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32
■ 431화. 실패 (5) □ ᓚᘏᗢ
설명을 할수록 깊어져 가는 오해 때문에 전생, 정확히는 나에 관한 이야기는 당분간 하지 않기로 정했다. 설명을 하면 할수록 연민과 동정의 시선만 날아올 뿐이다.
일종의 상식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내전으로 쪼개진 나라는 궁핍한 편이니까. 이게 정상이다.
실제로 대한민국도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선조들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북한꼴이 났을 수도 있다. 실제로 1960년대까지는 북한의 경제 상황이 더 좋았으니.
아무튼 이것까지 설명하려면 2차 세계 대전을 넘어 냉전까지 거쳐야 할 테니 넘어가기로 정했다.
그 대신 지구가 어떤 곳이었는지, 어떤 무기를 갖고 있었는지, 또 어떤 정치 체제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기로 정했다.
가장 먼저 그들이 이해하기 힘든 무기, ‘총’에 대해서다. 몬스터가 없다지만 인간은 일반 짐승보다 훨씬 약하다.
맨몸으로는 거의 100% 확률로 패배하고, 고대 만병지왕이라 칭하던 창이 있어도 훈련 받은 전사가 아니면 힘들다.
특히 늑대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늑대조차 완전히 물러나게 만든 무기가 바로 총이다.
“석궁처럼 방아쇠만 당겨도 납덩어리가 쏘아진다라······ 그 위력도 석궁보다 훨씬 강한데다가 한 번에 여러 발을 발사할 수 있다고?”
“네.”
“강철도 뚫을 수 있느냐?”
“위력이 약한 건 뚫기 힘들지만 어지간하면 쉽게 뚫려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살던 곳의 기준이지, 이곳은 잘 모르겠네요.”
솔직히 말해 비교가 불가능하다. 아닌 말로 강철을 두부 썰듯이 썰고 다니는 괴수들이 넘쳐나는 판국에 갑옷은 오죽하겠나.
아버지와 같은 실력자조차 갑옷은 반드시 착용해야 되는 필수품이다. 안 그러면 눈 먼 화살에 맞을 수 있으니.
특히 드워프가 제작한 무기들은 차원이 다르다. 종족 전쟁 당시 인간이 엘프의 마법을 버틸 수 있던 이유가 드워프가 제작한 무기들 덕분이다.
하늘에서 마법이 날아와도 방패로 막거나 화살이 갑옷을 뚫지 못하는 등. 이렇듯 일반적인 갑옷과 궤를 달리한다.
때문에 비교 자체가 힘들지만, 총의 무시무시한 점은 바로 ‘숙련도’에 있다.
“하지만 총의 진정한 장점은 숙련도에요. 어린아이도 기사에게 대적할 수 있거든요. 그냥 방아쇠만 당기면 활보다 훨씬 강한 위력으로 총탄이 날아니까요.”
“으음······”
“참고로 개인마다 보급되는 무기입니다. 저도 쐈어요.”
“허.”
아버지는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다가 개인마다 보급된다고 하자 헛바람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게 활, 그러니까 궁수는 육성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병종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근력이 요구되는데다가 숙련도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헌데 이것보다 다루기 훨씬 쉽고 위력마저 더 좋은 총을 개인마다 보급시킨다?
돌진이 곧 자살이요, 병력 낭비로 직결된다는 뜻이다. 특히 백병전이 주를 이루는 이 세상의 군대는 속절없이 쓰러질 터.
“그러면 전부 안 싸울 것 같은데? 전투에서 승리를 점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제압해야 되는데 이건 방어하는 쪽이 너무 유리하잖아.”
“맞아. 돌격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방패병이라도 따로 있나?”
“저쪽 세계의 방패는 총 앞에서 의미가 없다잖아. 우리는 마법을 사용해서 어찌 어찌 뚫을 수 있겠지만 저쪽은······”
각각 데이브와 니콜의 의견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지 총의 위력과 사용법에 대해 알려줬을 뿐이나 그로 인한 부작용을 명확히 짚었다.
실제로 1차 세계 대전에서 기관총의 발명으로 그 끔찍한 참호전이 발발하지 않았는가. 그들의 말마따나 돌진이 곧 자살이었으며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다.
