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00
■ 399화. 이야기 (2) □ ᓚᘏᗢ
악마는 대외적으로 다른 차원의 침략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족 또한 그런 악마들에게 피해를 받아 탄생하게 된 종족이고.
이런 생각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문헌에 등장하는 악마는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작스레 등장하고 더 나아가 세계를 침탈했다.
하물며 당시에는 엘프 못지 않은, 아니 그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당연히 다른 차원의 존재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헌데 그 악마들이 사실은 이 세상의, 그것도 멸망한 왕국의 인간이었다니. 마족의 기원을 생각해 보면 말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충격적이다.
“······악마가 사실 멸망한 왕국의 백성들이라고요?”
믿기지 않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비슷했다. 쥐 죽은 듯한 침묵 속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마리였다.
그 질문에 클라크는 한치의 거짓말도 담기지 않았다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동시에 잠깐의 고요함이 이어졌다.
‘나라 전체를 제물로 사용한 건가?’
나라 전체를 제물로 사용하여 신 못지 않은 강력한 힘을 얻는다. 전생에서 꽤 유명한 클리셰이지만 실제로 듣는 건 처음이다.
어느 연금술사 만화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스케일이 스케일인지라 복잡한 준비 과정과 결정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동기. 그 만화는 흑막이 꼬드겨서 진행되었고, 그 부작용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아 비극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게리오스의 마지막 왕, 모건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의 나라를 희생시킨 것일까.
수천 명의 영혼을 먹인 슈퍼 솔져도 있는 마당에 무엇이 부족했던 걸까.
나는 충격으로 인해 쉬이 믿지 못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믿어도 되나요?”
[믿든 말든 상관없다. 나는 내가 찾은 기록을 읽었을 뿐이니.]“기록이라면······”
[놈들을 추적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다. 전부 다 태워버렸지.]“어째서죠? 어딘가에 숨겨놓거나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놓으면 되잖아요.”
클라크는 자기 일기장을 태울 정도로 흔적을 지우고 다녔다. 그러나 세상의 비밀마저 모조리 없애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아쉬운 소리를 내자 그는 어딘가 허탈했는지 피식 웃었다. 뒤이어 상체를 앞으로 들이밀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대한 한탄에 가까운, 어딘가 고독해 보이는 말투였다.
[손자야. 신은 그 존재가 거대한만큼, 그림자 또한 커다란 법이란다.]“··· ···”
[그 그림자 속에 숨어 성직자 행세를 하는 놈이 있었지. 다행히 지금은 천벌을 받았지만 그런 놈마저 있는 마당에 내가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느냐?]뼈와 살이 한가득 실려있는 말이다. 클라크는 분명 타락한 추기경, 바크를 언급하는 거겠지.
그가 실은 악마 숭배자였다는 게 드러났을 때는 세이비어뿐만 아니라 세상이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바크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었으며 만약 시간이 좀 더 흘렀다면 차기 교황이 될 거라는 말도 있었으니.
아마 그것 때문에 홀로 여정을 떠났지 싶다. 세상이 미쳐돌아가는데 믿을 건 자신밖에 없었을 터.
“······알겠어요. 그러면 모건 왕은 무슨 이유로 자신의 나라를 제물로 삼은 거죠? 게리오스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내가 찾은 기록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게리오스의 마지막 왕은 그릇된 욕심으로 어리석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그렇게나 염원하던, 엘프 이상의 존재가 되었으니 좋지 아니한가? 그의 군세는 세상을 향해 뻗어나가고, 그의 백성도 축복을 받아 영원토록 행복해질 것이니라.]클라크의 말을 들어보면 게리오스의 마지막 왕, 모건의 진정한 목표는 세계 정복이었던 모양이다. 여기에 인간은 엘프를 넘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분에 넘치는 욕심을 갖고 있었으니 어리석은 판단을 내린 거겠지. 그것을 누가 부추겼는지, 주동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모르지만.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실제로 엘프보다 강한 종족, 악마가 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세계를 집어삼키기 직전까지 갔으니 그의 목표는 이루어졌다고 보면 된다.
