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27
■ 426화. 축제가 아닌 장례식 (2) □ ᓚᘏᗢ
나는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온갖 황당한 일들을 보거나 직접 경험했다. 전생은 인터넷으로, 현생은 이왜진으로.
다만 현생의 이왜진 같은 경우는 이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악마의 기원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클라크에게 들은 바.
다시 말해 이왜진이 발생해도 여유롭게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알음알음 들리는 소문에 따르자면 회색 사막을 공략하기 위한 탐사대를 편성하는 중이라고.
그래서 이번 방학은 여유롭게 차기작을 구상하면서 외전을 쓸 계획이었다.
“모라 님께 아룁니다. 부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악마가 되어서까지 헌신한······”
느닷없이 우리 영지에서 장례식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그 계획이 든 머리에는 온통 알 수 없는 혼란만이 가득 찼다.
지금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 거지.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 거지. 내가 보고 있는 게 정말로 ‘장례식’인 것인가.
물론 장례식은 맞긴 할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데다가 모자 또한 검은색이었으니.
이건 남녀노소 및 종족을 가리지 않았다. 이 세상도 검은색은 ‘죽음’을 뜻하는 색상이었으니까.
따라서 진짜 장례식이라면 죄다 검은색 복장을 입는 것이 원칙이다. 그 쾌활한 드워프마저 검은 옷을 입고 있으니 말 다했지.
그런데 그걸 왜 우리 영지에서 하는 걸까. 그리고······
“마족의 비극을 상징하는 진 트래지디는 오직 단 한 명, 릴리 샐베이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쳤습니다. 비단 마족뿐만 아니라 모든 기사의 귀감이 되는 충성을 바쳤으며······”
어째서 이들은 제논 일대기 속 인물, 진을 위한 장례식을 진행하는 것일까.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진의 희생은 이 세상 사람들의 기준으로 차마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담백함만을 알던 혀에 고추냉이를 투하한 느낌. 매운맛에 익숙해진 지구는 버틸 수 있겠지만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책 속의 인물이 죽었다고 장례식까지 치르는 건 말이 안 되니까.
심지어 식마저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내 어이를 털리게 만들었다.
안식과 죽음, 그리고 모라를 상징하는 흰색 역십자가 문양. 지구였다면 역십자가가 아닌 십자가 문양이 박혔겠지.
그 십자가 문양이 그려진 관 앞에서 어느 한 신부가 경건하게 기도하고 있다. 놀랍게도 마족 신부다.
목에 걸린 역십자가 목걸이를 보아하니 모라 교단, 그것도 꽤 높은 직위를 지닌 신부인 듯했다.
‘너무 진지해서 말이 안 나오네.’
마법을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평소에도 울림통이 큰 목소리인지 조용히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귀에 쏙쏙 박혔다.
기도의 내용은 들었다시피 대부분 진을 추모하는 내용이다. 겸사겸사 마족의 숭고한 운명을 언급했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헛웃음이 나올만한 상황이지만,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반응이 더 가관이다.
“모라시여······ 갸륵하나 행복을 겪지 못한 영혼에게 안식을······”
“행복은······ 조금만 맛본다고 되는 게 아닌데······”
“차라리 싱겁더라도 디아볼스만 처치하고 끝냈어야 했어······”
조문객······ 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사람들이 진심을 다해 추모하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감수성이 풍부한 건지 몇몇 사람들은 흐느끼고 있다.
진·릴리 커플에 몰입한 사람들이 꽤 풍부한 감성과 더불어 과격한 면모를 지닌 건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단맛, 매운맛, 쓴맛, 짠맛 온갖 갖가지 맛들이 다양하게 첨가된 스토리다 보니 자연스레 빠져들 수밖에 없다.
헌데 최근에는 고추냉이를 다량으로 투하했으니 혀는 물론 눈도 매울 수밖에 없을 터.
‘이러니까 진짜 내가 진을 죽인 것 같잖아. 아니, 죽인 건 맞는데······’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다. 간접살인이라고 해야 되나?
내가 직접 창작한 캐릭터를 작가인 내가 죽였으니 살인 아닌 살인이 된 모양새다.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좆될 거라고 예감한 것도 이때문이다.
빈말이 아니라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안 좋은 일이 나올 것 같았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었으나 어디 갈 수도 없다.