게다가 포격 또한 마찬가지. 참호를 뚫기 위해서 포격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다지 큰 효과는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병사들에게 셸쇼크를 비롯한 정신병만 안겨줬지.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결정적인 원인도 미국의 참전과 러시아 혁명 때문이다.
“형이랑 누나 말이 맞아. 그걸 제대로 무력화시킨 게 바로 ‘전차’야. 여기랑 비교하자면 말을 탄 기사라고 할 수 있겠네.”
“기사? 기사 계급이 있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군대에는 기사가 따로 없어. 어디까지나 비유에 불과해.”
[말을 탄 기사라고 표현한 걸 보면 분명 막강한 전력이었겠구나.]클라크의 말처럼 전차는 지상전의 왕자라 부를만큼 막강한 전력이다. 육군 전력의 상징이자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기갑 차량.
1차 세계 대전에서는 빛을 보지 못 했지만,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이 기갑 부대를 선보이면서 전차의 위용을 제대로 드러냈다.
스탈린의 삽질이 있었다지만 독소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던 이유도 막강한 전차 덕분이다.
“네. 일단 쉽게 설명해서 수십 톤짜리 쇳덩어리가 움직인다고 보면 돼요. 총탄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데다가 두꺼운 포탄까지 발사하죠. 어떻게 생겼냐면······”
아까 총을 설명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그림을 그려줌으로써 전차에 대해 알려줬다.
가족들은 내가 그림을 그리자 테이블 쪽으로 시선을 옮겼으며, 나는 자세히 그리는 것보다 간단한 특징 정도만 알 수 있도록 그렸다.
“보다시피 이 길쭉한 게 포신이에요. 여기서 포탄이 발사되는 거죠.”
“그나저나 바퀴가 특이하게 생겼구나. 바퀴를 한꺼번에 움직이기 위해 특수 제작된 거니?”
아버지는 전차의 상징 중 하나인 무한궤도를 가리키며 질문하셨다. 확실히 이곳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소 특이한 모양이긴 하다.
“네. 무한궤도라고, 험지에서 좀 더 편히 움직이기 위해 제작된 거예요.”
“이게 약점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이걸 제거한다면 기동성이 급격하게 저하되겠어.”
아버지가 턱을 매만지면서 감평을 내리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아까 니콜과 데이브의 말도 그렇고, 간단한 설명만 할 뿐인데 약점을 정확히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무한궤도가 고장난다면 전차의 기동성은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영화에서도 전차가 기능을 상실할 때면 십중팔구 무한궤도가 고장났을 때다.
물론 기동성을 잃어도 엄폐물로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다. ‘퓨리’라는 영화에서 이 점이 잘 묘사되고 있다.
“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기동성을 잃었다고 해서 위력이 절감된다는 건 아니에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수십 톤짜리 쇳덩어리가 떡하니 있는 거니까.”
“뭔가 느릴 것 같아서 무서운 건지 감이 안 오는데? 말을 탄 기사가 아니라 전위병에 가까울 것 같아.”
데이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차를 다르게 평가했다. 확실히 판타지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방패를 든 전위병에 가깝겠지.
허나 보병들에게 있어서 전차는 말 그대로 괴물이다. 무슨 짓을 해도 뚫리지 않는 천혜의 요새가 걸어다닌다고 생각해보자.
이에 나는 보병들의 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 이쪽 세계에 맞는 비유를 꺼냈다.
“형. 형이 숲을 걷다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어떻게 할 거야?”
“어······ 보통 오우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데이브 정도의 실력이라면 오우거는 ‘따위’로 취급할 것이다. 애초에 거대한 바위를 맨몸으로 움직이는데 오우거 정도야.
허나 내가 살던 세계는 데이브와 같은 초인이 없다. 나는 빙긋 웃으며 설명을 마저 이어나갔다.
“그런데 형이 마나도 사용할 수 없는데다가 손에는 석궁 한 자루만 쥐어져 있어. 어떤 느낌일 거 같아?”
“아하.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이 전차라는 게 그런 느낌이라는 거지?”
“응. 맞아.”
