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39
■ 38화. 조별 과제 (2) □ ᓚᘏᗢ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확률일까. 나는 마지막으로 호명된 세실리의 이름을 듣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이지 엄청난 확률이 아닐 수가 없다.
어떻게 된 확률이면 저 3명과 잭슨이 한 조가 되는걸까. 로또가 괜히 있는 게 아닌 이상 아주 불가능한 현상이 아니어도 믿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나는 비루수 교수가 세실리의 이름을 호명하고 나서 순간 멍해졌다가 뒤를 바라봤다. 세실리, 그리고 리나가 서로 비슷한 표정인 걸 보아 그녀들도 많이 놀란 게 분명하다.
‘진짜 조작이라도 한 걸까?’
이렇다 보니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한 명만 걸리면 모를까, 세 명이 같은 조이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이어서 비루스 교수가 다음 호명을 시작하자 잭슨을 찾기 전, 마리의 반응부터 확인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잭슨, 리나, 세실리 이 세 사람과 한 조가 됐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것이라.
그리고 내 예상대로 마리는 입을 살짝 벌리며 믿을 수 없다는 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중이었다. 당장 나조차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놀라워 하는 중인데 그녀는 오죽할까.
다른 점이라면 나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입장이고, 그녀는 불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걸까.
‘위로는… 안 하는 게 낫겠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게 현명하다. 잭슨과 같은 조가 됐다는 것부터가 그녀에게는 불운이었는데 사이가 최악이라고 할만한 리나까지 있으니까.
더군다나 모임 이후로 세실리를 향한 시선도 좋지 않은 편이다. 리나처럼 대놓고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경계하고 있었다.
‘힘들긴 하겠다.’
힘든 수준이 아니라 헬 파티 수준이다. 마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중인 레킬리스 가문 출신이니 스스로 행동하는 편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글쎄? 라는 의문이 저절로 나왔다.
미네르바 제국의 황녀, 헬리움의 공주, 그리고 돈 많은 백작가 아들까지.
위의 세 사람은 본인이 스스로 뭘 하기보다는 누군가를 시키는 일이 더 많았을 것이다. 특히 이들 중 리나가 그런 경향이 가장 강할 텐데 그녀는 ‘리더’라기보다는 ‘지도자’에 걸맞은 위치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직접 나서서 행동하는 것보다는 그 일에 적합한 사람을 시켜 효율적으로 일을 끝내는 스타일.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조별 과제에서는 무임승차가 될 공산이 크다.
“…진짜 안 바꿔주시려나?”
시간이 지나 믿지 못할 현실과 타협했는지 마리가 해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그녀의 심정에 십 분 공감할 수 있었으나 위로는 해 주지 않았다. 그저 딱하다는 눈길을 보낼 뿐이지.
마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난번에 교수가 딱 잘라 강조했었다. 조원을 바꾸는 일은 절대 없고, 만약 그런 행위가 적발된다면 가차없이 엄벌을 내릴 거라고.
안 걸리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교수가 호락호락한 인물도 아니고 걸리게 되면 어마어마한 리스크가 따르게 된다. 학급 내에 소문이 퍼지는 건 당연지사고 어쩌면 최하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이상으로 모든 배정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전에도 강조했지만 조원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며 만약 적발될시 엄벌에 처할 테니 주의해 주십시오.”
“…흐흐.”
때마침 교수가 친절하게 확인 사살을 시켜줬다. 그에 마리가 지레 포기했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걸 보고 하마터면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헛기침을 토하는 것으로 무마했다. 마리가 저런 표정을 짓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발표 기간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주 후에 실시할 예정이며, 그 기간 동안 수업은 조별간의 토론으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발표를 잘하시거나 예리한 질문을 한 학생에게는 그 조 전체에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논 일대기를 주제로 선정한 것까지는 이해할만 한데, 지금 보면 은근히 날로 먹는 걸 좋아하셨다. 그래도 학생들의 수업 일정이 매우 빡빡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휴식 차원에서 조별 간의 토론으로 대체하는 것 같다.
뒤이어 나는 비루스의 교수의 설명을 듣다가 손을 슬며시 들어 올렸다. 하고 싶은 질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루스 교수도 내가 손을 들자마 화색을 띠며 나에게 선뜻 손을 내밀었다.
“네. 아이작 학생. 무엇이 궁금하죠”
“발표할 때 시각적인 자료를 이용해도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세상은 컴퓨터는커녕 기계조차 발달 되지 않았다. 전생에서 요긴 하게 사용했던 ppt는 고사하고 빔 프로젝터도 없어서 커다란 종이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비루스 교수는 내 질문을 듣고 콧수염을 살살 잡아 당기면서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상관없습니다. 시각 자료를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투철한 준비를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번 주제가 주제인 만큼 시각적인 자료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왜죠?”
“이번 조별 과제의 주제는 전개를 예측하는 것이지, 평가를 내리는 게 아니니까요.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칠판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행히고. 괜히 귀찮게 커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리거나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대신에 자료 정리와 프레젠테이션 연습은 조금 빡빡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칠판을 쓰면서 발표하는 건 생소한 일이었으니까.
