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
■ 3화. 불안한 시작 (1) □ ᓚᘏᗢ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입학 당일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모든 준비를 끝냈기에 캐리어만 점검하면 끝이었고, 마차도 미리 예약해 놓았다. 남은 건 부모님과의 작별 인사 뿐.
“우리 사랑하는 아이작. 아카데미에 가서도 책은 꼭 내야한다?”
“…어머니는 저보다 책이 더 중요하시죠?”
“물론이지.”
“… …”
“후후. 장난이란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마렴.”
장난이 아닌 것 같은데요. 나는 쓰게 웃었다. 그래도 자식 사랑은 지극하신 분이라 포옹은 해주셨다.
“아이작. 이 애비가 선물해줄 게 있단다.”
다음 인사는 아버지였는데, 아버지는 내게 펜을 주셨다.
전생에서 ‘만년필’이라고 불리는 펜처럼 생겼으며 검은색 바탕에 황금빛 테가 멋드러지게 조합되어 눈길을 끌었다.
언제나 펜촉만 사용하던 나에게는 눈이 동그랗게 떠질만큼 멋진 자태를 뿜내고 있었다.
이에 내가 만년필과 아버지를 번갈아보자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해주셨다.
“마법필(魔法筆)이라고 하는 거다. 마나를 잉크로 치환시키는 마법이 내재되어있지. 마나만 충전시킬 수 있다면 평생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이, 이거 비싸지 않아요?”
이 세계는 과학 대신 마법이 발달했다. 또한 기계나 공학처럼 복잡한 것도 마법으로 대체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마법은 보급화, 그리고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기에 대부분 상위층만 이용하는 편이다.
심지어 이런 마법 아이템은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기에 대부분 드워프들이 직접 제작하는 편이다.
그러니 아버지가 내게 선듯 선물해준 이 마법필도 가격이 말도 안 될만큼 비쌀 것이다. 적어도 평민의 1년치 생활비는 훌쩍 넘기지 않을까. 남작의 지위를 가진 아버지에게도 매우 큰 출혈이다.
“네가 벌어다 준 돈에 비하면 이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그리고 막상 너에게 줄 선물하니까 이것밖에 생각나지 않더구나. 이 아빠가 미안하다.”
“아버지…”
“가서도 열심히 글 쓰고, 그렇다고 학업을 등한시 하라는 말은 아니다. 힘든 게 있다면 거기 형이랑 누나한테 부탁하고.”
아버지는 따뜻한 목소리로 조언하면서 마법필을 직접 손에 쥐어주셨다. 평생 기사로서 활동하여 딱딱해질대로 딱딱해진 손길이 느껴졌다.
이어서 아버지가 내 중지 손가락의 첫 번째 마디와 둘째 마디 사이에 난 혹을 어루만져주셨다.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집필하면서 얻게 된 굳은살, 흔히 ‘펜혹’이라 칭해지는 것이다.
“이것도 영광의 상처라고 할 수 있겠지. 아빠는 네가 자랑스럽다.”
“… …”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너 스스로 얻어낸 명예야. 그러니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며 행동하려무나.”
“…네.”
이토록 좋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자 축복이다. 좋은 부모 아래 성장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비록 전생은 그 은혜를 갚기도 전에 가족들이 사라졌지만, 현생은 아니다. 나는 아버지와 부자 간의 진한 포옹을 나누고 미리 예약한 마차에 탑승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몸 조심하거라! 방학이 되면 형이랑 누나랑 같이 찾아오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마! 모쪼록 건강해야한다!”
부모님은 내가 마차에 탑승하고나서도 끝까지 지켜보고 계셨다. 거리가 어느 정도 멀어지자 저택으로 들어가셨지만 자꾸 뒤를 힐끔거리게 된다.
‘이제 가는구나.’
나는 덜컥거리는 마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구경했다. 아버지가 관리하는 영지는 시골 깡촌이라 해도 될만큼 허전했다.
그대신 몬스터의 출몰도 거의 없고, 영지민도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서 웃음과 활기로 가득한 곳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원래 무시무시한 업적을 쌓았던 기사인지라 청년들 중에는 직접 아버지에게 찾아가서 훈련을 받기도 한다.
