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5
■ 44화. 위기 (3) □ ᓚᘏᗢ
조별 과제라는 큰 시련을 무사히 넘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학기가 모두 끝난 건 절대 아니다. 유급을 막기 위해 특정 점수를 얻어야한다는 소리는 그 점수를 얻기 위한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니까.
그게 시험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과제가 될 수도 있으며, 그것도 아니면 발표를 통해 얻는 점수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더럽게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조별 과제라는 큰 산을 넘겨도 언덕이 엄청나게 많아 비지땀을 뻘뻘 흘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시험’을 치는 과목은 별로 없었으나 그대신 과제가 미친듯이 많았다. 집필은커녕 과제를 하느라 시간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 살려줘…”
마리가 앓는 소리를 육성으로 내며 책상에 얼굴을 박았다. 그러자 눈처럼 새하얀 그녀의 흰색 머리카락이 커튼처럼 내려앉았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모든 기력을 완전히 소진한 모양이다.
“진짜… 무슨 과제가 이렇게 많은거야… 하나도 아니고 여러개니까 미치겠네.”
“그래도 과제는 점수 받기 좋잖아?”
“그건 너만 그런거고. 차라리 시험을 치는 게 낫지. 주말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 하니까 미치겠어.”
전생의 대학교는 강의가 많아봤자 8개를 넘지 않지만, 헤일로 아카데미는 최소 10개 이상을 들어야 유급을 면한다. 안 그래도 과제 하나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시간을 갈아넣어야하는 수준이다.
나는 투덜거리는 마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역사는 괜찮은 거 같아? 나도 내가 잘 가르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건 전부 알려줬는데.”
모두들 알다시피, 나는 마리에게 역사를 가르쳐주고 있다. 물론 마리 뿐만 아니라 세실리까지.
시간은 수요일 모든 수업이 끝난 뒤 저녁을 먹고 나서다. 이런저런 일로 바쁜 탓에 내가 쥐어짜낼 수 있는 시간이 그것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그들에게 역사를 가르쳐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세실리는 내가 가르쳐 줄 필요도 없이 박사 수준으로 역사를 꿰차고 있다.
100년을 넘게 살면서 얻은 지식이 많은데다 인간 기준으로 살아있는 역사의 산증인이다.
무엇보다 기억력이 매우 뛰어나니 한 번 배운 건 절대 까먹지 않아 나조차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내가 역으로 모르는 부분을 물어볼 정도였으니 말다했지.
“후우…”
마리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뒤이어 턱을 괴면서 착잡하다는 음색으로 내 질문에 대답해줬다.
“네가 알려준 건 다 외웠지. 네가 이해하기 쉬우라고 필기까지 해줬는데. 그래도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것 같아.”
나는 반쯤 포기한 듯한 마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좋게 말해서 평범했고 나쁘게 말하자면 중간중간 비어있는 지식이 많았다. 내가 특정 사건에 대해 알려주면 이름만 들었지 자세한 설명은 모르고 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마리에게 역사를 가르쳐 주면서 열심히 노력했다. 나도 그렇게 남을 잘 가르쳐준다고 할 수 없어서 조금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마리도 열정적으로 임한데다가 기억력도 준수해서 수고를 덜었다는 점일까. 덕분에 막히는 부분없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힘내. 솔직히 역사학만 파기에는 다른 전공도 너무 빡세긴 하지.”
“동감. 그런데 너 이제 뭐 할 거야?”
내가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하자 마리가 기대를 담으며 나에게게 물었다. 눈빛 또한 초롱초롱햐진 걸 보아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길 원하는 것 같다.
나는 마리의 기대어린 질문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주위를 둘러봤다.
방금 전 끝난 수업은 연금학이다. 화학을 대체하는 이 세계 고유의 학문.