‘…잠깐. 왜 내가 자연스레 발표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래서 트라우마가 무섭다. 조별 과제를 할 때마다 여러 번 치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물론 내가 제논 일대기 작가인 부분도 있다. 어쩌면 나 보다 발표를 잘하는 조원도 있을 테니 지켜는 봐야겠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네.’
운이 좋으면 내가 예상치 못 한 전개를 제시해 주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모임에서 잭슨을 보듯이 세세한 복선이나 떡밥을 잘 캐치한 학생도 있을 테니까.
비록 결과는 이상했지만, 그걸 고려 하더라도 잭슨의 관찰력은 뛰어난 수준이다.
‘…근데 걔가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나는 교수가 조별 과제를 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들을 설명해 주는 동안 뒤를 힐긋 쳐다봤다. 생각을 모두 정리하기라도 했는지 리나와 세실리는 개의치 않다는 표정들이다.
‘알아서 잘하겠지.’
과연 대환장 파티 중 가장 고통받을 사람이 누구일까. 나는 마리나 잭슨 둘 중 하나로 예측하고 있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각 조원마다 얼굴을 익히면서 계획을 설립하시면 되겠습니다.”
아직 수업 시간이 1시간 넘게 남았는데 비루스 교수가 빠르게 수업을 종료했다. 그의 말처럼 남는 시간 동안 조원끼리 얼굴을 익히라는 의미에서 일찍 끝낸 듯싶었다.
마지막으로 비루스 교수가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을 끝으로 수업이 종료되었다. 나는 자리에 일어나기 전, 옆의 마리의 상태를 확인했다.
얼굴을 책상에 박아 머리카락이 커튼처럼 쳐져 있는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드문드문 들려오는 중얼거림에 귀에 들어 왔다.
“끝났어… 인문학은 포기해야지…”
“… …”
“그놈이 아니라 아이작이면 할만 한데 왜 하필이면…”
“… …”
“루미네스님.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저 매일마다 기도 하는데…”
진짜 위로라도 해줘야 하는 걸까. 나는 바닥을 뚫고 내려갈 듯한 마리의 우울함에 살살 눈치를 봤다.
하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기름을 들어붓는다고, 뒤에 앉아 있던 리나가 태평한 목소리로 마리를 격려 해줬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서로 열심히 하는 게 어떠니? 교수님이 조원을 바꾸지 말라고 하셨으니 단념하는 게 좋지 않을까?”
“…개년.”
마리가 욕을 하는 건 처음 듣는다. 그만큼 화가 많이 났다는 의미겠지. 그나마 작게 말한 탓에 리나는 듣지 못했을 거다.
“그나저나 우리 조에 아이작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리나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정확히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녀의 시선에 어색한 웃음을 흘리고 대답했다.
“잭슨도 괜찮을 거예요. 모임에서 느꼈는데, 다른 건 몰라도 관찰력이랑 분석력은 꽤 좋은 녀석이더라고요.”
“그건 너도 마찬가지이지 않아?”
이번에는 리나가 아니라 세실리가 나에게 한 질문이다. 목소리에 확신이 가득 찬 걸 보아 리나도 그렇고 세실리도 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지만 나는 천재가 아니라 전생 덕분에 잡다 한 지식이 많을뿐이다. 더불어 이 세상은 정보의 접근성도 전생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편이다.
나는 세실리의 질문에 쓴웃음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전생의 이야기는 꺼낼 수 없으니 그럴싸한 변명을 거냈다.
“너무 과대평가하시네요. 전 단지 책을 많이 읽었을뿐이에요.”
“내가 보기에는 아이작이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은 데? 가끔 나오는 배려도 생각이 깊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잖아.”
세실리가 언급한 ‘배려’는 습관에 가까웠다. 모두 알다시피 내가 허당 기질이 조금 강한 바람에 생겨난 버릇이다. 무엇을 말 하거나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을 거치는 습관.
물론 그런 습관이 있어도 천성은 바뀌지 않더라. 가끔씩 칠칠맞게 행동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음… 그건 버릇이라고 보면 돼요. 제가 좀 칠칠맞은 구석이 있어서 뭘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하는 편이라.”
“좋은 습관이네. 그런 습관은 들이기 힘들 텐데.”
세실리가 아닌 리나의 말이었다. 나는 그녀를 한 번 힐긋거리고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하지만 간혹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장점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그 장점에 가려지는 단점이 반드시 있는 법이죠. 나중에 장점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단점만 노출될 겁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당장 나조차 한 번 생각을 거치지 않으면 다양한 실수를 범한다. 지난번에 실수로 강의용 노트가 아닌 소재 노트를 가지고 갔다가 마리에게 들킨 뻔한 적이 있다.
리나는 내 말을 듣고 나서 무언가 떠올랐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게다가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는데 아무래도 안 좋은 일이 생각난 모양이다.
나는 분위기가 잠깐 고요해진 동안 서둘러 빠져나가기 위해 노트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업도 끝났겠다 비루스 교수가 말한 대로 조원의 얼굴을 익히러 가기 위함이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래요.”
