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55
■ 454화. 후속작 (1) □ ᓚᘏᗢ
회색 사막 원정대가 게리오스 왕국에 들어선지 며칠이 흘렀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어떤 진실이 드러날지 조용히 기다렸다.
비록 너무 급작스럽게 원정을 떠났으나 정예 인원은 모여있어서 큰 난항은 겪지 않았다.
특히 강대국이라 평가받는 나라들은 대부분은 참여한데다가 알븐하임과 헬리움도 포함돼 있다.
가장 큰 난관으로 예상되던 보급 문제도 말끔하게 해결했으며, 회색 사막 횡단 또한 무난히 끝마칠 수 있었다.
몬스터 또한 처음 보는 종류가 튀어나와 원정대를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이 또한 무던히 흘러갔다.
그렇게 원정대가 게리오스 왕국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정확히 일주일이 흘렀을 때쯤.
[악마의 기원은 인간이었다. 그곳에 기록이 있다.] [잘못된 주술 사용으로 인한 재앙.] [작은 걸 탐하려다가 모든 걸 잃어버린 왕국.]제논 일대기에 나왔던 악마의 기원. 이 주장이 진실임이 밝혀졌다.
이외에도 게리오스 왕국은 잘못된 주술 사용으로 멸망했다거나 항구가 있다거나, 어업이 발달되었다거나 등등.
여러가지 사실들이 튀어나왔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악마의 기원이다.
악마가 다른 차원은 존재가 아닌, 이 세상의 인간이었다는 진실은 사람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선사했다.
[정말로 악마가 인간이었나? 그렇다면 마족도 결국에······] [제논은 스스로 예언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번 일로 스스로가 예언자임을 밝혔다.] [주술의 위험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해······]당연하지만 온갖 소식들이 신문에 기재되었다. 너무 많은 기사가 올라왔으나 결론적으로 ‘이왜진’에 가깝다.
무엇보다 게리오스 왕국은 30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고대 도시. 땅에 떨어진 동전마저 수십 명의 학자가 달라붙어 연구해야 된다.
이러니 왕궁에 대한 조사는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었으며 당분간은 안정화에 돌입할 거라고.
그래도 악마의 기원이 인간이라는, 그 충격적인 진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일종의 커다란 떡밥이라 보면 된다.
사람들은 어째서 인간 따위가 악마가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마족은 또 어떤 경위로 탄생했는지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나눴다.
자그마치 ‘종족’ 자체가 뒤바뀐, 신의 권능에 가까웠으니.
[이것도 제논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그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나도 이건 몰라, 이 놈들아.
나는 신문에서 나온 한 평론가의 말을 보고 피식거렸다.
이번에 밝혀진 사실은 어디까지나 할아버지, 클라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악마의 기원이 인간이라는 건 알고 있어도 그 이상은 모른다. 그래도 신이 중간에 개입했다는 것 정도는 얼추 추측하고 있다.
대놓고 묻지 못해서 그렇지. 솔직히 말해서 이 부분은 내 손에서 벗어났다고 보면 된다.
떡밥만 대충 강에 던져놓고 알아서 물고기를 낚으라는 식에 비유할 수 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외전과 후속작이다.
‘스쳐간 영웅은 마무리 작업만 하면 되고······’
클라크를 모티브로 삼은 또다른 외전, 스쳐간 영웅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해있다. 퇴고만 거치면 끝이다.
그러므로 남은 건 후속작, 2차 세계 대전을 준비하는 일이다. 다만 이게 생각보다 매우 빡세더라.
만약 2차 세계 대전 속의 전투 중 일부를 뗀다면 상관없다. 문제는 그렇게 떼어낸다면 이 세상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히틀러의 미대 탈락······ 부터 시작해서 나치 독일 집권까지 전부 보여줘야 이해가 쉽다.
특히 가장 중요한 건 세계관 이해다. 어떤 세계관인지 명확히 이해시켜야 독자들이 신성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신과 마나, 그리고 마법이 없는 세상. 그 대신 기계 혁명이 존재하는 세상이라······’
지인은 물론 가족들도 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쉽사리 믿지 못했다. 주변인부터 이런데 독자들은 오죽할까.
‘하나 하나 다 이해시키는 건 포기해야 돼. 17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까.’
전체를 잡으려다가 전체를 잃는다는 말이 있다. 포기할 건 깔끔히 포기하고 필요한 것만 취해야 된다.
제논 일대기는 이 세상을 기반으로 두기에 일종의 시작점이 있는 반면, 후속작은 그런 거 없다.