잠시 구경하기 위해 가까이 갔다가 뒷줄이 꽉 채워진 것도 있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왜 저기에······’
저택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어머니가 떡하니 자리잡고 계셨기 때문이다. 신전으로 향하기 전에 보았던 복장 그대로다.
어쩐지 오늘 장례식이 있다고 하더니 이런 거였을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본인이 이 일의 주모자라는 걸 알려주듯, 주위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며 추모하는 신부 뒤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덕분에 영지민들은 좋겠지만······’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가 뒤쪽을 쳐다봤다. 진지하기 짝이 없는 장례식과 달리 뒷편은 다소 시끌벅적하다.
장례식이라지만 어디까지나 ‘이벤트’에 가까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행렬을 호위하기 위한 인력이 상당히 많았던 탓일까.
영지민들은 장례식이 진행되든 말든 이곳 저곳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부분은 식품 및 숙박업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이만한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돌아갈 일은 절대 없다. 다시 말해 최소한 사흘 정도는 우리 영지에 머무른다는 뜻.
하물며 장례식이라 해서 꼭 엄숙함만 유지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문화에 따라 진짜 축제처럼 변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드워프가 있다. 드워프는 태생이 유쾌하다 보니 장례식마저 유쾌한 면모를 보여준다.
시신의 입에다 맥주를 들이붓거나,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대화를 하는 등.
보내줄 때 보내주더라도 즐겁게 보내주자는, 드워프만의 독특한 문화라 할 수 있다.
굳이 드워프가 아니더라도 이 사람들도 내심 알고 있을 것이다. 이건 진짜로 장례식이 아니라 이벤트에 가깝다는 것을.
오직 캐릭터 하나만을 위한, 지구로 치자면 정모에 가깝다.
그 규모가 말도 안 되게 크다는 게 흠이지만.
“······하여 편안한 안식에 들기를. 모라께서 이 가여운 영혼을 보살펴주기를.”
길고 긴 추도문이 드디어 끝났다. 신부는 마지막까지 경건한 자태를 보여주면서 자리를 떠났다.
그가 자리를 떠나자 관 앞으로 걸어온 사람은 다름아닌 어머니.
평소 화장을 잘 하시지 않아도 처녀 못지 않게 아름다운 분이신데, 아예 작정하고 나온 탓에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오죽하면 화장이 그녀의 미모를 가리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실제로 화장이 잘 안 먹히는 분이기도 하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게 된 어머니를 좌중을 둘러보다가 인지한 미소를 지으셨다.
“제논 일대기를 사랑하시는 여러분.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안나 듀커르 마이샬. 제논 일대기의 작가, 제논의 어머니이자 여러분들처럼 제논 일대기를 사랑하는 독자입니다.”
어머니는 스스로를 소개하며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셨다. 그녀의 남색 머리카락이 천천히 떨어진다.
외모도 외모일 뿐더러 귀족임에도 예의를 차리는 모습에 사람들이 조용한 박수로 맞이해줬다.
뒤이어 허리를 핀 그녀는 머리를 잠시 정리한 후,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 중 대부분은 아마 진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으신 분들일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솔직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할 줄은 생각치도 못 했어요. 진이라는 인물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지만 어디까지나 허구의 인물. 그런 진을 위해 추모하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혹시 여러분은 최근에 발매된 에필로그를 보셨나요?”
“이곳으로 오기 전, 수도에서 함께 정독했습니다.”
어머니의 질문에 추도문을 읊던 마족 신부가 조용히 답했다.
에필로그는 본편과 달리 분량이 짧았기에 너도 나도 할 것없이 돌려보기 편했을 터.
“그렇군요. 그러면 모두 알고 계실 거예요. 진의 부활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요. 영혼의 크기가 초월자에 가까워져 필멸자의 그릇으로는 버틸 수 없고, 천사로 부활시키자니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이건 작품에서도 상세히 설명돼 있었죠.”
“작품은 작품일 뿐입니다! 그냥 부활시키면 안 될까요!”
“그렇습니다! 허구의 이야기라 했으니 허구적인 이야기를 넣어도 상관없습니다!”
“부디 그렇게 해주세요!”
어머니마저 진의 죽음에 못을 박아버려 울컥했던 것일까. 독자들로 추측되는 조문객(······)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방금까지 울었는지 울먹이는 소리로 외치는 사람들, 진심으로 외치는 사람들, 그저 재미를 위해 외치는 사람들.
각기 다른 감정을 품고 있었으나 목표는 똑같았다. 다 필요없으니 진을 되살려달라는 것.