“아이작도 힘내. 우리는… 열심히 해볼게.”
세실리는 리나, 그리고 마리를 각각 한 번 씩 쳐다 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그녀도 현재 조원의 밸런스가 극악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말끝이 흐려지는 걸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세실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만일 저들 중 누군가 나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면 단호하게 거절할 생각이다.
야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녀들에게도 이런 경험은 필요하지 않겠나.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레오나 쪽으로 향했을 때쯤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아름다운 레이디들. 이렇게 같은 팀이 되어서 영광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반가워요.”
내가 떠나자마자 어느새인가 모습을 드러낸 잭슨이 능글맞게 끼어 들어 인사했다. 나를 대할 때와 달라도 너무 다른 느끼한 목소리하며, 신사적인 말투였다.
그리고 세실리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는 마리와 상념에 잠긴 리나를 대신해 인사를 받아줬다. 그녀 특유의 장난기어린 표정은 온 데간데없이 사라져 있고 딱딱함만이 존재했다.
아마 잭슨은 이걸 기회라고 삼지 않을까.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세실리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잭슨을 바라보다가 바로 등을 돌렸다. 지금은 조원을 만나는 게 우선이다.
‘레오나랑 잘 할 수 있겠지?’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레오나는 나 보다 훨씬 무뚝뚝하고 모범생 같은 이미지다. 단둘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적어도 시크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터.
무엇보다 대환장 파티에 있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나는 레오나가 앉아 있는 쪽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한 남학생과 마주치게 되었다.
“어.”
“아! 안녕하세요! 벤자민 블랭크라고 합니다!”
탁한 금발에다가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시골 청년처럼 순박한 얼굴까지.
조원 중 한 명인 벤자민 블랭크다. 나는 그의 힘찬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무뚝뚝하게 받아줬다.
“아이작 듀커르 마이샬이라고 합니다. 그냥 반말해도 돼요.”
“아… 그, 그래… 요? 하지만 귀족… 이잖아요…”
벤자민은 내 말에 허둥지둥거렸다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시선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걸 보면 평소 그가 귀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 놈의 계급 사회란.’
안타깝지만 이 세상에서는 벤자민 같은 반응이 정상적이다. 같은 귀족가 자식이라면 모를까, 평민과 귀족은 명백한 간격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벤자민이 나를 어려워 하는 건 이상하지 않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가 그에게 말했다.
“난 그런 거 신경 안 쓰니까 반말해. 내가 불편하니까.”
“아… 그래? 알았어. 편하게 할게.”
“그렇다고 바로 반말해버리네?”
“미, 미안합니다!”
“장난이야.”
웬지 모르게 전생의 군대가 떠오르는 상황이다. 벤자민은 내가 장난이라고 덧붙이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표정을 보면서 낄낄 웃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걸음을 옮기자 벤자민도 서둘러 따라왔다.
“지, 진짜 반말해도 되는 거 맞지?”
“맞다니까 그러네.”
“알았어. 진짜 말 놓는다?”
“지금도 말 놓고 있구만 뭐.”
벤자민과의 잡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레오나가 앉아 있는 책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레오나는 공책에 뭔가를 기록 하고 있다가 우리가 다가오자 조용히 덮었다. 뒤이어 고개를 들어 올려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역시나 그때처럼 시니컬한 표정이 아니라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이 딱딱한 표정이었다. 컨셉 하나는 잘 잡은 것 같다.
“레오나 라이언즈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우리를 번갈아 보더니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소개했다. 본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태도에 약간 괴리감이 느껴졌으나 꾹 억눌렀다.
“아이작 듀커르 마이샬이라고 합니다.”
“벤자민 블랭크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이렇게 세 명이 서로 서로 인사를 나눴을 때였다.
“어머. 벌써 모이셨네요?”
상큼하기 짝이 없는 소녀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 왔다. 나는 물론이고 다른 두 명도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선을 옮긴 쪽에는 갈색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를 지닌, 인형처럼 귀여운 외모를 지닌 여학생이 다가오고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몰랐지만 가까이서보니 체구가 꽤 작은 편이었다.
이어서 그녀는 우리 셋을 번갈아 보더니 가슴 중앙에 손을 얹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전 마티우스 후작 가문의 아이라 벤 마티우스라고 해요. 그리고…”
아이라라고 소개한 그녀는 내가 아닌 벤자민과 레오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잠시 후 모든 파악이 끝났는지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리는 모습이 내 눈에 포착되었다.
나는 그걸 보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설마 대놓고 말 하진 않겠…
“아이작 씨를 제외하면 전부 평민이지? 편하게 말 놓을게.”
“… …”
“아 참. 그러고 보니 아이작 씨는 마이샬 남작가 출신이시죠?”
굳이 성 뒤에 ‘남작’을 붙은 걸 보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조별 과제에 치이고 치인 경험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평소에 눈 여겨 보고 있었어요.”
계급을 이용해 무임승차를 노리는 년이 한 명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