그 과정이 온통 파괴와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다는 문제지.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여러모로 걸리는 점이 많지만······ 모건 왕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졌네요. 안 좋은 쪽으로요.”
[그런 셈이지.]“하지만 주동자가 따로 있는 거죠?”
[확실하지는 않겠지만 있었을 게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딴 미친 짓을 저지르진 않았을 테니까.]높으신 분이 과욕을 가지면 어떤 참사가 발생하는지는 곳곳에 널려있다. 이건 2차 세계 대전 그 이상으로 스케일이 클 뿐이다.
잘못된 욕심으로 자그마치 세계가 멸망할 뻔한 사건이었으니까. 그러나 동시에 의문이 드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 노예였던 마이샬 가문의 선조가 어째서 악마가 되지 않았냐는 것. 클라크도 이 부분은 의아하게 여기고 있다.
“우리 선조는 악마 숭배자의 노예로 살았다고 했죠? 악마 전쟁 이후로도.”
[그렇지.]“언제부터 대항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건 확실치 않구나. 어느 날 빨간머리의 노예가 탈출하고, 왕이 그를 직접 처치하러 갔다가 같이 죽었다는 기록만 있었지. 그 이후는 말에서 말로 전해졌고.]“악마 전쟁에서는 아무런 활약도 하지 않은 거예요?”
[아까 악마들한테 붙잡혀 있었다고 말했잖느냐.]“음······”
부족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드는데다가 모건 왕과 노예의 관계가 확실치 않다.
물론 모건 왕과 노예는 서로 돈독한 사이였던 건 맞겠지. 왕이 직접 곁에 뒀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노예가 악마가 되지 않았다는 부분이 영 수상했다. 수천 명의 영혼을 먹여서까지 탄생한 괴물인데 어째서 악마가 되는 걸 택하지 않은 건가.
마지막에 와서 양심이 생긴 건지, 아니면 왕이 악마가 되는 걸 보자마자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으니 당분간 묻어두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악마의 기원은 그렇다 치고, 문헌에서는 악마가 해일처럼 쏟아져 나왔다고 적혀있던데요? 할아버지 말씀대로 왕국민 전체가 악마가 됐다지만, 그것만으로는 힘들 것 같은데······”
[마족 전체가 마법을 난사하면서 온다고 상상해보렴. 지금이야, 어느 정도 대항이 가능하겠다만 3000년 전의 인간이 과연 뭘 할 수 있을까?]단번에 이해가 가네. 엘프를 제외한 다른 종족에게는 악마는 재앙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냥 하늘에서 메테오 몇 번 떨어뜨리거나 벼락을 떨어뜨려도 사기가 바닥을 칠 테니. 저항을 했다는 것 자체가 용기 있는 행동이다.
게다가 사람들을 잡아다가 실험체로 사용하여 지성이 없는 악마로 만들거나, 그 부작용으로 마족이 탄생했을 터.
당시 알븐하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문명이 리셋된 데다가 인구마저 80% 이상 줄어들었다는 문헌이 있다.
그 80퍼센트가 전체가 악마로 변하지는 않았겠지만, 10퍼센트라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이니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이야기를 세실리가 반드시 들어야 하는데······”
마족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실이 나와서 그럴까, 마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건 나도 동의하는 바다.
비단 세실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르웬에게 부탁하면 게리오스 왕국에 관한 기록물도 찾을 수 있겠지.
알븐하임에서 찾은 것도 순전히 우연으로 찾은 거지, 그 방대한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다.
“나중에 알려줘야지. 조만간 여기로 불러야겠다. 아르웬도 같이 부르고. 아. 리나도 부르는 게······”
“그냥 다 불러라, 다 불러. 갑자기 빡치네.”
내가 주위 여자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자 마리가 툴툴거렸다. 팔짱을 끼며 입술을 댓발 내민 것이 그녀의 기분을 대변해줬다.
하기야 받아들이긴 했다지만 원체 질투가 많은 그녀이니 기분 나쁘겠지. 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확실히 우리 손자가 인기 많구나. 아무렴, 훌륭한 남자라면 응당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야지.]반대로 내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클라크가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에 마리는 뾰족해진 눈초리로 따갑게 말했다.