어머니도 그들의 심정을 잘 파악하셨는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조용히 입을 여셨다.
“저 또한 여러분들의 마음과 똑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논의 친모일 뿐, 작품을 건드릴 수 있는 권한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진의 죽음은 오로지 제논의 몫. 여러분들이 목소리를 합친다면 분명 결과 또한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마다 납득한 것 같은 표정하며 분위기다.
나는 그 반응들을 보며 다시 한번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하기가 정말 죄송스럽지만 군중들을 조종하는 능력이 장난 아니셨다.
일단 장례식이라는 행사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모은 건 둘째치고, 사람들이 무얼 원하는지 잘 알고 계셨다.
“그러니 당분간 여기에 계시면서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랍니다. 제 아들······ 아니, 다소 고집이 강한 제논이지만 그도 결국 작가. 독자들이 함께 모은 목소리에 뜻을 굽히지 않은 작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 그런데 정말로 저희가 이래도 될까요? 제논은 작가이기도 하지만 자그마치 신들에게 총애를 받는 예언자시잖아요. 예언을 함부로 바꾼다며 혼을 내시면······”
어머니가 말을 잇던 도중에 어떤 한 여인이 조심스레 손을 들며 조심스레 물었다. 흑발적안에 머리 위에 난 뿔. 놀랍게도 마족이다.
그녀의 일리 있는 말에 다른 사람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직접 듣는 입장으로서 부끄럽긴 해도 대외적으로 보자면 맞는 말이다. 그녀의 말처럼 나는 신들의 총애를 듬뿍 받는 몸.
이런 행위를 벌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히’라며 엄벌을 내릴 수도 있다.
물론 피조물을 사랑하는 신들의 성격상 그럴 일은 0에 수렴하나 어디까지 용납될지 전혀 모르니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논 일대기가 예언서인 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예언서일 뿐이며 무엇보다 저희는 제논 일대기로 미래를 바꾸었습니다. 다시 말해 저희에게도 미래를 바꿀 권한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 질문을 예상이라도 하셨는지 여유롭게 대답하셨다.
궤변 아닌 궤변이었으나 따스한 미소와 분위기로 하여금 깊숙히 파고들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에 질문을 했던 마족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가 들릴 듯 말 듯한 크기로 되물었다.
“그런······ 가요?”
“네. 대신 어디까지나 허용 범위 내에서만 가능할 겁니다. 에필로그에 나왔듯이 진을 천사로 부활시키는 건 신들마저 안 된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필멸자로 환생시키는 건 가능하겠죠. 책 속의 신들도 힘들다고만 했지,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았으니까요.”
저 말이 맞다. 진을 천사로 부활시키는 건 불가능하고, 필멸자로 환생시키는 건 매우 힘들다고 에필로그에 묘사돼 있다.
하지만 말만 힘들다는 거지 거의 불가능하다. 필멸자로 환생시키기 위해서는 진과 융합된 디아볼스의 영혼을 분리해야 됐으니.
이게 얼마나 힘든지 신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이 참 가관이었다.
‘드넓은 사막에 펼쳐진 모래를 대충 한 줌만 잡고, 그 모래가 딱 원하는 영혼이어야 가능하다고 했었나?’
사막에서 바늘 찾기는 찾을 수라도 있지, 이건 말도 안 되는 확률 문제다. 로또 당첨보다 더 심한 확률.
참고로 그 다음에 이어진 설명이 더 대단했다. 그것보다 더 극악인 확률이 내가 이곳으로 환생하는 거라나 뭐라나.
“그나저나 어째서 신들은 천사를 부활시킬 수 없는 거지?”
“악마에게 저주라도 받은 게 아닐까?”
“그런 것 치고는 악마 전쟁 당시에도 천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잖아.”
“엘프가 스스로 날개를 뜯고 내려왔다고 했으니 신들에게 저지른 죄가 컸나 보지. 그때 제약이 걸린 것 같아.”
“내 생각은······”
잠깐동안 이어지는 독자들 간의 의견 타임. 어머니는 사람들이 조용해질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어머니는 좌중이 조용해지자 다시 한 번 빙긋 웃어주고는 말을 이으셨다.
“방금 보았다시피 의견들이 수도 없이 갈리는 걸 보셨을 겁니다. 만약 이대로 격해진다면 싸움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겠죠. 그러니 우리는 단지 제논에게 부탁만 하는 겁니다. 그는 진을 부활시키는 방법 또한 분명 알고 있을 터.”
