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38
■ 437화. 빙의 (1) □ ᓚᘏᗢ
머스크의 기발한 협찬 아이디어는 나로서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지만, 아쉽게도 기각하기로 정했다.
괜한 분쟁이 터진다면 귀찮아질 수도 있을 뿐더러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좋은 전개가 하나 떠올랐으니까.
세계수잎으로 만든 시가가 그렇게 비싸다면, 그 시가를 최후의 최후까지 아끼다가 마지막에 피면 되지 않은가.
세계수잎 시가는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싸서 어지간한 귀족들도 엄두를 못 내는 사치품.
낭만과 실리 둘 모두 챙길 수 있는 전개였기에 이것으로 정했다. 머스크가 약간 아쉬워했으나 그는 내 선택을 존중했다.
‘폐암 환자 증가에 기여했다고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어. 그건 피해야지.’
현재 담배의 해악성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수잎 시가처럼 유익하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건 세계수잎 시가만 그런 거지, 담배는 백해무익으로 유명한 기호품.
과학이 발달되지 않아 어떤 물질이 들어있는지 모르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차 알게 될 것이다.
‘이런 건 말 한 마디 한 마디 조심해야겠다.’
담배가 해로운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언론에다 담배는 해롭다고 말하면 다들 믿겠지.
허나 명확한 증거가 없어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당장은 내 명성 때문에 달려들진 않겠으나 잠재적 적을 만드는 건 가급적 사양하고 싶다.
무엇보다 담배가 해롭다고 해서 과연 흡연자 비율이 줄어들까? 어림 없는 소리.
담배는 몸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마약이다. 심지어 폐암에 걸린 환자가 담배를 놓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어쨌거나 외전에 관한 건 전부 정리한 후, 다음으로 넘어갔다. 다음은 당연하게도 차기작, 즉 2차 세계 대전이다.
“마나도 마법도, 게다가 신도 없는 세상이라······ 그거 참 재미있을 것 같군요. 오직 과학과 기계만으로 전쟁을 한다고요?”
“예. 그렇죠.”
“상상하기가 힘들지만······ 확실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가족을 포함한 여인들에게는 내 진실까지 알려줬으나 머스크는 애매모호하게 밝혔다.
그는 분명 의리가 있는데다가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지만, 완벽한 신뢰 관계는 아니다.
물론 머스크가 나를 배신할 거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가 나를 배신해봤자 무슨 이득이 있겠나. 오히려 손해지.
단지 나와의 관계가 가족 및 여인들보다 가깝지 않기에 반 정도만 알려주는 것이다. 이것만 해도 머스크는 충분히 눈치챘을 것이다.
“허허허. 재력이 강한 자가 곧 권력자가 된다라. 꽤 흥미로운 세상이군요.”
“반대로 모든 재산이 공용인 세상도 존재합니다.”
“뭐 그딴 쓰레기 같은 세상이 다 있습니까?”
마르크스가 들었다면 뜨끔할만한 말이로군. 다른 건 몰라도 머스크는 현재 권력보다 더 강한 재력을 갖고 있으니 공산주의는 말 그대로 재앙일 것이다.
오죽하면 내 앞에서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또 얼마나 긴 역사를 자랑하는지 등등.
안 그래도 돈에 매우 민감한 성격인데 공산주의에 대해서 설명하니 발작 버튼이 눌린 것 같다.
다행히 내가 진정시켰으나 머스크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튼 아이작 님이 발매하실 책은 제 쪽에서 무조건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아, 물론 판권에 대한 계약은 필수겠지만요. 계약은 언제 하실 겁니까?”
“아직 제목을 정하지 않아 천천히 해도 될 것 같아요. 내용 정리도 필요하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머스크와의 대화는 여기서 끝냈다. 이후로 잡다한 이야기가 오고 갔으나 말 그대로 잡담에 불과했다.
이윽고 전보다 표정이 훨씬 밝아진 그를 배웅해주고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간은 약 11시 반 정도. 레오나는 점심 식사를 끝내고 우리 저택에 온다고 했으니 조용히 기다리면 될 것 같다.
그전에······
“아직도 하고 있어? 지금 몇 승 몇 패야?”
“현재 2 대 2야. 이게 마지막 승부······ 앗?”
“후후. 어떠냐? 어디 한 번 피해보거라······”
바둑 구경부터 해야지.
“완전히 막혔네.”
“끄으응······”
“어디 한 번 잘 생각해보거라. 천천히 기다려주마.”
