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33
■ 432화. 이래서 판타지란 (1) □ ᓚᘏᗢ
히틀러가 어찌하여 나치 독일의 정권을 잡았는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나라에 대해서 단편적인 설명을 꺼냈다.
여기서 가족들은 지구에 120개가 넘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쉬이 믿을 수 없었는지 재차 질문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인 법. 질문을 할 때마다 내가 그렇다고 답하자 마리와 가족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이 세상에도 크고 작은 나라가 많으나 그래봐야 20개를 넘지 못한다. 반면 지구는 100개가 넘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여기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즉, 일종의 뇌피셜을 꺼냈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종족 때문이라 생각해요. 여기는 종족으로 크게 나눌 수 있지만 지구는 아니거든요. 대부분 민족으로 나누는 편이죠. 실제로 이 세상에도 민족으로 따지자면 수많은 사람들이 퍼져있잖아요?”
“그것도 그렇지만······”
“만약 종족 전쟁 이후 미네르바 제국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지구와 비슷했을 거예요.”
영원한 제국은 없다며, 미네르바 제국도 언젠가 갈갈이 찢겨나갈 수도 있다. 이건 역사가 증명해준다.
천년제국 로마 제국이 그러했으며, 한때 아시아 전체를 정복했던 몽골이 그러했다.
그리고 두 제국 모두 비슷하게 내부적인 이유로 멸망의 길을 달렸다. 로마는 반란으로, 몽골은 정치 체계의 문제로.
실제로 미네르바 제국도 한때 나라가 갈기갈기 찢겨져나갈 뻔한 사건을 여러 번 접했다.
100년 전에 발발한 대흉년이 그러했고, 종족 전쟁 직후에도 그랬다. 허나 기이하게도 그때마다 명군이 탄생해 나라를 잘 다스렸다.
현재도 리나가 봉건제가 아닌, 강력한 중앙 집권 체제로 넘어가기 위해 연구하고 있지 않은가.
악마 숭배자가 미네르바 제국을 위기에 빠뜨렸지만, 전화위복인 것인지 순탄하게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근데 이 자그만한 나라가 세계 대전을 일으켰다고? 그게 가능해?”
“기술 발달의 차이 때문에 그래. 유럽은 기계 발달의 근원지였거든. 이런 기술력을 통해 차차 다른 나라를 흡수했지.”
“아무리 그래도 인구수가······ 아. 너희 세계는 마나가 없다고 했지? 그럼 힘들 수도 있겠다.”
마리가 지도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영국이 대영제국으로 변할 수 있던 이유가 항해술을 비롯한 기술력 덕분이다.
그러나 몇 세기 전에 몽골이 기마병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적이 있다. 만약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이 세계로 따지자면 국경 지대의 야만수인이 미네르바 제국을 꿀꺽 삼킨 것과 같으니 경악하겠지.
실제로 아버지의 막대한 공이 없었더라면 미네르바 제국은 지금까지 야만수인에게 휘둘렸을 것이다.
“그럼 기계라는 게 발달되기 전에는 싸움을 어떻게 했느냐?”
하도 기계 문명을 언급하다보니 그 전의 시대가 궁금했던 것일까. 아버지가 호기심이 실린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도 궁금했던 건지 아버지가 질문하자마자 나를 쳐다봤다.
“기계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의 생활 양식은 이곳과 매우 유사했어요. 단지 마나와 마법이 없었을 뿐이죠.”
“그럼 그곳에서는 어떤 전술을 사용했어? 마나도 없으니 머리라도 잘 써야 할 것 같은데?”
비슷하다고 답하자마자 니콜이 곧바로 질문을 날렸다. 이해하기 어려운 기계보다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백병전을 알고 싶은 모양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내 역사 지식은 근대에 머물러 있다. 총이 발달되기 전의 세상이 어떤 식으로 싸웠는지 거의 모른다.
단지 몽골군이 기마병으로 세상을 유린했다거나 그 유명한 망치와 모루 정도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기마병은 넘어가도록 하고 망치와 모루에 대해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하나는 알고 있어. 망치와 모루라는 전술인데······”
군사에 관심없는 마리와 어머니를 제외하고 모든 가족들이 노트로 시선이 옮겨졌다. 그리고······
“뭐야? 이거 우리도 사용하는 건데?”
“사람 생각하는 게 거기서 거기구나.”
