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381
■ 380화. 주사위 (3) □ ᓚᘏᗢ
리나 일러스트 올렸어요! 너무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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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는 미네르바 제국의 황녀로서, 다사다난한 사건사고를 겪으며 성장했다.
어릴 때부터 황족이 지녀야 할 행동거지과 예법, 그리고 표정 관리 등을 배웠으며 일찌감치 정치에 눈을 떴다.
정치에 눈을 떠버린 나머지 마리와 사이가 나빠지기도 했으나 현재로서는 잘 해결되었으니 크게 신경 쓸 건 아니다.
현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라 하면 외출을 나갔다가 악마화를 한 마족에게 습격받았다는 걸까.
분명 안전한 지역인데다가 자주 오가는 길이었는데도 습격을 당하는 바람에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 트라우마로 인해 언제나 주위를 살펴보고, 또 안전한지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으며 매사에 이성적이게 된 이유도 이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마족도 악마 숭배자의 공작이지 않을까 싶다. 그때 당시만 해도 마족을 향한 인식이 바닥을 찍었을 때이니.
제논 일대기가 등장한 이후에는 모든 게 달라졌지만 황녀로서의 업무는 날이 가면 갈수록 쌓여갔다.
근래 들어 아이작이 실행한 이벤트로 인해 머리가 아파왔으나 차차 해결하면 되는 문제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문제지.
특히 가장 신경 쓰이는 문제가 바로 지하 사원이다. 분명 의식이 실행된 흔적이 명확함에도 누가, 무엇이 소환됐는지 갈피조차 못 잡고 있다.
정확히는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소환된 게······ 아이작이라고······?’
리나는 벌어진 입을 차마 다물지 못한 채 앞의 청년을 바라봤다. 입에서 차가 주르륵 흘러내려 드레스를 적시고 있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난처하다는 듯이 웃고 있는 청년의 이름은 아이작 듀커르 마이샬.
제논 일대기의 작가이자, 예언자 혹은 회귀자로 취급받고 있으며 지금은 아예 세상을 구한 성자로 추앙받고 있다.
그렇다 해서 작가로서의 능력이 부족한 건 절대 아니다. 제논 일대기가 예언서로 우대받기 전부터 세계적인 파란을 몰고 왔으니.
또한 문학계를 몇 단계나 발전시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장력이 훌륭하다.
제논 일대기는 남녀노소, 계급을 막론하고 읽기 쉬운 책이니까. 당장 헤일로 아카데미 문학과 신입생이 작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면 그 지식들이 전부······?’
제논 일대기는 또다른 세계를 창조했다는 말이 있을만큼 정교하고, 또 고증이 철저한 소설이다.
사실 세계를 창조한 소설은 제논 일대기 외에 많은 편이다. 설화 혹은 동화도 따지고 보면 또다른 세계를 창작한 셈이니.
하지만 제논 일대기는 궤를 달리했다. 마치 현장에 나간 것 같은 생생함은 물론이요, 심금을 울리는 명장면들.
무엇보다 단순히 상상력이라고 하기 힘든 ‘증기 기관차’의 등장까지.
과연 그것이 한 사람, 그것도 20살도 되지 않은 청년의 머리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인가? 절대 아니다.
이건 가능하고 불가능하고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적어도 리나가 보기에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리나?”
“어, 어?”
상념에 빠져있던 리나는 아이작의 부름에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이에 시선을 내리니 그가 손수건을 슬쩍 내밀고 있다.
리나는 멋쩍게 웃는 아이작과 손수건을 번갈아보다가 조심스레 받았다.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탓에 손이 덜덜 떨렸다.
“아리엘?”
“웅?”
“아빠 잠깐 친구랑 얘기할 게 있으니까 햇볕 쬐고 있을래?”
“하아암······ 아라써.”
아이작은 리나가 드레스를 닦는 동안 아리엘에게 부탁했다. 다행히 중간에 자다 깬 건지 아리엘도 하품을 하며 침대로 오종종 걸어갔다.
뒤이어 침대로 힘차게 점프하더니 아까 전처럼 햇볕을 쬐며 잠에 들었다. 머리 위의 새싹도 햇볕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창문 쪽으로 기울어졌다.
일련의 사태가 대충 끝난 듯하자 아이작은 다시 리나를 쳐다봤다.
얼마나 놀란 건지 드레스를 닦는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다.