다시 말해 내가 선발대이자 창조를 하는 거나 다름없다. 아마 나의 진정한 역량이 여기서부터 나오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제논 일대기에도 ‘증기 기관차’가 등장했다는 것. 그리고 현실에서도 증기 기관을 베이스로 한 마력 기관이 발명됐다는 것.
이것들이 앞으로 쓰게 될 소설의 이해를 끌어올려 줄 것이다.
‘난 전생이라도 있는데 톨킨은 어떻게 쓴 거지?’
새삼 모든 판타지의 원조격인 톨킨이 존경스럽다. 그 사람은 전생도 없었을 텐데 판타지의 기초를 전부 창작했으니.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의심스럽긴 하다. 그 사람도 사실 전생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당장 내가 그 경험을 직접 겪고 있으니 나름 합리적 의심이다.
‘전투기도 설명해야 되고. 전차도 설명해야 되고. 설명할 게 많네.’
제논 일대기도 30권이 되어서야 본편이 완결되고, 그 이후에 2권의 외전을 더 내서야 완결이 났다.
세계 2차 대전은 도대체 언제 완결이 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러다가 100권까지 내는 건 아닐지 두렵다.
이걸 어떻게든 구기고 구겨도 힘들다. 1부, 2부, 3부 이런 식으로 나누어 하지 않을까.
일단 당장 생각나는 건 스탈린그라드와 진주만 공습. 이 두 개를 기점으로 나누지 않을까 싶다.
스탈린그라드는 매번 밀리기만 하던 소련이 본격적으로 반격할 기회를 얻은 전투고, 진주만 공습은 알다시피 미국의 참전이었으니.
나는 노트에 연도마다 나열한 사건들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러다가 중간에 현타가 와서 연중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후우······”
“왜 그래? 혹시 안 좋은 생각이라도 났어?”
내가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고 있을 때 옆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이에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보니 레오나가 황금빛 눈을 반짝거린 채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나는 그녀의 얼굴과 뒤의 꼬리가 살랑거리는 걸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스윽- 슥-
“그릉. 그릉.”
바짝 솟은 귀 사이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레오나가 특유의 골골거리는 소리를 낸다.
좀 더 쓰다듬어 달라는 듯이 귀가 접힌 걸 물론, 꼬리 또한 내 팔을 살며시 휘감았다.
이처럼 첫날밤을 보낸 이후로 그녀의 애정 행각이 전보다 대담해졌다. 오죽하면 마리가 눈치를 줄 정도로.
나 또한 지금처럼 답답했던 마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으니 마음껏 받아들이고 있다.
‘진짜 고양이 맞잖아.’
예전에 보았던 시니컬하고 사나웠던 모습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웬 개냥이 한 마리만 떡하니 남아있다.
나는 레오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걸 넘어 말랑말랑한 볼을 꼬집거나 꼬리를 만지는 등.
전개를 구상하느라 쌓였던 스트레스를 모두 풀기 위해 그녀를 마음껏 사용(?)했다.
“레오나.”
“응?”
“너도 알고 있지? 내가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거.”
“전에 말했잖아?”
원래라면 첫날밤 당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단 둘이 대화를 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그때 내가 세계수잎 시가를 피웠다는 것이며 환기 또한 하지 않았다는 것.
여기에 발정기와 야시했던(?) 내 옷차림까지 합쳐지니 레오나가 폭주했다. 이후로 알다시피 엉망진창이 되었다.
다행히 어찌 저찌 정신을 차려서 새벽이 되어서야 평범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내 정체를 밝힌 건 덤.
“응. 사실 내가 그 세상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는데 감이 잡히질 않아서.”
“감이 잡히질 않는다고? 네가?”
레오나가 황금색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 표정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기야 그녀의 눈에는 내가 세기의 대문호로 보이겠지. 그러니 감을 못 잡다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나도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어느 순간 막히게 된다면 끝없이 말리는 타입이다.
연도는 착실히 정리해 놓았으나 스타트 포인트 즉, 프롤로그를 어떻게 짜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응. 내 지인들은 몰라도 독자들에게 설명하자니 다소 난감해서. 이런 건 프롤로그가 가장 중요하거든.”
“흠······”
내 말에 레오나가 시선을 위로 올리며 생각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바짝 솟은 귀가 이따금씩 까닥거린다.
생각에 빠질 때마다 나오는 특유의 습관. 나는 그녀가 입을 열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솔직히 말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진도가 너무 꽉 막히는 바람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 독자들한테도 미리 말하면 되지 않아?”
레오나가 뭐 그리 어렵게 생각하냐는 투로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나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스쳐간 영웅을 발매하면서 제논 일대기 여정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그 끝에 작가의 말을 넣을 예정이다.