간혹 글을 쓸 때마다 바깥에서 곡소리가 나는 경우가 꽤 많은데, 대부분 아버지에게 훈련을 받는 기사 지망생들이다. 아마 그 중 뛰어난 몇몇은 아버지가 이름을 걸고 아카데미에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그것도 못 보겠지?’
지금 이 기분을 뭐라고 해야 할까… 하나로 표현할 수 없었다.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대인관계가 거의 없던 내가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니까. 하물며 여기는 내가 아는 곳과 전혀 다른 세계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다고 하나 여기서도 그 상식이 통할지 미지수다. 자그마치 신분이 존재하는 세상이니 변수가 너무 많다.
‘지금 이렇게 걱정해서 뭐하냐.’
나는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정했다. 사람들은 내가 제논 일대기의 저자라는 걸 꿈에도 모를테고, 난 단지 성실한 학생으로 행동하면 그만이다.
아카데미에서 과연 무엇을 배울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타는 게 내 목표다. 만약 생활 도중 트러블이 발생한다면 형이나 누나에게 일러바치면 된다.
‘일단 가서 형이랑 누나부터 찾아야지.’
누나의 머리카락은 남색이지만 형은 아버지처럼 붉은 머리카락이어서 찾기 쉬울 것이다. 이 세상에는 붉은 머리카락이 흔치 않으니까. 특히 맹수처럼 빛나는 금색 눈동자는 더더욱.
나는 등받이에 편히 등을 기대었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라 마부에게 물었다.
“마부 아저씨. 아카데미까지 몇 시간 정도 걸리나요?”
“날이 좋으면 10시간 정도 소요될 겁니다.”
“생각보다 짧네요. 전 최소한 하루 정도는 걸릴 줄 알았는데.”
“마이샬 남작 님이 관리하는 영지는 수도와 가깝거든요. 게다가 이 영지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을 뿐이지, 5년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설 겁니다.”
10시간이라… 적당히 책을 읽거나 낮잠 자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그래도 매우 긴 시간이라는 건 바뀌지 않는다.
처음 환생했을 때 어떻게 하면 쓸데없이 넘쳐나는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했던 적이 있다. 그 결과가 책이었고.
하지만 때로는 과학이 조금만 더 발명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손재주가 인간보다 뛰어난 드워프조차도 뛰어난 무기 및 아이템을 제작하는데 힘을 쓰고 있지, 교통수단은 뒷전이다.
‘제논 일대기에 한 번 넣어볼까? 드워프의 장인들이 합심하여 만든 걸작으로.’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 때마침 드워프는 신박하다 못해 기괴한 마법 무구까지 제작하는 괴짜가 널려있다. 그러니 교통 및 물자 공급을 위한 목표, 적당히 우울한 과거사만 있다면 개연성은 충분하다.
특히 드워프 사이에서 스승과 제자는 부모자식이나 다름없어서, 스승이 세상을 떠나면 그 제자가 뒤를 잇는 전통이 있다고 아버지에게 들은 적이 있다.
설령 그것이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는 일이어도 끝까지 감내하는 편이다. 이걸로 어째서 드워프에 괴짜가 많은지 알 수 있다.
‘불우한 과거사는 이만하면 됐고. 마나를 연소시켜서 움직이는 증기 기관차로 설정하면 되겠지.’
나는 아버지가 선물해준 마법필로 수첩에 끄적였다. 잊어버리지 않게 기록하는 버릇은 전생에도 있었기에 지금은 수첩으로 대신하는 편이다.
‘어차피 나도 작동 원리를 모르는데 설마 진짜로 만들기야 하겠어?’
미리 말해두겠지만 난 문과다. 기계 따위 알까보냐.
그냥 대충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표현하고, 정 힘들다면 삽화를 추가하면 된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내가 의외로 그림도 잘 그리는 편이다. 제논 일대기를 처음 발간했을 때도 독자들의 손쉬운 이해를 위해 세계지도를 첨부했다.
물론 그림 실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몰입하기에는 충분했다. 직접 그리는 것도 재미있어서 책이 발간될 때마다 삽화 여러 장을 첨부했다.
‘딱 옛날 소설 느낌이지.’