“후우······”
이윽고 더러워진 드레스를 대충 정리한 리나가 손수건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얼룩이 진 건 어쩔 수 없지만 손수건으로 닦아냈으니 찝찝함은 어느 정도 사라졌을 터.
리나는 터질 듯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추스리기 위해 가슴을 두드렸다.
그러나 머리에 돌아다니는 상념들로 인해 심장은 도저히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하는 수없이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못 볼 꼴을 다 보였는데 이제 와서 뭘 숨기겠다고.
이에 리나는 굳게 다짐한 후 고개를 선선히 들어 아이작과 똑바로 마주했다.
황금의 눈동자는 언제 봐도 아름다웠지만, 그 속에는 난감함이 깊게 배어있었다.
“이제 좀 진정이 돼?”
“······응.”
아이작의 질문에 리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습관적으로 찻잔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아까 전 그 추태로 인해 내용물이 비어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곧바로 회수했다.
사교계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충격적인 소식까지 들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관리가 안 되는 건 처음이다.
“······아까 들은 게 사실이야?”
그녀가 지닌 감정과 생각을 한꺼번에 함축한 질문. 떨리는 목소리에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담겨있었다.
아이작은 쓴웃음을 지으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밝힐 생각이 없었는데 아리엘이라는 변수가 나타났다.
물론 끝까지 잡아뗀다면 잡아뗄 수 있을 테지. 허나 리나는 절대 바보가 아니다.
아마 지금쯤 머릿속에서 퍼즐을 딱딱 맞추고 있겠지.
‘역시······ 그게 아니고서야 설명이 안 돼. 예언자나 미래인이 아니라고 끝까지 잡아뗄 수 있던 이유도 그게 진실이기 때문이고. 그런데 정말로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는 악마처럼?’
그리고 그 예상대로 리나는 이리저리 엉킨 실타래를 하나 하나 푸는 중이었다.
여태까지 의심되던 모든 것들이 퍼즐처럼 딱딱 들어맞아 머릿속에서 정리된다.
아이작의 수평적인 마인드 자체는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다. 당장 마리도 권위적인 태도가 거의 없지 않은가.
비록 다른 여인들과 달리 아이작의 곁에서 지내지는 않지만, 관찰력 하나만큼은 자부하는 리나다.
‘다른 세상에서 왔다면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어. 여기서 걸리는 건 두 가지······’
그는 어떤 세상에서 왔는가. 그리고 또 어떻게 자신이 다른 차원의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됐는가.
정말로 악마들이 살고 있는 차원에서 넘어온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전혀 모르는 세상에서 온 건지.
무엇보다 저 청년이 정말로 아이작 듀커르 마이샬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마이샬 가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가문의 상징인 붉은 머리카락과 황금의 눈동자를 지닌 미청년.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아이작은 분명 호크 듀커르 마이샬과 안나 듀커르 마이샬의 친자식이다.
그러나 저 안에 깃든 영혼이 원래부터 아이작인지, 아니면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영혼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증명해달라고는 하지 않을게. 다만 질문을 몇 가지를 할 텐데 가능할까?”
“해도 돼. 이미 들킨 마당에 거부해봤자 의심만 살 테니까.”
“지금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총 몇 명이야?”
“세실리와 아르웬. 그리고 너까지 총 세 명.”
리나는 그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조차 모른다는 건 조금 의아했으나 그녀의 성격을 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녀는 아이작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진심으로 사랑할 여인이다. 사람 자체에 빠져든 케이스다.
아이작 본인도 굳이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을 것이다. 이미 회귀자니 뭐니하면서 골치 아플 텐데 여기서 더 복잡해질 수도 있었으니.
“그럼 그들도 네가 악마 숭배자의 소환으로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다는 걸 알고 있어?”
“아니. 몰라.”
“모른다라······ 그럼 이제부터 중요한 질문을 하나 꺼낼게. 대답은 해줄 거지?”
“다 들켰는데 무슨. 대신 아버지랑 아델 누나가 나오면 즉각 중단할 거야.”
그거야 상관없다. 이건 따지고 보면 세계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으니 기밀이라 신중해야 된다.
사실 이렇게 개방된 장소에서 얘기하는 것조차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차오르는 궁금증이 그녀를 급하게 만들었다.
그에 리나는 다시 한 번 숨을 몰아쉰 후, 아이작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어?”
“내가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다는 사실?”