그 속에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넣고 더 나아가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다 해도 세계관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톨킨조차 지구의 신화를 중점으로 수많은 종족을 재탄생시켰으나 이곳은 아니다.
아예 0에서부터 시작해야 되니 어디서부터 기준을 잡아야 되는지 감을 못 잡고 있는 실정이다.
“······말은 쉬워도 이해시키는 게 중요해. 너도 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어?”
“신기한 세상이다? 썩 믿기는 어려웠지만 너니까 믿었지.”
“거 봐. 너도 그런데 독자들은 오죽하겠어?”
“그러니까 이해시킬 필요가 없다는 거지.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겠어?”
“······?”
나는 그 말을 듣고 한 쪽 눈을 치켜떴다. 당최 그녀가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꺼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레오나는 수인임에도 생각이 깊은 면모가 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헤일로 아카데미에서 좋은 성적을 못 받았겠지.
분명 저런 말을 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인은 호전적이지만 어리석은 종족이 아니다.
“반대로 물어볼게. 너희 세상에서는 우리 같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어?”
“어떤 의미로?”
“마법과 마나도 없고. 인간을 제외하면 다른 종족도 없고. 신조차 그 존재가 불분명해. 이런데 이쪽 세상을 이해할 수 있냐고 물었어. 마법과 마법은 어떻게 다루는지.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의 생활과 문화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지. 신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전부 이해했어?”
“어느 정도는?”
“그럼 텔레포트를 사용하는 방법을 그쪽 세상 사람들한테 묻는다고 생각해봐. 과연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그 말을 듣고 지난번 세실리와 아르웬이 나에게 보여줬던 반응이 떠올랐다.
여기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케 만들어주는 지구인데 어째서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못하냐고. 그 말을 듣고 내가 할 말이 없었다.
당시에는 아인슈타인이 듣는다면 뒷목을 붙잡고 쓰러지겠다라며 쉬이 넘어갔으나 레오나의 말을 들으니 약간 다르다.
아예 이해 자체가 불가능하다. 판타지 세계의 문물에 대해 설명해도 그렇구나~ 라고 넘어가지 않을까?
왜냐하면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 즉, ‘판타지’니까. 마나가 없는 지구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
“······이상한 사람 취급할 거 같은데?”
“그런 거야. 어차피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니까 굳이 하나 하나 이해시킬 필요가 없다는 거지. 불가능하다? 그래서 뭐? 어차피 다른 세상 이야기인데. 그냥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면 끝이지. 그 대신 어떤 세계인지는 명확히 알려줘야겠지만.”
“음······”
듣고 보니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다. 굳이 하나 하나 이해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애당초 거대한 쇳덩어리가 하늘과 바다를 마음껏 돌아다니는데 이곳 사람들이 과연 믿을까?
마력 기관차가 곧 발명된다지만 이건 좀······ 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레오나의 말마따나 이 기계는 이런 용도다~ 라고 짤막하게 설명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독자들도 아하, 하며 끄덕이겠지. 어차피 세계관조차 판타지처럼 느껴질 텐데 괴상한 게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아무래도 판타지처럼 가상 속의 이야기가 아닌, 정말로 존재하는 세상이라 잠깐 헷갈린 모양이다.
‘논란은 좀 많겠지만.’
마나와 마법은 몰라도 신의 존재가 불분명하다는 건 한동안 논란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도 괜찮다.
이미 신들에게 허락을 받은 작품입니다라고 미리 언급한다면 전부 넘어가겠지.
만약 제논의 명성을 얻지 않고 작품을 그대로 냈다면 당장 신성모독으로 끌려갔겠지. 신권이 막강한 세상이니까.
어쨌거나 레오나의 말을 들으니 머리가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작가의 말에 간략한 세계관만 알려주고 프롤로그를 넣으면 될 것 같다.
“그래도 괜찮으려나?”
“물론이지. 무엇보다 네가 쓰는 작품에 누가 토를 달겠어?”
레오나는 안심하라는 듯이 나를 꽉 껴안고 얼굴을 마구 비볐다. 말랑말랑한 뺨의 감촉이 내 머리로 온전히 전달된다.
나는 그녀의 애교에 피식 웃어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그녀의 꼬리가 내 팔을 휘감는다.
수인이라 그런지, 아니면 레오나만의 체취인 건지 고소하면서도 향기로운 냄새가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답답했던 마음을 풀고 나니 또다시 떠오르는 불안감 한 가지.
‘핵폭탄은 받아들일 수 있으려나?’
가장 궁금하면서도 걱정되는 무기다.