이번 방학 내내 바둑만 두는 건 아니겠지?
* * *
세실리와 아르웬의 대국을 구경하면서 점심 식사까지 모두 끝냈을 때였다.
“안녕!”
“왔어?”
어제 약속했던대로 레오나가 우리 저택에 찾아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허벅지가 시원하게 노출되는 짧은 반바지와 흰색 나시티를 입고서.
나는 해맑게 인사한 그녀를 보며 부드럽게 웃어줬다. 야생녀라는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짐 정리는 다 했어?”
“응. 말끔하게 정리하고 왔지. 주민들이 친절하더라. 물가도 상당히 싸고.”
“영지가 한창 발전 중이니까. 게다가 황실에서도 지원을 하는 터라 들어오는 물건이 많아. 아, 그러고 보니 영지 구경은 했어?”
“이미 다 하고 왔지. 벌써 맛집까지 찾았는걸?”
레오나가 점 찍은 맛집이라. 그 집은 이제 매출이 올라갈 일만 남았군.
겉보기에는 안 그러겠지만 그녀는 수인인지라 식사량이 남들보다 훨씬 많다.
먹은 것들이 가슴이나 엉덩이로 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마 이건 수인의 특징 때문이겠지.
엘프와 마족이 미남미녀의 종족이라면, 수인은 우월한 ‘육체’를 상징하는 종족이니까.
남자들은 대부분 근육이 많았으며 여자는······ 그냥 어느 부위든지 간에 우월하다. 이 말밖에 못하겠다.
지금 앞서 나가는 레오나의 뒷태를 보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대강 알 것이다.
유려한 곡선을 자랑하는 몸매와 실룩거리는 순산형 하체. 마지막으로 살랑거리는 꼬리까지.
여태까지 교복으로 가려져서 그렇지, 수인의 좋은 점을 골고루 물려받은 몸매라 할 수 있다.
‘주변 여자들 때문에 빛이 바래서 그렇지만······’
그건 그들의 강점이 뚜렷한 거니 넘어가도록 하자. 하물며 지금 중요한 건 레오나의 몸매 감상이 아니다.
레오나를 지금 이 시간에 부른 이유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클라크다.
클라크는 이번 겨울 방학까지만 본모습을 유지한다고 했으며, 이후에 장례를 거칠 생각이라고.
그때까지 가족들과 못 나누었던 해후도 풀 겸 앞으로의 계획도 세울 겸 천천히 정리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레오나의 주술이 필요하다. 다른 주술사를 부르자니 이것 저것 설명해야 되서 시간이 별로 없었다.
“아직 클라크 씨에게 아무 이상은 없지?”
미리 약속을 잡아놓은 방으로 향하던 도중에 레오나가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물었다.
그 질문에 나는 잠시 클라크의 상태를 떠올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시가를 뻑뻑 피우면서 아리엘의 재롱을 받고 있었다.
지금은 약속을 잡았던 방, 정확히는 내 침실에서 기다리고 있겠지만 별 이상은 없던 걸로 안다.
“응. 지금까지는 멀쩡해. 뭔가 걸리는 점이라도 있어?”
“있기야 있지. 스켈레톤이 생전의 기억을 가지고, 이성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이상하거든.”
“그래? 원래라면 어떻게 돼야 해?”
“전생의 기억을 잃어버려 혼란스러워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성을 잃어버려 날뛰기 마련이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클라크는 지금의 상태로도 케이트를 가뿐히 제압한 전적이 있다.
물론 아버지가 나선다면 어느 정도 해결하겠지만 과연 아버지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어쩌면 정말로 그 꼬마의 잎 덕분일 수도 있겠네. 게다가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를 제물로 바쳤잖아? 그만한 공물은 찾기 어렵거든.”
“혹시 더 필요해?”
“더 필요할 수도 있지. 클라크 씨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어떤 건지는 가서 설명해줄게.”
그리 말하며 한 쪽 눈을 찡긋거리는 레오나. 그녀답게 자신만만한 모습이라 피식 웃었다.
이윽고 미리 약속을 잡았던 내 침실 앞까지 다다랐다. 나는 기척을 내기 위해 헛기침을 했다가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문을 두드린 후에는 곧바로 지체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진하디진한 박하향이 코를 비집고 들어왔다.
세계수잎 시가만이 낼 수 있는 그윽한 향기. 그러나 내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게 문제다.
“콜록. 콜록. 할아버지?”