“아니. 악마 숭배자의 소환 의식으로 인해 넘어왔다는 거. 그걸 어떻게 인지했어?”
꽤 심오한 질문이었으나, 아이작은 개의치 않다는 듯이 대답해줬다.
“루미너스 님이 알려주셨는데?”
“루, 루미너스 님께서?”
“응. 악마 숭배자의 의식 소환이 실패해서 내 영혼이 그쪽에서 넘어온 거라고 했어. 아마 네가 언급한 그 의식이 맞을 거야.”
그리 말하며 쿠키를 하나 집어 입에 넣는 아이작. 리나는 쿠키를 오독오독 씹는 그를 황망하게 쳐다봤다.
루미너스가 직접 보증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솔직히 말해 황당했다.
실제로 사원에는 누군가 의식을 방해한 흔적이 남아있다. 그것 때문에 아이작의 영혼이 이쪽으로 건너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제논 일대기가 발매되고······’
악마 숭배자가 모조리 토벌되고 있지. 자업자득이자 자승자박이다.
그들은 분명 악마를 소환하려 시도했겠지. 하지만 이겐 웬 걸?
악마는커녕 악마 숭배자를 모조리 도륙하는 아이작이 소환됐다. 희대의 도박이 최악의 악수로 변질해버렸다.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확률인 건가. 만약 악마 숭배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간 속이 뒤집어지다 못해 졸도하겠지.
“그, 그렇구나. 세실리랑 아르웬 여왕도 알고 있어?”
“아니. 그들은 정말 내가 미래에서 온 걸로 생각하고 있어. 이건 직접 듣는 편이 나을 거야. 꽤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알았어. 따지고 보면 너도 악마 숭배자의 피해자구나? 갑작스레 죽은 거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큰 미련은 없어서.”
큰 미련이 없다. 도대체 그쪽 세계에서 어떤 삶을 살았길래 무던하게 반응할 수 있는 걸까.
저 대답 하나에 아이작을 향한 리나의 시선이 달라졌다. 지금처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산 사람이라고.
아이작의 전생도 꽤나 기구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녀가 착각하는 것만큼은 아니다.
부모님을 사고로 잃은 건 분명 한 사람으로서 비극적인 일은 맞지만, 그보다 심한 사람이 널려있었으니.
리나는 애처로운 시선으로 아이작을 바라보다가 이내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네 영혼은 아이작 듀커르 마이샬이 맞는 거지? 중간에 끼어든 게 아니라.”
“어릴 때 똥오줌 못 가리는 느낌을 알려줄까? 생생하게 묘사해줄 수 있는데. 난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 신생아 때는 기억이 안 나지만 3살 때부터는 뚜렷하거든.”
“미안.”
역시 2회차 인생은 어릴 때부터 범상치 않구나. 리나의 감평이었다.
우선 아이작이 이쪽으로 건너오게 된 경위도 알았겠다, 현재 주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아있다.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 하나로 아이작이라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명확히 알 수 있을 터.
두근! 두근! 두근!
그 질문을 꺼내려 하니 심장이 다시 한 번 거세게 요동친다. 리나는 다급히 가슴을 두드리며 진정시켰다.
뒤이어 호흡을 갈무리 한 후, 지그시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며 아이작을 바라봤다.
그는 언제든지 자신의 질문을 받아줄 준비가 돼 있다는 듯, 다소 후련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윽고 리나는 분홍빛 입술에 침을 바른 후, 조심스러운면서도 호기심이 깔린 음성으로 물었다.
“그러면······ 아이작.”
“응.”
“너는······ 어떤 세상에서 살다가 온 거야?”
이 질문 하나로 아이작이 어떻게 하여 제논 일대기를 집필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리라.
저 정도의 상상력을 가지려면 어떤 세상 속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사람은 미지의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호기심을 가진다. 그것이 인류가 발전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리나가 원하는 건 그 궤를 달리했다. 무려 다른 차원에서 살다 온 사람의 이야기다.
“일단 말하기 전에 이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정말 평범하게 살다가 온 사람이야. 너처럼 높은 권위를 가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평민이라 할 수 있지. 제논 일대기 속에 묘사된 증기 기관차를 제작할 능력도 없어. 그냥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작가에 불과해.”
다른 사람에게도 말했던 당부였다. 저 말대로 아이작은 스스로가 천재랑 거리가 멀다는 걸 명심하고 있다.