“설마 할아버님께서도 부인이 여러 명이셨나요?”
[그건 아니지만 여행을 하면서 많은 여자들을 만나긴 했지. 결혼까지 한 건 딱 한 명, 호크네 어미뿐이었어.]“아이작이 이상한 거죠? 시아버님도 명성과 무력에 비해서 시어머님이 한 분이잖아요.”
[내 세대까지는 이곳저곳 떠도는 삶이었단다, 아가. 어딘가에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이 있더라도 제대로 정을 붙인 사람은 거의 없어.]“역시 그렇군······ 네?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이요?”
대답을 듣다가 무언가 이상한 점이라도 느꼈는지 마리가 크게 당황하며 되물었다.
나 또한 그녀와 비슷한 마음인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쳐다봤다. 심지어 아버지마저 흥미를 가지셨다.
하지만 클라크 딴에는 별로 개의치 않았던 일인지 뭐가 대수라는 양, 특유의 털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가끔 가다가 빨간머리를 가진 사람을 본다면 대개 우리 집안의 피가 흐른다고 보면 된단다. 극히 드물긴 해도 어딘가에 있긴 있겠지.]“그, 그렇군요. 하긴 형제가 없는 건 아닐 테니까요.”
[뭐, 내 세대까지는 정말 찾기 어려울 거다. 악마 숭배자 쪽에서 빨간머리는 모조리 죽이라는 지령이 있었거든. 지금은 내가 다 없애긴 했지만 말이다.]“··· ···”
가끔씩 소름 끼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클라크다. 본인의 업적을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인식하고 있는 거겠지.
그렇다 해서 허풍은 절대 아니다. 꿈 속에서라지만 군주들을 모조리 제 손으로 쳐죽인 걸 직접 보았으니.
실제로 지형빨을 조금 타긴 했으나 지하 사원을 발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손자야. 하나 물어봐도 되겠니?]“아, 네네. 물어도 돼요.”
[내가 이야기한 걸 책에다 쓸 거냐? 제논 일대기인가 뭔가 하는 거에 있잖냐.]나는 그 질문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그가 알려준 것들은 전부 소재로 쓰고도 충분히 남는다.
국가 전체를 악마에게 팔아넘기는 국왕이라던지, 홀로 희망을 남기면서 스쳐 지나간 영웅이라던지 등등.
죄다 관심을 끌만한 것들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제논 일대기에 넣지는 못할 것이다.
“아뇨. 당장은 제논 일대기에 넣진 못 할 거예요. 거의 다 완결이 되고 있거든요.”
[그러냐?]“대신 할아버지랑 비슷한 이야기는 외전으로나마 쓸 예정이에요. 혹시 원하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에이. 남사스럽게 내 이야기를 왜 쓰냐.]클라크는 한 손을 내저으며 쑥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외로 이런 부분에서는 부끄러움을 느끼는구나 싶었다.
[대신 담배 한 대 주면 생각해보마.]“됐어요. 글을 쓰는 건 제 마음대로니 알아서 할게요.”
[허허. 이거 법으로 보장 못 해?]“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분이니 괜찮을 거예요.”
[고 놈 싹수 봐라. 내 아들 놈을 똑닮았어.]“아버지가 괴짜인 거요. 대체 그 놈의 담배는 언제 끊을 거요?”
3대끼리 잠깐 옥신각신했지만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 보아하니 클라크도 분위기를 풀기 위해 농을 던진 것 같았으니.
담배에 대한 애정만큼은 진실인 것 같지만. 조만간 시간이 되면 비싼 거 하나 사드려야겠다. 머스크한테 부탁하면 될 것이다.
“흐아암······”
우리에게는 흥미롭고 충격적인 이야기였으나 아리엘에게는 지루했던 모양이다. 그녀가 길게 하품을 하자 모두의 시선이 아리엘 쪽으로 향했다.
머리 위의 새싹이 아래로 추욱 처지고, 눈이 반쯤 풀린 걸 보면 슬슬 낮잠을 자야 할 시간인 듯했다.
겸사겸사 식사도 해야 되고, 클라크의 갑옷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니 얘기는 여기서 끝내는 게 낫겠다.