그리고 연금학을 같이 듣는 학생 중 친한 사람은 마리밖에 없었다. 세실리와 리나는 연금학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수업을 듣지 않았고, 조별 과제 조원이었던 레오나와 벤자민이 있었지만 친하다고 말하기는 애매했다.
나는 슬슬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다가 무뚝뚝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마리에게 미안하지만 선약이 잡혀있었다.
“밥 먹어야지. 오늘 누나랑 같이 먹기로 약속했거든.”
“아… 그래? 누나랑 먹는다고?”
“응.”
“친누나지?”
그런 걸 왜 물어. 내가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마리가 시선을 슬며시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자기가 말하고도 머쓱했던 모양이다.
뒤이어 그녀는 나를 힐끔거렸다가 검지 손가락을 펴며 당부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부끄러운지 미약한 홍조가 일어난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오해하지 마. 네가 세실리 보고 누나라고 하니까 조금 헷갈린 거니까.”
“…알겠어.”
“어쨋거나 친누나랑만 같이 먹는거지?”
내가 마지못해 긍정해주자 마리가 이때다 싶어 다른 질문을 꺼냈다.
요즘들어 적극적으로 변한 듯한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린 것도 잠시, 일단 사실부터 알려줬다.
“아마… 누나 친구 분이랑 같이 먹을거야. 원래 주말에 같이 먹기로 했는데 신입생들 때문에 바쁘다고 했거든. 다음 주가 실습이라서 훈련량이 많아졌데.”
“누나가 무학 조교랬지? 오빠가 말하는데 너희 누나 진짜 무섭다고 하더라.”
“음…”
그녀가 꺼낸 이야기를 듣고 시선을 위로 올리며 골똘히 생각했다. 막내 사랑이 넘쳐나는 니콜은 나에게 다정한 누나의 표본이었다.
가끔 가다가 내가 잘못을 해도 따끔하게 충고를 하는 정도에 그치지, 언성을 높히거나 물리적인 폭력을 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주말마다 연무장에 찾아갔을 때는 그야말로 ‘사자’의 본능을 드러낸다. 대련 중 신입생이 룰이 어기거나 일부러 도발한다면 철저하게 박살내며, 그 이후로는 체벌로 엄격하게 군기를 다잡았다.
“뭐… 남이 보기는 무섭긴 하겠다. 그래도 사람은 좋다고 말할 수 있어.”
“너희 남매는 진짜 특이하네. 나랑 오빠놈은 맨날 싸우기 바쁜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가?”
“사람마다 다른 거겠지. 너희 오빠도 성격은 좋지 않아?”
“엑. 오빠가?”
마리는 내 말에 별 해괴한 소리를 다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런 표정까지 짓는 걸 보면 확실히 현실남매가 맞다.
하지만 그녀의 오빠가 성격이 좋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그녀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면서 알려줬다.
“우리가 처음으로 만났던 서점 있잖아. 그때 네가 제논 일대기가 안 나온다고 생떼를…”
“아아아~ 몰라. 몰라. 난 몰라요~”
내가 직접 언급하려던 찰나에 마리가 귀를 틀어막고 듣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는 아이처럼 칭얼거리는 그녀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거렸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지.
“네가 어떻게 생각하던 너희 오빠가 널 아끼는 건 확실해. 안 그랬으면 서점에 직접 데려오지도 않았겠지.”
“…그렇겠지. 그래서 느낌이 더 이상해.”
“어쨌거나 더 할 말은 없지? 6시까지 약속이긴한데 빨리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음…”
마리는 내가 노트를 겨드랑이에 끼우며 묻자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나는 그녀가 생각을 다 정리하는 동안 옆에서 기다려줬다.
이어서 그녀는 파란색 눈동자를 옮겨 내 쪽을 바라보더니 실로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꺼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너희 누나랑 한 번 만나봐도 될까? 같이 식사하는 건 아니고 그냥 인사 정도만 하려고.”
“그정도는 상관없을거야.”