그냥 글을 좀 잘 쓰고 역사를 좋아하는 글쟁이. 하지만 그렇다고 최고의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같은 존재이자 세상에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상관없어. 너도 중요하지만, 네가 어떤 세상에서 살았는지가 중요하니까.”
“왜?”
“너는 너 스스로가 평범하다고 했지? 자그마치 제논이 평범한 세상인데 과연 그 세상이 우리 입장에서 평범할까?”
“··· ···”
아이작은 리나의 설득력 있는 말에 납득할 수 있었다. 하기야 이 세상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지.
그러면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아이작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자신이 살던 지구는 이 세상보다 문화적으로도, 또 과학적으로도 한참 발전해 있다.
허나 지구에는 마법은커녕 마나조차 없다. 심지어 인류에 위협이 되는 몬스터들까지도.
이런 걸 하나 하나 설명하려니 조금 벅찬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게다가 리나가 그걸 이해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아. 이거면 되겠구나.’
이걸 잘 정리하면 괜찮은 답변이 하나 나올 거다. 이에 그는 긴장하고 있는 리나에게 알려줬다.
“네가 듣기에는 조금 신기할 거야. 내가 살던 세상은 인간밖에 없었거든.”
“인간······ 뭐? 인간밖에 없다고?”
“응. 수인, 엘프, 드워프, 악마, 천사, 심지어 몬스터들까지. 마나와 마법도 없으며, 신들의 존재도 명확하지 않아. 존재가 명확하지 않아서 신성력도 없지. 오로지 인간과 드넓게 펼쳐진 자연, 그리고 거기에 사는 동식물들. 이것밖에 없어.”
아이작이 꺼낸 답을 들은 리나의 반응은 사뭇 볼만 했다.
“······뭐 그딴 세상이 다 있니? 엄청 재미없어 보이는데? 그리고 인간만 있으면 발전이 돼? 엘프도 없이 인간 혼자서 문명을 건립할 수 있어?”
그게 무슨 해괴망측한 이야기냐며, 거짓말 하지 말라는 표정을 지었으니까.
이 세상에서 살고 있는 주민 입장에서 그렇게 느껴지겠지. 아이작은 그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거기 인간의 수명은 100년이 넘어? 엘프처럼 1000살까지 산다던가”
“아니. 먼 과거에는 50년도 넘기 힘들었어. 내가 살던 때도 100세를 넘기는 건 힘들고.”
“그러면 어떻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 대체 어떤 세상이길래······”
“뭐. 굳이 설명하자면······ 리나.”
“응?”
“리나 너는 하늘을 어떻게 생각해?”
뜬금없이 하늘에 대해 묻는 아이작. 리나는 순간 눈쌀을 찌푸렸으나 질문을 한 대상이 아이작이라는 걸 인지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결코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분명 의도가 있을 터.
그녀는 한참동안 생각하다가 우선 자신이 아는대로 입을 열었다.
“신들이 계시는 곳이자, 선택받은 자들만이 헤엄칠 수 있는 지역이지. 천사에게 날개가 달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잖아.”
“그렇지. 그리고 또?”
“종교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모든 생명은 땅에서 태어나 죽을 때 하늘로 올라가지.”
“흠. 일단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
전형적인 옛날 사람 마인드. 그러나 리나 같은 사람이 보편적이자 정상이다.
아이작은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다가, 마치 시를 읊는 듯한 말투로 리나에게 말했다.
“인간이 자신의 피조물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곳.”
“······뭐?”
“인간이 자신의 피조물로 바람도 없이 드넓은 바다를 항해 할 수 있는 곳.”
“··· ···”
“인간이 자신의 피조물로 전세계의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아이작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천천히 이어서 말했다.
“인간이 자신의 피조물로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곳.”
각각 비행기, 배, 인터넷, 마지막으로 핵폭탄과 관련된 이야기다.
하나 하나 자세히 말해봤자 크게 와닿지도 않을 테고, 이해하기도 힘드니 저런 식으로 설명한 것이다.
아이작은 어딘가 벙쪄 있는 것 같은 리나를 바라보다가 빙긋 웃어주며 마침표를 찍었다.
“이런 세상이 기본적으로 있는 곳이야. 어때?”
그에 따른 리나의 반응은······
“풋. 웃기지 마.”
예상 외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세상이 어디 있어? 그걸 인간이 다 한다고?”
종족 차원에서 우러러 나오는 강한 부정부터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