“짜식. 작가 아니랄까봐 비유 하나는 찰떡 같이 하네.”
다른 사람도 데이브의 말에 동감하는지 미약한 웃음을 흘렸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표현을 잘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찰떡 같이 해도 같은 주제, 그것도 군대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어머니와 마리가 지루해질 수 있다.
호기심은 있으나 큰 관심이 없다랄까. 특히 마리는 어디까지나 나라는 사람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나는 전차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옆으로 치운 후, 주변을 둘러보면서 의견을 꺼냈다.
“더 궁금한 건 없으세요? 군대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루즈해질 테니 다른 주제였으면 좋겠어요.”
“다른 주제라······”
“흐음······”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아도 탈이네.”
확실히 그들 입장에서는 묻고 싶은 게 많아도 엄청 많을 것이다. 하물며 방금 전 지뢰까지 밟았으니 더욱 신중해질 터.
나는 그들이 입을 열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시간은 많은데다가 기왕이면 알려주고 싶은 건 다 알려주고 싶다.
그래야만 서로 가까워질 수도 있고, 아까 전과 같이 오해를 풀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내가 물어봐도 되겠느냐?]놀랍게도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클라크였다. 참고로 아리엘은 여전히 그의 머리 위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다.
나는 아리엘에게 한 번 시선을 줬다가 그의 얼굴과 똑바로 마주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허락을 내리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클라크 쪽으로 향하는 건 당연한 수순.
뒤이어 그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가 조심스러운 음성으로 질문을 꺼냈다.
[혹시 네 세계에서도 악마 숭배자가 있었느냐?]“악마 숭배자요?”
[그래. 물론 네 세상에 신의 존재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니 악마 숭배자처럼 신을 소환하려는 집단은 거의 없겠지. 설령 있다 해도 정신이 이상한 단체로 취급할 테고. 단지 그만큼 악독한 단체가 있는지 궁금해서 묻는 거란다.]지구에는 신의 존재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은 진작에 말했다. 그때도 엄청 까무러쳤었지.
나는 클라크의 질문을 듣고 악마 숭배자와 비견될만한 단체가 있는지 골똘히 생각했다.
내가 생각을 하기 시작하자 시선 또한 클라크가 아닌 내 쪽으로 우르르 모였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쳤을 때쯤. 악마 숭배자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집단이 생각나 입을 열었다.
“어······ 비슷한 게 있긴 있었죠? 애매하긴 해도 그들이 저지른 패악질과 사악함은 견줄만해요.”
[저, 정말이냐? 설마 그들이 아직까지······]“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전부 사라졌거든요.”
[휴우······]내 대답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는 클라크. 설마 내가 그들에게 당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물론 그 덕분에 대한민국이 징병제를 펼치게 됐으나 이건 언급하지 말아야겠다.
“음······ 그리고 어쩌면 악마 숭배자들보다 스케일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세상처럼 점조직으로 펼쳐진 게 아니라 나라 전체가 삼켜졌거든요.”
“나라 전체가?”
“그게 말이 돼? 아무리 그래도······”
“사상이 그만큼 무서운 거다. 지난번에도 마을 하나가 악마 숭배자에게 빠져들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 했느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속속 나왔으나 아버지가 요점을 정확하게 짚었다. 그 말에 할 말이 없어졌는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나치 독일’이라고,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 국가죠. 비교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알븐하임이 악마 숭배자의 사상에 먹혔다고 보면 편할 거예요.”
“알븐하임이? 그 콧대 높은 엘프들이 왜?”
“이번 비유는 좀 아닌 것 같은데?”
“··· ···”
알븐하임이 악마 숭배자의 사상에 먹혔다. 아버지마저 이번 비유는 좀 아니라고 싶었는지 침묵하고 계셨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사상’이다. 나는 의아함으로 물든 가족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바라보다가 빙긋 웃었다.
때마침 알븐하임도 종족 전쟁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으니 아주 좋은 예시가 되어줄 것이다.
“제가 어째서 알븐하임에 비유했냐면, 나치 독일도 알븐하임처럼 1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했거든요. 그때문에 온갖 불합리란 불합리를 다 받을 수밖에 없었죠. 알븐하임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독일이 받은 불합리는 나라 전체를 박살냈어요.”