“그래? 좋아. 그럼 빨리 가자.”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마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은근히 신이 난 듯한 억양하며 기분 좋게 올라간 입꼬리가 그녀의 기분을 대변해줬다.
나는 잽싸게 짐 정리를 한 그녀를 쳐다보는 것도 잠시, 강의실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뒤에 마리도 내 옆에 나란히 서서 함께 걷기 시작했다.
“아이작. 네 기준으로 너희 누나는 예쁘다고 생각해?”
“객관적으로 봐도 예쁜 편이지. 내 얼굴이 그대로 여자로 변했다고 보면 돼. 대신 머리카락은 남색이야.”
“그 말은 네 얼굴이 예쁘다고 인정하는거야?”
“딱히 부정할 수는 없네. 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를 닮아서.
약속 장소로까지 가는 도중에 이런저런 담화를 나누었다. 대부분 시덥잖은 이야기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보다 마리와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제일 편안했다. 리나는 대하기가 어렵고, 세실리는 언제나 짖굳은 장난을 깃들이니 대화를 이어가기가 힘들었으니까.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지금으로서 가장 가까운 사람은 단언컨데 마리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좁디 좁은 내 대인관계에 있어서 아직까지 그녀만큼 편한 상대는 없었다.
“아이작 너는 졸업하고 난 뒤에 계획이라도 있어?”
그러다 마리가 문득 졸업 후의 미래에 대해서 질문했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살짝 의아해진 것도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책만 쓰면서 지낼 수는 없으니까…’
제논 일대기가 의도치 않은 대히트를 쳤다지만 그거 하나만 붙잡을 수 없는 법이다. 하물며 기껏 판타지 세상에 환생했는데 책만 쓰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적어도 다양한 나라를 방문하여 문화를 즐길대로 즐겨야하지 않을까. 대신 여느 소설처럼 위험한 모험담보다는 소소한 일상을 만끽하고 싶다.
“아마… 세계 여행? 한 번 쯤 세계 여행을 해보고 싶어. 제국에서 벗어나서 여러 문화를 접하고 싶거든.”
“세계 여행이라… 그것도 나쁘진 않겠네.”
“너는?”
“안 가르쳐 줄 건데?”
“… …”
상큼하게 웃으며 답한 마리를 보고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당했구나.
나는 방긋 웃는 마리를 벙찐 얼굴로 쳐다보다가 이윽고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도 내 반응을 보고 키득거리더니 이내 들릴 듯 말 듯한 크기로 중얼거렸다.
“…가능하면… 싶네.”
“뭐?”
“못 들었으면 됐어. 그런데 저기 저 사람 너희 누나 아니야?”
마리가 화제를 돌리자 나는 의문을 내려놓고 그녀가 가르킨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가 가르킨 방향은 광장 한가운데에 위치한 분수대였는데, 정말로 그 앞에 니콜이 서있었다.
멀리 있음에도 돋보이는 우월한 기럭지하며, 포니테일로 묶은 남색 머리카락을 보아 니콜이 확실하다.
“우와. 너희 누나 진짜 멋있으시다.”
마리도 니콜을 보았는지 진심어린 감탄성을 입 밖으로 꺼냈다. 그녀의 말마따나 현재 니콜의 모습은 웬만한 모델 저리가라 할 정도로 멋있었다.
각선미를 온전하게 드러내는 검은색 가죽 바지와 그 위의 검은색 셔츠. 단순히 이 두 가지 옷의 조합만으로 멋과 아름다움을 뿜내고 있었다.
그녀도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왔을터인데 사복 차림인 걸 보면 조교라서 가능한 듯했다.
“음? 아! 아이작~!”
분수대 앞에서 서성거리던 니콜도 나를 발견했는지 팔을 들어올리며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팔을 들어줌으로서 화답했다.