전생에서 웹소설이 히트하기 전, 종이책은 세계관 이해를 위한 삽화가 여러 장 실려있었다. 그 덕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나는 증기 기관차에 대한 설정을 수첩에 기록한 뒤, 잉크가 말랐나 확인했다. 역시 비싼값을 하는지 수첩의 잉크는 금방금방 말랐다.
아버지가 정말 좋은 걸 주셨구나라며 기분이 좋아졌다. 그 이후로는 도착할 때까지 독서에 집중했다.
“손님?”
“… …”
“손님?”
“네?”
독서에 집중하던 중 마부가 나를 불렀다. 나는 잠시 책을 덮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곧 있으면 헤일로 아카데미에 도착합니다.”
“응? 벌써요?”
“허허허. 벌써라뇨. 10시간이 지났습니다. 집중력이 무시무시하시군요.”
마부가 너털웃음을 흘리며 그리 말했다. 나는 뻘쭘함에 머리를 긁적였다가 슬쩍 창 밖을 확인했다.
“우와…”
역시 도시, 그것도 수도다. 거리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내 고향은 거리에 나가면 들판이나 농경지가 대부분인데 여기는 건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건물의 양식도 그렇고 거리에 걸어다니는 행인도 그렇고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이다.
가끔 가다가 철제 갑옷을 착용한 기사와 지팡이를 든 마법사도 보였는데 아무래도 치안 담당인 듯했다.
“앞을 보시면 헤일로 아카데미가 보이실 겁니다.”
“어디… 오.”
마부의 말대로 앞을 바라보니 유독 구조가 남다른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본 내 감상평.
‘…호그와트인가?’
거짓말이 아니라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가 버젓이 세워져 있다. 성만한 크기와 더불어 원뿔형 지붕까지. 내가 알던 호그와트의 외양을 그대로 띄고 있다.
물론 완전히 똑같진 않고 약간씩 다른 부분이 있으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설마 마법 주문이 아브라카다브라 같은 건 아니겠지?’
마법사를 두 눈으로 본 적이 없으니 문득 그런 생각까지 든다.
“도착했습니다. 그럼 좋은 생활을 하시길.”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마차에 내리자 마부가 신사답게 인사했다. 나 또한 집에서 배운대로 예법에 따라 인사했다.
뒤이어 마부는 한 번 웃어준 뒤에 방향을 돌렸다. 나는 마부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다가 등을 돌렸다.
“히야…”
티를 내지 않으려 해도 감탄이 자연스레 입 밖으로 나왔다. 지구에서 살다 온 사람이라면 내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만화나 소설로만 존재하던 판타지 문명이 내 앞에 있는데 그 누가 감탄하지 않을까. 멀리서 봤을 때도 느꼈지만 대학교가 아니라 성이랑 똑같았다.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주변에는 이미 입학생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대문 쪽으로 향하고 있다.
가끔씩 통일된 복장, 즉 교복을 입은 사람들도 보였는데 아마 재학생일 것이다. 교복은 입학생들에게만 지급되는 거니까.
이에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대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발을 옮기자 짐이 담겨있는 캐리어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났다.
“어머! 어머! 저기 봐! 레오르트 황태자님 아니야?”
“정말이네. 언제 봐도 멋있으셔…”
“그 옆에는 리나 황녀 님이신가?”
“아마 그럴 걸? 황녀 님도 예쁘시네. 부럽다.”
그러다 갑자기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졌다. 아카데미 입구로 향하던 사람들이 중간에 멈춰 서서 어느 한 방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 또한 무슨 소란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이 부실듯한 미모를 여실히 뿜내는 두 남녀가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오.”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수도 있구나. 나도 지금 내 얼굴이 꽤 잘생겼다 자부하는데 저 남자 앞에서는 한 수 접어야 할 듯했다.
또한 남자의 옆에서 나란히 걸어오는 여자는 어떠한가. 순백의 드레스를 입어 미의 화신이라고 칭해지는 엘프 못지 않게 아름다운 자태를 뿜내는 중이다.
특이한 점이라면 두 명 다 금발에 벽안을 갖고 있다는 건데, 인상이 좀 다르긴 하지만 누가 봐도 남매였다.