놀랍게도 망치와 모루는 이 세상에서 즐겨 사용하는 전법 중 하나다. 아무래도 사람이 전력 그 자체이다 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
특히 종족 전쟁 당시 인간은 엘프를 상대해야 됐기에 이 전술이 발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만 보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판타지적인 요소가 성립된다면?
“이거 현역 시절에 아버지도 사용했어요?”
“그래. 대원들이 버팀목 역할을 한다면 내가 뒤를 급습했지. 네가 말한대로라면 망치라 해야겠구나.”
“그렇군······ 잠깐만요. 내가? 혼자서 했어요?”
“나밖에 못 했거든.”
“··· ···”
초패왕 항우 아니, 그보다 더한 사람이 여기 있다! 나는 당당하게 답한 아버지의 증언을 듣고 할 말이 없어졌다.
혼자서 망치 역할을 한다니. 망치와 모루의 전술과 한참 벗어났으나 어쨌든 효과 자체는 비슷하니 상관없겠지.
드래곤마저 손수 사살하신 분이니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시 생각해도 야만수인은 아버지 하나에 전부 막혔을 게 분명하다.
“예, 뭐······ 솔직히 백병전과 관련된 전략전술은 제가 살던 세계보다 이쪽이 더 좋을 거예요. 망치와 모루도 꾸준히 이어오던 전술 중 하나이기도 하고.”
판타지에게 상식을 바라지 말자.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내가 알던 상식과 동떨어진 세계다.
이처럼 지구와 이 세상을 서로 비교하면서 설명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막힌 부분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정치 체제였다.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 혹은 총리를 선출하는 것 자체는 괜찮다고 평가했다.
“독재자도 따지고 보면 왕이잖니?”
“반란으로 권력을 잡았다면 썩 그렇긴 하겠는데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괜찮지 않아?”
“데이브 말이 맞아. 따가운 눈초리는 받아도 정치를 잘하면 되잖아. 애초에 우리 제국도 간간이 폭군이 등장하는 마당에 독재자는······”
하지만 ‘독재자’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키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독재자는 이들에게 있어서 ‘왕’이나 똑같았으니.
실제로 독재자는 전제군주제의 군주에 완벽히 부합하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 나라 전체를 휘어잡는 사람.
허나 일반적인 군주와 독재자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견제 세력을 모조리 숙청하여 권력을 꽉 잡는 것이다.
그것을 빌미로 점점 더 권력의 맛에 빠지게 되고, 결정적으로 타락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음······ 그렇게 느껴지긴 하겠죠. 하지만 독재자는 말 그대로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쥔 사람. 다시 말해 견제할만한 세력이나 수단이 없다는 뜻이에요.”
“그건 더럽긴 해도 정치를 잘한 거지 않느냐?”
“그 상황에서 백성들을 고달프게 만든다면요? 오직 본인의 권력을 공고히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폭군이지. 독재자가 다 폭군인 게냐? 그러면 바로 물러나게 만들 수 있다만.”
“그런 건 아닌데······ 뭐라고 해야 되지······”
독재자와 폭군은 딱 잘라 분리하기 어렵다. 독재자라 해도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 경우가 있으니까.
대표적으로 나폴레옹, 히틀러, 스탈린 등이 있으며 대한민국에는 박정희가 있었다.
이들 모두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역사 앞에서는 가차없이 독재자로 낙인이 찍혔다.
폭군과 언뜻 비슷해 보이면서도 많은 부분이 다르다. 사실 독재자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 복합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말마따나 정치인에게 정치적 견제 세력이 없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이 잘했다는 뜻과 귀결될 수밖에 없다.
‘문화의 차이라고 해야 되나?’
지구에서는 독재자가 당연히 나쁘다는 걸 ‘상식’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 특히 아프리카는 독재자가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허나 이 세상 사람들이 듣기에는 단지 왕이 왜 나빠? 이런 식에 가까울 것이다.
평민 의회가 직접적으로 왕권을 견제하는 테르스 왕국마저 일단 ‘왕’이 존재하고 있다.
‘······아니지. 왕이 나쁜 게 아니라 구시대적 체계여서 그런 걸 수도 있어.’