내가 팔을 들자 니콜은 자기가 먼저 오겠다는 건지 길쭉한 다리를 힘차게 뻗으며 나한테 걸어왔다. 그리고 머지않아 코앞까지 다가왔다가 내 옆에 서있는 마리를 보고 의문어린 표정을 지었다.
“얘는 누구야?”
“아! 안녕하세요! 레킬리스 공작가의 마리 하우젠 레킬리스라고 합니다!”
니콜이 묻자마자 마리는 힘찬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왠지 그녀가 긴장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동안 니콜은 마리가 본인의 이름과 가문을 밝히자 금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더니 나를 쳐다봤다. 어째서 이런 사람이 네 옆에 있냐는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이에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녀의 의문을 풀어줬다.
“내 친구야. 우연히 기회가 닿아서 친해졌거든.”
“…안녕하세요, 레킬리스 영애. 아이작의 친누나인 니콜 듀커르 마이샬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내 대답에 듣고 니콜도 공손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인사를 하는 순간에도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지 않고 있었다.
“저, 저도 붉은 사자의 딸과 만나서 영광이에요. 그리고 말을 놓으셔도 돼요. 제가 불편하거든요. 레킬리스 가문 아시죠?”
“…잘 알지. 그럼 바로 말 놓을게.”
니콜도 레킬리스 가문을 잘 알고 있는지 망설이지 않고 말을 놓았다. 뒤이어 그녀는 나와 마리를 번갈아보다가 의문을 담아 마리에게 질문했다.
“그나저나 우리 아이작과 친구라고?”
의문이 담긴 목소리에는 약간의 경계심 또한 내포돼 있었다. 내가 제논 일대기의 저자라는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마리를 경계하기에 충분했다.
마리도 니콜의 말 속에 미약한 경계가 담겨있다는 재빠르게 눈치챈 것인지 곧바로 대답을 꺼냈다. 긴장했는지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네. 친구에요.”
“흐음… 알겠어. 조금 의외긴하네.”
이번에는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니콜. 아마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고위 귀족의 딸과 친구가 되었다는 게 예상 밖이었던 모양이다.
나 또한 마리와 친구가 되는 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때문에 위험천만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지만 현재까지는 괜찮았다.
게다가 마리뿐만 아니라 리나와 세실리까지 친해졌다고 하면 니콜은 무슨 반응을 지을까.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해 가만히 있었다.
다만 이 사실을 전혀 알리가 없는 마리는 의외라는 니콜의 대답을 듣고 그녀에게 질문했다.
“의외라니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 네 이야기는 아니야. 우리 아이작이 무뚝뚝하고 자기 일에만 신경 써서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 조금 걱정됐거든. 그런데 막상 친구를 사귀고나니 공작의 딸일 줄은 몰랐지.”
그건 나도 동감이었기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도 마리와 친해질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그런데 왠지 내 험담을 하는 것 같은데 착각일까. 설마 아니겠지.
“후우…”
그사이 마리는 안심이 되었는지 몰라도 가슴에 손을 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서 그녀는 전보다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니콜 씨는 저랑 아이작이 친구로 지내도 상관없다는거죠?”
“응? 뭐… 그렇지. 오히려 괜찮을… 지도?”
“정말요?”
니콜의 긍정에 마리의 얼굴이 한없이 환해졌다. 도대체 왜 그렇게 기뻐하는거니.
하지만 기뻐하는 마리와 반비례로 니콜은 불안해진 모양이다. 그녀로서는 나와 마리가 가까워진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마리가 공작 가문의 딸인 것도 있겠지만 가장 큰 부분은 내가 제논 일대기의 저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와 가까워지면 질 수록 내 비밀이 은연 중에 드러날 가능성이 필연적으로 높아진다.
그리고 마리와 친구로 지낸다면 내 아카데미 생활이 편해질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밀을 들키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니콜의 입장에서 마리는 양날의 검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그녀는 나와 마리를 번갈아보면서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아닌가?”
“아…”
그러자 마리의 얼굴이 급속도로 시무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