[응? 왔느냐?]아니나 다를까. 의자에 앉아 시가를 뻑뻑 피우고 있는 클라크를 볼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의 머리 위에는 아리엘이 매달려 있다.
두 손에 쥐고 있는 책을 보아하니 아리엘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있던 모양이다. 하지만 입에 시가를 물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생전에 지독한 골초 아니랄까봐 틈만 나면 입에 물고 있다. 무해한 시가라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따끔하게 혼냈을 것이다.
“아무리 담배를 좋아해도 창문은 여셔야죠. 세계수잎 시가라지만 환기는 필수에요.”
[하하하. 미안하구나. 아리엘 얘도 멀쩡해서 괜찮은 줄만 알았지.]“그래도 안 돼요. 그리고 아리엘 너는 할아버지 머리 위에서 내려와.”
“싫은뎅······”
“어허.”
내가 따끔하게 다그치자 아리엘은 불만의 표시로 두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저런 게 버릇이 된다면 절대 안 된다.
이에 다시 한 번 스읍- 하며 혼을 내자 그제서야 조용히 내려왔······
파닥- 파닥-
“······어?”
“읏차.”
바닥에 내려왔긴 했는데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나는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리엘은 바닥에 내려와서 오도도 나에게 걸어왔다.
이어서 그녀는 특유의 말똥말똥한 황금색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두 팔을 활짝 펼치며 사랑스레 말했다.
“안아줘!”
“······아리엘?”
“안아줘! 그럼 안 투덜거릴게!”
“아니. 그전에······”
날개짓을 하면서 날지 않았니? 미처 뒷말이 나오지 않을 때 아리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아하니 내 속마음을 읽는 것 같았는데, 지금 같은 순간에도 읽어도 상관없었다.
너무 어이없는 나머지 말이 채 나오지 않았으니까. 다행히 아리엘은 내 속마음에 응답해줬다.
“끄응차.”
내 앞에서 팔을 벌렸던 아리엘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침대 쪽으로 달려간 후, 가볍게 점프하여 올라갔다.
뒤이어 나에게 지켜보라는 듯, 두 팔을 휘적휘적거렸다가 힘차게 점프했다. 그리고······
파닥- 파닥-
등 뒤에 돋아나 있던 날개를 힘차게 파닥거리며 천천히 착지했다. 덕분에 깨닫게 됐다.
방금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 아리엘은 새처럼 날개짓을 한 게 분명하다.
언제? 대체 언제부터 날개짓을 하게 된 거지? 저거 장식 비슷한 거 아니었나?
“어제부터 할 수 있었어. 아리엘 성장!”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그녀가 허리에 두 손을 척- 올리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지금 보니 머리 위의 새싹도 약간이나마 커진 것 같고, 무엇보다 키가 조금 커진 것 같다.
최근에 바쁜 일이 너무 많아 그녀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 했는데 그 사이에 부쩍 커버린 느낌이다.
‘······괜히 미안해지네.’
아무리 바쁘다 해도 아리엘에게 관심을 줬어야 했는데. 그녀가 대견해지면서도 동시에 미안함이 들었다.
이에 나는 칭찬해달라는 듯, 허리에 손을 얹은 아리엘을 번쩍 안아들었다.
그러자 제 나이대의 아이처럼 꺄르르 웃는 그녀. 웃음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우리 아리엘. 아빠가 바쁜 사이에 무거워진 것 같네. 설마 살 찐 거니?”
“우우웅. 살은 엄마가 쪘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황당한 사실을 알려준 그녀. 속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이정도는 가뿐할 것이리라.
다만 조금 궁금하다.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 어떤 엄마?”
“마리 엄마.”
나는 그 대답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거리며 납득했다. 정확히는 살이 찐 게 아니라 가슴이 커진 거다.
마리는 다른 사람과 달리 나처럼 한창 성장 중에 있으니. 그래도 여자들은 몸무게에 민감하니 언급은 가급적 피할 생각이다.
“알았어. 대신 그 말은 엄마한테 하지 마. 알겠지?”
“응.”
“클라크 할아버지도 이제 슬슬 담배를 끄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알겠다. 그런데 저 애는 괜찮은 게냐?]“예?”
누구를 말하는 거지. 내가 눈을 깜빡이는 동안 클라크는 한 곳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에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저 모양이더구나.]“흐냐앙······”
마약에 취한 듯, 레오나가 헤실헤실거리는 얼굴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설마 박하에 취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