아닌 말로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으면? 사실상 국민들이 직접 독재자를 배출하는 것과 똑같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이렇게 권력이 분할돼 있다. 다른 곳은 잘 모르겠지만 비슷하긴 할 거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군대다. 독재자들 대부분이 군부를 손에 꽉 쥐고 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처럼, 군부를 장악하지 않고서 독재자가 되기는 매우 힘들다.
“어쨌거나 우리 입장에서 독재자는 폭군으로 생각하면 되겠구나. 폭군이라 해서 개인 생활만 엉망일 뿐, 의외로 정무는 잘 보는 케이스도 있으니.”
“그런데 저 말을 아이작이 해서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 했더라면······”
니콜이 끝말을 흐리며 나를 바라보자, 대답은 내 옆의 마리가 대신 했다.
“곧장 사형감이었을 거예요. 왕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 없으니까.”
“······그런 무시무시한 소리는 하지 말아줘.”
“왜? 난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나저나 우리도 그런 제도를 따를지 모르겠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서.”
안 그래도 리나가 중앙 집권 체제로 넘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잘하겠지.
허나 민주주의가 꽃피우기 시작한 지점은 ‘총’이 탄생한 지점부터다. 총이 개인마다 보급된 탓에 ‘영웅’의 등장이 거의 불가능해졌으니.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이러는데 영웅보다는 압도적인 물량과 훌륭한 기술이 1순위일 수밖에 없다.
“그럼 네 세계에 있어서 가장 최악의 독재자, 아니 왕은 누구야? 나라가 너무 많아서 힘들겠지만 너는 역사를 좋아하니 그정도는 알고 있을 거 아냐?”
“알긴 알지.”
그 유명한 히틀러보다 훨씬 강력한 권력을 휘두른 독재자가 있긴 있다. 냉전 시기 미국과 양대산맥을 이룬 소련의 서기장.
가족들은 내가 안다고 답하자 다시 한 번 깊은 호기심을 드러내며 나에게 집중했다.
왠지 나를 어느 만화에 나오는 너구리 로봇으로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마법의 소라고동처럼 모든 걸 알려주는 기물로 생각하는 걸까.
나는 반짝거리는 시선들에 쓴웃음을 지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소비에트 연방의 서기장, 이오시프 스탈린. 이 사람이 세계 최고의 독재자야. 한때 미국과 함께 세상을 양분했거든.”
“미국이라······ 솔직히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구나. 미네르바 제국과 비교를 하자니 약간 부족한 것 같고.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니?”
내가 여태까지 미국을 미네르바 제국과 비교하며 설명했지만 아버지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미네르바 제국이 국제 정세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지만 미국에 비해서는 모자르다.
당장 옆에 알븐하임이 있을 뿐더러 헬리움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니. 게다가 숙적인 테르스 왕국도 찍어누르지 못하고 있다.
일종의 뽕을 채워주기 위해서 비유를 했으나 이제는 객관적인 시선도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다가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대로 말해도 돼요?”
“물론. 애초에 너네 세상은 이곳보다 훨씬 발전돼 있지 않느냐. 뭘 들어도 이젠 놀랍지 않다.”
“그래. 마법으로 해야 할 일을 과학으로 다 하고 있잖아?”
“세상을 멸망시켜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야.”
마지막에 데이브가 농담조로 말했지만 매우 정확하다. 세상을 멸망시키는 무기가 떡하니 있다.
다만 구태여 말할 필요는 없으니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가 입을 열었다.
“일단 알겠어요. 대신 비유를 위해서 마법은 과학으로 대체해주세요. 그래야 이해가 편할 테니까요.”
“알겠어.”
“그럼 미국이 어떤 나라라면······”
나는 보다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생각을 정리했다. 미국과 이 세상을 비교하여 설명하자면······
“엘프와 마족의 마법을 가졌고, 인간의 근성과 결집력이 있으며, 드워프의 생산력과 기술을 가진 나라? ”
이보다 더 정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마법을 과학으로 대체한다는 부분 하에서.
수인은 동물적인 본능이 섞여있어서 마땅히 비유할 게 없었다. 용맹함으로 따지자면 수인에 견줄만 하나 이건 개개인의 차이가 크다.
그걸 배제하더라도 미국의 국력을 설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외에도 전세계와 붙어도 거뜬한 군사력까지 보유하고 있어요. 상비군이 100만명에다가 다채로운 군사 무기를 보유하고 있죠.”