“…그보다 황태자랑 황녀라고?”
신문에 나를 잡아다 족친다던 그 두 명? 내가 그리 생각할 쯤 즈음 누군가 그들에게 달라붙었다.
웨이브 진 갈색 머리카락과 동글동글한 눈매가 귀여운 소녀였으며 체구도 상대적으로 아담하여 다람쥐 같았다.
“레오르트 님! 오랜만이에요!”
“음? 그대는…”
순간 레오르트의 표정에 금이 간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갈색 머리카락의 소녀는 레오르트에게 더욱 달라붙었다. 은근슬쩍 팔짱까지 끼는 걸 보아 주변 사람들에게 레오르트와의 친분을 강조시키려는 걸로 보였다.
하지만 레오르트는 소녀가 팔짱을 껴도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그동안 소녀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소피아에요! 저 알아보시겠어요?”
“…아아. 소피아 영애로군. 잘 알고 있지.”
구라다. 인위적인 미소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황태자는 지금 매우 불쾌해 하고 있다.
하기야 누구라도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앵겨붙으면 화가 날만도 하다. 그것도 목적이 뻔히 보이는 수작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피아란 영애는 눈치가 없던 것인지, 아니면 목숨이 두 개라도 되는 건지 더욱 자기 몸을 밀착시켰다.
감동 받았다는 표정은 덤이다.
“기, 기억하시네요! 솔직히 모르실 줄 알았는데…!”
“그대처럼 작고 귀여운 여인을 몰라 볼 리가 있겠나?”
“아아…!”
이야. 입에 침도 안 묻히고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것 보소. 그래도 저 목소리에 저 얼굴이면 누구라도 뻑 갈만하다.
물론 연기를 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황태자도 쉽지는 않구나.’
나는 왠지 모를 안쓰러움에 속으로 피식거린 뒤에 걸음을 옮겼다. 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이니 괜한 참견은 독이 될 뿐이다.
“그, 그렇지 참! 레오르트 님도 이번에 발간된 제논 일대기를 읽으셨죠?”
소피아가 저런 질문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걸음을 우뚝 멈추며 다시 레오르트 쪽을 쳐다봤다.
레오르트는 제논 일대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전보다 표정이 밝아진 모습이다. 나를 황궁에 가둬버리겠다고 협박할만큼 좋아했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물론이지. 그대도 이번에 나온 신권을 읽었나?”
“당연하죠! 그런데 결말이… 작가가 사람 마음 갖고 노는 것 같아서 화가 나더라고요. 레오르트 님도 동의하시죠?”
“그만큼 저자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다는 거겠지. 나 또한 결말을 읽고 화가 났다네. 내 동생도 마찬가지고.”
“리나 님도요?”
소피아의 시선이 황녀, 그러니까 리나에게로 향했다. 리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시선이 소피아가 아니라 레오르트 쪽이었다.
“오라버니. 굳이 그런 것까지 말해야겠어요? 창피하잖아요.”
왜 나한테 불똥을 튀게 만드냐. 이런 소리로 들린다.
그러나 레오르트도 만만치 않았다.
“원래 취미는 공유해야 재미있는 법이지.”
같이 고생해보자. 이렇게 들린다.
온화한 말투하며, 고상한 언어를 쓰고 있지만 어딜 가나 남매의 본질은 안 바뀌는 모양이다.
“두 분은 결말을 읽고 무슨 기분이 드셨어요? 정말 신문에 봤던 것처럼…”
“아아. 그거 말인가? 홧김에 쓴 거라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네.”
“저도 마찬가지에요. 소피아 양이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답니다.”
그거 저에게는 참 다행인 소식이네요. 나는 한시름 놓은 듯한 기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누가 맨 정신으로 신문에다가 그딴 말을 써놓겠…
“뭐, 황궁에 가둬놓고 싶은 건 반쯤 진심이지만. 하하하.”
“… …”
저 새끼들이랑은 절대 엮이지도, 마주치지 말아야겠다.
나는 더 이상 들을 것도 없다 싶어 두 다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아니. 근데 잠깐만. 설마 황녀도 입학하나?’
잘 생각해보니 상황이 더 좆된 것 같다.
절대 들키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