없어요.
“그는 우리보다 더 먼 미래를 보고 있으니 분명 알고 있을 겁니다.”
없다니까요.
“이 말을 증명하는 건 바로 진의 악마화. 과연 그 누가 가능하다고 믿었겠습니까? 하지만 진은 책에 서술함으로써 그것을 증명시켰습니다. 이를 보아 분명 가능할 겁니다.”
그건 진짜 억까였어요, 어머니. 억울하다고요.
“그때까지 저희는 이 앞에서 진을 위해 추모를 하고, 제논이 생각이 바뀔 때까지 기도하는 겁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과격한 행동은 절대 하지 말 것. 만약 저택 혹은 출판사의 건물에 위해를 끼치거나, 큰 사고가 터진다면 곧바로 돌려보내겠습니다.”
무슨 소모전을 하자는 거예요? 나는 왠지 모르게 빠져들 듯한 어머니의 장황한 설명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영지에는 이 많은 관광객들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무엇보다 최근에 제국을 덮친 흉년을 고려해서라도 축제를 벌이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혹, 최근 제국에 발발한 흉년이 걱정되신다면 괜찮습니다. 미네르바 제국은 알븐하임의 지원으로 큰 문제가 없으며, 그중 일부는 마이샬 영지로 왔으니까요. 무엇보다 마이샬 영지는 세상 모든 종족이 모이는 문화의 도시. 각 종족에 맞는 음식 또한 따로 존재하니 마음껏 즐기시면 됩니다.”
“··· ···”
나보다 정치를 훨씬 잘하시네. 대체 어디서 갖고 온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먹고 노는 데에 눈치를 볼 필요도 없겠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저마다 들뜬 분위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래. 만약 신들이 노했다면 하늘에서 천벌이 내려졌겠지.”
“분명 신들도 이 모습을 원하셨을 거야.”
“우리를 위해 기꺼이 허락해준 신에게 기도를 드리러 가는 게 어때?”
“그거 나쁘지 않네. 이참에 모라 님에게 한 번 기도를 드려야겠다.”
이거였구나. 어째서 신들이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봤던 이유가.
신들은 신자들의 기도로 먹고 사는 존재.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힘이 강화된다.
특히 모라로서는 신자를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장례식이라는 특징상 모라의 신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나는 허,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멍청하게 있을 것 같다.
“······누나.”
“어, 어?”
내 부름에 장례식 아닌 장례식을 보고 있던 아델리아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아델리아도 진·릴리 커플을 응원하던 사람이었지. 이러다가 훗날 이 대열에 참여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자. 당장 저택으로 가는 건 힘들 테니 근처에서 쉬는 게 나을 것 같아.”
“알았어.”
이리하여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군중들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있던 탓일까.
턱-
“억?”
사람의 발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돌부리에 걸린 건지 몰라도 무언가 다리에 걸렸다.
자연스레 내 균형이 앞으로 쏠렸으며, 뒤에서 화들짝 놀란 아델리아가 급히 손을 뻗었다.
그러나 심히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워낙 많은지라 아델리아의 뻗은 팔마저 중간에 막혔다.
콰당!
결국 꼴사납게 엎어졌다. 다행히 완전히 엎어진 건 아니고 그냥 넘어진 거다.
“아야야······”
“괘, 괜찮아?”
“응. 괜찮······”
나는 대답을 하려다 말고 왠지 모를 싸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마자 한 행인과 딱 눈이 마주쳤다.
그 행인은 자기가 뭘 본 거지 싶어 눈을 깜빡거렸다가 이내 점점 커지더니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근처를 지나가던 행인들도 비슷했다. 다들 내 쪽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하나 같이 눈을 부릅 뜨는 게 아닌가.
이에 설마 싶어서 재빨리 머리를 더듬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깊게 눌러썼던 후드가 넘어졌던 탓인지, 뒤로 넘어가 있었다. 당연히 내 붉디 붉은 머리카락이 환하게 노출되었고.
“어, 어?”
“저, 저 사람······”
처음에 믿기지 못 한다는 듯이 더듬거리던 행인은.
“제논이다!”
나를 정확히 가르키며 크게 소리쳤다.
“제논이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확인사살까지.
덕분에 수 십, 아니 수 백이 넘는 시선들이 나를 향해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 염병.’
전설의 포켓몬 취급받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