실제로 군사 강국인 러시아와 한창 득세 중이었던 중국조차 미국의 무력 시위 앞에서는 개처럼 설설 기었다.
하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사력이 개판 중의 개판이라는 걸 만천하에 드러냈다.
다시 없을 역사상 최강의 제국. 그게 바로 미국이다.
“······상비군이 100만 명?”
“그, 그게 가능해?”
“우리 제국도 상비군이 30만밖에 안 되는데······ 박박 긁어모아도 50만이 될까 말까고······”
각가 아버지, 니콜, 데이브의 반응이다. 그들은 상비군이 100만이라는 소리를 듣고 입을 떡 벌리며 경악했다.
대한민국의 상비군이 50만명이고, 예비군이 200만명을 넘긴다는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더 놀랄까.
이때문에 이제는 내가 의아해질 차례였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군대 전력에 한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미네르바 제국의 상비군이 그것밖에 안 돼요? 전 더 될 줄 알았는데.”
“아니. 잠깐만. 밖에라고?”
“네.”
“이것도 엄청 많은 거야! 벨루아 공국의 군사가 몇인지 알아? 1만이야! 1만!”
“에?”
왜 이렇게 적은 거지. 나는 데이브가 소리쳐도 황당함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내 표정을 보고 기가 찼던 것인지, 아버지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복잡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얘야. 우리 제국은 그나마 경제력이 뛰어나서 그만한 상비군을 유지할 수 있는 거란다. 그 이상을 유지했다간 보급 체계부터 망가지거든.”
“보급? 아.”
“보아하니 너희 세상은 과학이 발달된 만큼 보급 체계도 원활할 테니······ 그래도 눈 앞에 깜깜해지는구나.”
깜빡하고 보급을 생각하지 않았네. 실제로 미국이 그만한 대군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무시무시한 지원 능력이다.
오죽하면 보급이 너무 넘쳐나는 나머지 주민에게 지급할 정도라고. 게다가 아메리카 대륙은 석유마저 콸콸 쏟아져 나오는 축복받은 땅.
특히 이 세상은 마나의 존재로 인해 더 많은 에너지 보충이 필요하다. 흉년이라도 드는 순간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는 실정이다.
‘그러고 보니 질산비료의 발명 이후 세계 대전이 터졌구나.’
여기는 아직 화학조차 정립되지 않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원래 군대는 돈과 식량을 잡아먹는 하마로 정평이 나 있으니.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납득하는 동안, 가족들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저마다 말을 나눴다.
“아니. 그만한 군사력을 가지고 왜 세계 정복을 하지 않는 거야?”
“그에 비비는 국가가 있다고 말했잖아.”
“난 전쟁하는 것보다 그게 더 무서웠을 것 같은데.”
저것도 정답이다. 우리 가족은 정말이지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다.
냉전은 전쟁만 터지지 않았을 뿐이지, 세상 전체를 피 말리게 만들었으니까.
틈만 나면 핵을 쏘니 마니 하면서 시시때때로 견제했으며, 소련 붕괴 후 발표에 따르자면 무려 100번 이상이나 핵전쟁이 발발할 뻔했다.
“그······ 아이작?”
“응?”
가족이 저마다 의견을 나누고 있을 때, 옆의 마리가 불안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니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의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쯤,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아까 네가 살던 나라에도 내전이 일어났다고 했잖아.”
“응.”
“그런데 지도를 보니 뭐랄까······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을 것 같아서. 스타비르크 지역도 이것과 비슷해서 우리 제국에게 매번 압박을 받는 중이거든. 그래서 생각난 건데······”
마리는 말하기를 망설이는 듯, 입을 오물거렸다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 반응에 가족들도 그녀를 쳐다봤다.
이윽고 그녀는 떨리는 음성으로 예상치 못한 질문을 꺼냈다.
“네 나라에 내전이 발발한 것도······ 그 두 나라 때문이야?”
“응? 어. 맞아. 어떻게 알았어?”
“··· ···”
“··· ···”
아무 생각없이 답하자마자 좌중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마리는 내 답을 듣자마자 아······ 라며 안타까워하더니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주위도 다를 게 없다. 하나 같이 연민과 동정, 마지막으로 슬픔의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왜?”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리는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더니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줬다.
때아닌 포옹에 당황했으나 말없이 그녀를 안아줬다. 그러더니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것이 아닌가.
‘대체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 거지?’
나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