“··· ···”
“경제는 완전히 파탄나고, 전역을 하는 군인들이 늘어나 실업자들은 대폭 증가하고. 자존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당시 독일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허나 1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주범인만큼 주변 나라도 지속적으로 견제했다.
다행히 미국이 이걸 보고 독일마저 사회주의로 빠질까봐 어느 정도 경제적 자금을 조달했지만, 기어코 터질 게 터져버렸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그런 독일을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발생해요. 미국 즉, 이쪽으로 치자면 미네르바 제국에 경제적인 대공황이 발생해서 세계 전체가 혼란스러워진 거죠.”
“그게 가능해? 우리 제국의 경제가 박살난다고?”
가족들은 담담한 반면 마리가 믿을 수 없다며 나에게 반문했다. 화등잔만하게 떠진 푸른 눈동자에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실려있다.
그녀는 미네르바 제국 출신, 그것도 레킬리스 공작가의 영애다. 당연히 제국을 향한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제국이 반란도, 심지어 외부의 침략도 아닌 경제가 파탄난다고 하니 쉽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
“1차 세계 대전을 비롯해서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섞였거든. 실제로 종족 전쟁이 끝나고 미네르바 제국이 건립되었을 때 한동안 혼란스러웠잖아? 전쟁에는 지옥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길고 긴 연옥까지 딸려오는 거야. 내가 살던 나라도 한동안 그 연옥 속에서 허우적거렸고.”
“··· ···”
“아무튼 미국의 대공황으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워졌을 때, 독일에서 한 남자가 등장하게 돼요. 독일 전체를 악에 물들이고, 지독한 우월주의를 가진 남자가요.”
나는 여기서 말을 멈추고 다시 한 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나 같이 내 이야기가 바짝 집중한 얼굴들.
더, 더 말해달라. 그 남자가 등장하고 어떻게 됐는지 빨리 알려달라.
그런 마음이 얼굴에까지 드러나 있다. 심지어 어머니는 두 손까지 꼭 맞잡은 채 잔뜩 기대하고 계셨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다. 더이상 말했다간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다.
“뭐,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 남자가 어떻게 정권을 잡았는지는 책으로······”
“안 돼!!”
“빨리 얘기해! 당장!”
“어떻게 됐어? 응? 어떻게 됐냐고? 그 남자가 어떤 방식으로 알븐하임······ 아니, 그 독일이라는 나라를 쥐어잡았는데?!”
데이브의 외침과 동시에 과격한 반응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어머니는 허탈하셨는지 의자에 등을 기대셨고, 니콜 또한 긴장이 팍- 풀린 모습이다.
여기서 제일 압권인 건 마리다. 그녀는 내 어깨를 붙잡은 채 짤짤짤 흔들며 어서 빨리 알려달라고 애걸복걸했다.
내 몸은 그녀의 격한 손길에 따라 힘없이 흔들거렸다. 머리가 조금씩 어지러워졌으나 말할 생각은 절대 없다.
“으어어어······ 안 돼. 절대 안 돼. 그냥 책으로 사서 봐. 게다가 정치 이야기라 입으로 풀어내기는 힘들거든.”
“그, 그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만 대강 알려줘! 응? 부탁이야! 비유할만한 사람이 있어?”
“음······ 그냥······
순간 한 명이 떠올랐다. 짝부랄 콧수염이 아닌······
“연설이랑 선동을 엄청 잘하는 사람이야.”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느 한 엘프 여왕이.
* * *
한편 알븐하임의 정치 기관, 엘로디아.
“푸취!”
마이샬 저택으로 향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던 아르웬이 느닷없이 재채기를 뱉었다.
그에 살짝 놀란 보좌관, 케이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염려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여왕님?”
“아, 아무것도 아니니라. 단지 재채기가 나왔을 뿐이니.”
“그렇군요. 혹시 모르니 건강검진은 받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모처럼 제논님을 뵈러 가는데 감기라도 옮긴다면 안 되잖습니까.”
“크응. 조심하겠노라.”
어째서 재채기가 나왔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