“잠깐 아리엘 재우고 올게요. 많이 피곤한가 봐요.”
[그러렴. 아, 혹시 따라가도 되겠느냐? 증손녀가 자는 모습을 보고 싶거든.]“네. 그러세요.”
이래나 저래나 자식 및 자손 사랑은 출중하신 분이다. 나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아리엘을 번쩍 안아들어 방으로 향했다.
클라크도 자리에서 일어나 내 뒤를 따라왔다. 아버지도 따라오려 했지만 클라크가 손을 내밈으로써 제지했다.
원래라면 거실 침대에 재웠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방에서 재우는 게 낫다.
“코오······”
“어때요? 귀엽죠?”
[귀엽구나.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아이가 자는 모습은 귀엽지만 아리엘은 더 귀엽다. 내가 흐뭇하게 묻자 클라크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때 아리엘이 눈을 뜨면 조금 호러이지 않을까 싶다. 눈 앞에 웬 뼈다귀 하나가 떡하니 얼굴을 들이밀고 있으니.
물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듣고 있었으니 화들짝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히르트 님이 너의 공적을 칭찬하면서 준 선물이라고 했었지?]“네. 그렇죠.”
[흠······]클라크는 내 대답을 듣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나 듣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모양새다.
이어서 그는 속삭이는 크기로 내 귀에다가 작게 말했다.
[얘야. 넌 혹시 신을 얼마나 믿느냐?]“예?”
[신을 얼마나 믿느냐고 물었다.]생뚱맞게 들릴법한 질문. 허나 클라크는 매우 진지했다.
하물며 그는 세상의 진실마저 홀로 찾아낸 인물이지 않은가. 비밀스럽게 말한 걸 보면 심상치 않다.
이에 나는 곤히 잠든 아리엘을 한 번 힐긋거렸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믿을 수 있는 분들이죠.”
[믿을 수 있다라······ 저 케이트라는 추기경처럼 말이냐?]“광신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그럼 다행이구나.]“혹시 신들과 관련된 것도 발견했나요?”
설마하며 물은 질문에 클라크는 애매하다는 투로 답했다.
[그렇긴 하다만 워낙 민감한 거라······ 지금은 말할 수 없단다.]“어째서죠?”
[그것도 말하기 어렵구나.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다.]클라크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천천히 내쉬며 말했다.
[신들을 너무 믿지 말거라.]“··· ···”
[그렇다고 불신하라는 건 아니란다. 친한 친구로 생각해도 괜찮고, 부모처럼 생각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친구든 부모든 응당 사람이라면 저마다 숨기는 게 있기 마련이지. 그것이 너에게 어떤 영향이 갈 지 모르겠지만, 우리와 같은 필멸자가 아닌 초월자라 함부로 말해주기 어렵구나.]그는 대체 무슨 진실을 본 것일까. 악마 숭배자들로부터 어떤 진실을 들었길래 입을 열 수 없는 걸까.
점점 더 궁금해진다. 그러나 나는 행동 반경이 극히 제한돼 있는 몸.
어디로 나가서 진실을 찾을 수도 없고, 신에게 직접 묻자니 그들이 대답해줄 리도 만무하다.
지금으로서는 클라크가 알려준 걸 그대로 믿을 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래도 믿어도 되는 분들이라는 건 맞죠?”
[그렇지.]“그럼 됐어요. 저에게 신성력을 듬뿍 주시는데 싫어할 이유는 전혀 없죠.”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야······]클라크는 내가 대견하다는 것처럼 머리를 툭- 툭- 두드려줬다.
뼈밖에 없는 손이나 왜인지 온기가 느껴졌다.
“아. 그나저나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담배가 뭐였어요?”
[어지간한 건 다 좋아했지만 역시 세계수의 잎을 말린 게 가장 좋았지. 더럽게 비싸서 죽기 전에 딱 한 번 피고 끝냈지만.]“그거 구해다 드릴게요. 돈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오오! 그거 정말인 게냐? 우리 손자 최고구나! 아들내미보다 훨씬 나아!]아버지가 듣는다면 정말 서운해 하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