스는 머뭇거렸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선 사태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루미너스 님의 종으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진실이며, 거짓을 고한다면 천벌을 기꺼이 받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루미너스 님의 검으로서 형제의 증언을 모두 듣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어떻게 된 거냐면······”
베이기스의 설명은 대략 이랬다. 현재 로이는 이벤트 시작 이후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모험가이며, 최근에는 세뇌된 마을을 발견했다고.
더 나아가 다른 건 몰라도 제논 일대기를 향한 열망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이라고 변호 아닌 변호를 해줬다.
케이트는 그 변호를 잠자코 들으면서 로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기시감이 들어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아까는 열이 올라 알아보진 못했지만, 저 얼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로이 씨라고 하셨나요?”
“예. 그렇습니다.”
“얼굴이 익숙한데 혹시······”
“흠. 흠.”
케이트가 뒷말을 흐리며 묻자 헛기침을 하는 로이.
그는 방청객들의 눈치를 보다가 전과 달리 매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 지난번 제논에게 싸인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아. 그분?”
그제서야 기억이 났는지 케이트가 아, 하며 탄성을 질렀다. 동시에 방금 전까지 끼워져 있던 색안경이 거의 다 벗겨졌다.
싸인 하나에 목숨까지 걸 정도로 열광적인 사람인데 아이작의 지시를 어겼을리가 없다. 분명 무슨 일이 있을거다.
케이트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로이는 재차 주변 반응을 살펴봤다.
역시나일까. 자신이 제논의 싸인을 받았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방청객들이 저마다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제 짐은 어떻게 되는 거죠? 설마 압수되거나 그런 건······”
“재판의 결과에 따라 다를 겁니다. 하지만 로이 씨의 성품을 보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전 정말로 악마 숭배자를 잡았을 뿐입니다.”
억울함이 가득 담긴 로이의 말에 케이트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노모의 사정이 더 안타까워진다.
본인은 세상 착하고 귀중한 자식이지만, 정작 그 자식은 세상을 악의 구덩텅이로 몰아넣는데 일조한 악마 숭배자였으니.
케이트는 점차 안쓰러워지는 상황을 고려하면서 베이기스에게 시선을 옮겼다.
상황이 좋게 풀림에도 불구하고, 베이기스는 왜인지 몰라도 여전히 긴가민가한 얼굴이었다.
“형제여. 더 말씀하실 거라도 있으십니까?”
“그······ 있습니다. 있긴 있는데······ 후우······”
무언가 답답한지 길게 한숨을 내쉬는 베이기스. 케이트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윽고 베이기스는 그녀의 눈치를 보다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제 말에는 한치의 거짓도 없다는 점. 그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점점 궁금해지는군요. 도대체 그게 뭐죠?”
“우선 악마 숭배자를 판별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신성력을 사용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한계가 있죠. 성직자의 신성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영혼이 타락하지 않은 악마 숭배자는 아무런 효과도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심문실에서 취조를 하는 편이죠.”
신성력은 만능이 아니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악마 숭배자를 판별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아닌 말로 케이트가 신성력을 주입하면 악마 숭배자는 가루가 되겠지만, 평범한 성직자는 거뜬히 버티고도 남을 것이다.
때문에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는 악마 숭배자가 대다수며, 타락한 추기경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의 노하우는 쌓이고 쌓인지 오래다.
“그리고 아이작 님께서는 무고한 희생자가 나올 바에야 악마 숭배자 10명을 놓치는 게 더 낫다고 하셨습니다.”
“그건 유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로이 씨가 잡은 악마 숭배자를 심문했습니다. 정황만 보자면 악마 숭배자가 확실했죠. 인신매매를 하는 노예상인데다가 큰 손과 연결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베이기스는 잠깐 망설이더니 이게 맞나 싶은 목소리로 말했다.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뒤이어 그의 입에서 나온 증언은.
“바로 죽었습니다.”
“······예?”
정말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모두가 베이기스의 증언을 듣고 그게 말이 되냐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쯤.
“케, 케이트 추기경님! 케이트 추기경님!”
재판장 안으로 매우 급박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에 모든 케이트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소리를 지른 사람은 아까 전 케이트의 뒤를 따라 왔던 여사제. 그녀는 창백해질대로 창백해진 얼굴이었다.
누가 봐도 상당히 다급해 보이는 모습. 케이트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여사제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희, 희생자의 어머니께서······!”
“어머니께서? 설마?”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위중한 상태에 빠진 건가 싶어 다급해지려던 찰나였다.
“아닙니다! 현재 신전 밖으로 도망쳤습니다!”
“예? 도망치······”
나간 것도 아니고 도망쳤다. 케이트는 그 말을 듣자마자 온 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었다.
베이기스의 증언, 툭 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사람은 겨우 그정도의 충격으로 절대 죽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영혼이 이미 밖으로 빠져나간 상태였다면? 이런 사태를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의 목숨까지 포기한 거라면?
마지막으로 그 영혼이 다른 곳에 들러붙었다면? 사령술도 있는 마당에 빙의가 없을 리가 없다.
“어머니도······!”
이어진 여사제의 말에.
“아, 악마 숭배자에요!”
케이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달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